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미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흥얼거렸다. 주차하는 직원에게 차 열쇠를 던져주고 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동혁은 천미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따라갔다. 1층 로비로 들어가 왼편에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조용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천미는 메뉴판을 집어 들고 주문했다. 2천만 원 이상의 고급 레드와인이 먼저 도착했고, 북유럽에서 공수해 온 캐비어 두 접시와 다른 여러 음식도 주문했다. 딱 봐도 4천만 원은 넘게 주문한 것 같았다. “이 정도로 하지.” 천미는 메뉴판을 덮으며 동혁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았다. “왜, 너무 비싸서 놀랐어?” 천미는 동혁이 고급 와인과 캐비어의 가격을 알고서 놀랐다고 생각했다. 천미는 마음속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천미 씨, 너무 저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 아니에요? 그까짓 것 가지고 제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 동혁이 불만인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그는 말하면서 메뉴판을 다시 펼쳐보았다. “그 무슨 캐비어인가 하는 음식 몇 접시 더 주세요, 그리고 이거, 이거, 이거 두 개 다…….” 동혁은 이런 양식이 사람들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정교해 보이지만 양은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처럼 전쟁터에서 생활했던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적은 음식으로 분위기를 낸다는 것은 동혁에게 다 헛소리일 뿐이었다. ‘밥 먹는 목적은 오직 하나, 배불리 먹는 것.’ ‘배불리 먹어야 힘이 나서 전쟁을 하지!’ 동혁은 이 요리가 얼마인지는 상관하지 않고 사진에 양이 많아 보이는 요리들과 몇 천만 원의 고급 와인을 더 주문했다. ‘방금 4천만 원의 주문이 단숨에 거의 2억이 되었어.’ 천미는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다음에는 속으로 동혁을 비웃었다. 천미는 동혁이 자기 앞에서 부자 행세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이 바보는 이 술과 요리가 얼마인지도 모르겠지?’ ‘이 촌뜨기, 이따가 계산할 때, 울지나 마라!’ 곧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먹기 시작했다. “동혁아, 정말 세화와
동혁은 자신의 호텔에서 밥을 먹는데 쫓겨날 줄은 몰랐다. “밥 먹고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제가 왜 나가야 되죠?” 동혁은 여전히 자리에 조용히 앉아 대답했다. 심지어 고개도 들지 않았다. “흥, 당신이 진짜 밥을 먹는지 가짜 밥을 먹는지 상관없어요!” 박동철은 동혁을 죽일 듯 노려보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전문 보안 회사 출신으로 평소 스타의 안전을 보호하는 임무를 많이 맡았다. 특히 김전이나 소진용 같은 최고의 인기 스타들은 사람들의 더 많은 환영을 받았다. 일부 사생팬은 자신의 스타의 비행기 스케줄, 호텔 투숙 정보 등을 미리 입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비행기 표를 사거나 호텔을 예약했는데,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와 가까이 있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스타들의 정상적인 일상생활까지 방해했다. 이런 열광적인 팬이 있다면, 당연히 스타를 싫어하는 극단적인 안티팬도 있어서 스타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 혼자 양식을 먹는 동혁이 일순간 경호원의 핵심 의심 대상이 되었다. “이해가 안 돼? 당장 나가라고! 곧 톱스타가 이 호텔에 투숙해야 해서 자리를 비워야 해.” 동혁이 여전히 가만히 앉아 있지 않자, 박동철은 약간 화가 났고 말도 무례하게 하기 시작했다. 동혁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 “지금 제가 여기서 밥 먹는다고, 그 톱스타에게 무슨 일이 생깁니까? 톱스타에게는 무슨 특별한 대우를 받을 권리라도 있나? 호텔에 묵는다고 다른 손님을 내쫓게?” 방금 유진태가 동혁을 위해 레스토랑의 손님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동혁은 거절했었다. 호텔 주인인 동혁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톱스타가 무슨!’ “톱스타는 바로 그런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 오늘 그 두 톱스타는, 각각 수천만 명의 팬이 있지. 한번 활동을 하면, 당신이 10년 동안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그러니 특별한 대우를 누려야 되는 거 아니겠어?” 박동철이 콧방귀를 뀌었다. 박동철은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동혁
