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현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하룻밤만 병실에서 지켜보고 집에 돌아왔다.그것도 강무현이 직접 집까지 데려다주었다.하연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초현, 어떻게 된 일이야? 하룻밤 사이에 왜 이 모양이 됐어?”“엄마, 괜찮아.”“그런데 이분은 누구야?”하연미는 강무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참 잘생기고 기품도 남달랐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강무현이라고 합니다.”강무현이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교토 강씨 집안 사람입니다. 우리 가문은 수많은 산하 기업을 소유하고 있어요. JL 그룹만 해도 가문의 주식을 담당하고 있는 그룹이죠.”“그렇군요. 시가가 몇 조라고 하는 JL 그룹을 말씀하시는 거죠?”하연미가 깜짝 놀라서 묻자 강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JL 그룹은 단지 산하 그룹 중 하나일 뿐이죠. 강씨 가문이야말로 진정한 부국이랍니다.”SA 가문을 조사하면서 하연미가 엄청 돈을 밝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강 도련님, 여기 앉으세요. 초현, 뭐하는 거야? 어서 마실 거라도 가지고 나오지 않고.”“알았어.”김초현이 주방에 들어가고 하연미가 친절하게 대했다.이것저것 다 물어봐도 강무현은 아주 여유 있게 대답했다.“강 도련님, 차 마셔요. 이번에 정말 고마웠어요. 만약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어떤 위험에 처했을지 상상도 못하겠어요.”김초현이 다가오며 또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참, 초현아. 내일이면 28살 생일이지? 어디서 생일파티를 할지 결정했어?”“아직 생각 안 해봤어. 그냥 간단하게 지내면 돼.”“그럼 안 되지.”하연미가 펄쩍 뛰었다.“이번에 우리 강중의 거물들을 다 초대해서 거창하게 생일 파티를 하자.”“초현 씨, 내일 생일이에요?”강무현이 놀란 척했다.“네.”김초현이 쑥스럽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당연히 거창하게 생일 파티를 해야죠. 어머니 말씀 맞아요. 위풍당당하고 체면이 서게 세상 사람에게 다 알리는 겁니다. 초현 씨가 28살이 되었다는 사실을요.”“맞아요. 바로 그거예요.”하연미는
제왕궐은 마치 커다란 궁궐 같았다.서청희는 옆에 서서 테이블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 꽁초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뭐예요? 담배를 얼마나 피웠길래.”“편하게 앉아요.”강서준이 나태한 모습으로 서청희를 힐끗 쳐다봤다.“강서준, 정신 좀 차려요! 이혼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잊지 못하겠으면 계속 쫓던가. 꼴이 뭐예요?!”서청희는 안타까웠다.“남황의 용수인 흑룡이 무슨 꼴이에요. 대하국을 수호하던 전신의 모습이 어디로 갔어요?”“날 비웃으러 왔어요? 다 봤으면 나가세요.”하지만 서청희는 가방을 옆에 놓고 테이블에 쌓인 담배 꽁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내일 초현 28살 생일이에요. 강중 호텔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아, 그래요?”잠깐 어리둥절해진 강서준이 그제야 생각났다.전엔 김초현의 생일을 기억했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발생해 잠시 잊어버렸다.“네.”서청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나한테 초청장을 보냈더라고요. 알려줬으니 가든 말든 알아서 해요.”“안 가요.”강서준이 풀이 죽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가봤자 야단만 맞고 무시만 당할 텐데.”“인피가면인지 뭔지 그거 쓰고 가면 되잖아요.”“그 강서준은 이미 죽었어요. 이 세상에 없어요.”강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강용 그룹을 해체한 순간부터 그 얼굴의 강서준은 사라졌다.지금 얼굴이 진짜 강서준이니 더는 인피가면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참. 남황 사건에 대해 알고 있어요?”서청희가 문뜩 생각나 물었다.“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죠. 지난 10년 동안 대하국과 주변의 작은 나라들 사이에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했어요. 그냥 사소한 싸움이니 큰 전쟁으로 번지지는 않을 거예요.”서청희가 드디어 청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초현의 생일 파티에 정말로 안 갈 거예요? 이대로 포기하려고요?”“그럼 어쩌겠어요?”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매달려 봤자 소용없잖아요.”“정말 이해가 안 가요.”서청희가 이마를 찌푸렸다.“초현이 흑룡을 좋아하는 거 알면서 하필이면 다른 신분으로
