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초현은 초조한 얼굴로 강천을 바라보았다.강천은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한참이 흐른 뒤, 강천은 김초현에게 시선을 돌렸다.강천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걸 눈치챈 김초현은 불안한 듯 물었다. "할아버지, 절, 절 왜 뚫어지게 보세요?"강천은 김초현에게 미소를 지었다. "방법이 생각났어.""네? 그게 뭔데요?""잠시만 기다려줘."강천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김초현은 강천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반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강천이 다시 돌아왔다.그의 손에는 사람 얼굴의 가면이 들려있었다. "여기 와 봐."김초현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강천에게 다가갔다.강천은 자신의 손에 들린 가면을 김초현에게 씌워주었다. 김초현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그녀는 거울을 들어 달라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성이 거울에 비치였다."할아버지, 이건..."강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강영이야.""강영이요?" 김초현은 멍하니 물었다.강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강영, 네 신분을 기억해. 넌 강한의 사람이야, 강지의 손녀딸이지. 오늘 밤, 넌 천왕전의 4대 호법을 갖고 구씨 집안으로 가 서준이를 구해.""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김초현은 걱정스러웠다.구씨 집안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구씨 집안에는 엄청난 실력자들만 있었다. 어젯밤 일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두려웠다. 그런데 오늘 밤 직접 나서서 사람을 구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강천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말했다. "서준이를 구하는 건 너에게 달렸어. 서준이를 구하면 넌 강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서준이도 강중으로 돌아갈 거야.""네."김초현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입을 옷을 구해 올게."강천은 방을 나갔다.그는 두 시간이 흘러서야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악세사리가 들려있었다.김초현은 그 옷과 액세사리를 받
강서준은 풍우뇌전 중 우의 공격을 받아 쓰러졌다. 치료는 물론 식사도 하지 못한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바닥에 누워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구씨 집안사람들이 무슨 생각인지 그도 알 수 없었다."족장님, 곧 9시예요. 강한에서 누구도 오지 않았어요. 설마 강서준을 포기한 건 아니겠죠?" 구씨 집안의 일원이 물어왔다.구현은 붉은 의자에 앉아 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12시 전까지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이 녀석은 죽여야지.""아무도 오지 않기를." 구학이 입을 열었다.그는 강한에서 사람이 찾아온다는 건 강한이 천왕전과 관계가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그룹에서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강서준이 움직였다고 생각했고강한 그룹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설명했다.구씨 집안의 사람들은 조용히 그 시간이 다가오길 기다렸다.고요한 적막을 깨는 발 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의 시선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끼익!"대문이 열렸다.어떤 여자 한 명이 들어왔고 여자의 뒤에는 검은 색 코트를 걸친 가면을 쓴 남자 네 명이 따라 들어왔다.하얀 드레스를 입은 긴 생머리의 여자였다.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투명한 피부, 진주가 박힌 머리핀을 한 여자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걸어왔다.구씨 집안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여자에게 향했다.구현과 구학을 포함한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구현 할아버지, 저희 할아버지께서 스케줄이 맞지 않아 제가 대신 왔어요."여자는 사람들 앞에 멈춰서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강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려 사람들을 훑어보던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준 오빠는 제가 데리고 갈게요. 괜찮죠?"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물었다. "강영아, 천왕전은 정말로 너희 강한 그룹에서 만들어진 거야?"구학은 그녀의 뒤를 따르는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어젯
천왕전의 4대 호법은 구씨 집안의 풍우뇌전과 처음으로 마주했다.4대 호법은 순식간에 풍우뇌전에게 밀렸다.공중에서 2미터가량 떨어진 곳까지 날아오른 그들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갔다.정작 풍우뇌전은 한 걸음도 채 움직이지 않았다.처음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자리였지만 4대 호법이 구씨 집안의 풍우뇌전보다 약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강영으로 변장한 김초현의 얼굴이 굳었다. "구씨 집안에서 지금 저희 강한 그룹과 맞서려는 건 아니죠? 만약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이 맞다면 돌아가서 할아버지한테 말할 수밖에 없어요."구현은 어두워진 얼굴로 김초현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영아, 오해를 했나 보구나. 4대 고족은 천년 동안 평안한 삶을 유지해왔어. 우리 가문도 네가 말한 선서는 잊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 가문에서 오히려 천왕전을 만들어 이 구씨 집안의 사람을 죽였잖아.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구나,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인 건지."강영으로 위장한 김초현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그녀는 바닥에서 의식을 잃어가는 강서준을 한 번 바라보았다. "저희 강한 그룹의 사람을 다치게 한 걸 할아버지한테 말할 수밖에 없겠네요. 