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 이건 네가 수작을 부린 거지?”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있는 진루안을 바라보는 조기의 눈에는 싸늘함과 분노가 가득했다.조기는 필연적으로 진루안의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성용이 포기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포기할 리가 없어.’‘내가 고성용과 7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무슨 말이든 다 하는 좋은 형제와 같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포기할 수 있어?’ 조기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필연적으로 진루안의 짓이야!’‘틀림없이 진루안이 꾸민 짓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진루안에 대한 조기의 증오는 더욱 짙어져서 이미 영원히 멈출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진루안은 냉담한 눈빛으로 조기를 힐끗 봤을 뿐, 이 태자의 지능에 대해서 더 이상 논평하지 않았다.“진루안, 죽여버리겠어!”조기는 갑자기 미친 듯이 진루안을 향해 돌진했다. 손에는 어느새 검고 반질반질한 권총을 들고 있었다.이를 본 진루안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태자다워. 마음대로 권총을 구할 수 있어.’‘이 물건은 나도 가지고 다닐 수 없어. 결국 용국의 총기 규제는 아주 엄격해.’‘물론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그래도 권총을 구할 수는 있지만, 쉽게 사용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탄알마다 모두 고유번호가 있기 때문이지.’“권총 한 자루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평온한 표정으로 조기를 바라보던 진루안이 냉담하게 웃으며 물었다.조기는 권총을 꽉 쥔 손을 떨면서 온몸을 떨었다. 기어코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지만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일단 이 총소리가 울리면 완전히 퇴로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루안이 어떤 신분인지는 태자인 자신이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왜요? 주저하면서 감히 손을 쓰지 못하겠어요?” 조기가 온몸을 떨면서 안색도 창백해졌지만 감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걸 본 진루안은, 경멸의 비웃음을 지으면서 천천히 조기를 향해 걸어갔다.조기의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이 드러났다. 진루안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자 끊임없이 후퇴할 수밖
“겁쟁이는 총을 들 자격도 없어!”진루안은 높은 곳에서 태자 조기를 바라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권총을 바닥에서 주워 고철덩어리로 만든 뒤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앞으로 다른 사람의 생사를 위협하지 마. 만약 당신이 지금 태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어!”“당신은 지금 태자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살려주겠어!”“결국 임금을 시해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아서야”진루안의 말은 마치 무거운 망치처럼 조기의 마음을 깊이 두드렸다. 이 순간 조기의 마음은 무너져 붕괴되면서 크게 울부짖었다.조기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태자의 후광을 가지고서도 그럴듯한 일을 할 수 없었고, 각 방면에서 고성용에 의지한 채 도움을 받아야 했다.‘만약 고성용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태자의 자리에서 폐위되었을 거야.’‘내 형제들도 모두 보통내기가 아니라서, 늘 나를 폐하고 태자가 되고 싶어했지.’‘이제 형제들은 소원을 이룰 수 있겠지?’낙담한 조기는 공허하게 웃었고, 더 이상 진루안을 상대하지 않았다.진루안도 조기를 상대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서 다시 정사당 회의실로 돌아갔다.지금 회의실에는 고성용 혼자 말하고 있었고, 다른 대신들은 모두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고성용은 용국 정사당의 요구에 따라서 하나씩 문서를 전달했다.지금의 고성용은 아주 진지하고 엄숙하게 행동해서, 겨우 20대의 재상이라는 것을 조금도 알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간사하고 교활한 4, 50대의 늙은 여우 같았다.회의실에 들어간 진루안은 회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방청했다.