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결정되었군요. 서 대표님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시고, 회사는 조 대표님에게 맡겨주세요.""적어도 지금 이 위기는 반드시 넘겨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매일 생겨날 손해에 대해 주주에게 어떻게 말씀드리겠습니까?"벌써 임원들의 반이 입을 열었고, 나머지 반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이 완전히 결론 나기 전에 그들은 함부로 미래를 걸 수 없었다.서경아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분노에 몸을 덜덜 떨었다. 이 모든 것이 조윤의 계략이라는 것을 이제는 전부 눈치챘다.저 두 남매가 호시탐탐 그룹 대표이사 자리를 노린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대표 이사 자리를 그녀에게 넘겨준 이유이기도 했다.할아버지는 진작에 그들의 야심을 알아봤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지, 이런 일을 겪으니 혼란스러웠다.'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서경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력감과 외로움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짝짝짝!별안간, 문 쪽에서 경쾌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귀를 찌르는 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진루안은 박수를 치며 환한 얼굴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서경아에게로 향했다.끝내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 서경아를 보자 진루안은 처음으로 가슴이 아파왔다.처음에 그는 서경아에게 별다른 마음 없었다. 그저 스승님의 말씀이라 어쩔 수 없이 따랐던 것이다.그러나 지금, 진루안은 어느새 늘 강한 척 하지만 마음은 여린 이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서경아는 가족의 냉대, 외부의 의심과 한준서의 추행을 홀로 견뎌내고 있었다.'두려워하지 마, 이제는 내가 왔으니 아무도 당신을 괴롭힐 수 없어!'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진루안은 이내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윤을 노려봤다.조윤의 얼굴이 음산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저 자식! 빌붙어먹는 데릴사위 주제에 감히 여기로 오다니!'그는 누나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진루안 저 자식은 노인네가 정한 혼약 상대라고 했다.'데릴사위로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진루안은 귀를 닫았다.조금 어두운 프레젠테이션 룸 안에서 위생 대신은 조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진루안이 맞은 편에 서서 평온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그는 조금 당황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위생 대신은 얼굴을 굳히며 진루안에 대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강시의 위생 대신이잖습니까? 말 한마디로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분이시죠.""알고 있으면서,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해? 서화 그룹이 하룻밤 새에 무너져도 두렵지 않은 건가?" 자신을 조금 추켜세우기까지 하는 진루안의 대답에 위생 대신은 곧바로 기세가 올라, 거칠게 테이블을 내리치며 외쳤다.진루안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웃음을 흘렸다. "그럼 내가 누군지는 압니까?""너? 네가 누군지 알 게 뭐야!""날 밖으로 내보내기나 해. 그러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아!"위생 대신은 한껏 불만인 얼굴로 진루안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진루안은 덤덤하게 웃으며 천천히 품에서 금색의 증명서 한 장을 꺼냈다. 그 위에는 용국의 휘장만 찍혀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런 글도 적혀 있지 않았다."확실히, 제가 죽습니까?" 금색의 증명서를 테이블 위에 놓은 진루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위생 대신은 고개를 숙여 금색 증명서 위의 용국 휘장을 쳐다봤다.휘장의 도안은 특수 제작된 방식이라, 가짜일 리가 없었다.거물이 온 것이다!위생 대신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증명서를 들어 올린 뒤 펼쳐봤다.콰당!위생 대신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위생 대신은 공포에 물든 눈으로 이제 막 스물이 넘은 젊은이를 쳐다봤다."당신, 당신은…"진루안은 위생 대신의 반응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고작 위생 대신이 아니라, 동강시의 고위 인사라도 이 증명서를 보면 혼비백산했다.이것은 임페리얼과 국왕이 연합해서 발급한 증명서였다. 이런 증명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네, 어떻게 된 건가?" 복도에 위시해 서 있던 치안 대신은 험상궂은 얼굴로 진루안을 노려보다 위생 대신에게 물었다.위생 대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들 그만 돌아가게. 다 오해였네!"조윤은 진루안이 평생 나오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만들 심산이었다. 이게 바로 그들 남매에게 대든 결과였다.그렇게 옆에 서서 재미난 구경을 하려던 조윤은 위생 대신의 말을 듣자 안색이 확 굳어버렸다. 결국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게 오해라고 하실 수 있습니까? 방금 전에 분명…""닥치게!""조 대표, 조사 결과는 이미 나왔네. 내가 보고를 잘못 본 것이야. 그러니까 서화 그룹에는 어떠한 위생 문제도 없네.""그러니 일전에 서화 그룹에 내렸던 영업 금지 처분은 지금 바로 취소하겠네!" 위생 대신은 차가운 눈으로 조윤을 노려보며 그가 보인 추한 꼴에 대해 더는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특히 치안 대신의 앞에서 진루안에게 멱살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새어나간다면, 그는 앞으로 더는 동강시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그런데 조윤이 하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그는 속에서 얼마나 열불이 이는지 몰랐다.사무실 입구 쪽에 서 있던 서경아는 위생 대신이 영업 금지 처분을 취소한다는 말을 듣자 드디어 한시름을 놓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진루안을 보는 그녀의 두 눈에 언뜻 분노가 차올랐다.마음 같아선 진루안을 혼쭐내고 싶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남자의 자존심은 챙겨줘야 했다."