“당신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없는 건 아닙니다.” 동혁은 박동철의 말에 웃을 가치도 없었다. 특수부대는 정규부대보다 보안 수준이 높아 내부 문건에서도 숫자 번호로만 불린다. 이 사람들이 백야특수부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은 너무 정상적인 일이었다. 바로 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 들어왔다. 그 선두에는 마른 체구에 안경을 쓴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매우 엄격해 보였고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몇 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망설이지 않고 즉시 꾸짖기 시작했다. “왜? 왜 여기는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죠? 밖에 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들이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양 매니저님, 이 사람이 자꾸 나가길 거부하고, 특수부대를 보내 우리 호텔을 봉쇄하겠다고 합니다.” 박동철은 얼른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그러면서 화살을 동혁에게 돌리며 자신과 상관없다고 말했다. 경호원들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들의 체구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되는 이 여자에게 쩔쩔맸다. 그 모습이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여자의 이름은 양지선이고 베테랑 매니저이다. 수완이 뛰어나고 인맥이 두터워 많은 톱스타들을 만들었다. 지금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최고의 톱스타 김전은 그녀가 만든 스타 중 하나였다. 이런 엔터업계의 거물들은, 심지어 보안 회사의 사장도 받들고 대우하는데, 하물며 이런 일반 경호원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양지선은 동혁을 흘끗 쳐다보고는 그를 무시했다. 과거에는 자신들의 활동 범위가 주로 대도시였다. 이번에 건축자재협회에서 큰돈을 쓰지 않았다면, 그들은 H시 같은 작은 곳에 와서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양지선은 H시 같은 작은 곳에 이렇게 큰 힘을 가진 인물이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너희들이 지금 생각이 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다 믿고?” 양지선은 경호원들을 째려보고는 동혁에게
동혁은 자신이 호텔 사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양지선이 이렇게 계속 건방질 줄은 몰랐다. 동혁은 호텔의 사장으로서 누구를 투숙객으로 받을지 말지 결정할 권리가 있었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지금, 이 여자의 말투는 뭐지?’ ‘두 톱스타가 우리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나에게 영광이라고?’ ‘그게 무슨 헛소리지?’ 이때 유진태가 작은 소리로 이동혁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 톱스타들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만약 그들이 저희 호텔에 대해 안 좋은 발언을 한다면 호텔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영향력이 그렇게 커요?” 동혁이 비웃었다. ‘대체 영향력이 크면 얼마나 크다고?’ 양지선은 동혁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갑자기 크게 화를 냈다. 바로 그때, 밖에 스타를 태운 두 대의 승합차가 곧장 호텔 입구 쪽으로 들어왔다. 두 톱스타는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에서 내려 팬들의 장벽을 간신히 뚫고 호텔로 들어섰다. 양지선은 그들이 도착한 것을 알고 불렀다. “누나, 무슨 일이에요?” 김전과 소진용이 다가왔다. 동혁은 이 두 스타를 몇 번을 훑어보았다. 확실히 좋은 가죽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화려하게 화장을 했다. 양지선은 차갑게 동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김전, 이 호텔의 사장님이 감히 우리를 쫓아낸단다! 내가 즉시 사과하라고 했어. 그리고 당장 호텔을 모두 비우고 우리 팀만 사용하게 하라고.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네가 즉시 인스타에 올려라!” 김전이라는 톱스타는 그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양지선은 자기 연예인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평소에도 마음대로 인스타를 올리면 수십만 건의 댓글과 수백만 건의 ‘좋아요’가 올라온다.방귀라도 귀는 것처럼 사소한 일도 그의 팬들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게 할 수 있었다.김전이 입고 있는 옷과 신고 있는 신발, 사용하는 휴대폰은 팬들의 폭발적인 구매로 이어진다.김전이 머물렀던 호텔은 팬들이 투숙을
