“정말 2억 원 들어있는 거 맞아? 지금 우리 속이는 거 아니지?” 카드에 2억 원이 들어있다고 하자, 라세영은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빛났다. 라세영은 즉시 손을 뻗어 은행 카드를 낚아챘고, 흐뭇하게 손에 쥐며, 바로 비밀번호가 무엇인지 물었다. 카드는 세화가 만들었고 비밀번호는 세화의 생일이었다. 류혜진이 라세영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이제야 만족한 라세영 가족은 일어나서 몸 위의 담뱃재와 땅콩 껍질을 아무렇게나 털고 떠날 준비를 했다. 세화 가족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수현이 말했다. “누가 우리 좀 차로 태워다 줘. 동네가 너무 커서 걸어 나가기엔 너무 멀어.” “동혁아, 차로 세영이 가족을 집에 데려다줘. 예의 바르게!” 사실 류혜진은 저택 앞의 고급주택단지가 모두 류혜진의 집이라는 걸 라세영 가족이 알게 돼서 또다시 말썽을 일으킬까 봐 걱정했다. 라세영은 동혁의 두 눈을 흘겨보았고,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쓸모없는 놈, 우리 운전기사라도 해라!” 라세영은 아까부터 이미 동혁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라세영은 돌아가는 길에 동혁을 심하게 모욕할 작정이다. 동혁은 차갑게 라세영을 힐끗 보고는 몸을 돌려 차를 몰러 나가려 했다. 이때 천화가 따라와 동혁의 손에서 차 열쇠를 가져갔다. “매형, 제가 차로 데려다 줄게요. 저 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천화의 마음속에서 동혁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거물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라세영 저놈이 감히 우리 매형에게 운전기사를 하라고 하다니, 네 놈이 그럴 자격이 있어?’ “그냥 천화에게 배웅하라고 해.” 세화는 동혁이 또 라세영 가족과 충돌할까 봐 손을 들어 동혁을 잡으며 말했다. 류혜진도 더 이상 사고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동의했다. 류혜진은 단지 빨리 라세영 가족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곧 천화가 차를 몰고 와서 라세영 가족을 태우고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천화가 화를 내며 달려왔다. “천화야, 차는?” 세화가 눈살을 찌푸리며
“언니, 무슨 일이에요? 제가 어떻게 세영이를 죽여요?” 류혜진이 석연치 않은 듯 질문을 했고, 세화와 동혁 등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저 가족은 오후에 갑자기 찾아와서 2억 원과, 우리 가족의 유일한 차까지 가져가 놓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찾아와서는, 이번엔 우리가 세영이를 해쳤다고?” ‘정말 뜬금없네!’ 서수현은 류혜진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바로 너 때문이야. 네가 2억 원을 주지 않았다면 세영이가 도박장에 가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 2억 원을 다 잃었을 뿐만 아니라, 도박장의 염동완에게 4억 원까지 빚졌어. 지금 세영이와 차가 모두 그곳에 붙잡혀 있으니 빨리 돈 가지고 가서 세영이를 구해오자!” 그 말을 듣고 세화 가족들은 놀라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라세영이 돈을 가지고 가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돈으로 도박을 하디니?’ ‘겨우 몇 시간 만에 2억 원을 모두 탕진했다고?’ 류혜진은 너무 아까워 살이 다 떨렸다. ‘그 2억 원을 쓰지도 못하고 그렇게 다 날리다니.’ 이때 라원문도 악을 쓰며 소리쳤다. “빨리, 일단 4억 원을 가지고 가서 우리 세영이부터 구해와. 도박장 염동완이, 오늘 밤이 지나도 돈을 갚지 못하면, 먼저 세영이의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했단 말이야!” “그래, 빨리 돈 가져와.” 서수현은 말을 하며 재촉하려고 류혜진에게 다가갔다. 세화는 먼저 류혜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차갑고 매서운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이 손가락을 내놔야죠. 세영이가 도박을 해서 일어난 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세화는 이 뻔뻔스러운 라세영 가족을 정말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러자 서수현은 벌컥 화를 냈다. “세화 이 더러운 년이, 넌 지금 내 아들이 죽는 것을 그냥 보겠다고?” 서수현은 손바닥을 들어 세화의 연약한 뺨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거친 손바닥이 세화의 뺨에 닿으려 할 때, 갑자기 큰 손이 다가와 서수현의 손목을 잡았다. “아!”
