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교는 밀려나고 싶지 않았지만, 진루안의 굳센 힘 아래 그는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진루안은 천천히 세 걸음 물러선 후, 진봉교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했다.“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몸을 돌린 진루안은 사랑채를 나와 진씨 가문 정원을 나섰다.“우리 가자!”진루안은 정원에 서 있던 임페리얼의 성원들을 향해 소리쳤다.진씨 가문에 남은 이 임페리얼의 성원들은 바로 진루안의 뒤를 따르면서, 울분에 찬 눈빛으로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이곳에서 궐주의 처지를 그들 모두는 똑똑히 보았다.그들은 궐주에 비애를 느끼고 안타까워하지만, 궐주가 말을 하지 않으니 그들은 더 말할 자격이 없었다.진봉교는 지금 마치 칼로 베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는 정원을 뛰쳐나와 진루안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루안아, 루안아!”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쓸쓸한 뒷모습뿐, 진루안의 대답은 없었다.차에 앉은 진루안은 모든 임페리얼 요원들을 따라 떠날 때까지, 진봉교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차는 천천히 진씨 가문의 산촌 마을을 떠났고 결국 보이지 않게 되었다.입을 벌린 채 문턱에 털썩 주저앉은 진봉교는 진루안이 떠나는 것을 멍청하게 바라보았다.그는 진루안이 이번에 떠난 것이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이번에 진루안이 떠난 뒤에는 다시 진씨 가문에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의 성격은 매우 고집이 세서 진봉교 그와 같았고, 진루안도 자신이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그래서 이 순간, 진봉교에게 남은 것은 손자와의 추억뿐, 더 이상 아무 것도 없었다.“가주님…….”진도구는 묵묵히 진봉교 앞에 서서 몸을 숙이고 할아버지를 말리려 했지만, 어떻게 말려야 좋을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는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의 문제가 바로 진씨 가문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진루안은 진씨 가문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고 진봉교에 대해서만 깊은 감정을 갖고 있어.’ ‘진봉교는 그의 할아버지이기 때문이야.’‘그러나
“궐주님, 어디로 가십니까?”책임자는 조심스럽게 차 뒤에 앉아 있는 진루안에게 물었다. 진루안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본 그는, 궐주의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진루안은 책임자의 물음을 듣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고, 점점 어두워지는 밤을 보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일단 기현에 가서 표범창룡을 찾는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책임자는 감히 많이 묻지 못하고 기사에게 차를 몰고 기현의 중심으로 가라고 했다.20분 후에 차들은 모두 기현 중심에 있는 카지노 앞에 와서 멈추었다.차에서 내린 진루안은 다시 뒤에서 돌아가서 2층으로 올라가 큰 철문을 두드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 철문이 열렸고 안에서 표창룡이 나왔다.표창룡은 진루안이 자신의 도박장에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그는 방금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도박장에 돌아온 지 30분도 안 되었는데, 진루안은 왜 또 왔을까?’물론 그는 감히 진루안을 막지 못하고 얼른 공간을 비켜 진루안을 들어오게 했다.“너희들은 밖에서 기다려라!”진루안은 몸을 돌려 책임자와 기타 임페리얼의 성원들을 보고 분부했다.이 말을 들은 책임자가 손을 흔들자 뒤에 있는 임페리얼 요원들은 바로 그 말에 따라서 일렬로 섰다.진루안은 철문을 닫고 도박장 안으로 들어갔다.바깥의 날이 이미 어두워졌기 때문에 도박장 안은 불이 켜졌지만 불빛은 결코 밝은 편은 아니다. 다만 도박장은 지금 손님이 없기 때문에 좀 넓어 보였다.“진 선생님, 여기에 어떻게 오셨습니까?” 표창룡은 얼굴에 의아함을 띠면서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은 표창룡을 향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당신이 나를 따랐으면 해!”진루안의 말은 전혀 완곡하게 표현하지 않고 아주 직접적이었다.그러나 이 말은 표창룡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는 다소 불가사의하게 진루안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 선생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당신을 따르라고요?”“그래, 당신은 이곳에
