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덤덤한 얼굴로 마 영감을 쳐다봤다.길게 한숨을 쉰 마 영감은 오만했던 태도를 접고 진루안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어르신, 이 마영삼이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눈앞의 그는 강을 아우르는 용이었다. 구렁이에 불과한 자신은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게다가 이 거대한 존재의 뒤에는 건성의 전 영감이 있었다. 그 전 영감은 적법한 쪽과 불법적인 쪽에 모두 인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건성에서 제일 유명한 갑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광림 그룹의 대표이사인 그의 몸값은 수십조가 넘었다.더 대단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에게 아들만 셋이 있는데 그중 두 명은 건성 및 다른 지역의 고위 관료라 세력이 두텁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진루안을 형님으로 모시며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던가?자신인 마영삼은 전광림을 우상처럼 여기며 그를 만나면 영감님이라고 불러야 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눈앞의 젊은이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마영삼은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거기에 진루안의 엄청난 전투력까지 더해지니 그는 조금의 불손함도 보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대와의 대결에서 진 것에 마영삼은 조금의 못마땅함도 없었다."어르신, 저...""어르신라고 부르지는 말고, 그런 호칭은 불편하니 그냥 진루안이라고 부르세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데 막 대하기도 뭐했던 진루안은 거칠었던 말투를 고치며 고개를 저으며 마영삼의 극존칭을 말렸다.그러자 마영삼은 황급히 대답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어찌 감히 불경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기왕 그 호칭이 싫으시다면 감히 아우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그도 그럴 것이 쉰이 넘은 마영삼에게 이제 막 스물이 넘은 청년보고 어르신이라고 부르라고 하는 건, 아무리 진루안의 배경이 엄청나다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불렀다간 민망하기 마련이었다.이 거물을 그는 알고 있지만 동강시의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 않은가, 나중가면
악독하기 그지없었다."호원은 아우님이 점심에 발차기 한 번으로 기절시킨 자입니다. 제 경호원이기도 하지요.""그럼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입니까?" 진루안은 그게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 자세히 물었다.쓴웃음을 지은 마영삼은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 "아우님, 호원이라는 자는 비록 제 경호원이기는 하지만, 조영화가 소개해 준 사람입니다!""아우님의 지혜라면 알아들으셨겠지요?" 마영삼은 쓸데없는 해명은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진루안을 바라봤다. 그는 진루안이 이 이야기의 전후 사정을 전부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못 알아챘을 진루안이 아니었다.조영화는 먼저 마영삼에게 서화 그룹으로 가 깽판을 치라고 한 뒤, 동생인 조윤은 자발적으로 서화 그룹의 위생 문제를 제보해 위생 대신과 손을 잡고 권력을 탈취한 뒤 서경아를 쫓아내려 했던 것이다.그리고 지금 조영화는 호원의 입을 빌려 황지우에게 서화 그룹 경비원의 가족을 잡아들이라고 했다. 서경아가 이 중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인망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김에 경비원의 가족을 제대로 혼쭐 내 줄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서화 그룹의 보안 문제에 경비원들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화 그룹이 그들의 가족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그들이라고 왜 서화 그룹을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그 여자도 참 대단했다. 이렇게 음침한 계략을 꾸미다니.다만 조영화는 자신이 짠 판을 진루안이 일일이 깨부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아우님, 아니면 제가 사람을 보내 그 여편네를 잡아 올까요?" 이를 악문 마영삼의 얼굴에는 온통 분노가 가득했다. 자신까지 판에 짜 넣은 탓에 그는 지금 조영화가 죽도록 미웠다.지금은 진루안의 지지가 있으니 그의 뒷배라면 혼자서 조영화를 처리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옆에 있던 황지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마 영감이 진루안에게 몇 번이나 아우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마영삼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던가? 동강시의 몇몇 재벌 가문의 가
