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가 막 말을 하려 할 때, 진루안이 일어나서 장천산을 향해 말하는 것을 보았다.“할아버지, 시간이 늦었네요. 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이만 일어나겠습니다.”“제가 밀주에서 며칠 동안 머물 예정이니,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 주세요. 만약 제가 미스 장에게 유용하다면, 저도 전심전력으로 손을 쓰겠습니다.”벌써 저녁 10시가 다 되었다. 지금 한준서를 찾아가지 않았다가 한준서가 알아채고 다시 도망가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그는 비록 이 술자리에서 술을 몇 잔 마셨지만, 자신이 밀주에 온 진짜 목적을 잊지 않았다.장천산도 진루안의 말을 듣고, 바로 그가 무엇을 하러 그의 복록당에 왔는지 생각했고, 갑자기 안색이 많이 무거워졌다.이도운도 술잔을 들고 빙그레 웃다가, 장천산의 안색이 갑자기 엄숙하고 무거워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장천산은 진루안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서서 손을 흔들었고, 진루안이 그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은 나란히 룸에서 나와 1층으로 걸어갔다.“손에 피를 너무 많이 묻히지 마라, 너 자신에게 좋지 않아.”1층 로비에 서자 장천산의 안색은 점차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술에 취한 모습도 많이 좋아져서 냉정을 유지하면서 진루안에게 권고했다.그는 진루안이 한준서를 찾았으니 한준서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진루안이 사람을 적게 죽이길 바랐다.진루안은 당연히 장천산의 말을 듣지 않겠지만 대놓고 부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 할아버지.”“선 군, 너희 내실 주방의 한준서가 사는 곳의 주소를 적어봐라.”장천산은 내실 주방을 책임진 내실 매니저를 찾아 바로 한준서의 살고 있는 주소지를 쓰게 하고, 매니저에게는 이 일을 누설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쪽지를 진루안에게 넘겨주었다.진루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장천산과 작별하고, 몸을 돌려 복록당의 홀로 사라졌다.내실 매니저가 보기에는, 이 진루안이 누군지 모르지만,
“궐주님, 바로 여기입니다!”진루안의 옆에 있던 남자가 이 낡은 주택단지를 가리켰다. 짓다 만 건물처럼 형편없는 모습이어서 빈민굴이라고도 할 만했다. 그러나 바로 이곳이, 동강시 한씨 가문 큰 도련님이었던 그가 살고 있는 주소였다.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표정은 흥미진진했다. 누구도 그가 왜 이렇게 눈살을 찌푸리는지 몰랐지만, 어떤 부하도 감히 진루안을 방해하지 못했다. 진루안은 들어가지 않은 채 빈민가와 같은 이 낡은 주택단지를 지켜보았다. 그 안은 캄캄했고, 불을 켠 집은 몇 집 되지 않았다.한참 뒤에 진루안은 숨을 크게 내쉬더니,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다가 한준서가 돌아오면 통쾌하게 해치워.”“그가 죽은 후에 나에게 알려주면 돼.”진루안은 이 말을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주위의 부하들은 모두 정신이 나간 듯 멍청하게 진루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진루안이 왜 갑자기 이곳을 떠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한준서를 죽이려는 게 아닌가? 왜 또 떠났을까, 혹시 마음이 약해진 걸까?’‘한준서가 지금 곤궁해져서 이 지경이 된 것을 보고 마음에 걸린 걸까? 하지만 여태까지 궐주는 결코 우유부단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도대체 왜 그러지?’이 부하들은 모두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진루안이 그들을 여기서 기다리게 한 이상 그들은 명령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준서가 퇴근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깨끗하게 해치우면 된다.진루안은 자신이 직접 한준서를 죽이지 않고, 부하들이 이 일을 해결하도록 했다.그가 마음이 약해서 죽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에 진루안이 많은 생각을 했고, 인생은 누구도 한눈에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감개무량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도 쓰러지는 그 날이 온다.한준서도 한때 품격이 높았지만, 지금은 이국 타향에서 이렇게 척박한 낡은 주택단지에 살면서, 접시를 닦으며 돈을 벌고 있다. 이것이 인생의 백태이고 그 속은 자신이 가
