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많이 좋아진 서경아는 진루안을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꼭대기 층, 복도 양측의 사무실은 전부 투명한 창문으로 되어 있었다. 그건 직원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건지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그시각, 복도에는 여직원 몇 명이 잔뜩 신이 나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저기, 다들 그 얘기 들었어요? 서 대표님의 그 싸구려 약혼자 말이에요. 토지 경매에서 함부로 값을 올렸다가, 한준서 도련님의 체면을 깎은 것도 모자라 서 대표님도 곤혹을 치르게 됐대요.""760억으로 서성구의 땅을 사더니 또 700억으로 교외 부지까지 사들였대요.""근데 그거 모르죠? 마지막에 결제는 결국 서 대표님이 하셨대요." 파란 옷을 입은 여직원은 이야기보따리를 풀 듯 흥분해서는 이야기하며 옆에 잇는 직원을 쳐다봤다."네? 그런 일도 있었어요? 그 진루안은 뭔데 그렇게 돈을 뿌리고 다닌대요?""무슨 빌붙는 주제에 그렇게까지 한대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지금 뉴스가 완전 쫙 깔렸어요. 그리고 그 진루안이라는 사람 내일 한준서 도련님이랑 대결 내기도 했잖아요. 내일이면 처참한 꼴이 될 것 같은데요? 한준서 도련님에게 밉보여 놓고 어떻게 살아남겠어요?""쉿, 서 대표님 오셨어, 얼른 들어가자!"파란 옷의 여직원이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하는데 주위의 다른 직원들은 안색이 굳어서는 황급히 사무실 안으로 뛰어갔다."거기 서요!" 서경아의 안색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크게 외친 그녀는 직원들을 향해 다가갔고 진루안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갔다."누가 그런 소리 함부로 하래요?" 서경아의 안색은 잔뜩 굳어 있었다. 여직원들의 대화를 그녀는 거의 다 들었다.진루안을 모함하고 진루안에게 누명을 씌우는 말을 그녀는 더는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서 대표님, 누가 시킨 건 아니고요… 신문 기사랑, 인터넷에서 본 거예요. 이미 뉴스에 쫙 깔린 얘기예요!" 선두에 있던 여직원은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서경아를 몹시 무서워하는 듯했다.최근 서경아가 수많은 고위
그렇다고 안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개 같은 것이, 회사를 전부 털어버릴 작정이야?"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서호성의 목소리가 아니라 짜증이 일 정도로 날카로운 조영화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끝없는 분노를 담고 있었다. 서경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대뜸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 돈은 회사 돈이야. 노인네를 땅에 묻겠다고 감히 회사 자금에 손을 대다니, 넌 이게 얼마나 심각한 건지 알아?""지금 당장 튀어오지 못해? 1분이라도 늦었다간 알아서 해!"탁하는 소리와 함께 조영화는 휴대폰을 티 테이블 위에 내동댕이쳤다. 조영화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그 망할 것이 감히 돈을 물 뿌리듯 하다니, 그것은 다 그룹의 돈이고, 주주의 돈이었다.하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서경아가 실수만 한다면 그녀는 서경아를 서화 그룹에서 쫓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은 정정당당하게 기업의 이사가 될 수 있으니, 그들 남매의 계략도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옆에 앉아있던 서호성은 불같이 화를 내는 조영화의 모습에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 딸의 행동은 확실히 잘못이었다.그러다 마당 밖을 살핀 서호성이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의 친척들이 모두 분기가 탱천해서는 마치 그를 죽일 기세로 씩씩대며 들어오고 있었다."형님, 경아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감히 회사 자금으로 할아버지 묘지를 살 생각을 하다뇨?""매형, 절대로 봐줘서는 안 돼요!""저희도 다 그룹의 주주들이에요. 이런 우리도 화가 나는데 대주주들은 말할 것도 없죠. 이런 뉴스는 그저 서화 그룹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말 거예요.""큰 삼촌, 얼른 누나보고 오라고 해요. 그 누나한테 빌붙은 녀석이 누나를 홀린 건 아닌지 똑똑히 물어봐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는 거죠?"그 친척들은 하나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따져 묻기 시작했다. 잔뜩 화를 내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서호성을 잡아먹을 듯했다
