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숨을 헐떡였지만, 긴장하거나 생사에 대한 긴박감은 없었다. 그가 전장에서 부딪친 상황은 이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미사일 한 발이 자신의 몸 앞에서 100미터도 안 되는 곳에 떨어졌는데,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죽음에서 오는 시련이었다.진루안은 달빛을 틈타서 한 화단 안의 꽃술의 색깔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차갑게 웃으며, 바로 한 방을 조준하고 ‘탕’ 소리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악!!”처량한 비명이 들려오면서, 꽃밭에 숨어있던 킬러는 진루안의 총에 맞아 죽었다.이렇게 다섯 명의 킬러만 남았는데, 진루안이 이 킬러를 쏘아 죽인 후, 맞은편의 쓰레기통 뒤에 약간의 인기척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한 발로 발 밑의 돌을 차서 날리자, 맞은편의 쓰레기통 위에 바로 부딪쳤다.갑자기 쓰레기통이 돌에 부딪쳐서 뒤집히면서, 뒤에 숨어있는 킬러 두 명이 드러나자, 진루안은 바로 총을 쏘았다.‘탕’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발이 킬러의 미간을 뚫었지만, 권총에도 총알이 떨어졌다. 진루안은 바로 결단을 내려서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며 땅에 떨어졌다. 그런 다음 백 덤블링으로 꽃밭의 옆에 나타나 킬러가 그를 때리지 못하도록 했다.아직 4명의 킬러가 남았는데, 쓰레기통 뒤의 킬러는 바로 진루안의 앞에 있었다. 킬러가 총을 쏘기 전에, 진루안은 빠른 걸음으로 뛰쳐나와서, 바로 한주먹에 그를 땅바닥에 뒤집어 엎었다. 진루안은 백핸드로 킬러의 권총을 쥐고, 그 자신의 미간을 겨누게 했다. 진루안은 킬러가 자신을 죽이도록 이를 악물고,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도와주었다.킬러의 권총을 빼앗은 진루안은, 킬러의 시체를 던져버렸고, 이와 동시에 큰소리로 외쳤다.“진루안이 여기 있다!”과연 칠흑 같은 밤에, 나머지 세 명의 킬러는 모두 속았다. 잇달아 앞에 나와서 총을 쏘자, 수많은 총소리를 내면서 모두 진루안이 던진 킬러의 몸에 맞았다.그리고 진루안은 그들이 총을 쏘고 있는 틈을 타서, 한 사람에 한 방을 쏘았고, 가장
경도 치안국의 심문실에서, 진루안은 두 무장 요원에 의해 3면이 전부 쇠사슬로 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죄수복 한 벌을 진루안에게 던지고 조용히 말했다.“입어!”이런 죄수복은 범죄 행위가 명확한 사람만이 입을 수 있다. 진루안이 이런 옷을 입으면, 그 킬러들은 모두 피해자고, 자신이 범인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같다.이 모든 연쇄적 수법과 연환계는, 모두 차개석이 자신을 겨냥하여 배치한 것임이 확실했다. 겨우 몇시간 만에, 이렇게 완벽한 계획을 배치할 수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진루안도 차개석을 인재라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만 이런 수단을 자신에게 사용했는데, 차개석은 자신을 건드린 대가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 같아.’‘또한 눈앞에 있는 이 제복을 입은 중년 남자는 경도 치안국의 한 소대장일 거야. 그의 경찰 계급을 보면 알 수 있어.’ 다만 진루안은 그가 이용을 당한 것인지, 차개석에게 매수되어 고의로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다만 여하튼 그의 지금 조치는 진루안을 불만스럽게 했다.심문 절차도 시작하지 않았고 재판부 선고도 없는데, 이런 죄수복을 입으라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웠다.“너는 나보고 이 옷을 입으라는 거야? 이 옷이 대표하는 의미를 알아야 해!”진루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표정으로 중년 남자를 쳐다보았다. 중년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언짢은 표정으로 화를 내며 욕을 했다.“니X 씨X, 무슨 말이 많아, 빨리 이 몸이 갈아입으라는 대로 해. 여기서는 이 몸의 말이 왕법이야!”이때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불만으로 가득 찬 진루안을 노려보았는데, 마치 진루안의 말이 많아서 불만스러운 것 같았다.진루안은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그와는 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좋아, 내가 입지, 내가 입어.”진루안은 노란색 죄수복을 받고, 자신의 외투를 벗고 이런 노란색 죄수복으로 갈아입었다.옷을 갈아입자, 중년 남자는 그제야 차갑게 미소 지
