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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허서윤은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빠르게 계산을 했다.

“모두 8억 65만 4000원이에요. 꼬리를 떼서 8억만 주세요.”

강서준이 피식 웃었다.

“사기 전에 먼저 보는 게 원칙 아닌가? 한 번 봤다고 모두 사라고 하다니. 이 약방 불법 아니야?”

“맞습니다. 봤으면 사야 되는 게 우리 약방 규칙입니다.”

그때 저 멀리서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검정색 셔츠를 입고 굵은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 뒤에는 덩치 큰 두 사내가 따라왔다.

손님들이 웃긴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힐끗 쳐다봤다.

남자가 와서 테이블 위에 열어놓은 인삼 박스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제일약방의 규칙은 원래 그래요. 인삼은 빛을 보면 안 되거든요. 영기가 사라지게 되니까. 그런데 이렇게 많이 열어놓았으니 영기가 다 사라졌어요. 이런 걸 누가 사겠어요?”

“철준 오빠.”

허서윤이 공손하게 불렀다.

그리고 철준 오빠라는 사람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강서준과 김초현을 째려봤다.

말투만 들어도 두 사람은 강북 출신 아니라 강중에서 왔다는 걸 눈치챘다. 그래서 비싼 인삼을 찾을 때 약방 책임자 허철준을 불렀다.

제일약방은 NE 가문의 소유다. 강북에서 NE 가문은 명문가이자 오대 상업 연맹에 속하니 권력이 막강하다.

허철준은 가문에서 셋째 아들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김초현이 허철준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무슨 영기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빛을 보면 안 된다고?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내가 안 산다고 해서 벌건 대낮에 어떻게 할 지 궁금하네요.”

“하하하하.”

허철준이 크게 웃자 주변에서 보던 손님들도 웃었다.

마치 김초현이 아주 우스운 말을 한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 말해보세요. 우리 약방의 규칙은 한 번 열면 구매해야 된다는 게 맞으시죠?”

“그럼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김초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서준은 허철준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안 산다면 어떻게 할 셈이죠?”

“안 산다고?”

허철준이 인상을 구기더니 뒤에 선 덩치 큰 사내들에게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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