개인 간에 어떤 원한과 갈등이 있든지 간에, 지역의 발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그르쳐서 구설수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시간이 천천히 흘러 어느덧 전체 회의는 족히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고성용은 경제를 발전시킨 경험과 어떻게 대중을 단결시키고 사회의 모순을 제거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성용은 심경도가 모두 고의로 자신의 체면을 깎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건성 정사당의 이렇게 많은 대신들의 단결과 조화된 모습을 보고 고성용은 다소 실망했다. 이간질을 통해서 건성에서의 진루안의 역량을 분열시키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고 재상, 벌써 오후인데 나가서 밥 먹지?” 활짝 웃고 있는 고성용을 바라보는 심경도의 눈빛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누구도 고성용의 결점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경도 심씨 가문과 경도 고씨 가문 출신인 두 사람은 모두 명문 대가의 자제다. 조부들은 모두 용국의 걸출한 인재이자 개국공신이었다.다만 최근에 고씨 가문은 약간 잠잠했지만, 심씨 가문은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 심경도가 건성의 정사당 선임대신이 된 것 이외에도, 심씨 가문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군부에 재직하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2급 장군이다.심 씨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달리 명문 장수 가문이기 때문이다.“밥은 먹지 않겠어. 내가 건성에서 직책을 이용해서 향응을 요구했다고, 누군가가 고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고성용은 고개를 저으면서 농담하는 투로 말했지만, 눈빛은 구석에 있는 진루안을 향했다.고성용이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두들 알게 되었다.진루안은 일어나서 미소를 지으면서 고성용 쪽으로 갔다.“여동생, 이 오빠가 밥을 살게. 이건 네가 향응을 받는 게 아니야!”고성용은 울분에 찬 표정으로 진루안을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건성에 올 때 너한테 모욕을 당할 줄 알았어!”“됐어, 밥은 안 먹을래, 너한테 할 말이 있어!”“진 선생, 고 재상, 두 사람 얘기 나눠. 나는 먼저 나갈게.” 두 사람이 분명히 할 말이 있는 것을 본 심경도는, 눈치 빠르게 웃으면서 회의실에서 나갔다.결국 회의실 안에는 진루안과 고성용 두 사람만 남았다.심경도가 떠나면서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잠시 두 사람 다 입을 열지 않았다.한참 뒤 고성용이 먼저 이 적막을 깨뜨렸다.“진루안, 이번 일은
‘고성용의 관념과 식견으로는 차은서와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차씨 가문은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사람들이 사라지는 건 이미 시간문제일 텐데 말이야.’‘이런 상황에서 차은서와 결혼을 선택하다니? 고성용이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정교한 이기주의자인 고성용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절대 하지 않아.’“구체적인 이유는 알 필요 없어.”“기억해, 다음 달 3일이야!”고성용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은서는 지난날 진루안을 좋아했던 일은 당연히 똑똑히 알고 있었다.다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오히려 고성용 자신이 차은서와 결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뼛속까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고성용은 결코 차은서에게 얽매이지 않았을 것이지만, 결국 지금은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그날의 황당한 행동은 차치하고라도, 차은서는 그 뒤에 고씨 가문으로 달려가서 고성용의 아버지 앞에서 울며불며 하소연했고, 바로 목적을 달성했다.고성용은 아버지의 눈에 여자를 농락하고 버린 인간이 되어,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는 벌을 받았다.이튿날 고씨 가문에서는 고성용에게 차은서를 아내로 맞이하고 거절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성용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차은서라는 이 몸을 팔아 목적을 달성하는 여자의 속성은 점점 더 커졌고, 이 모든 것은 차은서가 꾸민 짓이다. 함정이 하나씩 겹쳐지면서, 조금의 힘도 쓰지 못한 채 이미 덫에 걸려 사람을 잡을 지경까지 되었다.고성용은 차은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마음속에서는 몹시 미워해서, 기회가 있으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었다. 차은서는 일단 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고 미래에는 가문의 안주인이 될 것이다.이 계략은 정말 무서웠다.고성용뿐만 아니라 고씨 가문까지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차은서가 이런 여자인 줄 알았더라면, 고성용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차은서의 가장 큰 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어.’‘차은서는 나와 결혼한 후, 어쨌