서청희가 제왕궐에 온 이유는 강서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강인한 성격을 소유한 강서준에게 이혼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초췌해져 있었다.“가든 안 가든 마음대로 해요. 회사에 가봐야 돼서 일어날게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요. 바로 올 테니까.”서청희가 가방을 들고 나갔다.강서준은 소파에 기대어 또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마치 곧 죽을 물고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밥 먹으러 나가기도 귀찮아 배달을 불렀다.김초현이 28살 생일 파티를 연다는 소문이 강중 시내에 쫙 퍼졌다.사람들이 누군가의 생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때 남황 국경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28개국에서 연합하여 남황성을 공격한 것이다. 그냥 위협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싸우려고 덤벼들었다.300만 대군의 공격으로 남황 흑룡군은 비참하게 패배했다.그날 저녁 전국에 소문이 퍼졌다.“속보, 속보입니다. 남황성이 함락되었습니다. 흑룡군이 패배하고 300리나 후퇴했습니다.”“기고만장해진 28개국이 남황성을 점령하여 남황 백성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최신 뉴스입니다. 이번 남황 전쟁에서 흑룡군 3만 명이 사망하였습니다.”…그렇게 남황 전쟁에 관련된 뉴스들이 전국에 보도되었다.1급 경계에 들어간 대하국은 각 지역에서 출병하여 흑룡군에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흑룡 출전하라!”“흑룡님 출전하세요! 남황으로 가서 정세를 안정시켜 주세요.”인터넷에서 국민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당사자는 제왕궐에서 잠만 자고 있었다.혹시 누가 방해할 것 같아 일부러 휴대폰도 꺼버렸다.이혁이 저녁내내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그때 소요왕이 이혁을 찾아왔다.“흑풍 장군, 지금 국경의 형세가 심각하여 흑룡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소요왕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혁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휴대폰을 꺼버려서 저녁내내 연락되지 않아요. 그리고 이미 흑룡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무슨 명분으로 나서야 합
강서준의 직권을 회복하는 것에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겨우 강서준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복직시키면 또 무법천지가 되어 누구도 제재할 수 없게 된다.회의는 밤새 열렸지만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이튿날 아침, 강서준은 실컷 자고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오늘 김초현의 28살 생일이라는 것이 떠올랐다.가고 싶지 않았지만 전 와이프이기도 하고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샤워실에 들어가 수염을 깎고 세수를 하고는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었다.그리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어떤 선물을 해줄까 생각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선물이 떠오르지 않았다.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강서준은 택시를 타고 강중 호텔로 향했다.남황의 형세는 점점 위급해지지만 강중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평화롭게 보냈다.김초현은 아침 일찍 강중 호텔에 도착했다.SA 가문에서 강중에서 온 거물들을 친절하게 맞이했다.그때 한 택시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검정색 정장을 입은 강서준이 5만원짜리 현금을 기사에게 주며 차에서 내렸다. “강서준 아니야?”김위헌이 강서준을 발견하고 조소하며 말을 걸었다.“초현과 이혼한 사람이 여긴 왜 왔어?”강서준이 힐끗 쳐다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오면 안 돼?”그때 섹시한 드레스를 입은 김인영이 밝게 웃으며 나타났다.“당연히 되지. 다만 호텔에 들어오려면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데 가지고 왔어?”“없어.”강서준에게 초청장이 있을 리 없다.그냥 한때 부부였던 정을 생각하고 축하한다는 말만 하려고 온 것이다.“없으면 꺼져.”김위헌이 목소리를 높였다.하연미가 다가왔다.“김위헌, 너 손님들 접대하지 않고 여기서 뭐해? 네가 어떻게…”강서준을 보는 순간 들떴던 기분이 싹 가셔졌다.“네가 왜 여기 있어? 초청장도 안 보냈는데 어떻게 온 거야?”SA 가문에서 눈에 거슬리는 강서준을 쫓아내려고 할 무렵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분은 내 파트너예요.”강서준이 뒤로 돌아섰다
