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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너 이 자식, 당장 서씨 가문에서 꺼지지 못해. 여기서 누굴 망신시키려고!" 서경아의 큰 고모는 냉랭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노려봤다. 방금 진루안이 한 얘기들을 그녀는 전혀 믿지 않았다.

예물? 겨우 네까짓 게? 하하!

그녀는 진루안을 극도로 싫어했다. 이런 낡아빠진 옷차림이나 한 놈은 농민만도 못 해!

어릴 때부터 좋은 옷만 입고 좋은 것만 먹으며 호사스럽게 자란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

진루안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이 뚱뚱한 중년 여자가 서경아의 큰 고모라고?

"예물 같은 거 쟤는 못 내올 거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

"어르신도 참, 데릴사위는 무슨? 우리 서씨 가문에는 뭐 아들이 없기를 해?" 서경아의 작은 고모 역시 차가운 얼굴로 열두 살 난 서세원을 가리켰다.

"우리 서씨 가문에도 적자가 있다니까. 앞으로 모든 사업은 우리 적자가 물려받을 텐데 데릴사위는 뒀다 뭐 한담? 밥이나 축낼 테지!"

"그러게나 말이야. 우리 세원이가 있는데, 데릴사위는 필요 없지!"

"혼약을 깨요, 무조건 깨요!"

주위의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들 파혼할 만한 최고의 이유를 찾았다는 듯 하나같이 떠들어댔다.

서경아는 이 소란에도 마음이 평온했다. 그녀는 이미 이 가족이라는 자들의 진짜 얼굴을 꿰뚫어 본 지 오랬다. 그들은 그녀를 위해 생각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서호성도 마찬가지였다. 친아빠라는 자는 지금은 계부나 다름없었다.

매사에 그녀가 아니라 동생이나 계모를 제일 먼저 신경 썼다.

서호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만약 정말 이 혼약을 취소한다면 어르신이 편히 눈 감지 못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저 이 일을 너무 칼같이 자르고 싶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서경아는 그의 딸이었고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건 너무 단호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혼약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당연히 되지." 조영화는 팔짱을 꼬면서 비웃었다. 주변에 널린 예물들에 눈길을 주며 또 한 번 진루안을 향해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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