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마영관에는 손님이 전부 다 빠져나가 텅 비었다.황지우는 장근수를 흘기며 버럭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직도 안 가고 뭐해? 마 영감님께 식사라도 대접 받게? 당장 꺼져!"장근수가 동강시에서 잘 나간다고 한들 고작 장근수 정도 수준의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당연히 장근수는 황지우에게 존재감이 없었다.장근수는 진루안을 쏘아보고는 하는 수 없이 물러갔다. 옛말에 사나이는 눈앞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꼭 피는 피로 갚겠다며 씩씩거렸다.장근수와 동행한 두 남자는 일찌감치 줄행랑을 쳤는지 온데간데없었다."일 처리가 시원시원하네!" 진루안은 황지우의 수습력을 높이 샀다. 비록 조금 많이 요란스럽긴 하였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넓은 시야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과찬입니다. 저도 다 마 영감을 위해서 한 것입니다." 황지우는 멋쩍게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도 조금 뿌듯하긴 했다. 서로 우호적인 관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진루안같이 대단한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니, 황지우도 내심 기뻤다."저 자식이 도대체 누군데 그래요?" 최우현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진루안을 쏘아보며 황지우에게 물었다.황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최우현을 흘깃 쳐다보고는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처신을 잘못해서 찍히는 일이 없게 다시는 장근수랑 엮이지 말아!""마 영감의 눈에 띄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봐."그는 최우현을 몹시 싫어했다. 못된 짓은 안 하는 짓이 없는 녀석이라 같은 짓을 또 반복한다면 아파 평생 감옥에서 썩을 듯싶었다.그리고 비록 마영삼을 모시고 있는 황지우지만 적당히를 모르는 최우현과는 다르게 그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펼 줄 알았다."네!" 사람들 앞에서 황지우에게 혼이 난 탓에 최우현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자신의 부하들 앞에서 체면이 깎이지 않았는가. 하지만 황지우는 대장 인데 반해 그는 고작 부장에 불과했다.최우현이 떠나려던 그때."마 영감님께서, 오셨어요."밖은 어느새 어둠이 짙게
"이건, 네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내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서!"퍽!마영삼이 또다시 저만치 날아갔다. 충격을 받은 그의 부하들은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이건, 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못해서."퍽!"그리고 이건 네 부하가 너무 난잡해, 온갖 못된 짓을 다 저지르기 때문이다. 네 명성을 망치는 건 작은 일이나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주 큰일이지."고작 진루안의 발길질 세 번에 마영삼은 처참한 꼴이 되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마영삼은 힘겹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어 이 젊은 청년을 바라보았다."자네, 그동안 내게 이렇게 나온 자는 자네가 처음이네. 내 두 번째 패배를 인정하겠네.""하지만 나 마영삼도 동강시에서는 체면도 명성도 있는 사람이네. 만약 당신이 거물이라도 된다면 진심으로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하지만 아무런 뒷배도 없이 홀로 날뛰는 거라면 내 전 재산을 걸어서라도 너를 죽이고 말 거다."마영삼은 굳은 표정으로 진루안을 노려보았다.양호석도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진루안은 대체 무슨 신분인 걸까? 그는 그것이 내내 궁금했었다.20명을 거뜬히 제압하는가 하면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위생 대신이 진루안과 프레젠테이션 룸에 들어갔다 나온 뒤에 태도가 180도 변해서 사람을 잘못 보았다며 금지령을 풀어줬었다.다른 사람들은 진루안을 경솔하다고 하지만 양호석은 진루안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그리고 방금 전, 저렇게 멋있게 마 영감에게 세 번 연속 발길질을 해댔다. 이 동강시에서 감히 마 영감에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그는 진루안이 도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너의 부하들을 당장 내보내!" 진루안의 눈썹을 들썩였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 마영삼을 놀래키지 않는 한, 마영삼은 굴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다 나가!" 마영삼은 가라앉은 얼굴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황지우를 포함한 그의 부하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여전히 몇 명의 경호원들
진루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덤덤한 얼굴로 마 영감을 쳐다봤다.길게 한숨을 쉰 마 영감은 오만했던 태도를 접고 진루안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어르신, 이 마영삼이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눈앞의 그는 강을 아우르는 용이었다. 구렁이에 불과한 자신은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게다가 이 거대한 존재의 뒤에는 건성의 전 영감이 있었다. 그 전 영감은 적법한 쪽과 불법적인 쪽에 모두 인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건성에서 제일 유명한 갑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광림 그룹의 대표이사인 그의 몸값은 수십조가 넘었다.더 대단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에게 아들만 셋이 있는데 그중 두 명은 건성 및 다른 지역의 고위 관료라 세력이 두텁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진루안을 형님으로 모시며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던가?자신인 마영삼은 전광림을 우상처럼 여기며 그를 만나면 영감님이라고 불러야 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눈앞의 젊은이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마영삼은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거기에 진루안의 엄청난 전투력까지 더해지니 그는 조금의 불손함도 보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대와의 대결에서 진 것에 마영삼은 조금의 못마땅함도 없었다."어르신, 저...""어르신라고 부르지는 말고, 그런 호칭은 불편하니 그냥 진루안이라고 부르세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데 막 대하기도 뭐했던 진루안은 거칠었던 말투를 고치며 고개를 저으며 마영삼의 극존칭을 말렸다.그러자 마영삼은 황급히 대답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어찌 감히 불경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기왕 그 호칭이 싫으시다면 감히 아우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그도 그럴 것이 쉰이 넘은 마영삼에게 이제 막 스물이 넘은 청년보고 어르신이라고 부르라고 하는 건, 아무리 진루안의 배경이 엄청나다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불렀다간 민망하기 마련이었다.이 거물을 그는 알고 있지만 동강시의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 않은가, 나중가면