“정말 우리 세영이를 데려올 수 있어?” 라원문 부부는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동혁이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였기 때문에 라원문 부부는 동혁을 아예 아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 마음속으로 무시했다. 설령 자신들의 아들 라세영이 학벌도 없고 직업이 없다 해도, 동혁처럼 어떤 집에 데릴사위로 보낼 만큼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혁은 굳이 이 라원문 부부를 상대하지 않았다. 동혁은 라세영이 차까지 끌고 갔다가 붙잡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세화의 차를 다시 찾아오는 김에 겸사겸사 라세영을 데려오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혁은 라세영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화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혁 씨, 괜히 소란 피워서 좋을 것이 없어. 도박장의 사람들이 얼마나 질이 나쁜데. 거기다 분명히 많은 싸움꾼도 데리고 있을 거야. 너무 위험해. 난 동혁 씨가 그곳에 가면 불안해서 안 되겠어.” 세화는 여전히 휴대폰을 꺼내 천미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고집했다. 동혁은 세화의 말로 마음에 감동을 느끼고 말했다. “여보 안심해. 일단 도박장 사장에게 가서 먼저 잘 이야기해서 교섭을 해 볼게. 어쩌면 여보 차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만약 그래도 합의가 잘 안 되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고.” 세화는 동혁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 “그럼, 가서 흥분하지 말고, 이야기가 안 되면 바로 돌아와야 해.” 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원문 부부를 바라보았다. “길을 안내해요.” 동혁이 라원문 부부를 따라 집을 나서는 것을 보고 있는 세화의 미간에 약간의 근심이 담겨있었다. [세화야, 이 시간에 전화를 왜 했어? 여보세요? 말하라고! ] 그때 수화기에서 천미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화는 방금 천미에게 전화한 것이 생각났다. 세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라세영이 도박장에 붙잡혀 동혁이 도박장에 간 것에 대해 말했고, 천미에게 4억 원을 빌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만약 동혁이 도박장에서 합의가 잘 안 되면,
암흑가 두목, 암흑가 은둔 고수. 두 호칭은 듣기만 해도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 염동완이 암흑가 은둔 고수 염동철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 세화는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세화는 방금 전 동혁이 염동완의 도박장에 가겠다고 할 때 말리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염동완 같은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되는데.’ “천화야, 매형한테 전화해서 빨리 그냥 오라고, 도박장 가지 말라고 해!” 세화는 바로 천화에게 한마디 했다. 천화는 아까부터 계속 옆에 서서 세화와 천미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요 며칠 동혁의 여러 가지 능력을 보면서, 천화의 마음속에서 동혁은 이미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화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자 천화 역시 가슴 한구석이 조마조마했다. 천화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동혁에게 전화하려다 별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매형 휴대폰이 통화 중이어서 연결이 안 되는데?” “다시 해봐!” 세화는 고개를 돌리며 다시 휴대폰에 대고 초조하게 말했다. “천미 언니, 언니가 그 염동완과 연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염동완에게 4억 원을 줄 테니 라세영을 그냥 돌려보내라고 전해줘. 혹시라도 동혁 씨가 이미 그곳에 있다면, 염동완에게 동혁 씨도 좀 잘 봐달라고 해 주고.” 세화에게 라세영의 생사는 이미 관심밖의 일이었다. 세화는 동혁이 이 일로 염동완과 충돌해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됐다. 평소 동혁의 성격을 보건대, 말이라도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바로 주먹이 날아갈게 분명했다. [세화야, 그 바보는 늘 잘난 체하며 제멋대로 굴잖아. 그냥 그 바보가 죽든 말든 간에 내버려 둬. 이번 기회에 염동완에게 혼나면 자기 분수를 잘 알게 되겠지. 그래야 앞으로 다시 제멋대로 굴지 앉지.] 천미는 무심히 말했다. 천미는 동혁에게 그 어떤 호감도 없었다. ‘이동혁, 그 바보는 너무 잘난 체하고, 충동적으로 화를 잘 내.’ ‘이번 진성그룹 위기도 그 바보가 노광훈 등 몇 명을 때려서 생긴 거잖아.’ ‘이번에 세화를
