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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늘 이 결혼식장에서 그는 이미 안명섭을 여러 번이나 봐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봐줄 수가 없었다.

그 일격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진루안은 음산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앞에 있는 한준서를 계속해서 노려봤다.

"그 발 치우라고, 못 알아들어?"

한준서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감히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 그는 정말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이 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며 이미지를 망칠 수는 없어, 한준서는 화를 꾹 참았다.

이내 고개를 숙여 자신이 밟은 자단 불패를 본 한준서는 그것을 주워들어 멸시하듯 살펴보다 코웃음을 쳤다. "난 또 뭐라고, 고작 이거였어?"

"역시 거지다워. 이런 낡아빠진 불패도 보물처럼 아끼고. 여기…" 한준서는 대수롭지 않게 자단 불패를 진루안에게 던졌다. 그 불패를 꼭 손에 쥔 진루안은 조심스럽게 품에 넣었다.

그런 진루안의 모습을 보자, 한준서는 더 비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한준서의 마음에는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나오다니, 죽여버리고 말 거야!'

한준서의 안색을 본 서경아는 진루안이 위험해졌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되기 시작했다.

진루안이 사람들 앞에서 한준서에게 큰소리를 쳤으니, 속이 좁은 한준서의 성격상 절대로 진루안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

그녀는 진루안이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한준서의 집안 배경은, 진루안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넘을 수 없는 태산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진루안은 그런 서경아의 마음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한준서의 화난 얼굴은 더더욱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진루안이 이곳에 온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의 약혼녀를 기다리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로는 바로 하나의 인과를 갚기 위해서였다.

옆에 있는 이윤희를 본 진루안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여 자신이 가져온 포대 자루를 열었다.

"이윤희, 그때 네가 나한테 줬던 포대 자루 기억해?"

6년 전, 이윤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별을 통보하면서 몹시 모욕적이게도 그에게 낡은 포대 자루를 던져 포대 자루에 쓰레기를 주으며 살아가라고 말했었다.

이윤희는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고는 그에게 평생 쓰레기 더미나 뒹굴며 절대로 출세하지 못할 거라고 조롱했다.

그 광경은 진루안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만약 그 뒤로 스승님인 백 군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세상을 저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바로 그때 그 해의 인과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윤희는 그를 모욕했고, 이것은 인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 와서 하려는 일은, 바로 과였다.

모두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진루안은 낡아 빠진 포대 자루를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노란색 지폐가 드러났다.

진루안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 뭉치, 한 뭉치씩 꺼냈다.

사람들은 따라서 수를 세기 시작했고, 전부 다 세고 나니 무려 4억 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두 눈을 의심했다. 저 낡아빠진 포대 자루에 무려 4억 원이 담겨 있었다니?

이윤희의 얼굴도 마치 뭐라도 씹은 듯 안색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의 일이, 천천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포대 자루는 돌려줄게. 그 외의 저 4억 원은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해!"

진루안은 이윤희의 안색이 나빠진 것을 보았지만 신경은 쓰지 않았다.

이제 이 일은 끝을 맺었다. 앞으로 자신과 이윤희는 더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경아 씨, 가죠!" 자리에서 일어난 진루안이 서경아를 보며 말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서경아는 진루안을 따라 자리를 떴다.

"잠깐!"

한준서가 가라앉은 얼굴로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두 경호원은 아예 팔짱을 낀 채 진루안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자리에 있던 모두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제 재미난 구경이 펼쳐질 거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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