[여보세요, 진, 진 선생님?] 조하문은 다소 긴장해서 소리를 질렀고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왜 이렇게 긴장한 거야? 너 또 국경을 무단 침입했어?” 조하문의 목소리를 듣자, 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언짢은 말투로 물었다.조하문은 국경을 무단 침입했다는 말을 듣자, 바로 온몸을 떨었다. 3년 전의 그때, 죽음과 이렇게 가까웠던 사건에 대해 생각했다. 총알이 그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도망치는 것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지금 그는 이미 흙 속에 묻혀 있었을 것이다.[아니, 아닙니다. 저는 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진작부터 그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조하문은 진루안이 탓할까 봐 얼른 설명했다.“쓸데없는 소린 그만하고, 네 밑에 표창룡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나를 따르라고 할 거야. 너의 의견을 묻기 위해 전화했어.” 진루안도 조하문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목적을 깔끔하게 말했다.조하문의 의견을 묻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조하문에게 통지하는 것이었다. 결국 조하문은 그의 앞에서 거절할 권리나 자격이 없다.아니나 다를까, 진루안의 말을 듣고 조하문은 얼른 대답했다.[당신이 그가 마음에 드셨다면 그의 복이지요. 저는 의견이 없습니다, 진 선생님.]“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진루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조하문과 더 얘기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어때?”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진루안은 표창룡을 놀리듯이 바라보며 물었다.표창룡은 당연히 모든 것을 들었고, 자신의 보스가 분명히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도 들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지만, 어쨌든 아주 복잡해서 말이 없었다.그리고 멀리 금구시에 있던 조하문은, 가로등 아래에 서서 전화가 이미 끊어진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이때, 그의 부하들은 이미 모두 술집에서 나왔다. 젊은 양아치들이 요란하게 차려 입은 젊은 양아치들이나, 잘난 척하는 사람들 모두 팔 위에는 모두 푸른 꽃 문신이 있었다.대머리에 흉악하게 생긴 사나이도 몇 명 있었다.“보스
한참을 생각한 조하문은 전화를 걸어 똑똑히 물어보고 다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이때 진루안은 도박장의 도박판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표창룡을 바라보고 있었다.표창룡은 보스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를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실망스럽고 씁쓸했다. 진루안이 인정해 준 것에 대해서도, 과분한 총애를 받았지만 마음 한 편은 불안했고, 또한 진루안에게도 감격하는 마음이었다.“진 선생님, 저는…….”표창룡이 고개를 들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진루안은 핸드폰을 가리키며 그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표시했다.휴대폰의 표시를 본 표창룡은 기이한 눈빛으로 전화를 받았다.“보스, 저는 표창룡입니다.”당연히 조하문이 한 전화였고, 표장룡은 의아해하면서 여전히 보스라고 불렀다.[아니, 표범아, 앞으로 나를 보스라고 부르지 마. 하나 물을게, 진 선생님이 거기 계시니.]조하문은 조심스럽게 물었고, 호흡이 다소 가빠졌다.표창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 진 선생님은 제 도박장에 계십니다.”[그랬구나, 표범 네가 진 선생에게 내가 지금 기현에 가서 그를 만나겠다고 말해.]“필요 없어, 조하문. 내가 이따가 진구시에 갈 테니, 너는 진구시에서 기다리고 있어.”조하문의 말을 들은 진루안은 표창룡의 휴대전화를 받고 한마디 했다.그 말을 들은 조하문은 얼굴에 희색을 띠면서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네, 오세요. 곧 준비하겠습니다.]“응, 됐어, 끊어.” 진루안은 다시 휴대전화를 끊고 표장룡의 휴대전화를 도박판 위에 놓았다.지금 표창룡은 다소 경악했다. 왜냐하면 그는 여태까지 조하문에게 표범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스인 조하문은 그를 부를 때 고양이라고 하거나 바로 이름을 불렀다.그러나 이번에 조하문이 이렇게 정중하게 그를 표범이라고 불러서 그를 놀라게 한 것이다.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하문은 이미 그를 진루안의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는 것을