“아휴, 난 또 매형이 엄청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았나 봐.” 천화는 동혁에게 실망하며 자리를 떠났다. 세화는 천화의 이런 모습을 보고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세화는 동혁을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혁 씨가 도박장에 도착하기 전에 천미 언니가 염동완과 이야기를 잘해야 할 텐데.’ 한편 동혁은 라원문 부부를 따라 한 썬호텔 밖에 도착했다. “염동완이 여기로 와서 썬호텔 지배인을 찾으라고 했어.” 라원문은 앞에 있는 썬호텔을 가리키며 옆에 있는 동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봐,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 정말 내 아들을 구할 수 있어?” “말을 그런 식으로 계속 지저분하게 하면, 네 아들은 저 안에서 죽게 그냥 둘 수도 있어.” 동혁도 라원문을 차갑게 힐끗 보았다. 라원문 부부는 갑자기 크게 화를 냈다. 라세영 가족은 세화 가족을 돈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았고, 세화 가족 앞에서 늘 거드름을 피우며 거만하게 부려먹는 일이 익숙했다. 그래서 라원문 부부는 데릴사위인 동혁이 더더욱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방금 하늘 거울 저택에서 동혁이 보여준 무서운 기세를 떠올리며 라원문 부부는 불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뭘 꾸물거려, 빨리 들어가! 어차피 지금 내 아들을 대신해 네 손가락을 자르게 하든지, 아니면 순순히 4억 원을 내든지 해야 해. 어떻게 하든 세영이를 무사히 데려와. 만일 머리카락이 하나라도 다치면 우린 네 가족이랑 끝까지 가는 거야!” 동혁은 이 무례한 라원문 부부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때, 차 두 대가 와서 호텔 앞에 멈췄다. 박용구가 부하 몇 명을 거느리고 차에서 내려 동혁에게 다가가 공손히 물었다. “형님,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세요?” 라원문 부부는 박용구의 신분을 모르지만, 박용구의 험상궂은 모습을 보면서, 그냥 평범한 사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진씨 가문의 이 쓸모없는 사위에게 저런 사람이 공손하게 행동한다고?’ “여기 불법 도박장 정
“이동혁, 난 또 네가 데려온 사람이 혹시 좀 대단한 사람인가 했는데, 역시 쓸모없는 인간이었어!” “흉악한 척하면서 우리 같은 일반 사람에게 겁을 주더니, 염동완 같이 자기보다 독한 사람을 만나니 아무것도 못하겠던?” 박용구의 말을 들은 라원문 부부는 즉각 신랄한 어조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라원문 부부는 박용구 때문에 놀랐었다. 박용구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들어간 지 몇 분도 채 안 돼, 이렇게 의기소침하게 쫓겨날 줄은 몰랐다. 박용구는 라원문 부부의 말을 듣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또 뺨을 때렸다. ‘내 체면은 어떻든 상관없지만, 형님까지 나 때문에 체면을 구기게 하다니.’ ‘형님께 큰 잘못을 했어!’ 박용구는 무릎을 꿇고 결연하게 말했다. “형님, 제가 바로 부하들을 불러서 오늘 반드시 그 염동완이라는 놈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닥쳐라, 허풍 좀 그만 떨어!” 서수현은 박용구를 노려보다가 다시 동혁을 바라보았다. “빨리 세화에게 4억 원을 가지고 와서 세영이를 구하라고 해. 세영이에게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으면, 나는 네 놈의 식구들과 아주 끝장을 볼 거야!” “맞아, 그깟 차 하나 부서지면 어때서. 하지만 세영이에게 일이 생기면 안 되지. 빨리 네 아내에게 전화해!” 라원문도 와서 동혁을 재촉했다. “꺼져!” 동혁이 차갑게 소리쳤다. 라원문 부부는 놀라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동혁은 라원문 부부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썬호텔로 들어갔다. 세화가 아우디 A4를 얼마나 아끼는지 동혁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낮에 라세영이 차를 빼앗아 갔을 때, 세화가 오후 내내 얼마나 화를 냈는데.’ ‘만약 세화가 아끼는 자신의 차가 완전히 폐차로 변한 것을 안다면, 지금 그대로 가져가도 소용없을 것이고, 분명 더 슬퍼하기만 할 거야.’동혁은 직접 염동완을 찾아가서 이 빚을 청산하려 했다. “야, 세화한테 전화해서 돈 가져오라는데