“오늘의 모든 설계는 모두 너를 겨냥한 거야. 즉, 지금의 너는 도살당할 어린 양이라고 할 수 있지.”“너는 외부와 연락할 수 없어. 지금의 너는 바로 이 도살되기를 기다리는 새끼 양이지. 진루안 도련님, 어때? 허허.”“취조실에서 죽으면, 나는 여전히 형벌이 두려워 자살한 것으로 하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중년 남자는 냉소를 금치 못하면서 아주 태연하게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 또한 이것들이 모두 차개석의 계략이라는 것을 인정했다.그는 심문실 전체에 두 사람만 있고, 다른 사람은 없기 때문에 무슨 뒤가 꿀릴 것이 없었다.‘게다가 이렇게 고의로 겨냥했는데, 진루안도 바보가 아니니 벌써 추측해 냈을 거야.’‘다만 추측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차개석이 무슨 일을 하고 싶다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손톱만큼의 조작할 시간도 남길 수 없어.’이번에는 차량이 폭발하든 교통경찰을 킬러들과 병행해서 배치하고, 한 명은 외부인을 막고 한 명은 안에서 살인을 하는데, 이것들 모두가 수단이다.최종적인 수단은 바로 치안국의 한 대장이다. 이 대장은 비록 직무는 크지 않지만, 관리하는 일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수중의 권력은 작지 않았다.이것은 차개석이 왜 그를 선택했는가 하는 이유였고, 그리고 이 말들도 모두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이 사람이 날뛰는 정도를 통해서, 이미 결심을 단단히 하고 차개석을 따라 어두운 길을 갔고, 올바른 길로 돌아설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이런 사람은 차개석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필연적으로 차개석 주변의 조수였을 것이고, 차개석에게 유리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어.’‘양의 가죽을 확실하게 뒤집어쓴 늑대야.’“진루안, 네가 차개석 셋째 도련님을 건드렸기 때문에 너도 죽을 수밖에 없는 거야.”“나는 네가 이전에 경도에서 얼마나 허풍을 떨었든 상관없지만, 내 심문실의 이 좁은 공간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죄를 인정하고 법에 복종하는 거야!”“네가 죄를 인정하고 법에 복종
“무식한 너는, 반드시 너의 무지 때문에 죽을 거야.” 진루안은 불쌍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저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중년 남자는 단지 자신이 진루안에게 무시당했다고 느꼈다. 심지어 진루안의 눈에 비친 연민은 그렇게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았지만, 그렇게 자신을 무시했다. 갑자기 남자는 온몸의 분노가 솟구치는 것만 느꼈고, 진루안에게 손가락질하며 노발대발했다.“체면을 차려줬더니 씨X, 원하지 않아. 그럼 이 몸이 너에게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차 도련님의 뜻은 절대 네가 살아서 심문실을 떠나게 할 수 없다는 거야. 보아하니 너는 관을 보지 않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 같구만!”“그럼 보기 흉하게 죽게 해 줄게. 나는 곧 뒈질 X이 무슨 에너지가 있는지 봐야겠어!!” 남자는 원한을 품고 험상궂게 입을 벌렸다. 한 손은 물대야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종이를 들고 진루안을 향해 걸어갔다.진루안은 목을 비틀어 ‘쿵’ 하고 심문 테이블을 전부 부러뜨린 다음, 한 걸음씩 내디뎠다.갑작스러운 장면에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랐다. 그의 손에 든 물대야가 바로 바닥에 떨어지며 물이 쏟아졌다.“너, 어떻게 나왔어?” 중년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엄지손가락 굵기의 쇠사슬을 바라보았다. ‘결국 진루안을 가둘 수 없는 거야?’진루안은 불쌍한 눈빛으로 중년 남자를 힐끗 보았는데, 단지 그가 정말 불쌍해서 슬프고 탄식만 느껴졌다.“강상원, 너 다시 나오지 않으면, 내가 너의 치안국을 불태울 거야!!”진루안은 취조실 문을 열고 복도를 향해 고함을 질렀고,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중년 남자는 진루안의 함성을 듣고 또 깜짝 놀라 눈꺼풀이 깜짝 놀랐다.강상원, 그는 그들 치안국에서 가장 높은 대신이자, 전체 치안국의 치안대신인 강상원이다.치안국의 대신이지만 실제적인 3등 대신이었고, 이런 지위는 어느 성, 시에 가든지 모두 중요한 귀빈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진루안은 마치 부하를 부르는 것처럼 강상원을 외쳤다.실제로 진루안과 강상원 사