키가 족이 175cm는 될 것 같은 호리한 여자가 마영관의 대문을 박차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가늘고 긴 몸은 붉은색의 코트로 가려져 있었고 발에는 흰색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단발, 그것도 검게 빛나는 단발을 그녀를 더욱더 세련되고 깔끔해 보이게 했다.높고 곧은 콧날은 약간의 이국적인 매력을 풍겼고, 특히 가늘고 긴 속눈썹은 더욱 생기 있어 보이게 했다."아가씨!" 마영삼은 멋쩍게 웃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황지우는 두려운 마음에 진루안 뒤에 숨었다. 얼마 전에 저 거친 아가씨에게 처참하게 혼난 탓에 그녀를 볼 때마다 두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여자의 앞에 선 마영삼은 살짝 허리를 숙였다.만약에 마영삼이 진루안의 배경과 신분을 꺼리는 것이 다 전광림 때문이라고 하다면, 마영삼이 눈앞의 이 붉은 코트를 입은 여자를 꺼리는 것은 건성의 또 다른 거물인 연정 때문이었다.연정은 건성 군부 내부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젊은 군령이고 신세대 군부중의 별 같은 존재이다. 이제 고작 서른이 된 나이에 벌써 3급 장군 자라까지 올라갔다.용국의 군령은 총 10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10급이 가장 낮고, 1급이 가장 높았다.연정이 3급 장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눈앞의 이 붉은 코트를 입은 여자애는 바로 연정이 극도로 아끼는 유일한 여동생이었다. 마영삼 마저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연수아는 어제 동강시에 도착했다. 이 아가씨는 원래 동강시에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지만 유독 이번만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다.때마침 마영삼이 운 좋게 연수아를 알게 되였고 연수아도 자연스레 여기로 오게 되였다.눈앞의 마영삼을 본 연수아는 조금 오만한 기색으로 마영삼의 코를 꼬집었다. 두 눈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했다.하지만 마영삼은 가만히 옆에 있기만 할 뿐, 꿈쩍도 하지 못했다.만약 이 장면을 밖에 있는 동강시 권력자들이 봤다면 깜짝 놀랄 게 분명했다.항상 위풍당당하던 마 영감이 무려 여자애 앞에서 조금의
마영삼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당연히 되죠.""가자, 꼬맹아!" 진루안은 돌아서며 연수아의 손목을 잡고 걸어갔다.마영관 안, 마영삼이와 황지우는 지금 저 광경이 너무 믿기지가 않았다.연수아가 언제부터 이렇게 얌전했지? 괴롭힘을 당하고도 반격을 하지 않다니?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벌써 발에 차여 날아갔을 게 분명했다.마영삼도 이제야 이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도 무척 각별한 사이가 확실했다.보통 사이였다면 절대로 이렇게 연수아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것이다.진루안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전광림마저도 그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건성 군부의 3급 장군 연정의 동생은 그의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게다가 그런 거물이 하필이면 서경아의 약혼자이자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였다.마영삼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이상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오늘일은 절대로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돼. 그렇지 않으면…" 마영삼은 눈을 부릅뜨며 황지우에게 말했다. 비록 이어지는 말은 없었지만 뜻은 다 알 수 있었다.전광림이든 연정이든 다 손가락 하나로도 그들을 누를 수 있었다.밤은 깊어 가고 산들바람이 불어왔다.널찍한 동강 대교 위에는 검은색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진루안과 연수아가 서 있었다."몰래 도망쳐 나왔어?" 진루안은 연수아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연수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진루안을 보며 말했다. "동강시에 왔으면서 어떻게 연락 한번 없을 수가 있어? 나도 나름 동문인데!"연수아는 15살 되던 해 진루안의 스승님 백 군신의 비공식적인 제자가 되었었다. 비록 정식 제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진루안과는 동문이기는 했다.진루안이 스승님을 따라 2년쯤 수련했을 때, 이 꼬맹이도 나타난 것이다.때로는 함께 훈련을 하며 두 사람은 남매의 정을 키워나갔었다.다만 이번에 진루안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임페리얼에서 사라졌던 건 다 사진 한 장과 혼약 하나