진루안은 눈빛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고성용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표정에는 뭔가 깨달은 기색이 드러났다.“너도 참가해?”진루안이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이것이다. 만약 고성용이 참가하지 않는다면 세계전신대회는 고성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전신대회에 참가해야만 고성용과 관계가 있다.미소를 드러내면서 고성용은 진루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아, 나도 참가 신청을 했어.”“진루안, 나는 너를 겨냥한 게 아니야. 너와 전신 타이틀을 놓고 쟁탈하려는 것도 아니야. 내가 외국에 있어서 정보는 더 빨라. 이번에 서방 각국은 너를 포위하고 사냥할 거야!”“세계전신대회가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한 해가 될 거야. 또한 가장 무서운 한 해가 될 거야.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최고의 병왕들이 모였기 때문이지!”“M국의 라이트, 차미, 그리고 스톨스, 이 세 사람은 모두 M국 FUI의 최고 요원 출신이야. 심지어 모두 올드 마이어스의 직계 제자로, 현재 군에서 육군 특수대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어.”“그리고 리테온도 있어. 이 M국의 예전 전신은 이번에 모든 에너지를 분출해서 반드시 챔피언의 자리를 노릴 거야.”“그리고 F국의 스캇과 브레드, 역시 F국의 가장 우수한 병왕으로 F국 특수대대의 부대장 직책을 맡고 있어.”“그리고 동방의 R국의 야마모토 노리, 하타다 에이는 모두 최고의 브레인으로 R국의 안전방위 업무를 맡고 있지.”“다른 서방 국가와 중앙아시아의 병왕들까지 합치면, 이번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걸출한 인물들이야.”“지난 대회의 병왕은 그래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지금 이번 대회의 병왕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일 뿐이야.”이렇게 말한 고성용의 안색은 더욱 굳어졌다. 회의실 주변을 힐끗 본 뒤 계속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적수라는 건 거짓이 아니야. 그러나 용국의 영욕 문제에 있어서는 나 고성용은 진루안 너에 조금도 뒤지지 않아.”“이번에 내가 참가 신청을 한 것은 용국의 영예를 위해서지만, 네 어깨의 짐을
그러나 진루안은 용국에서 이 세 사람에 비견될 네 번째 사람이 더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도헌? 말도 안 돼, 그 녀석은 고무자가 아니어서 선발될 수가 없어.’‘전신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모두 고대무술 수련자로 실력도 아주 높아.’“말을 빙빙 돌리지 마. 내가 말을 돌리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진루안은 눈살을 찌푸린 채 불쾌한 표정으로 고성용을 노려보며 말했다.고성용은 입을 쩝쩝 다시면서 말했다.“재미없네, 여전히 이렇게 재미없어!”“여자야!” 고성용은 진루안을 바라보며 조롱기가 다분한 목소리로 계속 말하면서, 진루안이 이 사람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진루안의 표정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졌다, ‘여자가? 세계 전신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해?’진루안의 기억 속에서 용국에 이런 실력의 여자는 있지만, 모두 이런 능력은 없는 듯했다.‘군부의 그 여자 장군들도 모두 순수한 병왕은 아니야. 게다가 나이도 많은 편이야. 심지어 몇 명은 40대로 전신 대회의 나이 제한에 걸렸어.’‘세계전신대회는 18세 이상 35세 이하의 성인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어.’‘그래서 그 여자 장군들은 더욱 불가능해.’ 진루안은 침울한 기색을 띠고 고성용을 노려보았다.고성용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삐죽거리며 씩 웃고서 두 손을 펴보였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말해줄게. 막내 사매 연수아야!”고성용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막내 사매가 왜 진루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 이 고집불통은 이렇게 힌트를 줘도 막내 사매를 떠올리지 못했어.’ 고성용은 막내 사매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예전에 함께 방촌산에서 기예를 배웠을 때, 모두가 백무소의 예비 제자였기 때문에 고성용도 연수아를 막내 사매라고 불렀다.“연수아? 그럴 리가?”진루안의 표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온통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고성용을 응시하는 눈빛도 계속 복잡해졌다.문득 연수아가 이미 오랫동안 자신
