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아는 가라앉은 얼굴로 차에 앉아있었고, 진루안은 여전히 조수석에 있었다. 다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탓에 차 안의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한숨을 쉰 서경아는 실망한 눈빛으로 옆에 앉은 진루안을 쳐다봤다."당신에게 배경이 없다고 해도 전 당신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을 거예요. 설령 예전에 폐품을 주워 팔았다고 해도, 그건 당신의 두 손으로 직접 돈을 번 거잖아요.""하지만 덜대로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돼요. 당신이 오늘 위생 대신의 멱살을 잡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당신은 아예 끝장났을 거예요!""당신만 끝나는 게 아니라, 서화 그룹도 당신의 경솔함으로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날 뻔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서경아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서경아는 진심으로 약혼자에게 실망했다. 할아버지가 찾아준 약혼자는 비록 부유하고 대단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예의는 아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안명섭의 결혼식에서 진루안을 만났을 때부터 그는 한준서의 경호원 둘을 때린 뒤 한준서와 일주일 후에 내기하기로 했고 지금은 또 거칠게 위생 대신의 멱살까지 잡았다.막무가내!경거망동!단순 무식!서경아는 12글자로 진루안을 평가했다."내려요! 앞으로는 너무 가깝게 굴지 마요!" 서경아는 조수석 쪽 문의 버튼을 눌렀다. 차 문이 열리자 밖을 가리키며 진루안에게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진루안도 아무런 대꾸 없이 그대로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 이내 마세라티는 빠르게 떠나갔고 그 자리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만 남아있었다.진루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참 성격이 불같은 여자였다.자신을 향한 선입견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노력하고 해명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진루안은 괜히 해명을 하려 하지 않았다."형님, 저 부탁 하나만 해도 됩니까?"등 뒤에서 조금 긴장한 듯 머뭇거리는 양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루안이 등을 돌리자, 파란색 셔츠에 회색 청바지를 입은
진루안의 물음에 양호석은 곧바로 대답했다. "바로 조금 전에 마 영감의 부하가 저희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다들 조급해하는 걸 제가 겨우 진정시켰어요."지금 같은 상황에 신고를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양호석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치안 대신과 마 영감은 사이가 끈끈하다 못해 막역한 수준이라 이 일에 끼어들 리가 없었다.만약 정말로 간섭한다면 마영삼도 오늘의 지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종용과 방임이 오늘날의 그를 만든 것이다.게다가 그는 서 대표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회사의 위기가 이제 막 끝난 탓에 서경아는 지쳐 있을 게 분명한 데다 서경아에게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진루안 밖에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 양호석은 이미 진루안을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갑시다. 제가 마영관까지 데려다줄게요. 몸값이라면 준비할 필요 없어요. 제가 마영삼에게 사람들을 전부 풀어주라고 하죠!" 냉담한 말투로 말한 진루안은 양호석의 어깨를 토닥이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형님, 제가 차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양호석은 그렇게 말한 뒤 주차장에서 몇백만 원 주고 산 소형차를 몰고 나와 진루안에게 타라고 했다.차에 탄 뒤, 진루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양호석은 진루안을 쳐다봤다. 진루안의 얼굴은 평온하고 담담했다. 마 영감을 마주한다는 것에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일반인이었다면 마 영감의 이름을 들으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을 것이다.하지만 진루안에게 그런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진루안이 애초에 마 영감을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양호석은 진루안이 점점 더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감히 묻지는 못했다.30분 뒤, 다시 한번 마영관에 도착했다.진루안이 차에서 내리자 양호석은 길옆에 차를 주차했다.바로 그때, 맞은편에서 검은색 아우디 승용차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차에서 양복을 입고 가죽 가방을 옆구리에 낀 남자가 내렸다. 일행으로 두 사람이 더