"그 사람?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강인하지만 연약하기도 하고, 사랑스럽지만 재밌을 때도 있어!" 진루안은 연수아의 얼굴과 말투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서경아와의 추억을 떠올렸다.그러자 진루안은 문득 서경아가 말이 험한 것 말고는 다른 부분은 꽤 괜찮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소한 마음은 착했다.그녀는 자신이 안명섭의 결혼식장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있을 때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었다. 비록 말로는 한준서의 추파를 피하기 위해서 라고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 해봤자 그녀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었다.만약 그것 때문에 한준서가 화라도 냈다면 서씨 가문과 서화 그룹은 힘들어 질게 뻔했지만 그래도 서경아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밝혔다.게다가 스승님이 자신에게 골라준 여자인데, 절대로 나쁜 사람일 리가 없었다.스승님인 백 군신은 단 한번도 일을 그르친 적이 없었고 안목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기왕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가 되었으니, 그는 신경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난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 단호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진루안은 천천히 웃음을 터트렸다.별안간 귓가에 웅웅하는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검은색 벤틀리 스포츠카가 그대로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은 대교 위에서 사라졌다. 쓴웃음을 터트린 진루안은 이내 침묵했다.그도 연수아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를 따른 지 벌써 몇 해째인데,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리 없었다.하지만 자신은 정말로 연수아를 그저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게다가 그녀의 오빠 연정은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부하 중 하나로, 자신이 가르쳤던 군 간부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진루안은 연정에게 미안한 짓은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연수아는 연정의 하나뿐인 동생이었다.용국 전신으로서, 어디에 문제가 있으면 그는 가장 먼저 전선으로 달려 나가야 했다. 또 어쩌면 언젠가는 이 자리에서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지지 않는 군신은 없었고 늘 이기기만 하는 장군은 더더욱 없었다.예로부터 용국의 군신들은
"오늘 위생 대신과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무슨 이야기 했어요?" 그녀가 무심하게 물었다.점심때, 서경아는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깊게 생각해 본 그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위생 대신은 딱 봐도 조윤과 손을 잡은 게 분명해 보였는데, 왜 프레젠테이션 룸으로 끌려갔다가 나오자 곧바로 말을 바꾼 거지? 게다가 조금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었다.당시에는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했다.게다가 안명섭의 결혼식에서, 진루안은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온 걸까? 진루안은 대체 무슨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걸까?그녀는 문득 자신의 약혼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것은 그녀가 진루안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그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할아버지라면 능력 없는 남편은 찾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진루안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바보 같긴, 평생 안 물어볼 줄 알았는데.'"사실 전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 신분을 밝힌다면 아마 온 건성에 저와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그러니까 이 작은 동강시의 위생 대신 따위 전 신경도 쓰지 않아요.""제가 신분을 드러냈는데, 어떻게 감히 제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진루안은 담담한 말투로 서경아와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탁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서경아의 얼굴에 분노가 드러났다."좀 믿을만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아주 자기가 국왕이라고 하지, 왜?""당신 위생 대신을 협박한 게 분명해요. 당신 정말로 싸움 좀 한다고 무적이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위생 대신을 협박했으니 나중에 분명 보복할 거라고요.""게다가 한준서와 한 내기는 어떻고요. 팔 하나가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요? 당신 팔이 없으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그 이동근은 동강시에서 가장