데려가."4대 호법은 쓰러져있는 강서준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구씨 집안의 사람들은 멀어져 가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구학은 어둡게 깔린 얼굴로 물었다. "형님, 이렇게 그냥 보내려고요?"구현은 한껏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강한 그룹은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어. 이 교토에서 우리가 싸움이라도 했다간 오히려 우리가 패배할 수도 있어. 강한 그룹의 노조가 명 경지에 이르는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경지가 낮을 것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습니다.""이만 해산하지." 구현은 손을 저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김초현은 정신을 잃은 강서준을 챙겨 차로 빠르게 다가갔다.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강서준의 상태를 검진했다.김초현이 초조하게 물었다. "어때요?"남자는
서재에 들어선 그는 서재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지 못했다."어디 있지?" 남자가 중얼거렸다.그는 서재 중간에 서서 방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그는 방 안에서 수상한 목초지 하나를 발견했다.그는 목초지에 다가가 앉은 뒤 전방을 주시했다.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장 앞으로 다가갔고 자신의 발끝이 닿은 바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의 눈에 작은 빈틈이 보였다.남자는 책장을 가볍게 옆으로 이동시키자 책장이 놓여있던 자리에 어두운 문이 나타났다.가면을 쓴 남자는 기쁜 듯 미소를 지으며 문으로 다가가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손에 검은 상자가 닿았다. 상자를 열자 한 폭의 그림이 들어있었고 단순한 대나무 그림이었다."구씨 집안이 천년을 계승해온 죽월산거도네."가면을 쓴 남자는 웃음을 터뜨리고 책장을 다시 원위치로 이동시켰다.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걸 확인한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벗어나 흑막 속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김초현은 호텔로 돌아왔다.얼굴에 쓴 가면을 벗어낸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떠날 채비를 했다. 강천도 방으로 들어왔다."할아버지."그녀는 강천을 불렀다."그래."강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신경 끄거라. 넌 우선 강중으로 돌아가.""하지만, 서준 씨가 수련해낸 진기가 흩어졌다고 하던데, 이대로 있으면 서준 씨한테 안 좋은 거 아니에요?" 김초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강천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 마, 서준이는 강한 그룹에서 책임지고 보살필 거다."김초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할아버지 , 서준 씨를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서 실수도 있었잖아요. 왜 강한 그룹의 손을 빌리려 한거예요? 할아버지 혼자 나서도 서준 씨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 넌 집으로 돌아가 서준이가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김초현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네, 전 그럼 돌아갈게요.""그래, 얼른 가거
강한의 마당.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강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현재 강한 그룹을 이끌고 있는 강지의 얼굴이 굳어졌다. "누가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경비원이 다가와 말했다. "가면을 쓴 사람이 여기에 이 사람을 두고 갔어요."강영이 나섰다. "할아버지, 구씨 집안에서 온 연락인데 제가 천왕전을 데리고 서준 오빠를 구했다고 하는데요?"강지는 탄식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우리 강한 그룹에게 죄목을 뒤집어씌우려는 것 같구나."강영이 물었다. "할아버지, 그럼 이제 어떡해요? 서준 오빠를 살려야 되는 거예요?"생각에 잠긴 강지가 입을 열었다. "가문을 배반했고 게다가 강한 그룹의 사람도 아니야. 하지만 우리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우선 안으로 들여."몇 명의 경비원이 기절한 강서준을 부축해 안으로 이동했다.그들은 강서준을 방까지 부축했다.강지는 친히 강서준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강영은 옆에 서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아버지, 어때요?"강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구현 그 늙은이가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간신히 수련해낸 진기를 흩어지게 만들다니. 경맥이 끊어지면서 요장 육부에 피해를 줬어. 무술을 연마한 덕분에 몸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거야. 지금은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는 몸이다."강영이 물었다. "그럼 살 수 있어요?"강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살릴 수 있어. 하지만 목숨을 부지하는 대신 그동한 수련했던 기술들은 다 허사가 될 테고 진기를 다시 수련하기 어려운 몸이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앞으로 다가가 처방전을 강영에게 전해줬다. "이것대로 약을 처방받아서 약을 달여. 몇 달 동안 꾸준하게 치료를 받는다면 완쾌될 거야.""네."처방전을 받아든 강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떠난 뒤에야 강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갔다.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강서준을 일으켜 세운 뒤 무릎을 펴게 했다. 강지는 침대에 올라가 강서준의 등에 손을 맞댔다.그는 자
