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손 대신이 죽지 않을까?”“그럴 리가 있겠어? 설마 진루안이 감히 공공연히 대신을 죽이다니? 게다가 손태경은 손하림의 아들이기도 해.”“가능성이 있어. 당초에 차홍양도 진루안에게 총에 맞아 죽었어. 이 일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어. 최고 수준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모르겠어?”“어? 그럼 진루안이 진짜 손태경을 죽이려는 거야?”“누가 알겠어. 그러나 이번 보도의 내용은 확실히 지나쳤어. 손태경은 그 자매체들이 망언을 퍼붓는 것을 방치했지. 아마도 이미 우리 이 진루안의 마지노선을 건드렸을 거야.”이 대신들은 모두 서로 낮은 소리로 속삭이고 있지만, 표정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비록 진루안이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데는 그들도 한 몫을 했지만, 이로 인해 분노하지 않았고 진루안을 적대시하지도 않았다.아주 간단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진루안은 어떤 인물인가? 설사 손태경이라 하더라도 진루안이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들 같은 5, 6급의 작은 대신들은 진루안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이 사람들의 속삭임에 대해서 진루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손태경의 사무실로 달려갔다.그의 발걸음은 매우 침착했고 분노로 인해 머리가 혼미해지지 않았다.그러나 그럴수록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보고 더욱 긴장하고 두려워졌다.‘진루안이 냉정하기 때문에 더욱 무서워.’많은 사람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진루안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은 이 일을 진루안이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인지 정말 알고 싶었다.‘정말 사람을 죽일까?’손태경은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진루안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쌍방은 바로 지금 만났다.“너…….”눈을 크게 뜬 손태경은 살기등등한 진루안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갑자기 가슴이 떨리면서 영문도 모르게 공포감이 밀려왔다.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면서 심지어 이미 도망칠 준비까지 했다.그런데 진루안이 어떻게 도망가게 할 수 있을까? 그가 여기에 온 것은 바로
“꺼져!”세 대를 때린 후 진루안은 손태경을 내팽개쳤고, 더욱 기세를 몰아 그의 배를 발로 찼다. 손태경은 복도에서 4,5바퀴나 구른 뒤에 바닥에 떨어졌다.많은 사람들이 멀리서 보면서,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 손태경은 맞아서 피범벅이 되었고 모습조차 모호해졌다. 게다가 이 낭패한 모습에 어디 조금 전의 모습이 있겠는가?더욱 무서운 것은 손태경이 지금 꼼짝도 하지 않고 복도에 누워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의 배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가 이미 진루안에게 맞아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놀라서 이렇게 무서운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예전부터 지금까지 누가 감히 이렇게 3급대신을 폭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진루안은 이렇게 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세게 했다.진루안의 이런 분노는 모든 대신들의 마음속에 아주 깊은 그늘을 남겼다.무릇 진루안이 경도에 돌아오면 모두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이 순간도 예외는 아니다.복도 전체에서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고, 이 살신을 화나게 만들어서 손태경처럼 비참하게 폭행당하지 않도록 호흡조차도 가능한 한 조심해서 했다.그들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루안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손태경 혼자만으로는 그렇게 큰 여론의 풍파를 일으킬 수 없어. 이렇게 큰 파도를 일으키려면 필연적으로 많은 조수가 필요해.’‘그리고 그 조력자들도 필연적으로 여기에 숨어 있을 거야.’순식간에 몸을 돌린 진루안은 뒤쪽 복도 입구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었다.진루안이 그들을 주시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가슴이 떨려서 이 건물을 떠나려 했다.그러나 그들의 계단 뒤에 어느새 한 사람이 나타났다. 30대에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은 남자로, 당연히 진도구였다.진도구가 뒤를 막자 누구도 도망갈 수 없었다.“말해!”“너희들 중에 누가 이 일에 참여했어? 누가 간신을 도와서 악을 저지르면서 손태경을 돕고 있어?”진루안은 앞에 있는 수십 명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포학한 살기를 띠고