동혁의 말을 듣고 설전룡은 깜짝 놀랐다. ‘말투 보니까 형님이 지금 화가 많이 나셨는데!’ 설전룡은 재빨리 대답했다. [형님, 동성이 방금 저에게 보고했는데, 이미 근처에 있답니다. 난정호텔 주변을 살피며 행동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왜냐하면 형님의 안전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내 안전은 동성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 그저 난정호텔을 봉쇄하라고! 딱 1분만 시간을 주겠어!” 동혁은 화가 나있어서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동혁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아무리 백야특수부대가 와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풋! 양지선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장난을 치는 거야? 설마 네가 정말 군대의 무슨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말 한마디로 부대를 이동시키다니!” 김전과 소진용도 덩달아 웃었다. 그들은 이미 동혁이 부대를 동원하여 호텔을 봉쇄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듣고, 이 사람이 정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호텔 밖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호텔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팬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무장 헬리콥터 십여 대가 날아왔다. 프로펠러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고, 이 헬기들은 난정호텔 상공까지 와서 갑자기 멈추어 섰다. 완전무장과 장비를 갖춘 특전사들이 하나둘씩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난정호텔과 주변 고층 건물 옥상으로 직접 하강하여 각 고지대를 신속하게 통제하고 확보했다. 난정호텔로 내려간 특전사들은 건물 옥상을 통제한 뒤 아래층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각 층을 통제하면서 숨겨진 위험을 조사하고, 안전을 확인했다. 그리고 일부 특전사들은 난정호텔 외곽으로 직접 내려가 각 호텔의 입구를 통제했다. 밖에서 팬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무장 헬리콥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그래서 레스토랑의 양지선과 김전 등은
이 특전사들은 톱스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다만 그들의 임무는 난정호텔을 봉쇄하고 동혁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보고합니다 대장님, 난정 호텔 내부 통제에 성공했습니다. VIP의 안전을 확보했습니다!”중대장이 귀에 걸린 무전 헤드셋을 눌러 고동성에게 보고했다.그는 이미 동혁을 보았고, 저 사람이 바로 그 VIP임을 알고 있었다.“좋아, 그럼 난 곧 VIP를 뵈러 가겠다.”맞은편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VIP? 누가 VIP인데? 호텔에 VIP가 더 있었어?”양지선과 김전 등은 이미 놀라서 멍하니 서있었다.곧, 군복을 입은 남자가 문 앞에 나타나더니 황급히 들어왔다.이 남자를 보고 양지선 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대령!’‘대령이라니!’‘이런 급의 거물은 우린 만날 수 조차 없어.’그리고 곧 그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호텔의 그 VIP는 대체 어떤 거물이지?’더 중요한 것은 양지선 등은 아직도 그 VIP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그들은 즉시 사과하고 VIP의 용서를 빌고 싶어도 그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바로 그때, 그 대령 고동성이 갑자기 동혁 앞으로 다가왔다.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정식으로 경례를 했다.“교관님께 보고합니다. H시 군부 백야특수부대 대장 고동성, 명령을 받고 출동해 신고합니다!”쓱!주위의 모든 백야특전사들은 모두 동혁에게 경례를 하며 존경을 표했다.그들은 동혁의 정체를 모른다.그러나 대장 고동성의 한마디만으로 동혁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하기에 충분했다.고동성은 H시 군부 전체가 인정하는 기밀 작전의 최고이기 때문이다.이 VIP가 바로 기밀 작전의 최고인 고동성을 가르쳤던 교관이라니, 얼마나 대단한가.콰광! 양지선 등은 머릿속에 벼락을 맞은 듯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혁을 쳐다보았다. 이미 통제된 경호원들 모두도 어리둥절해했다. ‘이런!’ ‘모두의 안중에도 없었던 이 젊은이가?’ ‘난정호텔 사장님뿐 아니라, 직급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VIP라고?’ 김전과 소진용이라는