호텔 로비.이곳엔 많은 강중의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비즈니스 커뮤니티에 소속된 큰손들이 있는가 하면 정계에 몸담은 거물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흑룡을 만나볼 기회를 노리고 찾아왔다.왜냐하면 그들 사이에서 지금 한창 흑룡과 김초현에 대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김초현이 흑룡과 눈 맞아서 이혼했다고 수군댔다.흑룡은 한때 5대 용수중의 한 명이었기에 아무리 퇴직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충분히 모두가 친분을 싹트고 싶어 할 만한 대상이었다.김초현은 가슴라인이 훤히 보이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었는데, 얼굴은 거즈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려졌다 하더라도 그녀만의 분위기와 아우라는 감춰지지 않았다.그녀는 몇몇 거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강무열은 그녀의 뒤를 따랐는데, 마치 그녀의 보디가드처럼 보였다.송나나가 강서준의 팔짱을 끼고 걸어왔다.김초현은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보았다. 강서준이 다른 여자와 이렇게 다정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그녀는 흠칫 놀랐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가까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나나 씨도 왔군요.”“네.”송나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JN 가의 자제인 송나나는 그야말로 거물급 인사였기에 SA 일가 및 김초현이 아부할 대상이었다.아무리 그녀의 옆에 강서준이 떡하니 서 있다고 해도 김초현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꽃이 만개했다.그녀는 웃으며 송나나에게 인사했지만 시종일관 강서준을 없는 사람 취급했는데, 마치 공기인 것처럼 가볍게 무시했다.“서준 씨... ”누군가의 목소리에 강서준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빨간 드레스를 입은 서청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큰 눈을 껌벅이며 말을 이었다.“안 오는 줄 알았어요.”그녀의 말에 강서준은 너스레를 떨었다.“끼니 때우러 온 거죠, 뭐.”“초현아.”서청희는 강서준과 인사를 나눈 뒤에야 김초현을 보고 가볍게 인사했다.“응.”김초현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서청희는 강서준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흑룡 님, 대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대하 국민은 당신이 필요합니다.”“대하는 당신이 지켜주셔야 합니다.”이 사람들은 잇달아 우렁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이구동성으로 흑룡을 불러달라고 간청했다. 현장엔 질서를 단속하는 경호원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들은 흑룡을 불러내려는 시민들을 막지 못했다.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는 뭇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어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걸어 나왔는데, 서청희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호텔에서 걸어 나온 뒤, 호텔 주위를 둘러싼 수천 명의 시민이 만인 혈서까지 들고 흑룡이 다시 세상으로 나와 남황으로 가서 대국을 주관할 것을 간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김초현은 서청희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내 그녀를 앞으로 내세웠다.“이분이야말로 흑룡의 진짜 여자친구입니다. 흑룡 님이 어디 있는지에 관해, 저는 정말 모르니, 이분한테 물어보세요.”서청희는 흠칫 놀랐다.곧이어 그녀는 지난번 김초현 앞에서 본인이 흑룡의 여자친구인 척 강서준과 함께 연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순간, 시민들도 어리둥절했다.‘흑룡 님과 김초현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고?’‘흑룡 님한테 여자친구가 따로 있었단 말이야?’‘전혀 들은 바가 없는데?’“그럼 거기 계신 아름다운 여성분께 묻겠습니다! 흑룡 사령관님은 어디 계시나요?”사람들은 서청희에게 눈을 돌렸다.“전, 전 몰라요.”서청희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강서준이 바로 안에 있었지만 그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그녀는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들어왔다.호텔 라운지.서청희는 휴대폰 게임이 한창인 강서준을 보고 가까이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밖에 적지 않은 시민들이 만인 혈서까지 들고 와서 흑룡 님의 도움을 간청하고 있어요.”“그래요?”강서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청희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만인 혈서요?”“그렇다니까요.”서청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의 국경 형세는 생각보다 아주 엄중한가 봅니다. 어젯밤 남황은 이미 함락되