그의 배후에 있는 그 신비의 차씨 어르신은 이미 족히 많은 시간을 그와 연락하지 않았고, 그의 생활비도 거의 단절되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부득불 스스로 일해서 생활을 유지해야 했다.이전에 그 차씨 어르신이 계셨을 때, 그는 매달 10만 달러의 정착비가 있었기에, 이렇게 궁상맞을 필요도 없었다.그는 술병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술을 마셨는데, 온 얼굴이 약간 붉어지고 약간 취기가 돌았다.희미하고 노란색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서, 그는 자신이 있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위험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준서가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려고 할 때, 땅밑에서 숨죽이고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솟구쳤다. “너희들, 음…….”한준서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입이 막혔고, 그 후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 차 안으로 옮겨졌다. 그런 다음에 차는 이 동네에서 사라졌다.한준서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한준서가 다른 사람에게 잡혀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아파트단지는 여전히 조용하게 있었고, 이런 혼란에 대해 이미 습관이 된 것 같았다.밀주의 어두운 밤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정상적이기 때문이다.심지어 종종 총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까지 들렸다.한준서는 얼떨떨한 가운데 차가 멈춘 것을 느꼈다. 그는 눈과 입이 가려진 채, 폐허가 된 공장 안으로 끌려갔다.뒤이어 그의 안대가 벗겨졌고, 입 안의 낡은 천도 제거되었다.한준서는 마침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똑똑히 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외에 몹시 여윈 젊은 남자가 우두머리였다. 그러나 눈빛이 날카롭고 살기가 넘쳐서, 얼핏 보고도 한준서는 두려움을 느꼈다.“당신, 당신들은 누구야?” 겁에 질린 한준서는 우두머리인 깡마른 남자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뒤로 물러섰지만, 발 밑에 버려진 쇠사슬에 걸려 넘어졌고,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었다.“네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겠어?” 차갑게 웃던 깡마른 남자는 눈앞의 한준서를 바라보고
‘억울하지 않아, 하하, 정말 억울하지 않아, 나 한준서가 결국 전신과 싸우겠다는 미친 듯한 망상을 한 거야? 정말 너무 우습네.’‘어쩐지 한씨 가문이 멸망했을 때, 진루안이 건성 군부의 연성 장군을 데리고 오고, 그렇게 많은 탱크와 병사들을 거느리고 왔더라니. 원래 그는 용국의 전신이었어.’‘아버지, 우리가 졌지만 억울하지 않아요.’한준서는 명확한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마음은 도리어 씁쓸함과 절망감으로 가득 찼다.‘복수? 진작부터 생각하지 않았어.’‘이런 숨막히는 신분인데 복수가 필요해? 아무 가능성도 없어.’“나의 마지막 질문이야, 내 뒤에 있는 차씨 어르신, 그가 진루안에게 패배한 것이 아닌가?” 한준서는 바보가 아니다. 진작에 이 차씨 어르신이 진루안에게 패배했고,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감했다. 그는 이 차씨 어르신과 진루안이 대립했다면, 이 차씨 어르신의 배경도 아주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한준서 너에게 솔직히 말해주지. 네가 말한 차씨 어르신은 사실 경도의 차씨 가문의 셋째 아들 차개석이야. 그러나 그는 궐주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 바로 며칠 전에 궐주의 손에 죽었어.”“동시에 차씨 가문의 가주이자 용국 정사당의 대신 중 한 명인 차홍양도 궐주의 총에 맞아 죽었어.”“이것이 내가 너에게 말할 수 있는 전부야, 너는 이제 죽어야 해.”“궐주께서 시원하게 죽이라고 하셨으니 괴롭히지 않겠다.” 깡마른 사내는 연거푸 말을 하며, 한준서가 알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해주었다.그 뒤에 깡마른 남자는 옆에 있던 부하가 건네준 권총을 받은 뒤, 총구를 한준서의 이마에 겨누었다.한준서의 입가에는 처량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원한도 후회도 없었다.이런 적수였으니 그의 죽음은……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탕!’총성이 울리자, 한준서의 이마에서는 피가 흩날리며 그의 몸은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다.한준서의 몸은 굳어갔지만, 얼굴에는 시종 미소를 머금은 채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그를 잘 묻어 주