‘심천미?’ 도박꾼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누군가 외쳤다. “강오그룹의 심천미? 그 장해조 회장의 수양딸 맞지?” 뭐! 도박장이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강오그룹, 장해조 회장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 예전에 H시 암흑가 황제였잖아.” “옛 조직이 강오그룹으로 바뀌었고, 강오그룹은 지금 H시의 거대 그룹이잖아.” “그래 맞아요, 그래서 다들 천미 누님이라고 부르던데요?” 현운태는 비웃으며 말했다. “이 계집애가 아주 주제넘게 굴더라고. 자신이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나 된 듯, 전화 한 통으로 우리 사장님께 차를 돌려주라고 하다니. 게다가 그 박용구라는 놈까지 와서 쌍으로 우리 사장님께 무례하게 구니, 할 수없이 이 차를 부순 거야.” 도박장 안이 다시 떠들썩했다. ‘이곳 염 사장은 박용구와 강오그룹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니, 정말 대단한데!’ 많은 사람들은 염동완의 출신배경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염동완의 행동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염동완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염동완은 자신을 경외심 있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지만, 표정에는 오히려 당연한 듯 변화가 없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염 사장님은 이 도박장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 여기서 놀면 경찰이든 암흑가 두목이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테니 안심해.” “염 사장님의 이름만 있으면 걱정 안 해도 돼, 이곳에서는 안심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염 사장님은 강오그룹조차도 별신경 안 쓰는데, H시에서 누가 감히 이곳에 와서 귀찮게 하겠어? 여러분은 그냥 마음껏 놀면 그만이야.” 도박꾼들은 완전히 안심하고 도박을 계속했다. 염동완은 도박장 중앙에 폐차된 아우디 A4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운태야, 빨리 끌고 가서 버려!” “예!” 현운태는 재빨리 사람을 시켜 차를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 바로 이때 동혁이 도박장에 들어섰다. 동혁은 카지노 중앙의 엉망으로 부서진 아우디 A4를 보자마자 눈에 분
“저 젊은이 대단한데? 여기 도박장 최고수 현운태가 저렇게 상대가 안 돼서 그냥 얻어맞다니.” “그러게 저 현운태도 보통이 아닌데. 지난번에 내가 직접 봤는데 무술을 전공한 젊은이들 몇 명이 와서 시비를 걸다가, 결국 현운태 한 사람에게 그냥 죽어나가더라고!” “허허, 아무리 주먹이 강해도 무슨 소용이야? 방금 염 사장이 저 스무 명이 넘는 부하에게 저 젊은이를 죽이라고 한 것을 듣지 않았어? 게다가 손에는 흉기들도 들고 있잖아. 혼자서 저 많은 인원을 어떻게 당해내겠어? 저 젊은이는 이제 죽었어!” 도박꾼들이 동혁을 주시하며 의견이 분분할 때였다. 20여 명의 싸움꾼들이 이미 잇달아 흉기를 꺼내고 동혁을 죽이려고 앞을 다투어 걸어갔다. ‘염 사장은 평소에도 손이 컸으니.’ ‘오늘 운태 형님이 저 놈 손에 넘어간 이상, 우리 중 누가 저 놈을 제압한다면 보너스가 적지 않을 거야.’ 돈이면 목숨까지도 걸고 움직이는 이 싸움꾼들의 눈에는 동혁이 바로 걸어 다니는 돈이었다. 맨 앞에 있는 한동석은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로, 손에 10킬로그램의 무거운 쇠칼을 쥐고는 바람이 일정도로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한동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동혁의 목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눈빛이 마치 바늘처럼 날카로웠다. 휙! 쇠칼을 휘둘러 동혁의 목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겁 많은 도박꾼들은 이미 놀라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동혁의 목이 잘려 피를 흘리는 끔찍한 장면을 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죽고 싶구나!” 동혁은 차갑게 웃으며 몸을 약간 기울였고, 자신의 목을 치려는 칼을 피하는 동시에 발끝을 갑자기 들어 올려 한동석의 다리뼈를 차 부러뜨렸다. “아!” 한동석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무릎을 꿇자 동혁은 이미 한동석의 손에 있는 쇠칼을 손으로 빼앗았다. 쓱! 쇠칼은 동혁에 의해 사정없이 휘둘러졌고, 한동석의 한쪽 팔이 피를 흘리며 날아갔다. 한동석의 입에서 다시 돼지 잡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혁은 시끄러운 듯 발로 한동석을 차서 그 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
