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는 그 가시를 뽑아내 진루안의 가슴에 단단히 찔러 넣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는 어떠한 대가라도 치를 생각이었다.안명섭의 말에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금 얼어붙었다.서경아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한준서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이보다 더 싫은 사람은 없었다.서경아가 한창 어떻게 자리를 떠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경호원 두 사람이 호텔 대문을 열 더니, 입구에서 흰 정장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칼로 깎은 듯한 얼굴의 남자는 차갑고 오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다만 남자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내건 채, 최대한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그의 등장에 호텔 로비의 분위기는 다시 타올랐고, 수많은 여자들의 탄성을 불러왔다.한준서를 손에 넣게 된다면 후반생은 더는 아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세상에, 진짜로 준서 도련님이야!""너무 멋있어, 어머!""한준서 도련님, 사랑해요. 꺄아!"수많은 여자들이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환호성을 질렀다.그들은 다가가려 했지만, 살기를 담은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는 경호원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준서 도련님, 오셨습니까?"한준서가 나타난 것을 본 안명섭은 곧바로 아부하듯 달려가더니 허리를 살짝 굽히고 직접 한준서를 안내했다.그런 안명섭을 흘깃 쳐다본 한준서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안명섭에게 건네주었다. "작은 성의입니다."그것을 본 안명섭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무려 한준서가 주는 봉투를 운 좋게도 받게 되었다.만약 평소였다면 열어보지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진루안이 있는 탓에 안명섭은 일부러 진루안을 흘깃 본 뒤 봉투를 열어 안에서 카드를 하나 꺼냈다."1억 원밖에 안 됩니다!" 한준서는 그저 덤덤하게 웃을 뿐, 조금도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1억, 이 한씨 가문 도련님인 그에게는 조금도 많지 않았다. 그저 숫자에 불과한 금액이었다.그 말을 듣자 안명섭도 한껏 동의했다. "도련님께는 소소한 금액이
오늘 이 결혼식장에서 그는 이미 안명섭을 여러 번이나 봐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봐줄 수가 없었다.그 일격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진루안은 음산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앞에 있는 한준서를 계속해서 노려봤다."그 발 치우라고, 못 알아들어?"한준서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감히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 그는 정말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설마, 자신이 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내며 이미지를 망칠 수는 없어, 한준서는 화를 꾹 참았다.이내 고개를 숙여 자신이 밟은 자단 불패를 본 한준서는 그것을 주워들어 멸시하듯 살펴보다 코웃음을 쳤다. "난 또 뭐라고, 고작 이거였어?""역시 거지다워. 이런 낡아빠진 불패도 보물처럼 아끼고. 여기…" 한준서는 대수롭지 않게 자단 불패를 진루안에게 던졌다. 그 불패를 꼭 손에 쥔 진루안은 조심스럽게 품에 넣었다.그런 진루안의 모습을 보자, 한준서는 더 비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한준서의 마음에는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나오다니, 죽여버리고 말 거야!'한준서의 안색을 본 서경아는 진루안이 위험해졌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되기 시작했다.진루안이 사람들 앞에서 한준서에게 큰소리를 쳤으니, 속이 좁은 한준서의 성격상 절대로 진루안을 가만둘 리가 없었다.그녀는 진루안이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한준서의 집안 배경은, 진루안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넘을 수 없는 태산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진루안은 그런 서경아의 마음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한준서의 화난 얼굴은 더더욱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진루안이 이곳에 온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의 약혼녀를 기다리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로는 바로 하나의 인과를 갚기 위해서였다.옆에 있는 이윤희를 본 진루안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여 자신이 가져온 포대 자루를 열었다."이윤희, 그때 네가 나한테 줬던 포대 자루 기
한준서는 등을 돌려 안명섭을 향해 물었다. "저 사람, 어떤 집안사람입니까?"방금 전 포대 자루에서 돈을 꺼내던 장면에 그는 정말로 깜짝 놀라버렸다.거들먹거리며 한준서의 앞으로 다가간 안명섭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큰 소리로 외쳤다. "저 진루안은 17살 때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뒤로는 학교를 그만두고 길거리를 떠돌았습니다. 배경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죠.""저 돈이라면, 다 경아 아가씨 것이겠죠!"그렇게 말한 안명섭은 서경아를 향해 몸을 살짝 숙였고, 진루안은 여전히 무시해 버렸다.동창으로서, 그는 진루안에 대해서는 전부 다 안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진루안에게 정말로 뒷배가 있었다면 이윤희는 절대로 그와 헤어질 리가 없었다."그 말은, 이 돈이 다 아가씨 거라고?" 이윤희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진루안과 서경아를 쳐다봤다.순간, 저 돈이 더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인제 보니, 진루안이 말한 성공이란 빌붙어 사는 것을 말하는 거였나?분위기는 점점 더 요상해졌지만 주위의 하객들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고, 안명섭마저도 결혼식 길시가 지난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한준서는 진루안을 뚫어지게 노려보다 이내 경호원 손에서 가죽 가방을 건네받았다. 가방 안에서 수표를 꺼낸 그는 2억을 슥슥 적더니 진루안의 발밑에 던졌다."