주위 사람들은 그 말에 놀라 멍해졌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장근수에게 자기 뺨을 세 번 때리라니, 그래 놓고 그러면 그냥 넘어가겠다고?장근수는 비록 동강시의 거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지가 다져진 수백억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한 회사의 대표였다.그런 장근수에게 스스로 뺨을 세 번 때리라니, 너무 우스운 말이었다.함께 왔던 일행 두 사람도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다들 진루안이 미쳤다고 생각했다."네가 뭔데, 나더러 뺨을 때리라는 거야?" 장근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또다시 진루안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살기가 피어났다.전에도 좋은 마음으로 진루안에게 안정된 직장도 소개해 주었는데 소중히 여기기는커녕 지금은 감히 큰소리를 치다니, 예의는 밥 말아 먹은 태도였다."정말로 네가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면 내 머리 꼭대기에서 놀 수 있을 줄 아나 보지? 잘 들어, 어림도 없어!""서경아가 뭐? 욕했다 어쩔래? 빌어먹을 년, 뭐 어쩔 건데…"짝!진루안은 곧장 손을 들어 뺨을 내리쳤다. 뺨 한 대에 이까지 하나 날아가자, 장근수는 멍해졌다.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루안은 또다시 손을 들었다.짝!세 번째!짝!뺨 세대를 다 때리고 나니, 장근수의 얼굴은 커다랗게 부어올랐다. 주위는 삽시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모두 두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식, 정말로 사람들 앞에서 장근수의 뺨을 세 번이나 때린 거야?양호석도 깜짝 놀랐다. 진루안은 정말로 원한이 있으면 바로 갚는 남자였다. 역시 서 대표의 남자답게 카리스마가 넘쳤다.진루안을 보고 있자니 열정이 들끓는 것 같았다. 만약 자신도 저렇게 일을 해결할 수 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양호석은 자신의 신분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토록 과감히 화를 내고 원한을 갚는 건 분명 믿을많나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 장근수를 때린다면, 죽어도 어떻게 죽는지도 알 수 없었다."동창으로서 그냥 넘어
"우현이 형, 저 사람이에요!"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가 시끌벅적해졌다.장근수는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은 채 독기 어린 눈으로 진루안을 가리키며 라이더 재켓을 입은 남자를 향해 말했다.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양쪽 귀에 모두 피어싱을 한 남자는 진루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장근수, 너도 영 쓸데가 없네. 이렇게 마른 녀석도 못 이기고.""평소에 힘을 다 여자한테 쓰는 거지?" 최우현은 장난기 어린 눈으로 장근수를 흘겨봤다. 그러자 장근수는 얼른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 자식, 되게 수상한 녀석이에요, 부디 형님께서 나서주시길 바라요.""형님은 마 영감님 휘하 4대 부장 중 한 분이시잖아요. 형님께서 나서주시면, 저 자식 맥도 못 출 거예요!" 빨간 머리 청년에게 아부하는 장근수의 모습은 진루안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진루안은 단 한 번도 그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채 플로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진루안의 무시에 최우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이렇게 무시당하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마 영감 휘화로 들어간 뒤로는 더더욱 처음이었다."얘들아, 손 좀 봐줘라!" 최우현이 못마땅해하며 손을 까닥하자, 그의 뒤로 요란한 차림의 남자들이 진루안을 향해 달려갔다.최우현이 손을 봐주라고 했으니 절대로 봐줄 리가 없었다."양호석 씨, 당신에게 맡길게요. 저 넷도 상대 못 하는 건 아니겠죠?" 옆에 앉은 양호석을 흘깃 본 진루안은 씩 웃어 보이며 바텐더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위스키 한 잔, 온더락으로."이윽고 질펀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진루안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그저 환하게 웃으며 바텐더가 건네는 위스키 온더락을 받아들었다.시끌벅적하던 소리가 사라지더니 네 명의 양아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양호석도 숨을 헐떡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직접 네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보니, 홀로 20명을 쓰러트린 진루안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너 이 자식, 꽤 침착하네. 안 되겠어, 피를 봐야
