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강인하지만 연약하기도 하고, 사랑스럽지만 재밌을 때도 있어!" 진루안은 연수아의 얼굴과 말투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서경아와의 추억을 떠올렸다.그러자 진루안은 문득 서경아가 말이 험한 것 말고는 다른 부분은 꽤 괜찮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소한 마음은 착했다.그녀는 자신이 안명섭의 결혼식장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있을 때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었다. 비록 말로는 한준서의 추파를 피하기 위해서 라고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 해봤자 그녀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었다.만약 그것 때문에 한준서가 화라도 냈다면 서씨 가문과 서화 그룹은 힘들어 질게 뻔했지만 그래도 서경아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밝혔다.게다가 스승님이 자신에게 골라준 여자인데,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었다.스승님인 백 군신은 단 한번도 일을 그르친 적이 없었고 안목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기왕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가 되었으니, 그는 신경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난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 단호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진루안은 천천히 웃음을 터트렸다.별안간 귓가에 웅웅하는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색 벤틀리 스포츠카가 그대로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은 대교 위에서 사라졌다. 쓴웃음을 터트린 진루안은 이내 침묵했다.그도 연수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를 따른 지 벌써 몇 해째인데,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리 없었다.하지만 자신은 정말로 연수아를 그저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게다가 그녀의 오빠 연정은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부하 중 하나로, 자신이 가르쳤던 군 간부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진루안은 연정에게 미안한 짓은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연수아는 연정의 하나뿐인 동생이었다.용국 전신으로서, 어디에 문제가 있으면 그는 가장 먼저 전선으로 달려 나가야 했다. 또 어쩌면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지지 않는 군신은 없었고 늘 이기기만 하는 장군은 더더욱 없었다.예로부터 용국의 군신들은
"오늘 위생 대신과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무슨 이야기 했어요?" 그녀가 무심하게 물었다.점심때, 서경아는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깊게 생각해 본 그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위생 대신은 딱 봐도 조윤과 손을 잡은 게 분명해 보였는데, 왜 프레젠테이션 룸으로 끌려갔다가 나오자 곧바로 말을 바꾼 거지? 게다가 조금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었다.당시에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했다.게다가 안명섭의 결혼식에서, 진루안은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온 걸까? 진루안은 대체 무슨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걸까?그녀는 문득 자신의 약혼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것은 그녀가 진루안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할아버지라면 능력 없는 남편은 찾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진루안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바보 같긴, 평생 안 물어볼 줄 알았는데.'"사실 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 신분을 밝힌다면 아마 온 건성에 저와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그러니까 이 작은 동강시의 위생 대신 따위 전 신경도 쓰지 않아요.""제가 신분을 드러냈는데, 어떻게 감히 제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진루안은 담담한 말투로 서경아와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탁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서경아의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좀 믿을만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아주 자기가 국왕이라고 하지, 왜?""당신 위생 대신을 협박한 게 분명해요. 당신 정말로 싸움 좀 한다고 무적이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위생 대신을 협박했으니 나중에 분명 보복할 거라고요.""게다가 한준서와 한 내기는 어떻고요. 팔 하나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요? 당신 팔이 없으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그 이동근은 동강시에서 가장