"제가 같이 가줄게요." 휴대폰을 내린 서경아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본 진루안은 얼른 말했다.서경아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가지 마요. 그 사람들 분명 또 당신을 욕보일 거예요. 제 친척들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요?""하지만 당신…""걱정하지 마요, 저도 서씨 가문의 일원이에요. 기껏 해 봐야 몇 마디 묻고 말지 절 뭐 어쩌겠어요?" 서경아는 진루안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이내 서경아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만약 친척들이 물고 늘어진다면 그녀도 반격을 할 생각이었다.별 힘없는 여자라고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됐다. 적어도 그녀는 아직 서화 그룹의 대표였고 서씨 그룹의 돈줄이었다.떠나는 서경아의 뒷모습은 그토록 고고했다.서경아가 떠난 뒤 사무실 테이블 위의 신문을 흘깃 본 진루안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사실 이런 가짜 뉴스는 넘쳐나다 못해 범람할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도 이런 여론에 밀려 사상이 편향되며 쉽게 현혹됐다.그들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경로는 고작 몇 가지가 다인데 하필 그 신문 기사들이 이렇게 허황되니,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게다가 이번에는 감히 그를 모욕했으니, 동강시의 언론 대신은 도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진루안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동강시에 온 뒤로, 이런 불쾌한 기분이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이번에 진루안은 그들에게 제대로 된 교훈을 주려고 했다.그리고 서씨 가문 어르신의 묘지로 예정된 곳을 정사당이 경매로 내보내다니, 그 안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진루안은 휴대폰을 꺼내 수백 개가 되는 연락처를 뒤적였다. 만약 동강시의 고위 관료들이 이 연락처의 이름과 신분을 듣게 된다면 놀라 지려버릴 것이 분명했다.진루안은 내내 고개를 저었다. 사실 연락처 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분이 너무 높았다. 아무나 골라 잡아도 동강시의 정사당이 곡소리를 내게 만들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 이 일에 만족스러운 답을 듣지 못한다면 진루안은 절대로
동강시의 언론 대신은 정도헌에게서 전화가 오자, 혹시라도 늦게 받을까 황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정 대신님, 무슨 일이십니까?" 동강시의 언론 대신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말투에는 공손함이 담겨 잇었다."자네 쪽 동강시에 가짜 뉴스가 너무 많더군,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어. 당장 최근의 뉴스 기사들을 전부 내게 팩스로 한 부씩 보내게. 기억하게, 전부여야 하네!" 말을 마친 정도헌은 곧장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래도 속에서 울분이 가득했다.진루안에게 혼이 났으니 그는 자신의 아래로 그 화를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동강시의 언론 대신은 순간 멈칫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지금은 이해가 안 되는 상태였다.그리고 그때, 그는 테이블 위의 신문 몇 개를 흘깃 쳐다봤다. 뉴스 기사는 진루안, 그러니까 서씨 가문의 데릴사위와 연관이 있었다. 허투로 가격을 불러놓고 서경아에게 대금을 치르게 해, 빌붙는 것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며 돈을 물 쓰듯 뿌리고 성품이 저열하다는 내용이었다.설마 이 뉴스가 가짜 뉴스인 건가?하지만 이건 그의 딸이 작성한 뉴스인데, 가짜일 리가 없지 않은가?그는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딸이 연루될까, 그는 이 뉴스를 상부에 제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리하여 그는 다른 종류의 모든 뉴스 기사는 물론, 언론과 인터넷의 기사까지 전부 다 한꺼번에 정도헌에게 보내싿.정도헌은 컴퓨터 앞에 앉아 하나하나 읽어보며,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일일이 사실확인을 했다. 역시나 가짜 뉴스가 발견되었고 게다가 아주 번잡하기까지 했다.그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어쩐지 진루안이 그렇게 신경을 쓴다 싶었다. 이런 가짜 뉴스가 정말로 이렇게 많단 말인가?그는 곧바로 자신의 수하에게 연락해 당장 인원을 모아 이런 가짜 뉴스들 엄격히 수사하라고 지시하며, 연관된 신문사는 배후에 누가 있든 반드시 처분을 내리라고 했다. 완전히 해결이 되면 다시 보고를 올리라고 지시했다.정도헌의 지시에 온 건성의 미디어 업계가 긴