이 돈 받고, 경아 씨 옆에서 떨어져!" 한준서는 오만하게 턱을 들어 올리며 혐오 가득한 시선으로 진루안을 쳐다봤다.가난한 사람은 돈을 받게 되면 기뻐 날뛸 것이라는 것에, 그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발 밑에 떨어진 수표를 본 진루안은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그런 뒤 주머니에서 구깃한 수표를 꺼내더니 20억을 적고는 한준서를 쳐다보며 조롱하듯 말했다. "돈? 그딴 거 안 부족해!""20억 줄 테니까, 앞으로는 경아 씨에게 손댈 생각 하지 마!"주위 사람들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이 생긴 걸까?설령 빌붙어 산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콰직!!"악, 내 손!""아!!"두 경호원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진루안에게 왼쪽 팔이 부러진 두 사람은 처참한 꼴로 바닥에 쓰러져 앓는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주위는 정적에 휩싸였다.안명섭과 장근수는 아예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무지 믿지 못했다.눈앞의 저 녀석은 고등학교 때만 해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몰래 나무 밑에서 울기나 하던 진루안이 맞나?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길바닥을 떠돌던 진루안이 맞긴 한가?진루안은 안명섭을 무시한 채 날카로운 한광을 드러내며 한준서를 노려봤다.그 눈빛에 한준서는 온몸이 차갑게 식더니,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계속해서 뒤로 물러섰다."한준서라고 했나? 이 이상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이미 충분히 너그러웠던 것 같으니, 더는 날 자극하지 마!"그렇게 말한 진루안은 한준서에게서 천천히 안명섭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너 이리저리 날뛰면서 날 상대하게 한준서를 부추겼지. 네 속셈 다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와 이윤희 사이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옛 동창이라서 결혼식장 깽판 치지도 않았잖아!""그러니까 적당히 해!"진루안은 말을 마친 뒤, 다시 서경아를 바라본 뒤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밖으로 향했다."거기 서!"한준서는 일그러진 얼굴로 주먹을 꽉 쥔 채 분노에 차 크게 외치며 진루안을 뚫어지게 노려봤다.등을 돌린 진루안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내기 한 판 하겠어?" 한준서의 두 눈에 본 적 없는 살기가 드러났다."무슨 내기?" 진루안의 얼굴에 흥미가 드러났다.한준서는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지금은 잠깐 허세를 부리게 두지, 내가 이기고 나면 반드시 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거야!'저 천한 인간은 한씨 가문에 비하면 그저 별 볼 일 없는 개돼지에 불과했다!"일주일 뒤, 권술사를 부를 테니 대결하겠나? 진 사람은 팔을 자르는 걸로 하지!""이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설마 응하지 않을 건 아니지?" 한준서는 진루안을 자극하며
한시간 뒤, 서씨 가문 본가 앞.마세라티 안."당신 방금 전에는 좀 충동적이었어요. 한씨 가문은 이동근 권술사랑 친분이 깊으니 분명 이동근을 부를 거예요.""이동근은 동강시의 최연소 권술사로 백전 연전불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어요.""그런 사람과 상대하기엔 당신에게는 아무런 승산이 없어요!" 서경아는 냉담한 말투로 마치 한 가지 사실을 이야기하듯 말했다."이동근 말하는 거야?" 진루안은 작게 중얼거렸다. 불현듯 3년 전, 한 사제가 스승님을 모시겠다고 찾아왔던 것이 떠올랐다.스승님은 그들을 거두지 않고 그저 한 가지 기술만 가르쳐주었고, 그들은 기뻐하며 떠났었다.그때 그 두 사람 중 제자 쪽이 이동근이었던가?나름 괜찮은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괜찮아, 내가 상대할 수 있어!" 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서경아는 진루안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문제가 되면 나중에 그녀가 나서서 조정하면 그만이었다."내리죠."서경아는 차에서 내려 서씨 가문의 본가를 바라봤다. 그 안에 차려진 영당을 보는 그녀의 얼굴에 울적한 기색이 드러났다.진루안의 얼굴에도 슬픔이 깃들었다.비록 이 어르신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스승님인 백 군신과 나이를 초월한 친구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을 떠났을 줄이야.진루안과 서경아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쪽의 영당은 몹시 성대했다.서씨 가문 어르신도 보통 인물이 아닌 데다, 서씨 가문의 체면도 반드시 지켜야 했다.복도 양측에는 흰 생화가 진열되어 있었고 영당 양측에는 더욱더 많은 화한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그리고 전방에는 위패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어르신의 영정 사진이 걸려 있었다."어르신, 저 진루안입니다. 어르신과 스승님께서 정하신 혼약, 반드시 지키겠습니다!""그러니까 마음 놓으세요. 반드시 경아 씨를 지키고 서씨 가문을 지켜내겠습니다."진루안은 영당 앞에서 깊은 절을 올렸다."서경아, 너 당장 안 나와?!""너 네가
서경아는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눈앞의 요염하기 그지없는 여자를 본 서경아는 이내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작은어머니, 할아버지가 정한 혼약을 전 반드시 지킬 거예요!""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작은어머니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전 절대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서경아는 울지도, 그렇다고 크게 소란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어쩌면 그건 계모가 때리고 욕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15살에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서경아는 이런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서경아의 계모는 서경아가 이토록 고집스러운 것을 보자 분에 가득 찬 얼굴을 하더니 다시금 손을 뻗었다.오늘 저 망할 것을 단단히 혼쭐을 낼 심산이었다. 그러고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지 두고 보라지!그렇게 손을 뻗은 그녀는 불현듯 팔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거대한 펜치 같은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은 채 억지로 그 손을 아래로 눌러버렸다."