마세라티를 동강시의 번화 구역에 있는 한 저택 대문 앞에 세운 서경아는 곧장 차에서 내렸다.서경아를 따라 차에서 내린 진루안은 주변의 화려한 고층 빌딩을 바라봤다. 깔끔하고 넓은 도로 양측에는 짙푸른 녹화 지대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이 정원은 더욱더 호화롭기 그지없어 보였다.여기가 바로 서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서씨 가문 어르신의 본가가 아니라, 서경아의 아버지인 서호성이 지내는 곳이었다.오늘 진루안은 드디어 서경아의 아버지, 그러니까 명의상의 장인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그 탓에 진루안은 조금 긴장되기 시작했다. 전에 조영화, 그 계모를 만날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이었다.서호성은 서경아의 친부이니, 서호성에게 절대로 조영화를 대하듯 대할 수는 없었다.그는 조영화는 때릴 수 있었지만 만약 서호성에게 손을 댄다면, 서경아는 아마 자기 자신까지 질책할 게 뻔했다."오늘 이 집안에 모든 친척들이 다 모여 있어요. 이따가 저랑 들어간 뒤에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마요. 만약 누가 당신을 저격한다고 해도, 절대로 화를 내며 사람을 때려서는 안 돼요!" 서경아는 진루안이 화가 나서 사람을 때릴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다른 사람을 때리는 거면 몰라도, 오늘 이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녀의 친척이었다. 이쪽에서 보지 않으면 저쪽에서도 만날 사이라, 만약 진루안이 주먹을 휘두른다면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기는 어렵게 된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는 그도 다 알고 있었고, 사람 때리는 것만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진루안은 끝내 참지 못하고 조영화에 대해 물었다. "당신 그 계모도 여기에 있어요?"계모라는 단어를 듣자 서경아는 머리가 다 아파와 무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명 집에 있을 거예요. 그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아들인 서세원도 있을 거예요!""알았어요."서경아는 진루안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향했다.저택의 마당은 아주 넓었고 왼쪽에는 작은 못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는 각양각색의 물고기를 기르고
게다가 조영화는 그에게 서세원이라는 아들까지 낳아줬다.아들을 위해 그는 아픈 마음을 꾹 참으며 서경아를 한준서에게 시집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니 오늘 사위를 만나고 싶다고 한 말은 사실 핑계에 불과했다. 그저 서경아와 한준서의 결혼을 확정 짓게 조영화가 손을 쓸 수 있게 하려는 핑계에 불과했다."경아야, 한준서는 비록 바람둥이이기는 하지만, 재벌가 자제 중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더냐? 옛날엔 네 아비인 나도 똑같았어.""그러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거라. 게다가 한준서는 너를 사랑하지 않으냐. 그런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지.""나도 네가 할아버지가 정한 혼약 때문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네 할아버지가 맺은 혼약을 나도 잘 모르는데, 이렇게 많은 친척들의 인정을 받으려면 정말 어렵겠지.""아이야, 내가 냉정하다고 미워하지 말 거라. 나는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능력도 있고 힘도 있는 사람에게 시집가야지. 너 회사 경영하는 거 좋아하지 않으냐? 한아 그룹은 우리 서화 그룹보다 두 배는 더 클 거야.""나중에 네가 한씨 가문 며느리가 된다면 언제든 한아 그룹을 경영할 수 있을 거야."서호성은 쓴소리로 자신의 딸을 만류하며 딸이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그도 중간에서 힘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진루안은 점점 그냥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약혼자인 자신의 앞에서 서경아에게 한준서와 결혼하라고 설득하다니?그가 막 앞으로 몇 걸음 나갔을 때, 말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손을 뻗어 그를 뒤로 당겼다."또 너 이 개자식이구나. 서씨 가문에 감히 또 발을 들여?" 조영화는 깐깐한 얼굴로 진루안의 팔목을 잡더니 그대로 진루안을 쫓아내려 했다.진루안을 보자 그날 뺨을 맞던 장면이 저절로 떠나왔지만, 그는 어디 가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얼마나 우스운 일이던가, 아무런 능력도 없는 자식에게 뺨을 맞았다."당장 꺼져, 여긴 네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조영화는 진루안을 힘껏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
