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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서청희는 정신이 희미한 채로 눈을 떴다. 그녀의 흐릿한 시야에는 한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시야가 점점 또렷해진 서청희는 드디어 눈앞의 남자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서준아, 너야?"

서청희의 눈앞에는 그녀의 10년 전의 남자친구, 즉 그녀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강서준이 나타났다.

"그래, 나야."

권천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게 바로 이 약의 신기한 점이다. 약은 사람의 신경을 자극해서 눈앞에 가장 그리워하던 사람의 모습이 보이도록 한다.

권천은 몸을 숙여 서청희를 끌어안았다. 정신을 잃은 서청희도 적극적으로 손을 올렸다.

이때 창밖에는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강서준이었다.

강서준은 방 안의 두 사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서청희는 그의 전 여자친구이기도 했고 말이다.

강서준은 창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을 느낀 권천은 머리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다. 강서준은 창문을 통해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그러자 권천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 죽고 싶어? 당장 꺼져."

방 안으로 들어온 강서준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러고는 온몸이 빨개져서 몽롱한 눈길을 한 서청희를 힐끗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야? 누명을 나한테 뒤집어 씌우고 자기는 방에서 이런 짓이나 하고 말이야. 인간적으로 나한테도 재미를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권천은 강서준이 자신을 말리러 온 줄 알았다. 그는 강서준의 싸움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건장한 남자 몇 명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강서준의 말을 들은 그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나부터 즐기고 너한테 양보해 줄게. 지금은 옆에서 구경이나 하라고."

"쟤한테는 무슨 짓을 한 거야? 애가 왜 반항을 안 해?"

강서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렇게 물었다.

"궁금해? 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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