강중 호텔 밖엔 어느새 많은 언론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만 명가량의 국민들이 모여 흑룡을 기다리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김초현이 흑룡의 행방을 모른다고 못을 박고 나서야 사람들은 서서히 흩어졌다.김초현도 다시 강중 호텔로 돌아왔다.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곧 호텔 로비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강중의 셀럽들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하나둘 들어섰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단지 소소한 셀럽일 뿐이었다. 김초현은 진정한 거물급 인사들, 예를 들면 5대 상업 연맹, 영원 상단과 같은 분들은 단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SA 일가는 이 사람들과 얼굴을 붉혔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초청장을 보내기가 민망했을 것이다.김초현을 대신하여 선물을 받고 있던 하연미는 새어 나오는 웃음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김천용이 강렬한 레드 슈트를 입은 채, 지팡이를 짚고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파티에 찾아주신 거물급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울러 SL 회사의 비전과 발전에 관하여 이야기하였다.이 순간, 김천용은 SA 일가가 진정한 재벌가가 된 것 같았고 강중의 기둥이 되었다고 느꼈다.그리고 이 모든 영광은 그녀의 손녀인 김초현이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했다.많은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그는 마이크를 켜고 큰 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잠시 제 얘기에 집중해 주세요.”떠들썩하던 회의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김천용에게로 쏠렸다.김천용은 마이크를 들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 서 있던 SA 일가는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김천용은 장내를 훑어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이젠 내가 늙었으니, 편히 뒤로 물러나 복을 누릴 때가 되었어요. SA 일가의 후계자들이 이렇게나 뿌듯한 행보를 보이니, 나도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김초현을 SA 일가의 새로운 가주로 선포합니다. SA 일가는 김초현의 인솔하에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믿어 의
서청희는 화가 한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흥분했고 김초현의 이마에 손가락질하며 험한 말을 퍼부었다.“이 정도면 정말 머리에 총 맞은 거 아니야?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손쉽게 2조 원을 주냐고! 정말 이 돈을 송진이 준 것으로 생각하는 거야?”김초현은 그녀한테 손가락질 받자, 마음속으로 무척이나 언짢았지만 화를 참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서청희, 이건 내 일이야, 네가 뭔데 참견해? 그만두지 않으면 나도 고분고분하게 듣고만 있진 않을 거야.”“넌 정말 바보야, 이렇게 좋은 남자를 앞에 두고,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그만해요.”강서준이 언성을 높였다.서청희는 돌아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강서준한테 소리쳤다.“당신도 바보예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울면서 뛰쳐나갔다.많은 사람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모두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흥미진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김초현에게 쓸모없는 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젠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게다가 그녀가 강서준과 이혼하고 흑룡과 잘 돼간다는 소문도 알파만파 퍼질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개인적인 영역의 일이었으니, 사람들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송나나는 강서준을 살살 끌어당기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서준 오빠, 괜찮아요?”강서준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그는 이어서 김초현을 보고 말했다.“너랑 끝까지 가지 못해서 정말 아쉽지만... 어쨌든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당신의 축복 따위는 필요 없어.”김초현의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서청희가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를 난처하게 만든 것도 그녀는 모두 강서준이 지시한 것같이 느껴졌다.그녀도 궁금해졌다.‘청희도 줄곧 강서준을 싫어하지 않았던가? 두 사람은 어쩌다 이렇게 가까워졌을까...’어제는 강서준을 대신해서 김초현의 비위를 맞춰주는 척하더니, 오늘은 강서준의 편을 들며 사람들 앞에서 그녀한테 모욕감을 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니, 설마 그녀들의 우정이 한낱 쓸모없는 인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