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어?” 백무소는 손에 등나무 줄기를 쥔 채, 차가운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물었다.“아니요!” 진루안은 이를 악물고, 확고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백무소는 냉소하면서 또 등나무 줄기를 뽑아 ‘짝’ 소리가 나게 때렸고, 진루안은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졌다.“잘못했어?”“저는 잘못하지 않았어요!” 진루안은 계속 이를 악물고, 고집스럽게 사부님을 바라보며 반박했다.그는 잘못이 없다. 그는 바로 잘못이 없는 것이다. ‘형제의 복수를 하고, 나라를 위해 도적을 제거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야?’“허허, 좋아, 정말 컸구나, 할 수 있어.” 백무소는 웃음기가 가득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살기보다 더 무서웠다. 그러자 백무소가 등나무 줄기를 꼭 쥐고 연달아 후려치는 것이 보였다.‘짝,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등나무 줄기가 연이어 진루안의 몸을 후려갈겼다.밖에서는 모두 안에서 등나무 줄기를 후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경아는 이를 듣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어 들어오려고 했다.백무소는 서경아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서경아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꺼져, 들어오지 마!”“사부님, 때리실 거면 저를 때리세요!” 서경아는 이를 악물고 달려와서 백무소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표정은 더욱 단호했다.백무소는 화가 나서 서경아를 노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화를 냈다.“내가 감히 너를 때리지 못할 것 같아? 내 눈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어.”“사부님, 저는 진루안이 무슨 일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진루안이 무엇을 하든 저는 그가 옳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나쁜 놈이 아니예요. 그는 부잣집 도련님도 아니예요. 그가 하는 일은 모두 자신의 도리가 있습니다. 사부님께서 그를 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서경아는 고개를 숙이고 사정했다.백무소는 서경아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참지 못하고 계속 차갑게 비웃었다.“너는 지금 내가 사리에 밝지 못하다는 말이냐? 내가 늘 고집을 부린다는 말이냐? 내가 잘못했단 말이냐?”“저는…
“사부님, 사제가 한 것이 정말 틀리지 않았습니까?”서경아가 진루안을 부축하여 떠난 뒤에, 이상건은 안채에 들어가 사부인 백 군신을 보면서 마음속의 말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그는 후배가 한 이런 일들은 정말 너무 위험해서,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후회할 기회도 없다고 느꼈다.‘계속 사제의 이런 방법을 내버려 둔다면, 진루안은 아주 위험한 지경에 직면하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또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에 언젠가 사부님조차도 진루안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진루안은 또 어디로 가야 하지?’이상건은 자기가 반드시 사부에게 한 번 잘 얘기해봐야겠다고 느꼈다. ‘비록 사부가 이 어린 사제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은 알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교만해서는 안 되는 거야.’‘이것은 진루안을 구덩이로 처넣을 것이고, 진루안은 그가 도대체 어디에서 잘못했는지 깨닫지도 못하게 될 거야.’백 군신은 의자에 앉아 둘째 제자가 말하는 문제점을 들으면서, 얼굴에 웃음기를 띠고 이상건을 향해 말했다.“나는 너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진루안이 한 일은,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이야.”“너와 진루안 사이의 차이가 있어. 너는 물결을 따라 이 시대와 이 시대의 규칙에 적응했지만, 진루안은 시류에 따라 점차 발전하는 것이 아니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너의 후배가 바보라는 것은 아니야.”“걔가 이번에 이렇게 한 것도, 변방의 병사들에게 설명하고 모든 군부에 설명하기 위해서야. 그렇지 않으면, 문신들에게 억압된 이 말투는 발산할 수가 없어.”“그리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의 후배인 진루안 뿐이야. 나 자신을 포함한 나머지 군부의 어떤 장군도 감히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 못해. 오직 걔만이 감히 할 수 있지. 그는 젊기 때문에, 국왕은 그에 대해서 폭넓게 용인할 거야.”“임국왕이 그를 꺼리지 않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너는 아니?” 백 군신은 빙그레 웃으면서 이상건에게 물었다. 이상건은 망연자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슨 원인인지 알지 못
그는 사부의 말처럼 그렇게 완벽하지도 않고, 후배만큼 솔직하지도 않다.“주군!”그때 칼자국 아저씨가 문 밖에서 들어오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백 군신을 불렀다.백 군신은 고개를 들어 칼자국을 바라보다가, 칼자국의 안색이 복잡하고 괴상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왜 그래? 칼자국?”“주군, 차씨 가문의 큰 아가씨 차은서가 산 아래에 있는데, 진루안을 만나고 싶어해요.” 칼자국은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저으면서 백 군신에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백 군신의 안색이 흐려졌고, 이상건도 표정도 괴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 두 사람 모두, 이 아가씨가 뜻밖에도 진루안을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런데 진루안이 그 집안의 셋째를 죽였고, 또 그녀의 아버지도 죽였다는 걸 생각하니 이건 정말…….’‘설마 정말로 사랑하다가 원한을 품는 건 아니겠지?’그러나 이것은 진루안의 일이지 그들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 군신은 눈살을 찌푸리고 칼자국을 향해 말했다.“너는 진루안을 찾아가서 그 녀석이 처리하게 해. 그 자신이 싼 똥은 자신이 치워야지.”“예, 주군.” 칼자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안채에서 나와 서쪽의 별채로 향했다.서쪽의 별채는 서경아가 머무는 곳이고, 당연히 진루안도 머무는 곳이다.백 군신과 이상건은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그들은 진루안이 이런 일에 어떻게 직면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진루안은 적과 원수를 대할 때는 과감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진루안은 일찍이 그에게 고백한 적이 있는 여자를 대하면서,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차은서와 마주쳐서 수도 없고 총살도 당했겠지? 그렇다면, 진루안은 평생 사랑하는 여자를 찾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칼자국이 진루안을 찾았을 때, 서경아가 진루안에게 약을 다 발라준 뒤였다. 칼자국이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와서 자신과 차은서에 대해 이야기하자, 진루안은 바로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이 아가씨를