진루안은 천천히 손을 내려 옷 주머니에서 미처 읽어보지 못한 그 편지를 꺼내들었다."다들 아직 서씨 가문 어르신아 정한 혼약 사실에 대해 들은 바가 없겠죠. 어르신께서 아무 말씀 꺼내지 않으셨을 테니까요.""하지만 저에게는 어르신께서 남기고 가신 이 편지가 있습니다. 난 아저씨께서 어르신의 필체를 알아볼 거라 믿습니다!" 진루안은 성큼성큼 다가가 편지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서호성을 바라보았다.서호성은 경악에 찬 얼굴을 했다. 이내 미간을 찌푸린 그는 그 편지를 열어보려 하지 않았다.어쩌면 그 편지를 펼치는 순간. 이 판은 끝났다고 봐야 했다.그 노인네가 편지를 남겼다고? 조영화의 표정은 더더욱 안 좋아졌다. 그녀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혹시 그 노인네는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줄 미리 예상했던 걸까.서슬 퍼런 얼굴을 한 조영화는 와인잔을 들고 테이블 가까이 다가가며 일부러 손을 떨어 와인을 편지 위에 쏟았다. 그러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머. 빨리 편지 치워. 젖었잖아. 이제 확인 못 하겠네."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편지를 테이블 위에 놓은 채 있는 힘껏 이리저리 문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러자 두 눈을 번뜩인 서호성은 젖은 편지지를 열었다. 붓으로 쓴 글자들은 모두 흐려져 있어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작은 어머니. 정말 너무하세요!" 서경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드디어 일이 좀 풀리나 싶었는데 조영화가 아예 할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적셔버릴 줄은 예상도 못 햇다.서호성도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진루안을 보며 말했다. "자네. 아무래도 이건 하늘의 뜻인가 보군. 자네는 아무래도 우리 서씨 가문의 사위가 되는 건 어려울 것 같네.""음... 이렇게 하지. 내가 10억을 줄 테니, 이 혼약은 없던 셈 치는 걸세, 어떤가?" 서호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의미는 전부 전달됐다. 만약 진루안이 거절을 한다면 제대로 혼쭐을 내면 그만이었다.만약 돈을 가져간다
진루안의 말을 믿지 않은 그녀는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진루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 이 자식 그게 무슨 소리야?""말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너 가만 안 둬!" 조영화는 서슬 퍼런 얼굴로 진루안을 보며 이를 갈았다.서호성 불쾌한 얼굴로 진루안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 녀석 가난한 건 둘째 치고 감히 어른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다니? 이 혼사는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주위의 친척들은 다시 한번 진루안을 모욕했다."닥치세요,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다들 혀를 잘라 버릴 겁니다!" 진루안은 사나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두 번의 모욕은 참아줄 수 있었지만 절대로 세 번은 없었다.제까짓 게 뭐라고 감히 함부로 모욕한단 말인가?서경아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참을 리가 없었다.진루안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단검을 들어 그대로 가차 없이 찍어 내렸다.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보란 듯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보고 있던 친척들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죄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진루안을 향한 눈빛은 더욱더 차가워졌다.끝장이다!이런 짓을 하고도 서씨 가문의 사위가 데려고 하다니, 허튼 꿈이었다!주위의 친척들은 모두 안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서경아는 무조건 한준서에게 시집갈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들의 이익도 보장될 수 있었다.조영화가 한때 그들에게 서경아가 시집만 간다면 이 서화 그룹의 지분을 그들에게 나눠주기로 약속했었다.돈을 위해서라면 친인의 정 따위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진루안은 다시 고개 들어 조영화를 쳐다봤다. 두려울 게 없다는 태도에 진루안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믿는 게 있는가 본데... 하지만 마 영감님은 아마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거야.""마 영감?" 사람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다들 긴장하기 시작했다.특히 조영화는 심장이 철렁했다. 무덤덤한 진루안의 표정을 보니 허세를 부리는 건 아닌듯했다.정말로 다 알고 있는 걸까?"그... 일단 편지부터 보지 그래.
