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용은 심경도가 모두 고의로 자신의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건성 정사당의 이렇게 많은 대신들의 단결과 조화된 모습을 보고 고성용은 다소 실망했다. 이간질을 통해서 건성에서의 진루안의 역량을 분열시키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고 재상, 벌써 오후인데 나가서 밥 먹지?” 활짝 웃고 있는 고성용을 바라보는 심경도의 눈빛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누구도 고성용의 결점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경도 심씨 가문과 경도 고씨 가문 출신인 두 사람은 모두 명문 대가의 자제다. 조부들은 모두 용국의 걸출한 인재이자 개국공신이었다.다만 최근에 고씨 가문은 약간 잠잠했지만, 심씨 가문은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심경도가 건성의 정사당 선임대신이 된 것 이외에도, 심씨 가문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군부에 재직하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2급 장군이다.심 씨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달리 명문 장수 가문이기 때문이다.“밥은 먹지 않겠어. 내가 건성에서 직책을 이용해서 향응을 요구했다고, 누군가가 고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고성용은 고개를 저으면서 농담하는 투로 말했지만, 눈빛은 구석에 있는 진루안을 향했다.고성용이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두들 알게 되었다.진루안은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면서 고성용 쪽으로 갔다.“여동생, 이 오빠가 밥을 살게. 이건 네가 향응을 받는 게 아니야!”고성용은 울분에 찬 표정으로 진루안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건성에 올 때 너한테 모욕을 당할 줄 알았어!”“됐어, 밥은 안 먹을래, 너한테 할 말이 있어!”“진 선생, 고 재상, 두 사람 얘기 나눠. 나는 먼저 나갈게.” 두 사람이 분명히 할 말이 있는 것을 본 심경도는, 눈치 빠르게 웃으면서 회의실에서 나갔다.결국 회의실 안에는 진루안과 고성용 두 사람만 남았다.심경도가 떠나면서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잠시 두 사람 다 입을 열지 않았다.한참 뒤 고성용이 먼저 이 적막을 깨뜨렸다.“진루안, 이번 일은
‘고성용의 관념과 식견으로는 차은서와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차씨 가문은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사람들이 사라지는 건 이미 시간문제일 텐데 말이야.’‘이런 상황에서 차은서와 결혼을 선택하다니? 고성용이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정교한 이기주의자인 고성용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절대 하지 않아.’“구체적인 이유는 알 필요 없어.”“기억해, 다음 달 3일이야!”고성용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은서는 지난날 진루안을 좋아했던 일은 당연히 똑똑히 알고 있었다.다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오히려 고성용 자신이 차은서와 결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뼛속까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고성용은 결코 차은서에게 얽매이지 않았을 것이지만, 결국 지금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그날의 황당한 행동은 차치하고라도, 차은서는 그 뒤에 고씨 가문으로 달려가서 고성용의 아버지 앞에서 울며불며 하소연했고, 바로 목적을 달성했다.고성용은 아버지의 눈에 여자를 농락하고 버린 인간이 되어,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는 벌을 받았다.이튿날 고씨 가문에서는 고성용에게 차은서를 아내로 맞이하고 거절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성용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차은서라는 이 몸을 팔아 목적을 달성하는 여자의 속성은 점점 더 커졌고, 이 모든 것은 차은서가 꾸민 짓이다. 함정이 하나씩 겹쳐지면서, 조금의 힘도 쓰지 못한 채 이미 덫에 걸려 사람을 잡을 지경까지 되었다.고성용은 차은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마음속에서는 몹시 미워해서, 기회가 있으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었다. 차은서는 일단 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고 미래에는 가문의 안주인이 될 것이다.이 계략은 정말 무서웠다.고성용뿐만 아니라 고씨 가문까지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차은서가 이런 여자인 줄 알았더라면, 고성용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차은서의 가장 큰 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어.’‘차은서는 나와 결혼한 후, 어쨌