칼자국은 주군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경아가 나중에 이 여자를 알게 하기보다는, 직접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이 진루안을 돕는 셈이다.“진루안은 차은서의 아버지 차홍양을 죽였고, 차은서의 셋째 오빠인 차개석도 죽였어요.”칼자국은 서경아에게 좀 이상한 표정을 하고서 물었고, 또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서경아는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칼자국 아저씨를 바라보았고, 한참이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차은서의 아빠를 죽인 거야?’진루안은 걸어 내려와서 산 아래 길가에 왔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차은서였다.차은서의 곁에는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이 검은 두루마기 남자는 바로 그날 밤 봉헌각에서 나타난 신비한 젊은 강자였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차개석은 이미 진루안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차개석이 먼저 살해당했더라면, 이 일은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건은 발생했기 때문에, 얘기한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차은서는 오늘 차분한 셔츠에 청바지, 하얀 플랫슈즈를 신고 있었다.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는데, 오랫동안 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진루안은 차은서의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 소개해 줄게. 내 약혼자인 원진구야.” 차은서는 옆에 있는 검은 두루마기 남자를 가리키며 담담한 말투로 소개했다.이 말을 들은 진루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원진구라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원진구도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했지만, 눈에는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마치 진루안에게 차은서는 앞으로 내 여자지, 네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진루안은 차은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진루안도 화를 내지 않았다.차은서는 진루안의 안색이 변하지 않는 것을 바라보면서, 진루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과연 한 사람을 사랑할 때는 짝사랑을 하면 안 돼
“거기 서!”진루안은 차가운 얼굴로, 몸을 돌려 가려는 원진구를 가로막았다.원진구는 안색이 굳어져서,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진루안?”원진구의 도발에 직면하자, 진루안은 이를 눈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그의 도발에 익숙해질 필요도 없었다. ‘차은서는 차은서야. 그러나 그의 약혼자라는 원진구가 나를 도발해서는 안 돼. 누구나 다 나를 도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원진구가 이런 태도로 나와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잘못이야. 진루안은 그가 기어오르게 두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원진구는 정말 내가 그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그렇게 해서 한 번 그러면, 두 번째 도발을 하고, 점점 더 기어오르겠지.’이런 현상과 행위는 진루안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내력이 불분명한 원진구가, 그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는 것도 절대 참을 수가 없다.‘무례하게 말을 했지, 원진구가 뭔데, 이렇게 나와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나를 도발할 자격이 있어?’원진구는 진루안에게 가로막힌 후, 마음속에는 자연히 불쾌감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진루안이 너무 건방지다고 느꼈다. ‘설마 그가 나도 죽이려 하는 건가?’원진구의 마음속에는, 확실히 진루안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는 진루안의 구체적인 신분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진루안의 간단치 않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원진구가 진루안에게 승복하지 않는 부분이었다.그는 자신이 진루안보다 실력이 조금도 뒤지지 않고, 심지어 진루안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했다. ‘왜 진루안은 경도에서 이렇게 유명한 거야? 애초에 차은서가 진루안에 대해서 고백한 것조차도, 전 도시를 뒤흔들었어.’ 그는 마음속으로 몹시 질투했고, 진루안을 아주 증오했다.그래서 진루안을 보자, 그는 참지 못하고 바로 한 번 비교해 보려고 했다. 말 위의 비꼬는 말도 정상적인 행동이었다.그러나 이런 행위는 진루안의 눈에는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다.“당신의 이름이 원진구인가? 강호의 어느 문파 사람이지?” 진루안은