궐주님께서 전해림을 찾아가신다고?사무실 안, 전화를 내려놓은 정도헌은 머리가 웅웅 울리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진루안이 전해림을 찾아가 이 일을 해결한다고 했을 때 그는 심장이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전해림이 누구던가? 온 건성의 정사당에서 서열 2위를 차지하는 고관이었다. 만약 정말로 전해림을 찾아가 이 일을 해결한다면 아마 그마저도 처분을 받게 될지도 몰랐다.게다가 전해림은 건성 전 영감, 전광림의 큰 아들로, 진루안과 사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정도헌은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동강시의 언론 대신은 일을 그만두고 싶은 건가?정도헌도 더 지체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기사였기에 진루안의 화를 불러온 건지 그는 직접 동강시로 가 보고 싶었다.진루안은 정도헌이 어떻게 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할 말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정도헌의 능력에 달렸다. 만약 그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진루안은 전해림에게 건성의 언론 대신을 바꾸는 것을 제의해 볼 생각이었다.여론 하나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는 데 무슨 큰일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전쟁이라도 터지면 자신의 뒤를 저런 녀석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진루안도 자기 사람에게 뒷통수 맞는 일을 겪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군부의 그 많은 우수한 인재들은 끝내 저 저 충치 같은 녀석들에게 당했던 터라 그는 무력감에 몹시 분노했었었다.그런데 그런 일이 건성에서도 나타날 줄은 전혀 몰랐다.스승님은 스스로 불의에 맞서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쩌면 그건 젊은 시절의 참혹했던 경험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불의를 참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형님, 오셨습니까? 얼른 들어오세요!"마영관 안, 입구 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황지우는 진루안을 보자마자 얼른 다가가 살랑거리며 웃었다.오늘 경매회에서 본 통 큰 진루안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랐었다.마 영감에게 들으니 진루안은 그 자리에서 600억의 대금을, 그것도 화연 은행의 수표로 치렀다는 말에 진루안을 향
그 마진상은 동강시의 큰손으로 그를 감히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서씨 어르신이 살아계실 적, 일부 인맥 때문에 그는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지만 어르신이 돌아가시자 이제는 더 거리낄 것이 없었다."아우님, 그 마진상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이 일은, 우리 그냥…""괜찮습니다. 저도 적당한 선을 압니다!" 마영삼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루안은 짜증을 내며 손을 내저었다. 더는 이 화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진루안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보자 마영삼은 괜히 기분 나쁘게 할까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동강시의 이 물을 진루안이 헤집어 버린다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휩쓸릴지, 알 수가 없었다.양쪽 다 통하는 마 영감으로서, 그도 당연히 연류될 게 뻔했다. 보아하니 당분간은 부하들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았다. 괜한 일에 휘말릴 수는 없었다.진루안이 만약 정말로 마진상과 붙게 된다면, 그 고래 싸움에 등 터질 새우가 되는 것이다.마영삼은 스스로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고래 급까지는 되지 않아 분명 새우 신세가 될 게 뻔했다."아우님, 내일이면 한준서와의 내기 날인데, 자신… 있습니까?" 고개를 든 마영삼은 직접 진루안에게 차를 따라주며 떠보듯 물었다.그 이동근은 절대로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는 동강시의 젊은 권술사로 실력이 몹시 뛰어났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대결을 이어갔으면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거의 온 동강시를 깨부셨다고도 할 수 있었다.그러니 한준서가 이동근을 데리고 온다면 진루안은 조금 위험할지도 몰랐다.비록 마영삼은 진루안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잘 몰랐다."제가 질까 봐 걱정되십니까?" 찻잔을 내려놓은 진루안은 짓궂은 얼굴로 마영삼을 보며 물었다.얼른 고개를 저은 마영삼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전 그저 아우님께 그 이동근이 평범한 자는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뿐입니다."