양아치들이 규칙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들 대다수도 규칙을 안다.진정으로 규칙을 모르고, 심지어 규칙을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조정의 그 대신들이다.도박장을 나와 2층 계단 입구에 선 진루안은, 여기에 나타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보았다.그는 바로 진도구다.지금의 진도구는 임페리얼의 성원옆에 서서 혼자 외롭게 있는것이 좀 불쌍하다.“소주님!” 진도구는 진루안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외쳤다.미간을 찌푸린 진루안은 손을 흔들어서 그의 말을 끊었다.“나를 소주라고 부르지 마, 나는 너희 진씨 가문의 소주가 아니야.”“제가 외친 것은 진씨 가문의 소주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손자입니다.” 진도구는 복잡한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진루안은 진도구가 왜 이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어서 의아하게 진도구를 보았다. “할아버지께서 저를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시고, 나중에 소주님을 따라가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가 어떤 뜻인지 아시겠지요.”진도구는 다소 우울한 말투였고, 진루안을 바라보는 눈빛도 복잡함을 담고 있었다.진루안이 또 어떻게 할아버지의 뜻을 이해할 수 없겠는가? ‘그의 이런 행동은 나에 대한 보상이야. 이를 통해 가족의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씨 가문과 타협해야 하는, 그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을 털어놓은 거야.’손자인 그에게도 불공평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진루안은 할아버지 진봉교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진씨 가문의 원한 때문에, 이미 일종의 집착에 빠져 있는 진봉교가 좀 멍청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진루안은 진봉교를 이해했다. ‘필경 친부모가 원수의 손에서 죽었고, 또한 이 모든 것을 직접 겪었어.’‘이런 할아버지가 어떻게 복수를 하지 않을 수 있겠어?’‘아마도 할아버지가 복수하려는 이유는 정말로 진씨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야. 죽은 부모를 위해서, 그 자신을 위해서 복수하려는 것이야.’진루안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죽으면, 자신도 미쳐버려서 복수에 집착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 모든 것을 알고
“간부들을 불러서 회의를 해야겠어.” 조하문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몰라서 간부들을 술집에 불러들여 회의를 열 수밖에 없었다.수하들은 얼른 조하문이 가장 신임하는 부하 4명을 찾기 위해서, 금구시 동서남북의 4 구역에 자리잡고 있는 쌍화홍곤 4명에게 갔다.쌍화홍곤은 보스의 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동대장을 의미하는데, HK시와 용국의 서남지역에서 쓰는 말이다.용국의 동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금강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예를 들면 동강시의 마영삼의 밑에 4대 금강이 있는데, 이는 4명의 쌍화홍곤과 같은 뜻이다.조하문은 식탁의 주위에 앉아 자신의 수하 쌍화홍곤 4명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4명이 잇달아 들어왔는데, 조하문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의아해했다.“보스, 왜 그러세요?”검은색 셔츠에 바지를 입은 중년의 대머리 사나이는, 조하문이 이런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늙은이, 우리가 진 선생을 접대 준비를 하느라 바빴는데, 결국 신 대신 아들을 대접해야 한다는 걸 잊어버렸어.”한숨을 쉰 조하문은 그를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조하문으로부터 4대 행동대장의 맏형으로 인정받으며, 늙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그도 그 말을 듣고는 멍해졌다. 그도 머리를 두드리며 괴로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다른 세 사람도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그들도 모두 진루안만 생각하고 신 대신 아들을 소홀히 했다.“보스, 신 대신 아들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늙은이는 앉아서 눈살을 찌푸리며 조언을 했다.조하문이 막 말을 하려는데, 팔에 꽃 문신을 한 청년이 옆에서 침울하게 말했다.“저는 보스가 진 선생에게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 선생이 우리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그 당시 진 선생과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벌써 죽었을 겁니다. 그러면 지금 행세할 수 있겠어요?”“저는 어린애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는 사람이 배은망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또 다른 키가 작고 뚱뚱한 남자가 찬성하