마세라티를 동강시의 번화 구역에 있는 한 저택 대문 앞에 세운 서경아는 곧장 차에서 내렸다.서경아를 따라 차에서 내린 진루안은 주변의 화려한 고층 빌딩을 바라봤다. 깔끔하고 넓은 도로 양측에는 짙푸른 녹화 지대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이 정원은 더욱더 호화롭기 그지없어 보였다.여기가 바로 서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서씨 가문 어르신의 본가가 아니라, 서경아의 아버지인 서호성이 지내는 곳이었다.오늘 진루안은 드디어 서경아의 아버지, 그러니까 명의상의 장인어른을 만날 수 있었다.그 탓에 진루안은 조금 긴장되기 시작했다. 전에 조영화, 그 계모를 만날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이었다.서호성은 서경아의 친부이니, 서호성에게 절대로 조영화를 대하듯 대할 수는 없었다.그는 조영화는 때릴 수 있었지만 만약 서호성에게 손을 댄다면, 서경아는 아마 자기 자신까지 질책할 게 뻔했다."오늘 이 집안에 모든 친척들이 다 모여 있어요. 이따가 저랑 들어간 뒤에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마요. 만약 누가 당신을 저격한다고 해도, 절대로 화를 내며 사람을 때려서는 안 돼요!" 서경아는 진루안이 화가 나서 사람을 때릴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다른 사람을 때리는 거면 몰라도, 오늘 이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녀의 친척이었다. 이쪽에서 보지 않으면 저쪽에서도 만날 사이라, 만약 진루안이 주먹을 휘두른다면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기는 어렵게 된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는 그도 다 알고 있었고, 사람 때리는 것만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진루안은 끝내 참지 못하고 조영화에 대해 물었다. "당신 그 계모도 여기에 있어요?"계모라는 단어를 듣자 서경아는 머리가 다 아파와 무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명 집에 있을 거예요. 그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아들인 서세원도 있을 거예요!""알았어요."서경아는 진루안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향했다.저택의 마당은 아주 넓었고 왼쪽에는 작은 못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는 각양각색의 물고기를 기르고
게다가 조영화는 그에게 서세원이라는 아들까지 낳아줬다.아들을 위해 그는 아픈 마음을 꾹 참으며 서경아를 한준서에게 시집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니 오늘 사위를 만나고 싶다고 한 말은 사실 핑계에 불과했다. 그저 서경아와 한준서의 결혼을 확정 짓게 조영화가 손을 쓸 수 있게 하려는 핑계에 불과했다."경아야, 한준서는 비록 바람둥이이기는 하지만, 재벌가 자제 중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더냐? 옛날엔 네 아비인 나도 똑같았어.""그러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거라. 게다가 한준서는 너를 사랑하지 않으냐. 그런 사람에게 시집을 가야지.""나도 네가 할아버지가 정한 혼약 때문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네 할아버지가 맺은 혼약을 나도 잘 모르는데, 이렇게 많은 친척들의 인정을 받으려면 정말 어렵겠지.""아이야, 내가 냉정하다고 미워하지 말 거라. 나는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능력도 있고 힘도 있는 사람에게 시집가야지. 너 회사 경영하는 거 좋아하지 않으냐? 한아 그룹은 우리 서화 그룹보다 두 배는 더 클 거야.""나중에 네가 한씨 가문 며느리가 된다면 언제든 한아 그룹을 경영할 수 있을 거야."서호성은 쓴소리로 자신의 딸을 만류하며 딸이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그도 중간에서 힘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진루안은 점점 그냥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약혼자인 자신의 앞에서 서경아에게 한준서와 결혼하라고 설득하다니?그가 막 앞으로 몇 걸음 나갔을 때, 말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손을 뻗어 그를 뒤로 당겼다."또 너 이 개자식이구나. 서씨 가문에 감히 또 발을 들여?" 조영화는 깐깐한 얼굴로 진루안의 팔목을 잡더니 그대로 진루안을 쫓아내려 했다.진루안을 보자 그날 뺨을 맞던 장면이 저절로 떠나왔지만, 그는 어디 가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얼마나 우스운 일이던가, 아무런 능력도 없는 자식에게 뺨을 맞았다."당장 꺼져, 여긴 네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조영화는 진루안을 힘껏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