진루안은 눈빛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고성용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표정에는 뭔가 깨달은 기색이 드러났다.“너도 참가해?”진루안이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이것이다. 만약 고성용이 참가하지 않는다면 세계전신대회는 고성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전신대회에 참가해야만 고성용과 관계가 있다.미소를 드러내면서 고성용은 진루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 나도 참가 신청을 했어.”“진루안, 나는 너를 겨냥한 게 아니야. 너와 전신 타이틀을 놓고 쟁탈하려는 것도 아니야. 내가 외국에 있어서 정보는 더 빨라. 이번에 서방 각국은 너를 포위하고 사냥할 거야!”“세계전신대회가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한 해가 될 거야. 또한 가장 무서운 한 해가 될 거야.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최고의 병왕들이 모였기 때문이지!”“M국의 라이트, 차미, 그리고 스톨스, 이 세 사람은 모두 M국 FUI의 최고 요원 출신이야. 심지어 모두 올드 마이어스의 직계 제자로, 현재 군에서 육군 특수대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어.”“그리고 리테온도 있어. 이 M국의 예전 전신은 이번에 모든 에너지를 분출해서 반드시 챔피언의 자리를 노릴 거야.”“그리고 F국의 스캇과 브레드, 역시 F국의 가장 우수한 병왕으로 F국 특수대대의 부대장 직책을 맡고 있어.”“그리고 동방의 R국의 야마모토 노리, 하타다 에이는 모두 최고의 브레인으로 R국의 안전방위 업무를 맡고 있지.”“다른 서방 국가와 중앙아시아의 병왕들까지 합치면, 이번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걸출한 인물들이야.”“지난 대회의 병왕은 그래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지금 이번 대회의 병왕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일 뿐이야.”이렇게 말한 고성용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다. 회의실 주변을 힐끗 본 뒤 계속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적수라는 건 거짓이 아니야. 그러나 용국의 영욕 문제에 있어서는 나 고성용은 진루안 너에 조금도 뒤지지 않아.”“이번에 내가 참가 신청을 한 것은 용국의 영예를 위해서지만, 네 어깨의 짐을
그러나 진루안은 용국에서 이 세 사람에 비견될 네 번째 사람이 더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도헌? 말도 안 돼, 그 녀석은 고무자가 아니어서 선발될 수가 없어.’‘전신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모두 고대무술 수련자로 실력도 아주 높아.’“말을 빙빙 돌리지 마. 내가 말을 돌리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린 채 불쾌한 표정으로 고성용을 노려보며 말했다.고성용은 입을 쩝쩝 다시면서 말했다.“재미없네, 여전히 이렇게 재미없어!”“여자야!” 고성용은 진루안을 바라보며 조롱기가 다분한 목소리로 계속 말하면서, 진루안이 이 사람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진루안의 표정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졌다, ‘여자가? 세계 전신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진루안의 기억 속에서 용국에 이런 실력의 여자는 있지만, 모두 이런 능력은 없는 듯했다.‘군부의 그 여자 장군들도 모두 순수한 병왕은 아니야. 게다가 나이도 많은 편이야. 심지어 몇 명은 40대로 전신 대회의 나이 제한에 걸렸어.’‘세계전신대회는 18세 이상 35세 이하의 성인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어.’‘그래서 그 여자 장군들은 더욱 불가능해.’ 진루안은 침울한 기색을 띠고 고성용을 노려보았다.고성용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씩 웃고서 두 손을 펴보였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말해줄게. 막내 사매 연수아야!”고성용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막내 사매가 왜 진루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이 고집불통은 이렇게 힌트를 줘도 막내 사매를 떠올리지 못했어.’ 고성용은 막내 사매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예전에 함께 방촌산에서 기예를 배웠을 때, 모두가 백무소의 예비 제자였기 때문에 고성용도 연수아를 막내 사매라고 불렀다.“연수아? 그럴 리가?”진루안의 표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온통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고성용을 응시하는 눈빛도 계속 복잡해졌다.문득 연수아가 이미 오랫동안 자신
