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뒤, 서씨 가문 본가 앞.마세라티 안."당신 방금 전에는 좀 충동적이었어요. 한씨 가문은 이동근 권술사랑 친분이 깊으니 분명 이동근을 부를 거예요.""이동근은 동강시의 최연소 권술사로 백전 연전불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어요.""그런 사람과 상대하기엔 당신에게는 아무런 승산이 없어요!" 서경아는 냉담한 말투로 마치 한 가지 사실을 이야기하듯 말했다."이동근 말하는 거야?" 진루안은 작게 중얼거렸다. 불현듯 3년 전, 한 사제가 스승님을 모시겠다고 찾아왔던 것이 떠올랐다.스승님은 그들을 거두지 않고 그저 한 가지 기술만 가르쳐주었고, 그들은 기뻐하며 떠났었다.그때 그 두 사람 중 제자 쪽이 이동근이었던가?나름 괜찮은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괜찮아, 내가 상대할 수 있어!" 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서경아는 진루안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문제가 되면 나중에 그녀가 나서서 조정하면 그만이었다."내리죠."서경아는 차에서 내려 서씨 가문의 본가를 바라봤다. 그 안에 차려진 영당을 보는 그녀의 얼굴에 울적한 기색이 드러났다.진루안의 얼굴에도 슬픔이 깃들었다.비록 이 어르신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스승님인 백 군신과 나이를 초월한 친구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을 떠났을 줄이야.진루안과 서경아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쪽의 영당은 몹시 성대했다.서씨 가문 어르신도 보통 인물이 아닌 데다, 서씨 가문의 체면도 반드시 지켜야 했다.복도 양측에는 흰 생화가 진열되어 있었고 영당 양측에는 더욱더 많은 화한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그리고 전방에는 위패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어르신의 영정 사진이 걸려 있었다."어르신, 저 진루안입니다. 어르신과 스승님께서 정하신 혼약, 반드시 지키겠습니다!""그러니까 마음 놓으세요. 반드시 경아 씨를 지키고 서씨 가문을 지켜내겠습니다."진루안은 영당 앞에서 깊은 절을 올렸다."서경아, 너 당장 안 나와?!""너 네가
서경아는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눈앞의 요염하기 그지없는 여자를 본 서경아는 이내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작은어머니, 할아버지가 정한 혼약을 전 반드시 지킬 거예요!""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작은어머니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전 절대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서경아는 울지도, 그렇다고 크게 소란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어쩌면 그건 계모가 때리고 욕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15살에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서경아는 이런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서경아의 계모는 서경아가 이토록 고집스러운 것을 보자 분에 가득 찬 얼굴을 하더니 다시금 손을 뻗었다.오늘 저 망할 것을 단단히 혼쭐을 낼 심산이었다. 그러고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지 두고 보라지!그렇게 손을 뻗은 그녀는 불현듯 팔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거대한 펜치 같은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은 채 억지로 그 손을 아래로 눌러버렸다."누가 당신에게 경아를 때릴 자격을 줬습니까?" 진루안은 언뜻 살기가 드러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계모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분노를 번뜩이며 진루안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개자식이, 어디서 능청을 떨어? 이건 우리 서씨 가문의 일이야. 얼른 썩 꺼지지 못해?""네까짓 게 우리 서씨 집안의 일에 끼어들려고 하다니? 얼른 꺼져버려!" 계모는 버둥대며 진루안의 팔을 뿌리치려했다.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지만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리하여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오른손을 들어 진루안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이 개자식!"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루안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그녀는 오늘 반드시 이 개자식에게 본때를 보여줘, 자신에게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작정이었다.서경아의 안색이 순간 돌변했다. 막 다가가 말리려는데