악독하기 그지없었다."호원은 아우님이 점심에 발차기 한 번으로 기절시킨 자입니다. 제 경호원이기도 하지요.""그럼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입니까?" 진루안은 그게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 자세히 물었다.쓴웃음을 지은 마영삼은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 "아우님, 호원이라는 자는 비록 제 경호원이기는 하지만, 조영화가 소개해 준 사람입니다!""아우님의 지혜라면 알아들으셨겠지요?" 마영삼은 쓸데없는 해명은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진루안을 바라봤다. 그는 진루안이 이 이야기의 전후 사정을 전부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못 알아챘을 진루안이 아니었다.조영화는 먼저 마영삼에게 서화 그룹으로 가 깽판을 치라고 한 뒤, 동생인 조윤은 자발적으로 서화 그룹의 위생 문제를 제보해 위생 대신과 손을 잡고 권력을 탈취한 뒤 서경아를 쫓아내려 했던 것이다.그리고 지금 조영화는 호원의 입을 빌려 황지우에게 서화 그룹 경비원의 가족을 잡아들이라고 했다. 서경아가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인망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김에 경비원의 가족을 제대로 혼쭐 내 줄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서화 그룹의 보안 문제에 경비원들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화 그룹이 그들의 가족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그들이라고 왜 서화 그룹을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그 여자도 참 대단했다. 이렇게 음침한 계략을 꾸미다니.다만 조영화는 자신이 짠 판을 진루안이 일일이 깨부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아우님,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그 여편네를 잡아 올까요?" 이를 악문 마영삼의 얼굴에는 온통 분노가 가득했다. 자신까지 판에 짜 넣은 탓에 그는 지금 조영화가 죽도록 미웠다.지금은 진루안의 지지가 있으니 그의 뒷배라면 혼자서 조영화를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옆에 있던 황지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마 영감이 진루안에게 몇 번이나 아우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마영삼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던가? 동강시의 몇몇 재벌 가문의 가
키가 족이 175cm는 될 것 같은 호리한 여자가 마영관의 대문을 박차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가늘고 긴 몸은 붉은색의 코트로 가려져 있었고 발에는 흰색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단발, 그것도 검게 빛나는 단발을 그녀를 더욱더 세련되고 깔끔해 보이게 했다.높고 곧은 콧날은 약간의 이국적인 매력을 풍겼고, 특히 가늘고 긴 속눈썹은 더욱 생기 있어 보이게 했다."아가씨!" 마영삼은 멋쩍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황지우는 두려운 마음에 진루안 뒤에 숨었다. 얼마 전에 저 거친 아가씨에게 처참하게 혼난 탓에 그녀를 볼 때마다 두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여자의 앞에 선 마영삼은 살짝 허리를 숙였다.만약에 마영삼이 진루안의 배경과 신분을 꺼리는 것이 다 전광림 때문이라고 하다면, 마영삼이 눈앞의 이 붉은 코트를 입은 여자를 꺼리는 것은 건성의 또 다른 거물인 연정 때문이었다.연정은 건성 군부 내부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젊은 군령이고 신세대 군부중의 별 같은 존재이다. 이제 고작 서른이 된 나이에 벌써 3급 장군 자라까지 올라갔다.용국의 군령은 총 10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10급이 가장 낮고, 1급이 가장 높았다.연정이 3급 장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눈앞의 이 붉은 코트를 입은 여자애는 바로 연정이 극도로 아끼는 유일한 여동생이었다. 마영삼 마저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연수아는 어제 동강시에 도착했다. 이 아가씨는 원래 동강시에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유독 이번만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다.때마침 마영삼이 운 좋게 연수아를 알게 되였고 연수아도 자연스레 여기로 오게 되였다.눈앞의 마영삼을 본 연수아는 조금 오만한 기색으로 마영삼의 코를 꼬집었다. 두 눈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했다.하지만 마영삼은 가만히 옆에 있기만 할 뿐, 꿈쩍도 하지 못했다.만약 이 장면을 밖에 있는 동강시 권력자들이 봤다면 깜짝 놀랄 게 분명했다.항상 위풍당당하던 마 영감이 무려 여자애 앞에서 조금의
마영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당연히 되죠.""가자, 꼬맹아!" 진루안은 돌아서며 연수아의 손목을 잡고 걸어갔다.마영관 안, 마영삼이와 황지우는 지금 저 광경이 너무 믿기지가 않았다.연수아가 언제부터 이렇게 얌전했지? 괴롭힘을 당하고도 반격을 하지 않다니?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벌써 발에 차여 날아갔을 게 분명했다.마영삼도 이제야 이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도 무척 각별한 사이가 확실했다.보통 사이였다면 절대로 이렇게 연수아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것이다.진루안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전광림마저도 그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건성 군부의 3급 장군 연정의 동생은 그의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게다가 그런 거물이 하필이면 서경아의 약혼자이자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다.마영삼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이상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오늘일은 절대로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돼. 