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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한준서는 등을 돌려 안명섭을 향해 물었다. "저 사람, 어떤 집안사람입니까?"

방금 전 포대 자루에서 돈을 꺼내던 장면에 그는 정말로 깜짝 놀라버렸다.

거들먹거리며 한준서의 앞으로 다가간 안명섭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큰 소리로 외쳤다. "저 진루안은 17살 때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뒤로는 학교를 그만두고 길거리를 떠돌았습니다. 배경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죠."

"저 돈이라면, 다 경아 아가씨 것이겠죠!"

그렇게 말한 안명섭은 서경아를 향해 몸을 살짝 숙였고, 진루안은 여전히 무시해 버렸다.

동창으로서, 그는 진루안에 대해서는 전부 다 안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진루안에게 정말로 뒷배가 있었다면 이윤희는 절대로 그와 헤어질 리가 없었다.

"그 말은, 이 돈이 다 아가씨 거라고?" 이윤희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진루안과 서경아를 쳐다봤다.

순간, 저 돈이 더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인제 보니, 진루안이 말한 성공이란 빌붙어 사는 것을 말하는 거였나?

분위기는 점점 더 요상해졌지만 주위의 하객들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고, 안명섭마저도 결혼식 길시가 지난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한준서는 진루안을 뚫어지게 노려보다 이내 경호원 손에서 가죽 가방을 건네받았다. 가방 안에서 수표를 꺼낸 그는 2억을 슥슥 적더니 진루안의 발밑에 던졌다.

"이 돈 받고, 경아 씨 옆에서 떨어져!" 한준서는 오만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혐오 가득한 시선으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받게 되면 기뻐 날뛸 것이라는 것에, 그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발 밑에 떨어진 수표를 본 진루안은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런 뒤 주머니에서 구깃한 수표를 꺼내더니 20억을 적고는 한준서를 쳐다보며 조롱하듯 말했다. "돈? 그딴 거 안 부족해!"

"20억 줄 테니까, 앞으로는 경아 씨에게 손댈 생각 하지 마!"

주위 사람들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이 생긴 걸까?

설령 빌붙어 산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서경아도 이상함을 느꼈다. 진루안과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데, 돈을 준다는 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진루안의 행동을 본 한준서는 한 가지 깨달았다. 눈앞의 저 자식은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너 이 자식, 웃긴 얘길 하네. 근데 하나도 재미없네." 한준서의 얼굴이 차갑게 바뀌었다. 살기가 동한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뭐? 그걸 굳이 너한테 들어야 하나?" 진루안도 차가운 눈빛으로 한준서를 노려봤다. 말투도 완전히 차갑게 바뀌어 조금 전의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진루안은 이미 많이 참았다. 임페리얼의 주인으로서, 이런 모욕은 당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개미만도 못한 자들의 모욕을 말이다.

진루안의 말이 끝나자, 온 호텔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하객들이 진루안을 쳐다봤다. 정말 간이 배밖으로 나온 것이 분명했다. 한씨 가문의 도련님마저도 안중에 두지 않는다니?

한준서는 더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는 여태까지 이토록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너 이 새끼, 네 주제를 알고,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경아 씨는 끝내 내 여자가 될 거야. 이건 한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묵계한 일이라고!"

한준서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의 점잖고 우아하던 모습은 이 순간 완전히 일그러졌다.

그는 노골적으로 진루안을 협박했다. 그리고 그의 집안과 배경을 보면 위협할 자격이 충분했다.

안명섭과 장근수도 비웃음을 흘렸다. 그들은 진루안이 계속해서 모욕당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지, 너한테는 그럴 기회 없어!" 진루안은 차갑게 그를 노려보며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루안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씨 가문 같은 것은 관심도 없었고, 두 가문이 정한 묵계 같은 것은 더더욱 안중에도 없었다.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서경아, 그뿐이었다.

등을 돌린 진루안은 서경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드물게도 서경아는 거절이나 반항을 하지 않은 채 진루안이 잡은 대로 조용히 따라갔다.

한준서의 얼굴이 삽시간에 험상궂어졌다. 서경아의 손을 잡은 진루안의 손을 보자 두 눈에 시린 한기가 번뜩였다.

"저 자식 잡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한준서가 외치자 등 뒤에 있던 두 경호원은 곧바로 진루안을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은 경멸 어린 눈빛으로 냉랭한 웃음을 흘렸다. 저 두 경호원의 실력으로 가냘픈 녀석 하나 붙잡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두 경호원을 본 진루안은 조금 전까지의 분노를 이 순간 완전히 터트렸다.

진루안의 얼굴에 순간 포악함이 번뜩였다.

"죽자고 달려드는군!"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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