“저 진루안은 정말 미쳤어.”“이렇게 무서운 비명을 지르는데, 설마 이 녀석이 사람을 죽였단 말이야?”“그럴 순 없겠지? 그가 날뛰고 있어도 정사당에서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겠지? 그것도 대신을 죽이는 거잖아.”홍보 부서의 빌딩에서 가장 가까운 한 사무청사에는, 많은 대신들이 괴상한 기색을 한 채 창문가에 엎드려서, 맞은편 층을 바라보며 서로 의논하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이 진루안이 도대체 손태경의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많은 대신들은 진루안이 정말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결국 진루안은 이런 일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다.진루안의 발호는 결코 비밀이 아니다. 비록 맞은편이 손씨 가문 사람이고 손하림의 큰아들이라도, 죽여야 한다면 진루안은 결코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소리가 없어?”“설마 진짜 사람을 죽인 거야? 설마?”이때, 많은 대신들은 더 이상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맞은편 건물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가보고 싶었지만, 진루안이 지금 격노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홍보 부서가 있는 건물 입구에 두 사람이 나타났는데, 바로 진루안과 진도구다.진루안과 진도구는 건물을 나온 뒤 정사당 재상들의 청사로 곧장 향했다.그들은 그제서야 이 진루안이 손태경을 찾아 계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하림을 찾아 계산하려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경도에 돌아오자마자 한 재상을 찾아가야 하는 진루안의 번거로움을 생각하고, 그들의 표정은 모두 좀 이상했지만, 아무도 감히 무슨 말을 하지 못했다. 정말 그들은 진루안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지껄이지 못한 것이다.특히 그들은 이런 지위와 지경에 이르렀을 때, 더욱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궐주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모두들 각자 일이나 하고 보지 마.”누군가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이 건물 안의 대
진루안은 진도구가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묻는 것을 듣자, 바로 그를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너는 내 지위가 너무나 확고하다고 생각하지?”“여기는 조정이지 강호가 아니야. 정말 모든 사람을 죽이려 한다면, 이 나라는 혼란해질 거야. 알겠어?”“강호에 있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생사를 따지지 않아도 되지만, 조정을 상대하면 훨씬 신중해야 해.”“궐주인 나도 무적이 아니야. 내가 정말 일을 잘못하면, 벌을 받을 수도 있어. 나는 권위에 연연하지 않아. 나는 단지 내가 알지 못해서 많은 정의로운 일을 할 수 없을까 걱정이 돼.” “게다가 그 사람들은 단지 흉악범을 도왔을 뿐이고, 진정한 주범은 손하림이야.”“내가 만약 그 사람들만 건드리고 손하림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들은 내가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함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루안이 진도구에게 한차례 설명해 주자, 진도구는 진루안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그의 마음속에 있던 그 일말의 불쾌함도 깨끗하게 사라졌다.그는 소주가 당연히 자신의 생각과 주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너무 많이 알 필요가 없이, 단지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두 사람은 여전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재상들의 정사당 청사로 들어갔다. 이곳은 모든 사무 청사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빌딩으로, 높이가 20여 층에 달한다.진루안이 들어오는 순간, 이미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안의 모든 사람들은 진루안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정사당에는 13명의 재상이 있고, 재상마다 1층의 사무청사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바로 이 층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다.1층과 2층의 각종 회의실을 제외하고 3층부터 재상의 사무실로, 3층부터 15층까지 모든 재상의 사무실이 있다.16층부터 꼭대기 20층까지는 자료 문서를 보관하는 곳과 도서관, 그리고 대신들의 휴식과 오락을 제공하는 곳이다.“진루안이 왔어?”5층의 한 사무실에 있던 재상 전계상은, 자신의 비서의 보고를 듣고