"비록 아주 귀찮은 일을 만들어줬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등을 돌려 다가온 서경아는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긴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봤다.키 185에, 그다지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아주 씩씩한 이 남자는 바로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찾아 준 약혼자였다.그녀는 이전까지 진루안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게다가 결혼식장에 있을 때는 조금 싫다는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방금 전 보인 진루안의 행동에, 서경아는 마음이 조금 따스해졌다."뭘 고마워하고 그래요. 앞으로 우리는 부부잖아요. 당신은 제 아내고, 전 당신의…""잠깐!"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에 생겨났던 아주 조금의 호감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서경아의 안색이 나빠지더니 진루안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씩 강조하며 말했다. "당분간은 혼약을 깰 수 없지만, 저희 약속 하나 하죠!""2년을 기한으로 정하고, 그동안 당신은 제 남편으로 지내다가 2년 뒤에는 각자 빚진 거 없이 완전히 끊어내는 걸로 하죠. 할 수 있겠어요?" 서경아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말투로 진루안에게 말했다.진루안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2년 동안 당신의 애정 문제에 대해서는 안 물어볼게요. 그저 다른 여자를 집에만 데려오지 않으면, 전 절대로 간섭하지 않겠어요!""그리고 저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 없어요. 저, 서경아는 평생 남자는 만날 생각 없거든요.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서화 그룹을 건성 제일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제 유일한 목표예요!"주먹을 꽉 쥐고 있는 서경아에게서는 슈퍼 우먼 같은 결연함이 느껴졌다.하지만 진루안은 그런 그녀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만약 서경아가 원한다면, 그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서화 그룹을 한 달도 되지 않아 건성 제일의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하지만 진짜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고 해도, 서경아는 아마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 뻔했다.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녀가 고정관념에 갇혀 자신
"이 차 비싸죠?""차에 기어가 없는 거예요?""경아 씨, 이 차…""그 입 다물어요!"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눈빛으로 진루안을 노려본 뒤 운전에 집중했다.진루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대화를 나눌만한 화제를 찾으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이름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런 결혼이었다.점심 12시, 서화 그룹 본사 앞. 서경아는 차를 입구에 세운 뒤 가방을 챙기고 내렸다."당신은 경비실에만 딱 있어요. 절대 꼼짝도 하지 말고, 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서경아는 입구의 작은 방을 가리키며 진루안에게 당부했다. 그런 뒤 등을 돌려 십몇 층짜리 서화 그룹 빌딩으로 들어갔다.진루안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강제적으로 그런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러면서 속으로 스승님에게 투덜거렸다. 도대체 자신에게 아내를 찾아준 건지, 여주인을 찾아준 건지 알 수가 없었다.크게 한숨을 쉰 진루안은 경비실로 걸음을 옮겼다.경비실에는 체구가 건장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경비원 8명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진루안이 대표님 차에서 내려 그들이 있는 곳까지 오는 것을 진작부터 지켜보고 있었다.진루안이 경비실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경비원의 얼굴에 냉소가 드러났다. 대표님을 통해 이 경비실에 들어오려 하다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게다가 비리비리해 보이는 진루안은 수련한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퇴역한 군인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아 보였다."면접 보러 온 건가? 서 대표님 인맥?"서화 그룹의 경비실장인 양호석은 짜증 섞인 눈으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그가 살면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인맥을 통한 낙하산이었다. 설령 그 상대가 대표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그 8명을 쳐다봤다. 척 보기에도 다들 퇴역한 군인 같았다. 보아하니 실력도 꽤나 괜찮아 보였지만, 자신의 어느 부하가 키운 병사인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임페리얼은, 하나의 조직일 뿐만 아니라, 용국의 전사 훈련소이기도