원진구는 진루안이 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것을 보자, 참지 못하고 비웃으면서 몸을 차은서와 함께 떠났다. 그들은 차에 오른 뒤, 천천히 방촌산을 떠났다.두 사람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칼자국 아저씨가 언제 진루안의 뒤에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진루안을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다.“진루안, 자신 있어?”“칼자국 아저씨, 내가 질 것 같아요?” 진루안은 갑자기 나타난 칼자국 아저씨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결국 칼자국 아저씨의 실력도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가 소리 없이 자신의 뒤에 나타난 것도 정상이었다.‘게다가 만약 칼자국 아저씨가 나를 기습한다면, 나는 십중팔구 죽임을 당할 거야.’다행히 이 노인은 사부님의 가장 충성스러운 수하 중의 한 명으로, 스승을 따라 전장터를 전전한 지 벌써 40여년이나 되었다.“그 원진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칼자국 아저씨는 다소 복잡한 눈빛을 하고 진루안에게 물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연히 이 원진구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그가 강호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파벌의 사람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칼자국 아저씨는 사라진 흰색 BMW를 바라보다가, 진루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주군이 이미 네 형제 하도헌의 두 다리를 치료해 주었어. 하도헌은 이제 밭에 나가 걸을 수 있어. 다만 예전의 실력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야.”“정말이예요? 그럼 제가 바로 올라갈게요.” 진루안은 칼자국 아저씨의 말을 듣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이 되어 몸을 돌려 방촌산 위로 달려갔다.무슨 원진구나, 무슨 강호의 문파든, 그의 눈에는 모두 자신의 형제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생사를 같이 하고, 같이 전장에 나섰던 형제인 것이다.어떤 우정이라도 이런 형제애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칼자국 아저씨는 진루안이 이렇게 달려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씁쓸한 표정을 짓고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다시 산 아래의 길을 힐끗
진루안과 하도헌 사이에는 많은 교류와 대화가 필요 없이, 쌍방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진루안은 저녁에 생사전을 해야 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하도헌은 진루안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이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그는 지금 막 걸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진루안을 너무 많이 도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현장에 도착해서, 진루안을 응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형제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진루안은 그의 집안의 복수를 위해 차홍양까지 죽였다. 지금은 차은서의 약혼자와 맞붙으려 하니, 그는 당연히 도의상으로도 따라가야 한다.‘어, 아니지!’이렇게 생각하던 하도헌은 갑자기 멍해졌다. 그는 이전에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고백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그게 바로 차은서였지?’‘차은서는 진루안을 좋아하지 않았나? 왜 다른 약혼자가 생겼지? 설마 차은서가 행동을 조심하지 않고 불륜을 저질렀나? 그게 아니면, 진루안이 싫어서 다른 남자를 선택한 거야?’‘진루안은 또 그 남자를 보고 불쾌해서, 이 일을 빌어 그 남자를 한바탕 훈계하려고 하는가?’하도헌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표정이 더욱 괴이해졌다.진루안은 하도헌이 이런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하도헌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추측했지만, 그에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사부의 방으로 들어갔다.“사부님, 손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루안은 두 주먹을 감싸 쥐고, 강호의 예법으로 백 군신에게 감사를 드렸다.백 군신은 드라이버 하나를 들고, 깨진 휴대전화를 조심스럽게 수리하고 있었다. 눈에는 후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는 진루안의 사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지금 휴대폰밖에 없다.“저, 사부님, 제가 새 폰을 사드릴까요?” 진루안은 이를 보고 참지 못하고 한마디 물었다.백 군신은 1초 동안 멈추었다가, 얼굴에 웃음기가 돌면서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그거, 이건 그런데 네가 스스로 말한 거야. 에헴, 사부는 너한테 그렇게 요구하지
그는 이렇게 큰 배경을 이용해서, 경도에서 이렇게 번거로운 일도 다 수습할 수 있는데, 하필 서씨 가문에서는 마누라 등골을 빼먹는 기둥서방이라고 여겨졌다.물론 그때는 그녀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진루안의 표현은, 매번 자신의 기대와 예상을 매번 넘어섰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경아는 이미 진루안의 능력과 배경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사부인 백 군신은 간단하지 않았고, 둘째 사형 이상건은 또 그렇게 거대한 재계의 거물이자 대재벌이다.그러므로, 진루안의 신분을 만약 정말로 말한다면,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게 만들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그녀는 총명한 사람이라 여태껏 추궁한 적이 없다.그러나 강유연의 이 일에 직면해서는, 그녀는 진루안을 좀 원망했다. 그녀에게 말하지 않아서 그녀를 강유연 앞에서 창피하게 만들었고, 또 그녀와 진루안이 마치 연인이 아닌 것 같다는 강유연의 놀림을 받았다. 이것은 또한 그녀 자신의 약점을 자극했다. 그녀는 확실히 진루안과 정상적인 연인이 아니었고, 맨 처음부터 혼약에 따라 행동했다. 그 후 그녀는 진루안에게 2년간의 약속을 했다. 비록 나중에 그녀 자신이 없애 버렸지만, 이것은 여전히 두 사람의 난감한 점이었다.그녀는 진루안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고, 오히려 그녀가 무슨 일을 하면 진루안이 모두 그녀를 도울 수 있다.그녀는 마음속에는 약간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갈수록 점점 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서, 자신이 진루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강유연이 무심코 한 말이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고 막연하게 만든 것이다.진루안은 서경아의 얼굴에 있는 원망의 기색을 보았지만, 서경아의 마음이 다소 당황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그녀와 너무 적게 교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는 어떤 일들은 서경아가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가 저력과 자신감, 그리고 안정감이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부인, 내 잘못이예요, 내가 당신을 속이지 말았어야 했어요.”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