그러나 그들은 비록 이런 것을 듣지 못하지만, 소문은 항상 구석구석에 나타날 수 있다.진루안과 진도구가 엘리베이터 입구를 막 떠났을 때, 일부 대신들은 이미 각자의 경로를 통해 홍보 사무청사 안에서 발생한 일을 알게 되였다.일시에 그들이 진루안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진루안과 인사하는 사람도 없고, 감히 인사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도 자연히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어서, 직접 손하림의 사무실로 걸어갔다.이 빌딩의 복도는 매우 넓다. 새하얀 타일이 붙어 있는 복도의 벽은 심지어 사람의 그림자를 비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벽의 그림자 속에서 진루안의 온몸에 찬 기운이 넘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손하림의 사무실 문밖에는 이미 많은 대신들이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오늘 발생한 일을 알고 있었고, 진루안이 방금 홍보 부문의 청사에서 한 모든 행동을 알고 있었다.마찬가지로 손하림은 재상으로서 어떻게 이런 예민한 이목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진루안이 빌딩에 나타나기 전에, 이미 자신의 큰아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 말을 듣자마자, 손하림의 분노는 순식간에 온몸에 퍼졌다. 그는 어떻게 진루안이 도대체 얼마나 큰 담력을 갖고 있는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감히 홍보 책임자인 태경이를 폭행했어. 그리고 걔는 우리 손씨 가문의 소주이자 미래의 손씨 가문의 가주야.’‘더군다나 나 손하림의 큰아들인데, 이 진루안이 어떻게 감히 손을 쓸 수 있어?’‘그는 내 체면을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태경이에게 손을 댄 거야.’이렇게 생각한 손하림의 마음속에는 살기가 나타났다. 그가 진루안에게 이렇게 공포스러운 살기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전에 그는 진루안을 몹시 미워했지만 살심이 들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살기가 생긴 것이다.바로 이 순간, 그의 사무실 방문이 누군가에 의해 밀쳐졌다.사무실 문을 열어젖힌 사람은 바로 진루안이다.두 사람의 눈빛은 이 순간에 순식간에 부
“앉아!”눈길을 거둔 손하림은 진루안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책상 맞은편의 자리를 가리켰다.그의 태도는 아주 친절해서, 마치 진루안과 그가 적수나 원수가 아니라 오히려 막역한 친구를 사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진루안도 얼굴의 한기가 다 사라지고 미소를 드러냈고, 손하림의 이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차 마셔, 방금 우려낸 차야.” 손하림은 진루안의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놓인 차를 계속 가리켰다.진루안이 차를 즐겨 마신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라서, 손하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 늙은 여우가 진루안에게 차를 타 준 것은, 호의만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다만 그 깊은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진루안도 잠시 알지 못했기에, 손하림에 대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그는 늙은 여우이기에 진루안은 그를 얕보지 않았고, 더더욱 경시하지 않을 것이다.자비심이 많아 보이는 이 노인을 경시하는 사람은 비참하게 질 것이다.진루안의 스승인 백무소조차도 손하림의 사람됨이 함부로 빠지지 않고 숨기고서 참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이것은 백무소의 눈에 손하림이 모두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하물며 스승의 제자인 진루안이 어떻게 그를 얕볼 수 있겠는가?“젊은 사람들은 차를 많이 마셔야 해.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지. 젊은 사람들은 결국 화가 너무 크니, 차를 많이 마셔도 나쁠 것이 없어.”손하림은 빙그레 웃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말은 아주 마음대로 한 말처럼 보이지만, 젊고 성미가 팔팔한 진루안은 허파에 바람이 들기 쉬우니, 차를 마시고 조용히 가라앉혀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손하림의 이 말을 들은 진루안은 먼저 멍한 표정이었다가 후에 웃음기가 더욱 찬란해졌다.“손 대신은 복차를 좋아하세요?”진루안은 마음대로 물으면서 손하림을 바라보았다.“아주 좋아하지. 복차는 마음을 가라앉게 해줘. 늙으면 당연히 침착해야 해