동혁의 말을 듣고 양지선 등은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방금 전에 동혁에게 사과하게 하고 호텔을 파산시키겠다고 큰소리쳤었다. ‘우린 정말 죽었다!’ “이, 사장님, 이렇게 신분이 높으신 분에게 저희가 어찌 감히 사과를 드려야 할지…….” 양지선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분이 높다고?” 동혁은 표정을 가라앉히고 비꼬았다. “오늘 만약 내가 신분이 높지 않다면, 당신들이 내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들에게 사과해야 하고, 그리고 인스타에 글을 올려 나의 호텔을 파산시키겠군!” 김전과 소진용 두 사람은 놀라 기절할 뻔했다. 동혁이 한 말은 그들이 방금 동혁을 위협할 때 한 말이다. ‘사장님이 모두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 양지선 등은 마음속 가득한 걱정과 긴장감을 느꼈다 ‘오늘 사장님의 미움을 제대로 샀으니 이번엔 어찌할 방법이 없어!’ 양지선은 다시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사장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장님을 쫓아내지 말았어야 했고, 협박하지도 말았어야 했습니다…….” 양지선은 말을 하며 주위의 그 특전사들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시커먼 총구가 그들을 가리키고 있었고, 손가락은 방아쇠에 놓여 있었다. 양지선은 동혁이 명령을 내리면 그 특전사들이 주저하지 않고 바로 발포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인물 앞에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아무런 변명도 못하고 사과만 늘어놓았다. “그럼 호텔의 다른 손님들을 쫓아내고, 호텔 전체를 봉쇄하고,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게 할 수 있다. 신분이 높으면 이런 특권이 있는 겁니까?” 동혁은 계속 말했다. “누가 당신들에게 이런 특권을 주었습니까?” “어흑, 사장님, 다시는…….” 김전과 소진용이라는 평소 최고의 스타는 지금 너무 놀라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닥쳐!” 동혁은 그들의 우는 소리에 짜증이 나서 또 고함을 질렀다. 두 사람은 서둘러 입을 막았고, 다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다행히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당신들
백야특수부대의 특전사들이 서둘러 이동했다. 곧 난정호텔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밖에 서서 보고 있던 팬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백야특수부대가 호텔을 봉쇄한 뒤 자신들의 스타가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무슨 일이지? 우리 오빠가 무슨 일 저지른 거 아니겠지? 흑흑!” “우리 오빠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착한데 어떻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이 병사들이 지켜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 한동안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했다. 호텔 안의 유진태와 직원들도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유진태와 직원들은 자신들의 사장이 군부의 높은 신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전화 한 통으로 백야특수부대를 소환하다니.’ ‘정말 대단해!’ 호텔 직원들은 모두 자신들의 사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유진태는 공손히 물었다. “사장님, 나중에 그 스타들을 저희 호텔에 투숙하게 하시겠습니까?” 방금 그 스타들이 동혁의 미움을 샀다. 유진태는 동혁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여 또 다른 실수를 피해야 했다. 동혁은 말했다. “그들이 투숙하겠다고 하면 그러라 하겠지만,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평등하게 하고 그 이상의 다른 대우는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보안조치는 있어야 하지만 이전처럼 엉뚱하게 상식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동혁은 호텔 밖을 한참 동안 떠나지 않으려는 열광적인 팬들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통 이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어.’ 전쟁터에 희생된 전사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다면 동혁은 오히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톱스타 몇 명이 뭐라고.’ “할 일 계속하세요. 저는 마저 밥을 먹어야 하니. 참, 아까 그 테이블 손님들을 다시 모셔와서 사과하고, 식사는 무료로 하세요.”동혁은 유진태 등을 내보내고 앉아서 계속 음식을 먹었다. ‘이렇게 많이 시켰는데 낭비하면 안 되지.’ 방금 쫓겨난 손님들도 난정호텔 직원들이 다시 모셔왔고, 계속 사과했다. 그들도 방금 일은 호텔과 무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