경병수는 마침내 주다정이 요 며칠 동안 온갖 방송국 자원을 동원해서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대상이 동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경병수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동혁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냉혹한 말투로 경병수에게 말했다.“경 국장,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해고하는 건 못 봤어. 오히려 당신이 가지고 놀다가 질린 음탕한 여자를 나한테 꽂아 넣으려고 한 걸 봤는데.”“경 국장, 당신은 나 이동혁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털썩-경병수는 눈빛마저 초점을 잃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이제는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동혁이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임을 드러낸 것이다.더 중요한 건 경병수가 반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건 바로 경병수가 생각한 방법이었기에.동혁은 경병수를 더 이상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임창호에게 말했다.“방송국 위아래 모두 대청소를 해야겠군요.”“시 방송국의 바로 H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인데, 오히려 온갖 오물과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네!”임창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병수의 접견을 자신이 주선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자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이제는 자신이 시장에게 점수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반드시 만회해야 해!’임창호는 곧바로 사정 파트의 직원들을 호출했다.“경병수와 주다정은 모두 즉시 파면 처분했다고 공고하도록 해. 그리고 내가 직접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임창호의 말은 경병수와 주다정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완전히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주다정은 자신이 어떻게 시청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줄곧 멍한 표정이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주다정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다정아,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동혁의 이런 비난에 경병수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주다정 저 멍청한 X이 자기만 망친 게 아니라 나까지도 망쳤어.‘시장님의 말은 우리 방송국 전체에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낸 게 분명해.’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경병수는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시, 시장님... 저 주다정이 갑자기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직원들은 모두 시장님을 존경하고 있고, 불경한 의도를 품은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경병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주다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이 멍청한 X이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경병수는 갑자기 주다정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발로 계속 거세게 걷어찼다. 퍽! 퍽! “아악! 아파요. 양아버지 제발! 제발 그만 때리세요!!”주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누가 네 양아버지야!”주다정의 입에서 양아버지란 말이 나오자, 경병수는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재빨리 달려들어 주다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짝! 짝! 짝!“악! 제발 그만!” “나는 너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한 번만 더 주둥이를 놀리면 때려 죽여버리겠어!”경병수는 이번에 정말 필사적이었기에 온 힘을 다해 주다정을 때렸기에, 주다정은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경병수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동혁과 주다정 사잉에 원한이 쌓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주다정은 이미 시장님의 마음 속에서 끝났어.’‘지금 만약 주다정이 내 수양딸이라는 게 들통나면 이동혁이 나를 그냥 두겠어?’주다정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때리던 경병수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때리던 걸 멈췄다.지금 주다정은 갯벌의 진흙처럼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마치 숨이 간들간들한 강아지마냥 입으로는 연신 끙끙 신음소리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