“막내 사매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 모양이네.” 고성용은 진루안이 이렇게 묻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진루안이 연수아의 최근 정황을 알지 못했고 표정도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자신도 연수아가 변경의 97여단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진루안은 뜻밖에도 알지 못했다. 임페리얼의 궐주로 그렇게 좋은 정보 자원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 일을 몰랐던 것이다.‘이게 뭘 말하는 것이겠어? 진루안은 확실히 연수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거야.’‘만약 정말 연수아에게 신경을 썼다면, 어떻게 이런 걸 아무것도 모를 수 있겠어?’“연수아는 97여단에 갔고 지금은 97여단의 부여단장이야!”고성용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 일을 진루안에게 알렸다.진루안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지만, 자신이 며칠전에 이 일을 알았을 때는 가장 빨리 연수아를 데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본 다음에 출발하지 않았다.‘나는 연수아와 친척도 친구도 아니고 단지 선후배의 명분만 있기 때문이야. 연수아를 데려올 자격도 없고, 더욱이 연수아가 가는 길을 방해할 수도 없어.’‘친오빠인 연정조차도 연수아를 말릴 수 없는데, 외부인인 나는 더더욱 불가능해.’‘연수아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눈앞의 이 진루안이야. 그런데 하필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진루안의 표정은 아주 무거웠다. 자신은 정말 연수아가 97여단에 간 일을 몰랐고, 아무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임페리얼 조직의 정보 시스템을 통해서는 더더욱 연수아의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연수아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관심은 결국 남녀 간의 애정과는 다른 것이다.“97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가장 어지럽고 복잡한 곳이야. 이따금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의 미사일이 용국의 서북 국경에 떨어지기도 해. 연수아는 이런 곳에 간 거야...”고성용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가 진루안의 반응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이 말은 일부러 한 말로, 바로 진루안에게 9
만약 사적인 일이라면 고성용은 진루안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진루안을 돕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마음과 태도는 북정왕 이광정과 똑같았다.이광정은 진루안과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 사이지만, 국가의 대의와 관련될 때는 모두 공동으로 손을 잡고 협력해서 외국에 대처한다.이는 바로 용국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만약 이런 구도와 마지노선이 없다면, 올바르지 못한 용국의 국민일 것이다.“잠깐만!”이미 회의실 입구를 나온 고성용을 보면서 진루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발걸음을 내디디던 고성용은 회의실 입구에 선 채,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또 일이 있어?”“고마워!” 깊이 숨을 내쉰 진루안은 고성용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을 했다.그 말을 들은 고성용의 표정이 갑자기 많이 복잡해졌다. 진루안을 깊이 바라보면서 얼굴에 진실한 미소를 드러냈다.“내게 감사할 필요 없어. 나는 단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내가 말한 건 그 쪽지야!”진루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어떤 쪽지야? 기억이 안 나!” 고성용은 의아한 듯이 진루안을 보며 반문하고는 웃으며 말했다.“나는 갈게!”진루안은 회의실에서 나온 고성용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지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줄곧 지켜보았다.눈길을 거둔 진루안은 고성용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이 재상이 되었으니 크게 비난할 것도 없어.’‘비록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했지만, 그 노련하고 신중한 늙은이들보다 100배 이상 나아. 용국의 정사당에 생기발랄한 젊은 사람들이 나타나야 이 용국에 희망이 있을 거야.’‘모두 다 케케묵은 늙은이들이라면, 이 용국은 신선감은 전혀 없이 나약해질 수밖에 없어.’“사부님?”조경의 모습이 회의실 입구에 보였고, 복잡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질렀다.