진루안은 일찌감치 중년 남자가 자신에게 갑자기 손을 쓰는 것을 조심하고 있었다. 그는 일단 이 기회를 놓친 후에, 다시 기회를 찾으려면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것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다.그래서 중년 남자가 총을 꺼내는 동시에, 진루안은 옆의 쇠사슬을 끄집어냈다. ‘캉’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총알은 진루안이 끄집어낸 쇠사슬 위에 맞았다. 그리고 진루안은 매섭게 쇠사슬을 뽑아서 중년 남자에게 뽑아냈다. 튕긴 총알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년 남자의 허벅지를 뚫었다.“으악!!” 중년 남자는 바로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진루안은 그의 이렇게 가엾은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이 정말 너무나 가엾게 느껴졌다. 무지는 가장 무서운 것이다.이때 취조실 문이 바깥 사람들에 의해 열리면서, 온몸에 짙은 남색 제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황급히 들어왔고, 뒤에는 금색 군복을 입은 10여 명의 병사가 뒤따랐다.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 병사들은 모두 임페리얼의 병사들이다. 왜냐하면 전체 용국에서 오직 임페리얼의 병사들만 금색의 군복을 입어서 유난히 눈에 띄었고 유난히 특수했기 때문이다.“궐주!!” 십여 명의 병사들이 즉시 군례를 올리고, 진루안을 향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경도의 치안대신 강상원으로서 그는 진루안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휴대전화를 본 뒤 바로 이쪽으로 달려오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이 말을 듣지 않는 수하, 이 작은 치안 팀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아니었다.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 일이 생겨야 할 결과를 가라앉혀야 하는지, 차개석의 이런 방법으로 진루안을 죽이려고 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작게 보자면 범죄였고, 크게 보자면 매국노이다.‘자기 나라의 전신을 죽인다면 바로 매국노야.’‘차씨 집안에서 만약 이 일을 알았다면, 아마도 차개석의 방법에 놀라서 넘어가겠지.’‘진루안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좋지만, 일단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다음에, 차씨 가문이 진루안을
그는 별장에서 일어나서, 침대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고 안경을 찾아 썼다. 옆에 있는 전화를 들어 귓가에 놓고, 피곤한 관자놀이를 비비면서 좀 쉰 목소리로 물었다.“누구야? 이 밤에 무슨 일이야?”“차홍양, 나는 진루안입니다. 나는 당신의 셋째 아들 차개석이 한 좋은 일을 한번 보도록 당신을 치안국에 초청하겠어요. 나는 당신이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 믿어요.”“그럼 이만,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조사해 봐요!”진루안은 두 마디만 한 후에, 바로 전화를 끊었다.차홍양의 수단과 인맥으로, 오늘 밤 일어난 일을 알아내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과연 차홍양은, 진루안이 한 단 두 마디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다음, 두 통의 전화를 걸어 1분도 안되어서 오늘 밤의 일을 대충 파악했다.그러나 이런 일을 알게 된 후, 차홍양은 자신의 심장이 아픈 것만 느껴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한 주먹으로 침대머리를 때렸다.“이 개자식!!”“개석이 이 자식을 죽여버릴 거야!”차홍양은 안색은 차가웠고 등골이 더욱 차가웠다. 그는 이런 일이 성사되었다면 물론 차개석에게 복수를 시킬 수 있지만, 지금은 졌으니 무서운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루안은 어떤 사람이야? 그는 작은 여우와 같은 인물이야. 그는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기도 해. 임페리얼의 궐주는 말할 것도 없고, 명성이 자자한 고대무술 수련자이며, 더욱이 백 군신의 어린 제자이기도 해.’‘그 늙은이가 제자를 얼마나 감싸고 있는지는, 짐작할 필요조차 없어.’지금 차홍양은 정말 좀 피곤함을 느꼈지만, 어쨌든 이 일은 그가 반드시 관여해야 했다.‘아들이 일을 잘못했으니, 이 몸이 나가서 해결하는 거지.’‘이씨 가문의 이호연과 이천상도 그렇지 않은가?’그는 자연히 이씨 가문과 상도 강씨 가문의 일을 들었지만, 단지 간단히 알고 있을 뿐, 그런 것에 관여할 시간이 없었다.‘이제 하는 수 없지, 남의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기 집안 일이나 잘 챙겨야 해.’“영감, 왜 안 자?”차홍양