“막내 사매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 모양이네.” 고성용은 진루안이 이렇게 묻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진루안이 연수아의 최근 정황을 알지 못했고 표정도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자신도 연수아가 변경의 97여단에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진루안은 뜻밖에도 알지 못했다. 임페리얼의 궐주로 그렇게 좋은 정보 자원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이 일을 몰랐던 것이다.‘이게 뭘 말하는 것이겠어? 진루안은 확실히 연수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는 거야.’‘만약 정말 연수아에게 신경을 썼다면, 어떻게 이런 걸 아무것도 모를 수 있겠어?’“연수아는 97여단에 갔고 지금은 97여단의 부여단장이야!”고성용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 일을 진루안에게 알렸다.진루안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지만, 자신이 며칠전에 이 일을 알았을 때는 가장 빨리 연수아를 데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본 다음에 출발하지 않았다.‘나는 연수아와 친척도 친구도 아니고 단지 선후배의 명분만 있기 때문이야. 연수아를 데려올 자격도 없고, 더욱이 연수아가 가는 길을 방해할 수도 없어.’‘친오빠인 연정조차도 연수아를 말릴 수 없는데, 외부인인 나는 더더욱 불가능해.’‘연수아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바로 눈앞의 이 진루안이야. 그런데 하필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진루안의 표정은 아주 무거웠다. 자신은 정말 연수아가 97여단에 간 일을 몰랐고, 아무도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임페리얼 조직의 정보 시스템을 통해서는 더더욱 연수아의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연수아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관심은 결국 남녀 간의 애정과는 다른 것이다.“97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가장 어지럽고 복잡한 곳이야. 이따금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의 미사일이 용국의 서북 국경에 떨어지기도 해. 연수아는 이런 곳에 간 거야...”고성용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하다가 진루안의 반응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이 말은 일부러 한 말로, 바로 진루안에게 9
만약 사적인 일이라면 고성용은 진루안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진루안을 돕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마음과 태도는 북정왕 이광정과 똑같았다.이광정은 진루안과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 사이지만, 국가의 대의와 관련될 때는 모두 공동으로 손을 잡고 협력해서 외국에 대처한다.이는 바로 용국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만약 이런 구도와 마지노선이 없다면, 올바르지 못한 용국의 국민일 것이다.“잠깐만!”이미 회의실 입구를 나온 고성용을 보면서 진루안이 큰 소리로 외쳤다.발걸음을 내디디던 고성용은 회의실 입구에 선 채,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또 일이 있어?”“고마워!” 깊이 숨을 내쉰 진루안은 고성용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을 했다.그 말을 들은 고성용의 표정이 갑자기 많이 복잡해졌다. 진루안을 깊이 바라보면서 얼굴에 진실한 미소를 드러냈다.“내게 감사할 필요 없어. 나는 단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내가 말한 건 그 쪽지야!”진루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어떤 쪽지야? 기억이 안 나!” 고성용은 의아한 듯이 진루안을 보며 반문하고는 웃으며 말했다.“나는 갈게!”진루안은 회의실에서 나온 고성용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지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줄곧 지켜보았다.눈길을 거둔 진루안은 고성용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이 재상이 되었으니 크게 비난할 것도 없어.’‘비록 한 치의 공도 세우지 못했지만, 그 노련하고 신중한 늙은이들보다 100배 이상 나아. 용국의 정사당에 생기발랄한 젊은 사람들이 나타나야 이 용국에 희망이 있을 거야.’‘모두 다 케케묵은 늙은이들이라면, 이 용국은 신선감은 전혀 없이 나약해질 수밖에 없어.’“사부님?”조경의 모습이 회의실 입구에 보였고, 복잡한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질렀다.눈빛을 거둔 진루안은 심경도의 비서가 조경을 데리고 온 것을 보자, 비서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