"그만해, 동강시의 거의 모든 젊은 남자는 다 서 대표님이 자기 아내라는 상상을 하지. 우린 비웃지 않을게." 양호석은 손을 저으며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그런 뒤 그는 더는 진루안에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눈앞의 CCTV 화면을 지켜봤다.경비와 보안을 담당하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을 발견하고 제때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다.경비실은 이내 조용해졌다. 이따금씩 진루안이 홀짝이며 차를 마시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경비실의 사람들은 조금 감탄했다.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군인이 되지 않은 것이 참 아쉬웠다. 군인이 되었다면 분명 좋은 자질을 보였겠지?"대장, 여기 수상한 것 같습니다!"갑자기, 한 경비원이 앞에 있는 화면을 가리키며 변한 안색으로 다급하게 양호석을 불렀다.양호석은 화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자 A6 구역에 있는 서화 그룹의 뒷문 쪽에 4대의 봉고차가 모이더니 그 안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싸움꾼 스물 몇 명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몹시 호기로운 기세로 뒷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깽판을 부리려는 녀석들이 있다, 다들 연장 챙겨!" 양호석의 안색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벽에 걸린 전기봉을 들고는 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머지 7명의 경비들도 무기를 챙겨 들더니 달려 나갔다.진루안은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는 천천히 따라 나갔다.자신의 아내 회사에서 깽판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니, 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저 8명이서 해결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전속력으로 뒷문을 향해 달려간 양호석 일행은 스물이 넘는 검은 차림의 싸움꾼을 빌딩 밖으로 가로막았다."당신들 뭐야? 어딜 감히 서화 그룹에서 행패야?" 양호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싸움꾼들을 살펴보면 척 보기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히야, 고작 경비 주제에, 죽으려고 덤비네?" 인파 속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노란 머리 청년이 걸어 나왔다. 귀에는 피어싱을 한 채 얼굴에는 허
원체 퇴역한 지 몇 년이 지난 터라, 비록 훈련을 빼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내 양호석을 비롯한 경비원들은 다시금 밀려나기 시작했다.경비원들의 얼굴에 수치심이 드러났다.한때, 그들은 국가를 수호했었다!한때, 그들은 변경을 수호했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은 양아치들에게 맞아 연신 밀려나고 있었다."물러가!" 진루안은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비록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양호석은 머리의 상처를 움켜쥔 채, 진루안에게로 다가가서는 손을 뻗으며 물었다. "저기, 그…"퍽!양호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두에 있던 노란 머리 양아치는 그대로 몸이 날아갔다. 진루안의 발길질에 최소 4미터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그런 뒤 진루안은 인파 속으로 달려들었다. 마치 양 떼 사이로 달려든 용맹한 호랑이 같았다.화려한 기술도, 혈기를 들끓게 하는 장면도 없었다.그저 딱 일 분 만에, 스물이 넘는 싸움꾼은 전부 바닥에 엎어진 채 상처를 움켜쥐고 고통에 찬 신음을 내며 끙끙 앓았다.고개를 돌린 진루안은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양호석을 비롯한 경비원 8명을 바라봤다.양호석은 이렇게 날카로운 눈빛은 처음 봤다. 심지어 당시의 교관보다도 무서웠다.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에게 응시당하는 기분이었다.두려움이 차올라, 양호석은 고개를 숙였다."고개 들어!" 진루안은 차가운 말투로 호통쳤다.양호석은 번쩍 고개를 들었고, 주위의 다른 일곱 경비도 고개를 든 채 진루안을 쳐다봤다."너희들은 용국 군부의 군인이다. 당시 선언했던 선언문을 아직 기억하나?" 진루안은 양호석을 가리키다 또 다른 사람을 보며 물었다.그 말에 주먹을 꽉 쥔 양호석은 큰 소리로 외쳤다. "선서, 용국의 법에 복종하고, 용국의 군기를 준수하며, 모든 것을 걸고 나라를 지킬 것이며 적을 무찌를 기술을 연마하고, 주어진 임무는 반드시 완수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나라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양호석의 선언이 그의 등 뒤에 있는