한준서가 소리 소문도 없이 죽은 것은 결코 어떤 풍파를 일으키지 않았다. 결국 이국 타향인 M국에서, 한준서는 보잘것없는 작은 인물일 뿐이어서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아침의 첫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비쳐 들었지만, 호텔 방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진루안은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허머를 두고 뛰어서 다시 복록당으로 왔다.이번에 이곳에 온 것은, 어제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기왕에 이 3일 동안의 장예란의 프로그램 녹화 기간을 보호하겠다고 했으니, 식언하지 않을 것이다.장천산도 먼저 진루안에게 전화를 걸어서 진루안이 이곳에 와서 장예란을 기다리라고 알려주었다.장천산은 직접 음식점 입구에 서서 진루안을 기다리다가, 진루안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앞장서서 맞이했다.“젊음이 좋아, 늙은이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어.”진루안이 살고 있는 6성급 호텔은 복록당에서 무려 20km나 떨어져 있지만, 진루안은 이렇게 뛰어서 온 것이다.게다가 더욱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은, 20km를 달렸지만 진루안의 몸에는 전혀 땀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땀은 고사하고 숨이 가빠서 헐떡이지도 않았고 정상인과 마찬가지였다.실제로 진루안에게 있어서 이 운동량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루안이 정말로 피로하게 느꼈던 때는, 서남쪽 적국의 국경에서 280km를 가로질러서 용국으로 도망쳤을 때였다.그때야말로 가장 아슬아슬했고, 또한 가장 피로했던 때였다.적국의 변경에서 무려 280km를 악착같이 뛰어서 돌아온 것이다.“어르신, 누구든 젊을 때가 있지요. 어르신도 젊었을 때는 분명히 저보다 못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악수를 한 진루안과 장천산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는 장천산을 치켜세울 줄도 모르고, 거짓으로 늙지 않았다고 칭찬할 줄도 모른다. 그는 그저 비유를 들었을 뿐이지만, 편안하게 들려서 장천산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하하, 네 녀석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말을 할 줄 알아.” 장천산은 과연
“그 사람들은 간단하지 않아. 그들은 모두 밀주의 본토 세력, 즉 지하 세력이야.”“한준서에 돈을 빌려준 것도 그들이야. 아마 그들은 사건 해결을 통해서 한준서를 죽인 너를 찾고, 너를 위협하려고 할 거야.”“일단 그 잡것들이 눈독을 들이면 진루안, 너는 아주 위험해질 거야.”장천산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고 아주 안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진루안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몰랐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미 진루안이 절대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즉 진루안이 손녀를 도와 리얼리티 야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일단 무슨 의외의 일이 생기면, 진루안은 안전하지 못하고 장예란도 연루될 수 있다.그는 거상이기 때문에 아주 현실적이다. 만약 현실적이지 않다면, 어떻게 이 정도까지 올 수 있겠는가?다만 그의 마음속에도 정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진루안에게 알려 준 것이다.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젯밤에 한준서를 죽였는데, 뜻밖에도 이런 많은 일에 연루될 줄은 몰랐어. 그러나 어쨌든 한준서는 죽었고 적어도 국내에 있는 서경아는 안전해.’‘나머지는 나도 두렵지 않아. 밀주 이쪽의 지하세력이 좀 솔직하면 그래도 괜찮아. 만약 그들이 솔직하지 않고 나에게 공갈을 쳐서 돈을 얻으려 한다면, 그들이 염라대왕을 찾아서 목숨을 바친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만들어 주겠어.’“어르신이 저에게 이렇게 알려주신 이상, 저는 이미 손녀 분의 가이드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진루안은 조금도 투철했다. 그는 장천산이 왜 자신에게 이 모든 것을 알려주었는지 재빨리 알아차렸다.‘이 노인은 절대 자신의 손녀가 나 때문에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할 거야. 만약 내가 정말 이 밀주 암흑가 놈들의 주의를 끌었다면, 나와 함께 한 주변 사람들 모두가 반드시 위험하게 될 거야.’‘그래서 장 영감님의 마음은 내가 잘 알아.’그러나 장천산은 또 자신이 말하기가 쑥스러웠다. 그렇기에 진루안 자신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
“좋아, 좋아.” 장천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 진루안이 몸을 돌려 뛰어가는 것을 지켜봤고, 그가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표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그러자 장천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장천산아, 20년만 젊었다면, 너도 이렇게 소인배까지는 안 되었겠지.”“그는 너의 손녀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너는 오히려 이 일 때문에 진루안를 따돌렸어. 너는 이런 행동은 소인배나 할 행동이야.”“할아버지, 뭘 그렇게 중얼거리세요?”