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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오늘 그는 그 가시를 뽑아내 진루안의 가슴에 단단히 찔러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는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생각이었다.

안명섭의 말에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금 얼어붙었다.

서경아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한준서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싫은 사람은 없었다.

서경아가 한창 어떻게 자리를 떠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경호원 두 사람이 호텔 대문을 열 더니, 입구에서 흰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칼로 깎은 듯한 얼굴의 남자는 차갑고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다만 남자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내건 채, 최대한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호텔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 타올랐고, 수많은 여자들의 탄성을 불러왔다.

한준서를 손에 넣게 된다면 후반생은 더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세상에, 진짜로 준서 도련님이야!"

"너무 멋있어, 어머!"

"한준서 도련님, 사랑해요. 꺄아!"

수많은 여자들이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다가가려 했지만, 살기를 담은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는 경호원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준서 도련님, 오셨습니까?"

한준서가 나타난 것을 본 안명섭은 곧바로 아부하듯 달려가더니 허리를 살짝 굽히고 직접 한준서를 안내했다.

그런 안명섭을 흘깃 쳐다본 한준서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안명섭에게 건네주었다. "작은 성의입니다."

그것을 본 안명섭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무려 한준서가 주는 봉투를 운 좋게도 받게 되었다.

만약 평소였다면 열어보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진루안이 있는 탓에 안명섭은 일부러 진루안을 흘깃 본 뒤 봉투를 열어 안에서 카드를 하나 꺼냈다.

"1억 원밖에 안 됩니다!" 한준서는 그저 덤덤하게 웃을 뿐, 조금도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1억, 이 한씨 가문 도련님인 그에게는 조금도 많지 않았다. 그저 숫자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그 말을 듣자 안명섭도 한껏 동의했다. "도련님께는 소소한 금액이지요. 하지만 누구에는 아마 평생 본 적 없는 돈이겠지요?" 말을 마친 그는 일부러 진루안을 흘겼다.

미간을 찌푸린 진루안은 안명섭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준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자 환하게 미소를 지은 한준서가 서경아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경아 씨, 경아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 한준서는 몹시 기뻐했다. 서경아는 그가 바라 마지않는 여자였다.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씨 가문 도련님을 향한 혐오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한준서는 유명한 카사노바였고, 그런 남자를 서경아는 한 트럭을 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두 가문이 협력하는 일이 너무 많은 데다 서씨 가문은 세가 약한 탓에 서경아는 그저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준서 씨, 죄송합니다. 회사에 일이 있어서,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서경아는 미안하다는 듯 한준서를 흘깃 본 뒤 이내 진루안에게 떠나자고 눈짓했다.

진루안은 서경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에게는 아직 한 가지 할 일이 남았다. 바로 할아버지의 자단 불패를 챙기는 일이었다.

그건 할아버지의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자단 불패를 주며, 그의 출신에 관한 유일한 단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진루안이 고개를 숙여 불패를 주우려고 할 때, 별안간 불패 옆에 구두를 신은 발이 나타나더니, 이내 구둣발로 불패를 밟았다.

"경아 씨, 저와 함께 다른 곳에서 식사하실래요?" 여전히 서경아를 끈질기게 쳐다보는 한준서는 자신이 무언가를 밟고 있다는 것은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순간, 진루안의 두 눈에 살기가 드러나더니 차갑게 한준서를 향해 외쳤다. "그 발 치워!"

별안간 울린 고함에 한준서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내 진루안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한준서는 진루안의 기세에 깜짝 놀라, 등 뒤로 식은땀이 잔뜩 배어 나와 셔츠를 적셨다.

하지만 그순간, 한준서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한준서의 두 눈에도 살기가 터져 나오더니, 진루안을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천한 주제에, 감히 이딴 말투로 자신에게 말을 하다니? 죽으려고 환장했군!

주위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넋을 놓은 채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상황을 지켜보던 안명섭도 빠르게 다가와 진루안에게 호통을 쳤다.

"너 얼른 꺼지지 못해? 이분은 한씨 가문 도련님이셔, 어딜 감히 건방지게!"

그렇게 말한 안명섭은 아예 진루안의 몸을 뒤로 밀쳤다.

짝!

진루안의 두 눈에 분노가 차오르더니, 곧바로 손을 들어 안명섭의 뺨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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