"당신도 한번 봐봐요." 서경아는 편지를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 진루안은 편지를 양손으로 건네받으며 할아버지를 향한 존경을 보여주었다.여자는 태생적으로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이런 진루안의 태도를 보자 서경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편지를 읽은 진루안은 한숨을 쉬었다. 서신 안에는 비록 쓰여있지 않았지만 어르신의 말투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어르신은 그의 신분을 알고 있어 그를 데릴사위로 들이는 것에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다.하지만 진루안도 이 모든 것은 스승님의 계획임을 깨달았다. 스승님이 그를 데릴사위 자리에 앉힌 건 그에 대한 마지막 시험이기도 했다.그 정도 모욕도 감당해 내지 못하는 용국 군신은 군신이라 불릴 자격이 없었다. 도량이 없는 군신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쉽게 분노에 휩쓸리기 마련이다.스승님께서 마음을 써주신 것이다.진루안은 드디어 자신이 왜 이리도 갑자기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어야 했는지 깨달았다."이 약혼이 진짜라면, 당연히 지켜야 해요!" 서경아는 결심했다는 듯 서호성과 그 친척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태도는 어느 때보다도 굳건했다.주위 친척들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어르신의 편지가 이렇게 떡 하니 있으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서호성도 조영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영화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는 더는 감이 오지 않았다."이왕 이렇게 된 거, 그럼...""가주님, 한씨 가문에서 예물을 보내왔습니다!"서호성이 막 입을 여는 찰나 밖에서 노집사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외치며 허둥지둥 달려왔다.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하기도 전에, 한씨 가문의 사람들이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들어왔다."남아프리카 보석 목걸이 하나!""명대 선덕로 한 채!""당인의 명화 송산 추호도 한 폭!""예물비 18억 원!""서씨 가문 가주님께 특별히 청합니다. 서씨 가문의 아가씨를 우리 도련님과 혼인시켜 주십시오!"한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물을 차례로 내려놓고 말을 마친 뒤 그대로 떠나버렸다.집안의 사
"너 이 자식, 당장 서씨 가문에서 꺼지지 못해. 여기서 누굴 망신시키려고!" 서경아의 큰 고모는 냉랭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노려봤다. 방금 진루안이 한 얘기들을 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다.예물? 겨우 네까짓 게? 하하!그녀는 진루안을 극도로 싫어했다. 이런 낡아빠진 옷차림이나 한 놈은 농민만도 못 해!어릴 때부터 좋은 옷만 입고 좋은 것만 먹으며 호사스럽게 자란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진루안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이 뚱뚱한 중년 여자가 서경아의 큰 고모라고?"예물 같은 거 쟤는 못 내올 거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어르신도 참, 데릴사위는 무슨? 우리 서씨 가문에는 뭐 아들이 없기를 해?" 서경아의 작은 고모 역시 차가운 얼굴로 열두 살 난 서세원을 가리켰다."우리 서씨 가문에도 적자가 있다니까. 앞으로 모든 사업은 우리 적자가 물려받을 텐데 데릴사위는 뒀다 뭐 한담? 밥이나 축낼 테지!""그러게나 말이야. 우리 세원이가 있는데, 데릴사위는 필요 없지!""혼약을 깨요, 무조건 깨요!"주위의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들 파혼할 만한 최고의 이유를 찾았다는 듯 하나같이 떠들어댔다.서경아는 이 소란에도 마음이 평온했다. 그녀는 이미 이 가족이라는 자들의 진짜 얼굴을 꿰뚫어 본 지 오랬다. 그들은 그녀를 위해 생각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서호성도 마찬가지였다. 친아빠라는 자는 지금은 계부나 다름없었다.매사에 그녀가 아니라 동생이나 계모를 제일 먼저 신경 썼다.서호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만약 정말 이 혼약을 취소한다면 어르신이 편히 눈 감지 못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는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저 이 일을 너무 칼같이 자르고 싶지는 않았다.어찌 됐든 서경아는 그의 딸이었고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건 너무 단호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혼약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당연히 되지." 조영화는 팔짱을 꼬면서 비웃었다. 주변에 널린 예물들에 눈길을 주며 또 한 번 진루안을 향해 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