아무 일도 없다고 하니,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네." 치안 대신은 이쪽에 별일이 없는 것을 보자 이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열 몇 명의 경찰들은 순식간에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미안하네, 소 대표. 내가 요즘 눈이 안 좋아서 보고를 잘못 봤어. 회사에 끼친 안 좋은 영향에 대해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네." 위생 대신은 서경아에게로 와 미소를 지으며 해명했다.서경아는 과한 대접에 깜짝 놀라 연신 손을 내저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서경아는 가라앉은 얼굴로 차에 앉아있었고, 진루안은 여전히 조수석에 있었다. 다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탓에 차 안의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한숨을 쉰 서경아는 실망한 눈빛으로 옆에 앉은 진루안을 쳐다봤다."당신에게 배경이 없다고 해도 전 당신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을 거예요. 설령 예전에 폐품을 주워 팔았다고 해도, 그건 당신의 두 손으로 직접 돈을 번 거잖아요.""하지만 덜대로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돼요. 당신이 오늘 위생 대신의 멱살을 잡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당신은 아예 끝장났을 거예요!""당신만 끝나는 게 아니라, 서화 그룹도 당신의 경솔함으로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날 뻔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서경아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서경아는 진심으로 약혼자에게 실망했다. 할아버지가 찾아준 약혼자는 비록 부유하고 대단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예의는 아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안명섭의 결혼식에서 진루안을 만났을 때부터 그는 한준서의 경호원 둘을 때린 뒤 한준서와 일주일 후에 내기하기로 했고 지금은 또 거칠게 위생 대신의 멱살까지 잡았다.막무가내!경거망동!단순 무식!서경아는 12글자로 진루안을 평가했다."내려요! 앞으로는 너무 가깝게 굴지 마요!" 서경아는 조수석 쪽 문의 버튼을 눌렀다. 차 문이 열리자 밖을 가리키며 진루안에게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진루안도 아무런 대꾸 없이 그대로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 이내 마세라티는 빠르게 떠나갔고 그 자리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만 남아있었다.진루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참 성격이 불같은 여자였다.자신을 향한 선입견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노력하고 해명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진루안은 괜히 해명을 하려 하지 않았다."형님,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됩니까?"등 뒤에서 조금 긴장한 듯 머뭇거리는 양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루안이 등을 돌리자, 파란색 셔츠에 회색 청바지를 입은
진루안의 물음에 양호석은 곧바로 대답했다. "바로 조금 전에 마 영감의 부하가 저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다들 조급해하는 걸 제가 겨우 진정시켰어요."지금 같은 상황에 신고를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양호석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치안 대신과 마 영감은 사이가 끈끈하다 못해 막역한 수준이라 이 일에 끼어들 리가 없었다.만약 정말로 간섭한다면 마영삼도 오늘의 지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종용과 방임이 오늘날의 그를 만든 것이다.게다가 그는 서 대표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회사의 위기가 이제 막 끝난 탓에 서경아는 지쳐 있을 게 분명한 데다 서경아에게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진루안 밖에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 양호석은 이미 진루안을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갑시다. 제가 마영관까지 데려다줄게요. 몸값이라면 준비할 필요 없어요. 제가 마영삼에게 사람들을 전부 풀어주라고 하죠!" 냉담한 말투로 말한 진루안은 양호석의 어깨를 토닥이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형님, 제가 차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양호석은 그렇게 말한 뒤 주차장에서 몇백만 원 주고 산 소형차를 몰고 나와 진루안에게 타라고 했다.차에 탄 뒤, 진루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양호석은 진루안을 쳐다봤다. 진루안의 얼굴은 평온하고 담담했다. 마 영감을 마주한다는 것에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일반인이었다면 마 영감의 이름을 들으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을 것이다.하지만 진루안에게 그런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진루안이 애초에 마 영감을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양호석은 진루안이 점점 더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감히 묻지는 못했다.30분 뒤, 다시 한번 마영관에 도착했다.진루안이 차에서 내리자 양호석은 길옆에 차를 주차했다.바로 그때, 맞은편에서 검은색 아우디 승용차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차에서 양복을 입고 가죽 가방을 옆구리에 낀 남자가 내렸다. 일행으로 두 사람이 더