이 말을 들은 행동대장 네 명은 모두 안색이 변했고, 조하문은 얼른 웃으며 소리쳤다.“하하, 그럴 리가요. 도련님, 술집에 오세요. 제가 이미 주연을 준비했습니다.”[술집으로 오라고요?] 이 말을 들은 신 대신 아들은 갑자기 좀 의아했다.네 명의 부하들도 의아한 표정이었고, 조하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술집은 진 선생을 접대하는 데 쓰려는 거 아니야? 어떻게 신 대신 아들에게 말하는 거야? 혹시 보스가 술집에 두 사람을 함께 초대하려는 건가?’“그래요, 술집입니다.” 조하문은 굳은 어조로 대답했다. 마이크 맞은편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불과 3초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조하문 등에게는 적지 않은 괴로움이었다.[그래요, 어차피 어디서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중요한 건 합작이지요.] 그는 한숨을 쉬며 승낙했다.조하문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른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협력하는 거지요.”[기다려요, 곧 도착할 거예요.] 그는 대답한 후에 조하문의 전화를 끊었다.조하문은 마음속으로 다소 부끄러워지면서 화가 났다. 진루안은 그의 휴대전화를 두 번이나 먼저 끊었다. 지금 신 대신 아들도 미리 전화를 끊었고, 모두 그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물론 그도 잘 알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건드리기 쉽지 않다.어쨌든 조하문이 이 결정을 내린 것도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결국 그는 누구도 버리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보스, 이렇게 하면 두 사람에게 미움을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늙은이의 아주 좋지 않은 표정으로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는 조하문이 이렇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진루안이 신 대신 아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를 원하지 않거나, 신 대신 아들이 진루안과 함께 먹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일은 매우 난처하고 심지어 처리하기 어려울 거야.’‘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두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돼.’“늙은이, 너 좀 건방지네, 보스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너희들은 나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밥을 먹어.” 진루안은 책임자를 향해 한마디 하고 차문을 닫았다.지프차는 곧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20여 명의 양아치들에게는 표창룡이 2천만 원을 주고 쓰도록 했다.결국 그들 모두는 여기에 머물 자격이 없다. 여기에 머무르는 것도 조하문을 불만스럽게 할 것이다.진루안이 앞장섰고 진도구와 표창룡이 뒤를 이었다.조하문은 기쁨에 찬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그때의 바로 그 얼굴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진루안보다 더욱 많은 살육의 기운, 피비린내 나는 기운이 넘쳐났다. 그때의 진루안은 너무나 무서운 모습이었다.특히 첨단 돌격소총을 쥐고 있어서 정말 멋있었다.“진 선생님, 저…….”조하문은 먼저 맞이하면서 감동적인 말을 하려는데, 진루안이 손을 들어 끊었다.“나는 오늘 너희들을 보러 왔고 겸사겸사 금구시에서 옛 친구 몇 명을 만나러 왔어. 다른 뜻은 없어.”“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 긴장하지 마.” 이렇게 말한 진루안은 조하문의 어깨를 두드린 다음 술집으로 들어갔다.“보…….” 표창룡은 무의식 중에 조하문을 보스라고 부르려 했지만, 그가 채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조하문에게 가로막혔다.“표범, 오랜만이야!”조하문은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채 표창룡의 손목을 꽉 쥐었다. 이는 표창룡으로 하여금 지금부터 그와 조하문의 사람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게 했다.앞으로 그는 진루안의 수하일 뿐, 더 이상 조하문의 수하가 아니다.‘그래서 조하문도 예전처럼 나를 대하지 못해. 진 선생의 곁에 있으니 지위가 바로 많이 올라갔어.’“조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표창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조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절대 지나치지 않았다.“끝났어, 이젠 끝났어.”바로 그때, 조하문 옆에 있던 늙은이가 한숨을 쉬며 진루안을 맞이하는 즐거운 분위기를 깼다.그러나 그는 많은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도로의 다른 한쪽에서 마주 오는 BMW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