바로 장천산이 자신을 책망할 때, 뒤에서 장예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장예란은 간단하면서도 단정한 캐주얼을 입었고, 분홍색의 평상복에 썬캡을 매치해서 장예란으로 하여금 좀 더 청순하고 활발한 학생의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그녀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장천산 옆으로 가서 할아버지의 손목을 잡았다.“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중얼거리지 않았어.” 장천산은 당연히 손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손녀가 자신의 이런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도 몰랐다.“그 진루안은 왜 아직 안 와요? 벌써 7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시간관념이 없나?”장예란은 손목시계의 시간을 한 번 보고 불만스럽게 사방을 둘러보다가, 진루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갑자기 화가 나서 말했다.장천산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얼른 설명했다.“진루안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올 수가 없어.”“할아버지가 이미 가장 야외 생존 경험이 많은 사람을 찾아놓았어, 게다가 여자이니 안심하거라.”“흥, 나는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 진루안은 말을 해도 신용이 없어요, 인품이 너무 나빠요!”장예란은 화가 나서 입술을 내밀었다. 그녀는 진루안이 승낙한 이상 오지 않는 것이 인품 문제라고 생각했다.장천산은 연신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녀의 진루안에 대한 소감이 이렇게 나빠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사실 방금 그가 왔었어. 할아버지가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게 한 거야.”“아이고, 됐어요, 할아버지, 대신 설명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그
장예란은 자신은 평생 진루안과 같은 마누라 등골을 빼먹는 남자를 좋아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지금도 이런 마음이며 아주 단호하고 확고했다.장천산은 손녀의 이런 태도와 말투를 보고, 자신이 그녀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예란은 정말 단순하게 진루안을 혐오하고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다.그러나 그래도 좋았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인 그도 마음을 놓게 될 것이었다.만약 장예란이 진루안을 좋아한다면, 그 자신이 정말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서경아의 할아버지와 서경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너희들, 빨리 출발해라,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내가 찾아준 보디가드는 가는 길에 합류할 거야.”장천산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서둘러 자신의 손녀 장예란에게 권했다.이 말을 들은 장예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다소 분한 듯이 콧방귀를 뀌고 차에 올랐다.이도운도 복록당에서 나왔는데, 진루안이 여기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 장천산에게 물었다.“어르신, 진루안은 왜 오지 않았습니까? 그는 예란 누나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연예계에서 종종 명망과 경력이 있는 스타들은 나중에는 호칭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말하는 사람의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는 이름 뒤에 형이나 오빠를 붙이고, 여자는 누나, 언니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다.이도운도 장예란을 가끔 예란 누나라고 장난삼아 부르곤 했다.장예란의 노래가 인기가 폭발하면서 이미 용국 내에는 광풍이 일었다. 이런 상황이니 이도운 자신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부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장예란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물며 장예란의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된 후에는 더욱 예의 바르게 대했다.“이 감독님이 실망하겠군요. 진루안은 일이 있어서 이번 리얼리티 녹화에 참가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다른 가이드를 보내서 손녀를 보호하게 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장천산은 이도운이 자신의 손녀 장예란의 안위를 걱정하는 줄 알고 이렇게 웃었다.이도운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