구씨 집안에서 발생했던 일들은 아주 빨리 고 선생에게로 전해졌다.고 선생도 강한 그룹이 천왕전의 배후였고 강한 그룹의 강영이 그들을 이끌고 구씨 집안을 가 강서준을 데리고 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선생은 주 선생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도 내일 강한 그룹에 가 그들의 진짜 속셈을 알아보고 강지가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 알아볼 작정이었다.강한 그룹.강지는 자신의 진기를 이용해 강서준을 치료해 준 뒤 방을 나섰다.그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강서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정신이 서서히 돌아온 그는 몸 곳곳에서 고통을 느꼈다.칼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낀 그는 얼굴을 구겼다.체내의 독충이 발현되었다는 걸 그는 감지할 수 있었다. 몸 안의 벌레가 기어다니면서 자신의 혈액과 살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그는 알 수 있었다."아..."그는 고통에 결국 신음을 내뱉었다.딸깍.방문이 열렸다.하얀 원피스에 검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모델처럼 걸어들어왔고 그녀의 손에는 약이 들려있었다."깼어요?"낯익은 소리가 강서준의 귓가에 들려왔다.강서준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강영을 바라보았다.그는 직감했다.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힘없이 고꾸라졌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몸으로 전해지는 고통은 엄청났다.강영은 약을 들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그의 손을 꾸욱 누르며 말했다. "아직 상처가 심해요. 움직이지 마요."강서준은 창백해진 얼굴로 땀을 흘리며 강영을 바라보더니 힘 없이 말했다. "살려줘서 고마워.""오해했나 본데, 내가 오빠를 구한 게 아니에요.""아니라고?"그녀의 말에 놀란 강서준이 물었다. "네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날 구했잖아?"강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 오늘 하루 종일 여기 있었고 여기를 나간 적이 없어요. 누군가가 저처럼 꾸며서 구씨 집안으로 가 오빠를 구해온 거예요. 그리고 오빠를 여기 대문에 놔두고 갔고 할아버지가
강영이 다가가 강서준을 부축했다.“일어나요.”강서준이 힘없이 손을 들며 거절했다. 그 바람에 다시 체내의 상처를 건드려 피를 토했다.그때 강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반듯한 한복을 차려 입은 강지는 기개가 남달라 보였다.“할아버지!”강영이 외쳤다.강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의자에 앉아 강서준을 바라봤다.강서준은 있는 힘껏 몸을 뒤집어 바닥에 반듯하게 누웠다. 입가에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를 쳐다봤다. “10년 전에 우리 가족을 불태워 죽인 사람이 당신이에요?”“맞다.”강지는 인정했다.“죽여 버릴 거야…”화가 치밀어 오른 강서준은 으르렁거렸다.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강지가 손을 저었다.“서준아, 화내지 말고 내 말 들어 봐.”강서준의 눈은 이미 뻘겋게 독이 올랐다.할아버지, 아버지, 큰아버지, 둘째삼촌, 고모까지 30명이 넘는 남녀노소가 전부 이 인간 때문에 죽었다. 이 인간이 그러지 않았다면 가족이 산 채로 불에 타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옳고 그름을 누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역사는 성공한 자만이 쓰는 법, 만약 30년 전에 내가 패했다면 가문의 반역자는 내가 됐을 것이고 불에 타 죽는 것도 우리 가족이였을거다.”강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강서준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강천은 무예를 전공한 천재였어.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잘못된 길에 들어섰지. 가문의 보물을 훔친 것도 모자라 윗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어.”“허튼소리 집어 쳐요.”강서준이 반박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기억속의 할아버지는 친절하고 발이 넓어 강중에 지인들이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자선가로서 적지 않는 자산을 기부하여 수많은 아동을 구원했다.그러니 할아버지는 절대 간사한 사람이 아니다.“뭐가 맞고 뭐가 틀렸는지는 누구도 장담 못해. 지난 일을 꺼내기 보다 내가 너를 구한 건 강씨
그런데 강서준 때문에 말려들었다.“당신 때문에 강씨 가문이 말려들어간 거예요. 당신이 강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천자를 죽게 의도하고 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을 이 판에 끌어들인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서준은 흠칫했다.교토의 형세가 복잡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다.천왕전이 모든 형세를 뒤엎었다.“천왕전은 대체 뭐지?”“누구도 몰라요. 알았다면 이렇게 당하고 있지 않았어요. 내일 아침에 아마 누군가가 집에 와서 할아버지한테 따질 거 같아요. 솔직히…”강영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계속 말했다.“할아버지는 바깥 일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당신이 집문 앞에서 죽는 꼴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구해준 거예요. 그래도 강씨 가문의 핏줄이니까요.”강서준은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에 천자에게 모함을 당하고 공판에 나섰을 때 그림자가 찾아왔었다.아마도 그때부터 누군가 자신의 손을 빌어 천자를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다.천자의 죽음이 바로 시작이다.다만 천왕전이 나타나는 바람에 더 혼란스럽게 되어버렸다. 강서준은 누가 자기 편이고 누가 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왕을 믿어도 돼?”순진하고 유치한 질문을 던졌다.강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각자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은 정확하고 남이 하는 일은 다 틀리다고 생각하겠죠.”그 사이에 강서준에게 약을 다 먹였다.“됐어요. 이만 쉬세요.”강영이 그릇을 들고 나갔다.마당 정자에서 강지가 마른 담배를 피우며 사색에 잠겼다.강영이 다가오며 불렀다.“할아버지.”“그래.”강지가 가볍게 응했다.“천왕전은 대체 무엇일까? 왕이 강서준의 손을 이용해 천자를 죽이고 천왕전을 밀어붙여 우리 가문을 끌어들였어.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구나.”강영이 옆에 앉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함부로 추측할 수 없어요.”“넌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모든 일을 꿰뚫어 보았다. 지금 네 생각을 말해 보거라. 우리 가문이 이 혼란속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