32887은 임페리얼의 코드로, 군부 내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이었다."그런 셈이죠!" 그때 진루안의 눈에 열 몇 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서경아가 보였다.그는 건성으로 대답했다.금방 표정을 바꾼 진루안은 먼저 서경아에게 다가갔지만 서경아는 그를 무시한 채 곧바로 양호석 쪽으로 다가갔다.경비원들의 다친 얼굴을 본 서경아는 짐짓 속상해했다. "나중에 재무과에 가서 보너스 받아 가요, 천만 원 준비했어요. 고생했어요.""아닙니다, 고생은요!" 양호석은 얼굴이 붉어졌다. 심장 박동도 몇 배는 빨라졌다. 여신 같은 서경아를 바라보고 있자니 도무지 침착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양호석마저 이런데 나머지 7명은 말할 것도 없었다."당신들 뭐죠? 누가 보낸 겁니까?" 서경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싸움꾼과 양아치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두 눈에 분노가 드러났다.선두에 있는 노란 머리 청년은 입을 삐죽이더니 갈비뼈를 부여잡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경아 씨, 저희는 마 영감님 사람입니다.""서경아 씨가 밉보인 사람이 있어서, 저희가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비록 오늘은 저희가 졌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으니, 이대로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마 영감님의 사람도 감히 손을 대다니, 다들 두고 보시죠!" 노란 머리 청년은 이를 악문 채 서경아를 위협했다. 그런 뒤 바닥에 엎어져 있던 부하들을 전부 불렀다.그들 모두 서경아의 뒤에 숨어있는 진루안을 노려봤다. 그런 뒤 뒷문 밖에 있는 봉고차를 타고 떠났다."서 대표, 어떡하지?" 서경아 옆에 서 있는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는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동강시의 지하 세력의 큰 인물, 마 영감이었다.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서화 그룹은 비록 동강시에서 이름을 떨치고는 있고, 서씨 가문도 동강시 상류층 가문 중 하나지만 그래도 마 영감과는 비교가 안 됐다.서경아는 불쾌해하며 그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여자인 저도 안 무서워하는데, 다 큰 남자가 뭘
서경아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진루안을 마세라티에 태운 뒤 그렇게 떠났다.서경아가 떠나자, 방금 전 진루안을 때리려던 정장남의 안색은 몹시 어두워졌다. 사람들 앞에서 여자에게 겁이 많다고 혼이 났으니,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그는 서화 그룹의 부대표이자, 지금의 서씨 가문 안주인의 동생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경아의 계모의 친동생이었다. 그는 늘 서경아를 못마땅해했다.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성이 서씨가 아닌 것을 어쩌겠는가하지만 이 서화 그룹은 조만간 그의, 그들 남매의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그의 누나인 조영화가 내내 계획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같잖은 것, 누나가 널 한씨 가문에 시집보내고 나면, 어떻게 서씨 가문의 산업을 차지하나 두고 보자고!'두 눈에 냉소를 담은 채 웃던 조윤은 이내 방금전의 남루한 차림새의 남자가 떠올랐다. 감히 자신의 발을 배기게 만들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는 녀석이었다. 자신의 발이 얼마나 귀한지, 그 자식은 알기나 할까?"아, 생각났어요. 조금 전의 그 남자 서 대표님의 약혼자 아니에요?"그리고 그때, 한 여자 임원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그 말을 듣자, 모두 가만히 있지 못했다.서 대표에게 약혼자가 있다니? 그것도 저렇게 보잘것없는 녀석이라니?"에이, 말이 돼요?""왜 말이 안 돼요? 서 대표님이 안명섭의 결혼식장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던데요? 이름이 진루안이라던데, 몇 년 전에는 폐품 팔아서 먹고살던 사람이래요. 다만 그 뒤로는 종적을 감췄대요.""그리고 지금 돌아왔는데, 어리둥절하게 서 대표님의 약혼자가 된 거예요." 여자는 목을 길게 빼며 마치 이 모든 내막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했다.조윤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망할 것이 감히 약혼자를 찾다니? 그렇다면 그의 누나 조영화의 계획이 다 물거품이 된다는 말이 아닌가?안돼,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서경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해서는 절대 안 됐다. 그녀는 반드시 한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