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서경아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진루안을 마세라티에 태운 뒤 그렇게 떠났다.

서경아가 떠나자, 방금 전 진루안을 때리려던 정장남의 안색은 몹시 어두워졌다. 사람들 앞에서 여자에게 겁이 많다고 혼이 났으니,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는 서화 그룹의 부대표이자, 지금의 서씨 가문 안주인의 동생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경아의 계모의 친동생이었다. 그는 늘 서경아를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성이 서씨가 아닌 것을 어쩌겠는가

하지만 이 서화 그룹은 조만간 그의, 그들 남매의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그의 누나인 조영화가 내내 계획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같잖은 것, 누나가 널 한씨 가문에 시집보내고 나면, 어떻게 서씨 가문의 산업을 차지하나 두고 보자고!'

두 눈에 냉소를 담은 채 웃던 조윤은 이내 방금전의 남루한 차림새의 남자가 떠올랐다. 감히 자신의 발을 배기게 만들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는 녀석이었다. 자신의 발이 얼마나 귀한지, 그 자식은 알기나 할까?

"아, 생각났어요. 조금 전의 그 남자 서 대표님의 약혼자 아니에요?"

그리고 그때, 한 여자 임원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그 말을 듣자, 모두 가만히 있지 못했다.

서 대표에게 약혼자가 있다니? 그것도 저렇게 보잘것없는 녀석이라니?

"에이, 말이 돼요?"

"왜 말이 안 돼요? 서 대표님이 안명섭의 결혼식장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던데요? 이름이 진루안이라던데, 몇 년 전에는 폐품 팔아서 먹고살던 사람이래요. 다만 그 뒤로는 종적을 감췄대요."

"그리고 지금 돌아왔는데, 어리둥절하게 서 대표님의 약혼자가 된 거예요." 여자는 목을 길게 빼며 마치 이 모든 내막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했다.

조윤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망할 것이 감히 약혼자를 찾다니? 그렇다면 그의 누나 조영화의 계획이 다 물거품이 된다는 말이 아닌가?

안돼,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서경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해서는 절대 안 됐다. 그녀는 반드시 한준서에게 시집가야 했다.

그래야만 그들 남매가 서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진루안을 비웃을 겨를도 없이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주위에 있는 회사 임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진루안이 서 대표에게 어울리지 않으며, 데릴사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었다.

"저런 보잘것없는 사람은 분명 한준서가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해 버리고 말 거예요!" 여자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보태, 이 일에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주위에 있는 임원들은 그제야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빌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떠나고, 현장에는 양호석과 7명의 경비원만 남았다. 그들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진루안에 대한 사람들의 조롱을 그들은 전부 다 똑똑히 듣고 있었다.

"멍청한 사람들 같으니. 루안 형님의 배경을 알게 되면 다들 놀라 자빠질 거면서!" 양호석은 떠나간 사람들의 뒷모습을 향해 퉤하고 침을 뱉었다. 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진루안의 대우에 불평을 터트렸다.

"루안 형님은 못 말하게 할 걸요?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요."

"대장, 저희 어떡해요?"

주위의 경비원들은 모두 분한 얼굴로 양호석을 쳐다봤다.

진루안은 퇴역하기 전에 무려 임페리얼의 멤버였다. 이러한 인물은 설령 군부를 떠났다고 해도 보통 사람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저 멍청한 사람들에게 이런 모욕을 들으니, 진루안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일단 입들 조심해. 루안 형님께선 다 생각이 있으실 거다!" 양호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왕 진루안이 신분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니, 그들도 괜한 참견은 삼가는 것이 맞았다.

다만 서 대표가 진루안의 약혼녀라는 말은 이제 믿었다. 임페리얼의 사람일아면 확실히 서씨 가문의 아가씨를 만날 자격이 있었다.

"돌아가서 일이나 계속하자!" 양호석은 손을 내저으며 함께 경비실로 돌아갔다.

마세라티는 넓은 도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서경아는 가시지 않는 근심 때문인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