미간을 찌푸린 진루안은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그럼 노인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노인이 화가 나게 되면, 순순히 말을 듣고 극약을 마셔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고, 목숨을 잃으면 좋지 않겠지요.”“젊은이가 큰소리를 치는데, 혓바닥을 놀리는 게 두렵지 않아?” 손하림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사코 진루안을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손 대신님, 방금 젊은이가 성미가 팔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성미가 팔팔하지 않아도 젊은이라고 할 수 있나요?” 진루안은 여전히 농담과 웃음으로 손하림을 바라보며 그의 이 말에 대답했다.두 사람은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공기 중에 은근히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고 분위기는 더욱 이상했다.다행히 여기에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뻔했다.두 사람의 온몸의 기운은 모두 아주 차갑다. 진루안의 기세가 등등한 상황에서, 방금 전의 그 빈말에 손하림은 마침내 화를 참지 못했다.아무리 심지가 깊다 해도 진루안 앞에서는 견디지 못한 것이다.손하림은 원래 무고한 노인으로 가장하려고 했지만, 지금 진루안의 몇 마디 말에 화가 나서 원래의 정체가 드러났다.손하림이 격노하는 모습을 본 진루안은 마침내 정상적인 미소를 지었다.그가 가장 두렵지 않는 것은 바로 손하림이 화를 내는 것이다. 손하림이 화를 내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벌이기가 어렵다.“손 대신님, 보아하니 사람이 늙었어도 여전히 화가 왕성한 것 같네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손 대신도 마찬가지로 성미가 팔팔한 것 같아요.”“하지만 괜찮아요, 이미 극약을 썼으니, 손 대신은 좋은 소식을 기다리면 돼요!”“손 대신의 차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손 대신에게 폐를 끼친 것은 다른 일이 없습니다. 단지 손 대신에게 불을 제거하려고 했을 뿐이예요.”웃으며 말한 진루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일어나서, 손하림을 심각하게 쳐다보고는 가려고 했다.“진루안!”진루안이 몸을 돌리자마자 뒤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노기충천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손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자 임페리얼의 궐주인 특급왕작장군 진루안은, 용국의 국경의 안녕을 지키는 변방군의 존엄을 지키면서 용국의 등뼈를 수호하였기에, 특별히 4왕에 이은 제5왕인 임페리얼 왕으로 봉한다.”국왕령을 발표하니 모두가 따르도록 하라!국왕 조의는 진지하고 굳은 안색으로 또박또박 말했고, 눈이 휘둥그레진 옆에 있던 비서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급히 국왕이 말한대로 쓴 다음 옥새를 찍었다.도장을 찍는 이 순간은 곧 진루안의 지위가 한층 더 올라서 임페리얼왕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용국의 4명의 왕은 북정왕 이광정, 서호왕 안무혁, 남패왕 조연강, 동청왕 백무소다.이제 4명의 왕과 이름을 함께 할 다섯 번째 왕인 임페리얼왕 진루안이 나온 것이다!비서는 일단 이 국왕의 명령이 공포되면, 반드시 천하를 진동시키고 조정을 크게 뒤흔들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일찍이 국왕 조의가 심사숙고한 결과였다. 다만 이번에 양국의 분쟁이 끝난 후에 자연스럽게 공포했을 뿐이다.‘이번 변방군 321부대의 뛰어난 활약을 했고 진루안은 더욱이 고평성의 변경 방어를 공고하게 한 공로가 있으니, 진루안을 왕으로 봉할 공로는 충분해.’이전에 진루안이 특급왕작장군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명목상의 신분일 뿐이며, 단지 진루안의 신분이 독특하고 1급장군보다 좀 더 높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그러나 이 국왕령이 수여되면, 임페리얼왕인 진루안의 지위는 완전히 굳어질 것이다.용국의 새로운 전신이든 임페리얼의 궐주든 모두 진정한 조정의 직위가 아니지만, 이 임페리얼왕은 실제적인 조정의 왕위인 것이다.“다 썼어? 그럼 가서 공포해.” 조의는 비서가 이미 다 쓴 국왕령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지금 진루안을 왕에 봉한다는 국왕의 칙령이 공포된 뒤에도, 손하림의 늙은 얼굴이 오전의 그때처럼 그렇게 도도한지 보고 싶었다.조의는 진루안은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진루안이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좋은 신분이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