그렇지 않으면…" 마영삼은 눈을 부릅뜨며 황지우에게 말했다. 비록 이어지는 말은 없었지만 뜻은 다 알 수 있었다.전광림이든 연정이든 다 손가락 하나로도 그들을 누를 수 있었다.밤은 깊어 가고 산들바람이 불어왔다.널찍한 동강 대교 위에는 검은색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진루안과 연수아가 서 있었다."몰래 도망쳐 나왔어?" 진루안은 연수아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연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진루안을 보며 말했다. "동강시에 왔으면서 어떻게 연락 한번 없을 수가 있어? 나도 나름 동문인데!"연수아는 15살 되던 해 진루안의 스승님 백 군신의 비공식적인 제자가 되었었다. 비록 정식 제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진루안과는 동문이기는 했다.진루안이 스승님을 따라 2년쯤 수련했을 때, 이 꼬맹이도 나타난 것이다.때로는 함께 훈련을 하며 두 사람은 남매의 정을 키워나갔었다.다만 이번에 진루안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임페리얼에서 사라졌던 건 다 사진 한 장과 혼약 하나
"그 사람?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강인하지만 연약하기도 하고, 사랑스럽지만 재밌을 때도 있어!" 진루안은 연수아의 얼굴과 말투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서경아와의 추억을 떠올렸다.그러자 진루안은 문득 서경아가 말이 험한 것 말고는 다른 부분은 꽤 괜찮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소한 마음은 착했다.그녀는 자신이 안명섭의 결혼식장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있을 때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었다. 비록 말로는 한준서의 추파를 피하기 위해서 라고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 해봤자 그녀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었다.만약 그것 때문에 한준서가 화라도 냈다면 서씨 가문과 서화 그룹은 힘들어 질게 뻔했지만 그래도 서경아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밝혔다.게다가 스승님이 자신에게 골라준 여자인데,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었다.스승님인 백 군신은 단 한번도 일을 그르친 적이 없었고 안목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기왕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가 되었으니, 그는 신경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난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 단호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진루안은 천천히 웃음을 터트렸다.별안간 귓가에 웅웅하는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색 벤틀리 스포츠카가 그대로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은 대교 위에서 사라졌다. 쓴웃음을 터트린 진루안은 이내 침묵했다.그도 연수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를 따른 지 벌써 몇 해째인데,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리 없었다.하지만 자신은 정말로 연수아를 그저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게다가 그녀의 오빠 연정은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부하 중 하나로, 자신이 가르쳤던 군 간부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진루안은 연정에게 미안한 짓은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연수아는 연정의 하나뿐인 동생이었다.용국 전신으로서, 어디에 문제가 있으면 그는 가장 먼저 전선으로 달려 나가야 했다. 또 어쩌면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지지 않는 군신은 없었고 늘 이기기만 하는 장군은 더더욱 없었다.예로부터 용국의 군신들은
"오늘 위생 대신과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무슨 이야기 했어요?" 그녀가 무심하게 물었다.점심때, 서경아는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깊게 생각해 본 그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위생 대신은 딱 봐도 조윤과 손을 잡은 게 분명해 보였는데, 왜 프레젠테이션 룸으로 끌려갔다가 나오자 곧바로 말을 바꾼 거지? 게다가 조금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었다.당시에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했다.게다가 안명섭의 결혼식에서, 진루안은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온 걸까? 진루안은 대체 무슨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걸까?그녀는 문득 자신의 약혼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것은 그녀가 진루안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할아버지라면 능력 없는 남편은 찾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진루안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바보 같긴, 평생 안 물어볼 줄 알았는데.'"사실 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 신분을 밝힌다면 아마 온 건성에 저와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그러니까 이 작은 동강시의 위생 대신 따위 전 신경도 쓰지 않아요.""제가 신분을 드러냈는데, 어떻게 감히 제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진루안은 담담한 말투로 서경아와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탁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서경아의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좀 믿을만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아주 자기가 국왕이라고 하지, 왜?""당신 위생 대신을 협박한 게 분명해요. 당신 정말로 싸움 좀 한다고 무적이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위생 대신을 협박했으니 나중에 분명 보복할 거라고요.""게다가 한준서와 한 내기는 어떻고요. 팔 하나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요? 당신 팔이 없으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그 이동근은 동강시에서 가장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