서씨 저택 안, 서경아는 소파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녀의 주위로 모여든 친척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기세였다.조영화는 팔짱을 낀 채 득의양양한 얼굴로 서경아를 쳐다봤다. 친아버지인 서호성은 옆에서 담배만 피워대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분위기는 짙게 가라앉았다."됐어, 서경아. 우리도 더는 너랑 쓸데없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 당장 서화 그룹 대표이사 자리나 내놔. 네가 20퍼센트의 지분을 보류하는 건 허락할게. 그 정도면 평생 먹고사는 건 걱정 없을 거야."그때, 얼굴이 돼지같이 살이 찐 서경아의 고모, 서명화의 얼굴에 비웃음만 가득했다. 자신의 조카를 보면서도 서명화는 관용이란 조금도 없이 오히려 몰아붙이기만 했다."절대로 그럴 일 없어요!" 큰고모의 말을 들은 서경아의 얼굴이 순간 차가워졌다. 그녀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곧장 거절했다.대표이사 자리는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물려준 걸로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욱이 그 상대가 서씨 가문의 해충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자리가 그들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서화 그룹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할 게 뻔했다."뭐라고? 너 이 계집애, 감히 말을 안 들어?" 서명화는 그 말을 듣자 마치 강아지를 만난 고양이마냥 털을 바짝 세웠다. 이글이글한 눈으로 서경아를 노려보는 그녀는 더하면 손이라도 들 기세였다."큰고모, 저 그만 몰아붙이세요. 저 이 화제 더는 나누고 싶지 않아요.""제가 돌아온 건 드릴 말씀이 있어서예요. 토지 낙찰금은 전부 진루안 씨가 지불했어요. 저는 물론 서화 그룹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바깥에서 도는 뉴스는 전부 사실이 아니니 믿지 마세요."서경아는 원망 어린 눈으로 그 친척들을 바라봤다. 일단 돈만 걸려 있으면 그들은 마치 하이에나들처럼 그녀를 뼈채 삼키려 들었다.할아버지는 살아계실 때도 그의 두 딸과 아들 및 친척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가식적으로 살며 사람 노릇도 제대로 못 해서였다.돈이 생긴 뒤로 도덕이며 인품
전에 진루안에게 손가락이 부러졌던 일을 그는 내내 기억하고 있었다. 그 복수를 서경아에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이미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신, 당신들…" 서경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경아는 친척들이 등 뒤에서 칼을 꽂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악랄한 수법은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주주들이 정말로 주주총회를 열게 된다면 서화 그룹의 대표이사 자리는 정말로 지킬 수 없을지도 몰랐다.그녀는 오직 서화 그룹의 대표이사 신분이 있어야만 이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나설 수 있었다. 일단 그 신분마저 없어지면 그녀는 서씨 가문에서 한 걸음 내딛는 것도 힘들었다."서경아, 계집애 주제에 정말로 서화 그룹을 독점할 생각이었니? 정말 우습기도 하지." 서명화는 너무 좋은 것만 생각하는 서경아를 비웃었다."아버지가 너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줬지만 우리 서씨 가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게다는데 네가 뭘 어떡할 수 있는데?" 서명화는 커다란 얼굴을 번쩍 들고 튀어나온 배를 내밀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경아에게로 다가왔다.서경아는 눈앞의 큰고모를 쳐다봤다. 어렸을 때만 해도 이 큰 고모는 나름 그녀에게 잘해줬었다. 하지만 엄머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는 태도가 돌변했다.그러다 조영화가 서씨 가문에 들어온 뒤로 이 큰고모는 자신만 보면 마치 벌레라도 본 듯 싫어했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점점 더 심해지더니 이제는 가족애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둘째 고모인 서명연도 마찬가지였다.다른 친척들 사촌 언니, 오빠들도 어떻게든 그녀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었다.지금 이순간, 그녀는 실망하다 못해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단 한번도 이렇게 실망한 적이 없었고, 이토록 아팠던 적이 없었다.서씨 가문은 지금 그녀로 하여금 수치를 느끼게 했지만 그녀는 이 마음을 어디 풀 데가 없었다."시끌벅적하네요? 가족 회의라도 하나?"바로 그때, 때아닌 진루안이 입구 쪽에 나타났다.그러다 인파 속에 서 있는 서경아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것을 보자 진루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