차씨 가문의 가주이자 지금 용국 정사당의 대신인 차홍양이 경도의 치안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3시였다.차홍양은 자신의 전용차에서 내린 뒤, 마음이 무거워서 다소 당황한 걸음걸이로 치안국 건물을 향해 들어갔다.비록 차홍양은 될수록 자신의 발걸음을 조절해서, 자신의 발걸음을 좀 순조롭게 보이려고 하였지만, 외부인의 보기에 차홍양의 발걸음은 확실히 혼란스러웠다.치안국의 청사에 들어서자마자, 오랫동안 기다리던 금색 군복의 임페리얼 병사가, 들어오는 차홍양을 냉정하게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갔다.이 병사는 전문적으로 이곳에 와서 차홍양을 기다렸고, 차홍양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묵묵히 병사의 뒤를 따랐다.병사는 그를 취조실 입구로 데려간 뒤, 다른 병사들과 함께 옆에 서서, 더 이상 차홍양을 거들떠보지 않았다.차홍양은 깊은 숨을 내쉬고, 취조실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내딛고 안으로 들어갔다.취조실 문은 열려 있어서, 차홍양이 들어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루안은 줄곧 취조실 의자에 앉은 채 안색이 무거웠다. 원래 강상원은 나가서 차홍양을 맞이하려 했다.결국 어쨌든 차홍양은 용국 전체의 최고의 대신 중 한 명이지만, 그가 감히 나가서 차홍양을 맞이한다면, 정말 형제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을 진루안의 안색을 보고 알게 되었다.한참을 망설인 강상원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계속 옆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차씨 가문과 진루안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그는 관여할 수도, 관여할 자격도 없었다.차홍양은 심문실 입구 안쪽에 서서, 주위의 상황을 힐끗 살펴보았다. 멀리 의자가 하나 있고, 그 위에는 해체된 쇠사슬이 있었다. 아래에는 뒤집힌 대야와 두꺼운 A4 종이가 있었다. 한 중년 남자가 바닥에 앉아서, 허벅지를 가린 채 고통스러워했다.바닥에 권총이 하나 더 있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이것이 바로 취조실의 기본 상황이었다. 차홍양도 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공포의 에너지가, 차씨 집안 전
“당신은 나와 차개석 사이에 반드시 한 명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 겁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절대 내가 아닐 것입니다.”진루안은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이어갔다. 말투는 여전히 조금 전처럼 아주 평범했고, 아무런 분노도 없었다. 차가운 말투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필요도 없었다.진루안은 이런 몇 마디로 차개석의 죽음을 판결했다.‘이 죽을 죄는 경우에 맞고 또 당연한 거지.’“진루안, 이미 이 말을 한 이상, 나도 너에게 진실을 말하겠다. 네가 만약 차개석을 죽인다면, 우리 차씨 가문은 너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차홍양의 얼굴의 표정은 이미 점차 싸늘해졌다. 그는 이미 자신이 진루안을 설득할 수 없고, 어떤 조건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그럼 오직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뿐이야.’차개석과 진루안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날 뿐만이 아니라, 이 일은 이미 진루안과 차씨 가문 사이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것으로 바뀌었다.지금부터 이 일은 양측이 완전히 결별하는 도화선이거나,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이다.“죽어야 끝이 난다고?” 진루안은 비웃는 웃음 소리와 함께 가학적인 눈빛을 들어 차홍양을 바라보았지만, 차홍양의 얼굴이 온통 험상궂고 원망하는 기색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웃으며 소리쳤다.“당신들은 자격이 있어?”“차씨 가문? 말을 좀 잘 하는 것이 권문이고, 말을 좀 잘 못하는 것이 바로 당신 차홍양의 일가들일 뿐이야.”“나 진루안의 공헌과 공로로, 내가 차개석을 죽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당신을 죽인다 해도 어떻게 할 수 있겠어?”“당신이 죽고 나면 차씨 가문도 소멸되겠지, 그렇지 않아?”“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정말 알고 싶어. 차홍양, 당신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죽어야 끝난다는 말을 할 수 있지?”진루안의 말투는 극도의 경멸과 경멸로 가득 차 있는데, 차홍양이 어디서 온 저력이 자신에게 이렇게 위협을 가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나는 위협에 겁먹은 것이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