황지우는 왜 또 이 녀석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빨강 머리 청년을 쳐다봤다. 칼은 팔을 완전히 관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칼자루가 자기 팔에 꽂혀 진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마영삼 어디 있어?" 진루안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기 싫어 노란 머리 청년을 흘깃 보며 물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진루안에게 다가갔다. "형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영감님은 지금 여기에 없으세요, 그래도 금방 오실 겁니다.""네가 바로 나한테 전화한 놈이지?" 양호석은 노란 머리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목소리가 몹시 익숙했다. 그가 바로 자신을 협박한 놈이었다.휙!진루안의 매서운 눈빛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 순간 황지우는 순간 망부석이 되었다."그건 오해예요. 오해." 황지우는 손을 저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경비원과 진루안이 관계가 이렇게 가까울 줄은 황지우도 미처 생각을 못 했다. 보아하니 데리고 있는 인질들도 싹 다 풀어줘야겠다고 다짐했다.그도 마영삼도 이번에는 사람을 잘못 건드린 것 같았다.총자루를 손아귀 힘으로 아무렇지 않게 뭉갤 수 있는 사람이라 마영삼이라도 꺼려했다."형님, 저 자식을 무서워합니까?" 황지우의 반응이 장근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황지우는 저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우현보다도 한 단계 높은 4대 대장이였다."고작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인데 무서워할 필요는 없잖아요?""형님! 마 영감님이 뒤를 봐주시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어서 저 자식한테 본때를 보여주세요!""저 자식이 우현 형님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참을 거예요?"장근수는 뭣도 모른 채 쉴 새 없이 황지우를 부추기며 일그러진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진루안이 황지우에 얻어터지고 마영삼에게 살해당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것 같았다.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짝! 짝!노란 머리 청년은 연신 뺨을
이내 마영관에는 손님이 전부 다 빠져나가 텅 비었다.황지우는 장근수를 흘기며 버럭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직도 안 가고 뭐해? 마 영감님께 식사라도 대접 받게? 당장 꺼져!"장근수가 동강시에서 잘 나간다고 한들 고작 장근수 정도 수준의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당연히 장근수는 황지우에게 존재감이 없었다.장근수는 진루안을 쏘아보고는 하는 수 없이 물러갔다. 옛말에 사나이는 눈앞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꼭 피는 피로 갚겠다며 씩씩거렸다.장근수와 동행한 두 남자는 일찌감치 줄행랑을 쳤는지 온데간데없었다."일 처리가 시원시원하네!" 진루안은 황지우의 수습력을 높이 샀다. 비록 조금 많이 요란스럽긴 하였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넓은 시야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과찬입니다. 저도 다 마 영감을 위해서 한 것입니다." 황지우는 멋쩍게 웃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도 조금 뿌듯하긴 했다. 서로 우호적인 관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진루안같이 대단한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니, 황지우도 내심 기뻤다."저 자식이 도대체 누군데 그래요?" 최우현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진루안을 쏘아보며 황지우에게 물었다.황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최우현을 흘깃 쳐다보고는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처신을 잘못해서 찍히는 일이 없게 다시는 장근수랑 엮이지 말아!""마 영감의 눈에 띄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봐."그는 최우현을 몹시 싫어했다. 못된 짓은 안 하는 짓이 없는 녀석이라 같은 짓을 또 반복한다면 아파 평생 감옥에서 썩을 듯싶었다.그리고 비록 마영삼을 모시고 있는 황지우지만 적당히를 모르는 최우현과는 다르게 그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펼 줄 알았다."네!" 사람들 앞에서 황지우에게 혼이 난 탓에 최우현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자신의 부하들 앞에서 체면이 깎이지 않았는가. 하지만 황지우는 대장 인데 반해 그는 고작 부장에 불과했다.최우현이 떠나려던 그때."마 영감님께서, 오셨어요."밖은 어느새 어둠이 짙게