주위 사람들은 그 말에 놀라 멍해졌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장근수에게 자기 뺨을 세 번 때리라니, 그래 놓고 그러면 그냥 넘어가겠다고?장근수는 비록 동강시의 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지가 다져진 수백억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한 회사의 대표였다.그런 장근수에게 스스로 뺨을 세 번 때리라니, 너무 우스운 말이었다.함께 왔던 일행 두 사람도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다들 진루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네가 뭔데, 나더러 뺨을 때리라는 거야?" 장근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또다시 진루안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살기가 피어났다.전에도 좋은 마음으로 진루안에게 안정된 직장도 소개해 주었는데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지금은 감히 큰소리를 치다니, 예의는 밥 말아 먹은 태도였다."정말로 네가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면 내 머리 꼭대기에서 놀 수 있을 줄 아나 보지? 잘 들어, 어림도 없어!""서경아가 뭐? 욕했다 어쩔래? 빌어먹을 년, 뭐 어쩔 건데…"짝!진루안은 곧장 손을 들어 뺨을 내리쳤다. 뺨 한 대에 이까지 하나 날아가자, 장근수는 멍해졌다.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또다시 손을 들었다.짝!세 번째!짝!뺨 세대를 다 때리고 나니, 장근수의 얼굴은 커다랗게 부어올랐다. 주위는 삽시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모두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식, 정말로 사람들 앞에서 장근수의 뺨을 세 번이나 때린 거야?양호석도 깜짝 놀랐다. 진루안은 정말로 원한이 있으면 바로 갚는 남자였다. 역시 서 대표의 남자답게 카리스마가 넘쳤다.진루안을 보고 있자니 열정이 들끓는 것 같았다. 만약 자신도 저렇게 일을 해결할 수 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양호석은 자신의 신분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토록 과감히 화를 내고 원한을 갚는 건 분명 믿을많나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 장근수를 때린다면, 죽어도 어떻게 죽는지도 알 수 없었다."동창으로서 그냥 넘어
"우현이 형, 저 사람이에요!"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가 시끌벅적해졌다.장근수는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은 채 독기 어린 눈으로 진루안을 가리키며 라이더 재켓을 입은 남자를 향해 말했다.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양쪽 귀에 모두 피어싱을 한 남자는 진루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장근수, 너도 영 쓸데가 없네. 이렇게 마른 녀석도 못 이기고.""평소에 힘을 다 여자한테 쓰는 거지?" 최우현은 장난기 어린 눈으로 장근수를 흘겨봤다. 그러자 장근수는 얼른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 자식, 되게 수상한 녀석이에요, 부디 형님께서 나서주시길 바라요.""형님은 마 영감님 휘하 4대 부장 중 한 분이시잖아요. 형님께서 나서주시면, 저 자식 맥도 못 출 거예요!" 빨간 머리 청년에게 아부하는 장근수의 모습은 진루안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진루안은 단 한 번도 그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채 플로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진루안의 무시에 최우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이렇게 무시당하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마 영감 휘화로 들어간 뒤로는 더더욱 처음이었다."얘들아, 손 좀 봐줘라!" 최우현이 못마땅해하며 손을 까닥하자, 그의 뒤로 요란한 차림의 남자들이 진루안을 향해 달려갔다.최우현이 손을 봐주라고 했으니 절대로 봐줄 리가 없었다."양호석 씨, 당신에게 맡길게요. 저 넷도 상대 못 하는 건 아니겠죠?" 옆에 앉은 양호석을 흘깃 본 진루안은 씩 웃어 보이며 바텐더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위스키 한 잔, 온더락으로."이윽고 질펀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진루안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저 환하게 웃으며 바텐더가 건네는 위스키 온더락을 받아들었다.시끌벅적하던 소리가 사라지더니 네 명의 양아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양호석도 숨을 헐떡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직접 네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보니, 홀로 20명을 쓰러트린 진루안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너 이 자식, 꽤 침착하네. 안 되겠어, 피를 봐야
황지우는 왜 또 이 녀석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빨강 머리 청년을 쳐다봤다. 칼은 팔을 완전히 관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칼자루가 자기 팔에 꽂혀 진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마영삼 어디 있어?" 진루안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기 싫어 노란 머리 청년을 흘깃 보며 물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진루안에게 다가갔다. "형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영감님은 지금 여기에 없으세요, 그래도 금방 오실 겁니다.""네가 바로 나한테 전화한 놈이지?" 양호석은 노란 머리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목소리가 몹시 익숙했다. 그가 바로 자신을 협박한 놈이었다.휙!진루안의 매서운 눈빛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 순간 황지우는 순간 망부석이 되었다."그건 오해예요. 오해." 황지우는 손을 저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경비원과 진루안이 관계가 이렇게 가까울 줄은 황지우도 미처 생각을 못 했다. 보아하니 데리고 있는 인질들도 싹 다 풀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그도 마영삼도 이번에는 사람을 잘못 건드린 것 같았다.총자루를 손아귀 힘으로 아무렇지 않게 뭉갤 수 있는 사람이라 마영삼이라도 꺼려했다."형님, 저 자식을 무서워합니까?" 황지우의 반응이 장근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황지우는 저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우현보다도 한 단계 높은 4대 대장이였다."고작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인데 무서워할 필요는 없잖아요?""형님! 마 영감님이 뒤를 봐주시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어서 저 자식한테 본때를 보여주세요!""저 자식이 우현 형님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참을 거예요?"장근수는 뭣도 모른 채 쉴 새 없이 황지우를 부추기며 일그러진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진루안이 황지우에 얻어터지고 마영삼에게 살해당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것 같았다.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짝! 짝!노란 머리 청년은 연신 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