눈빛을 거둔 진루안은 심경도의 비서가 조경을 데리고 온 것을 보자, 비서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사부님, 왜 때려요?” 조경은 진루안을 원망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의 큰 제자가 이러는 것을 본 진루안은, 참지 못하고 씩 웃으며 손바닥으로 조경의 머리를 때렸다.“너 이 자식, 제자가 스승에게 맞은 건 당연한 일 아니야? 너는 아직도 불복하는 거야?”“그, 그런데...”조경은 또 뭔가 반박하려고 했지만, 흉악하게 위협하는 진루안의 눈빛을 보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어, 맞는 말씀입니다.” 조경은 지극히 억울한 듯이 코를 훌쩍이며 진루안의 곁을 따라갔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루안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기색이 드러났다. ‘네 놈이 아무리 똑똑해도 내가 때리면 맞아야지?’‘국왕의 아들이면 또 어때? 이 몸이 불편해서 한 대 때린다 해도, 국왕도 나를 어쩔 수 없어, 왜냐하면 나는 이 녀석의 스승이기 때문이지.’진루안은 앞서 마음이 좀 꿀굴했지만 지금은 깨끗하게 사라졌다.진루안은 조경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섰다. 복도 안쪽에서 심경도가 고성용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진루안은 지나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나갔다.“진루안, 잠깐만!”진루안이 몸을 돌려 가는 것을 본 심경도가 바로 소리를 질렀다.막 발걸음을 내디디던 진루안은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심경도를 바라보았다. 심경도는 지금 대단히 격동된 표정으로 진루안의 팔을 잡고 흥분해서 말했다.“너 알고 있어? 곧 큰 프로젝트가 건성에 떨어질 거야, 하하.”“10조, 10조 원의 큰 프로젝트야. 국가의 프로젝트지!”심경도가 지금 마치 어린아이처럼 흥분했기에, 진루안은 고성용을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꾸민 일이지? 네가 인심을 사는 수단은 정말 고명하네.”두 사람 앞으로 다가간 고성용은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음미하는 기색을 드러내면서 웃었다.“진루안 네가 고향을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내가 재상의 권리를 발휘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거야?”“너는 지금 권리를 남용하는 거야?” 진루안은
진루안은 차를 몰고 경주의 전씨 가문, 곧 전광림의 집으로 갔다.이 익숙한 저택에 온 진루안은 조경을 차에 남겨두고 혼자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저택의 대문은 열려 있고 정원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청소하는 사람조차 없어서 곧장 안쪽의 홀까지 바로들어갔다.홀에 들어선 진루안은 그렇게 큰 방에 전광림 혼자밖에 없고, 집사 전희재조차도 없다는 걸 발견했다.전광림은 혼자 묵묵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금의 전광림은 이미 10살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얼굴은 초췌해졌고 양쪽 귀밑머리까지 백발이 되었다. 비록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되는 과장된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차이도 크지 않았다.60여 세의 전광림이 지금은 마치 7, 80세의 노인과 같은 모습이었다.“희재 아저씨는요? 왜 없어요?”진루안이 먼저 입을 열고 물었다. 얼굴에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고, 전해강의 죽음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전광림에 대해서는 다소 죄책감을 느꼈다.‘전해강이 범한 죄가 사실이라면, 그는 죽어도 다 속죄할 수가 없어. 감히 국가의 에너지원을 밀매하고, 결국 외국과 결탁했으니 이는 이미 반역의 큰 죄야.’전광림의 공헌으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루안 자신도 전해강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다만 고성용의 수단은 더욱 예리하고 과감했다. 결국 아무런 감정상의 속박도 없기에, 고성용은 아주 결연하게 해치운 것이다.진루안은 모든 사람에게 결연히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이런 악랄한 수단을 펼칠 수 있지만, 유독 전광림을 대할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우려했다.고성용은 차마 철저하게 근절하지 못한 걸 결심할 수 있게 도왔을 뿐이다.이 점에서는, 진루안은 고성용에게 감사해야 한다.“궐주께서 오셨군요. 앉으세요.” 무기력한 얼굴로 고개를 든 전광림은, 진루안을 보고 억지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소파를 가리켰다.소파 옆으로 걸어간 진루안은 천천히 앉아서 전광림을 마주했다.분위기는 다소 부자연스럽고 침울했다. 전광림은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