"이건, 네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내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서!"퍽!마영삼이 또다시 저만치 날아갔다. 충격을 받은 그의 부하들은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이건, 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못해서."퍽!"그리고 이건 네 부하가 너무 난잡해, 온갖 못된 짓을 다 저지르기 때문이다. 네 명성을 망치는 건 작은 일이나 사회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주 큰일이지."고작 진루안의 발길질 세 번에 마영삼은 처참한 꼴이 되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마영삼은 힘겹게 신음하며 고개를 들어 이 젊은 청년을 바라보았다."자네, 그동안 내게 이렇게 나온 자는 자네가 처음이네. 내 두 번째 패배를 인정하겠네.""하지만 나 마영삼도 동강시에서는 체면도 명성도 있는 사람이네. 만약 당신이 거물이라도 된다면 진심으로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하지만 아무런 뒷배도 없이 홀로 날뛰는 거라면 내 전 재산을 걸어서라도 너를 죽이고 말 거다."마영삼은 굳은 표정으로 진루안을 노려보았다.양호석도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진루안은 대체 무슨 신분인 걸까? 그는 그것이 내내 궁금했었다.20명을 거뜬히 제압하는가 하면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위생 대신이 진루안과 프레젠테이션 룸에 들어갔다 나온 뒤에 태도가 180도 변해서 사람을 잘못 보았다며 금지령을 풀어줬었다.다른 사람들은 진루안을 경솔하다고 하지만 양호석은 진루안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그리고 방금 전, 저렇게 멋있게 마 영감에게 세 번 연속 발길질을 해댔다. 이 동강시에서 감히 마 영감에게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그는 진루안이 도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너의 부하들을 당장 내보내!" 진루안의 눈썹을 들썩였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 마영삼을 놀래키지 않는 한, 마영삼은 굴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다 나가!" 마영삼은 가라앉은 얼굴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황지우를 포함한 그의 부하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여전히 몇 명의 경호원들
진루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무덤덤한 얼굴로 마 영감을 쳐다봤다.길게 한숨을 쉰 마 영감은 오만했던 태도를 접고 진루안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어르신, 이 마영삼이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눈앞의 그는 강을 아우르는 용이었다. 구렁이에 불과한 자신은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게다가 이 거대한 존재의 뒤에는 건성의 전 영감이 있었다. 그 전 영감은 적법한 쪽과 불법적인 쪽에 모두 인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건성에서 제일 유명한 갑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광림 그룹의 대표이사인 그의 몸값은 수십조가 넘었다.더 대단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에게 아들만 셋이 있는데 그중 두 명은 건성 및 다른 지역의 고위 관료라 세력이 두텁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진루안을 형님으로 모시며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이는 무엇을 의미하던가?자신인 마영삼은 전광림을 우상처럼 여기며 그를 만나면 영감님이라고 불러야 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눈앞의 젊은이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마영삼은 굴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거기에 진루안의 엄청난 전투력까지 더해지니 그는 조금의 불손함도 보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대와의 대결에서 진 것에 마영삼은 조금의 못마땅함도 없었다."어르신, 저...""어르신라고 부르지는 말고, 그런 호칭은 불편하니 그냥 진루안이라고 부르세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데 막 대하기도 뭐했던 진루안은 거칠었던 말투를 고치며 고개를 저으며 마영삼의 극존칭을 말렸다.그러자 마영삼은 황급히 대답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어찌 감히 불경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기왕 그 호칭이 싫으시다면 감히 아우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그도 그럴 것이 쉰이 넘은 마영삼에게 이제 막 스물이 넘은 청년보고 어르신이라고 부르라고 하는 건, 아무리 진루안의 배경이 엄청나다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불렀다간 민망하기 마련이었다.이 거물을 그는 알고 있지만 동강시의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 않은가, 나중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