누가 당신에게 경아를 때릴 자격을 줬습니까?" 진루안은 언뜻 살기가 드러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계모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분노를 번뜩이며 진루안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개자식이, 어디서 능청을 떨어? 이건 우리 서씨 가문의 일이야. 얼른 썩 꺼지지 못해?""네까짓 게 우리 서씨 집안의 일에 끼어들려고 하다니? 얼른 꺼져버려!" 계모는 버둥대며 진루안의 팔을 뿌리치려했다.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지만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리하여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오른손을 들어 진루안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이 개자식!"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루안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그녀는 오늘 반드시 이 개자식에게 본때를 보여줘, 자신에게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작정이었다.서경아의 안색이 순간 돌변했다. 막 다가가 말리려는데
"비록 아주 귀찮은 일을 만들어줬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등을 돌려 다가온 서경아는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긴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봤다.키 185에, 그다지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아주 씩씩한 이 남자는 바로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찾아 준 약혼자였다.그녀는 이전까지 진루안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게다가 결혼식장에 있을 때는 조금 싫다는 생각도 했었다.하지만 방금 전 보인 진루안의 행동에, 서경아는 마음이 조금 따스해졌다."뭘 고마워하고 그래요. 앞으로 우리는 부부잖아요. 당신은 제 아내고, 전 당신의…""잠깐!"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에 생겨났던 아주 조금의 호감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서경아의 안색이 나빠지더니 진루안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씩 강조하며 말했다. "당분간은 혼약을 깰 수 없지만, 저희 약속 하나 하죠!""2년을 기한으로 정하고, 그동안 당신은 제 남편으로 지내다가 2년 뒤에는 각자 빚진 거 없이 완전히 끊어내는 걸로 하죠. 할 수 있겠어요?" 서경아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말투로 진루안에게 말했다.진루안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2년 동안 당신의 애정 문제에 대해서는 안 물어볼게요. 그저 다른 여자를 집에만 데려오지 않으면, 전 절대로 간섭하지 않겠어요!""그리고 저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 없어요. 저, 서경아는 평생 남자는 만날 생각 없거든요.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서화 그룹을 건성 제일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제 유일한 목표예요!"주먹을 꽉 쥐고 있는 서경아에게서는 슈퍼 우먼 같은 결연함이 느껴졌다.하지만 진루안은 그런 그녀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만약 서경아가 원한다면, 그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서화 그룹을 한 달도 되지 않아 건성 제일의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하지만 진짜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고 해도, 서경아는 아마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 뻔했다.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녀가 고정관념에 갇혀 자신
"이 차 비싸죠?""차에 기어가 없는 거예요?""경아 씨, 이 차…""그 입 다물어요!"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눈빛으로 진루안을 노려본 뒤 운전에 집중했다.진루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대화를 나눌만한 화제를 찾으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이름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런 결혼이었다.점심 12시, 서화 그룹 본사 앞. 서경아는 차를 입구에 세운 뒤 가방을 챙기고 내렸다."당신은 경비실에만 딱 있어요. 절대 꼼짝도 하지 말고, 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서경아는 입구의 작은 방을 가리키며 진루안에게 당부했다. 그런 뒤 등을 돌려 십몇 층짜리 서화 그룹 빌딩으로 들어갔다.진루안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강제적으로 그런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러면서 속으로 스승님에게 투덜거렸다. 도대체 자신에게 아내를 찾아준 건지, 여주인을 찾아준 건지 알 수가 없었다.크게 한숨을 쉰 진루안은 경비실로 걸음을 옮겼다.경비실에는 체구가 건장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경비원 8명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진루안이 대표님 차에서 내려 그들이 있는 곳까지 오는 것을 진작부터 지켜보고 있었다.진루안이 경비실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경비원의 얼굴에 냉소가 드러났다. 대표님을 통해 이 경비실에 들어오려 하다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게다가 비리비리해 보이는 진루안은 수련한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퇴역한 군인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아 보였다."면접 보러 온 건가? 서 대표님 인맥?"서화 그룹의 경비실장인 양호석은 짜증 섞인 눈으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그가 살면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인맥을 통한 낙하산이었다. 설령 그 상대가 대표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진루안은 고개를 들어 그 8명을 쳐다봤다. 척 보기에도 다들 퇴역한 군인 같았다. 보아하니 실력도 꽤나 괜찮아 보였지만, 자신의 어느 부하가 키운 병사인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임페리얼은, 하나의 조직일 뿐만 아니라, 용국의 전사 훈련소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