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 그룹.호화로운 사무실이다.강서준은 이미 몇억 짜리 정장으로 갈아입었다.진소윤은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고 있다.정장으로 갈아입자 강서준에게 묻어나는 분위기는 순식간에 확 달라졌다.그는 집안일을 했었다.이제 그는 대단한 성공 인물이다.“도, 도련님...”강서준의 넥타이를 매는 것을 도와준 후 진소윤은 고개를 들어 강서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에는 의아함이 묻어 있었다. “도련님은 왜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 했나요?”강서준이 웃고 있다.이 문제들에 대해 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그도 이유를 모른다.어쩌면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이 순간 진수가 들어왔다.“도련님, 초현씨가 왔습니다. 부대표직에 지원하러 온 서청희라는 사람도 같이 왔습니다. 그녀도 당신을 만나려고 합니다.”“서, 서청희?”강서준은 어리둥절했다.머릿속에 한 줄기 그림자가 떠올랐다.그는 10년 전에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다.그때, 같은 학교 여학생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서청희였고, 두 사람은 대략 반년 정도 사귀었다.청춘시절의 연애는, 서먹서먹하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다.강서준이 머리를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설마 이렇게 공교롭진 않겠지?”진수가 물었다. “도련님, 두 분이 도련님을 만나려고 합니다, 게다가 같이 오셨으니 같이 만나시겠나요, 아니면 한 분씩 만나시겠나요?” 강서준은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먼저 초현씨를 들여보내세요.”“예.”진수는 순식간에 사무실을 나섰다.진소윤이 뒤를 이었다.이사장 사무실 밖.진수가 다가오자 웃으며 말했다. “초현씨, 이사장님이 들어오시라고 하십니다.”그 말을 들은 김초현은 몸을 살짝 떨었다.결국...드디어 그를 만나는 것인가?서청희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저는요?”진수가 답했다. “이사장님은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요. 당신은 부대표직에 지원하러 온 거니 저를 따라오세요.”서청희는 부대표직에 응모하러 온 것은 맞지만, 강용 그룹의 이사장을 만나러 온 것도 사
강서준은 그제야 돌아섰다.김초현은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그러나 강서준이 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실망했다.그녀는 강서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귀신 가면이 아니라 은색의 가면으로 얼굴의 큰 절반을 가리고 눈, 코, 입과 턱만 밖으로 드러내고 있었다.강서준은 돌아선 뒤 김초현을 바라봤다.그는 김초현의 얼굴에 긴장감을 보았다.담담히 웃으며 어색해하지 말고 앉으라고 말했다.김초현은 그제야 반응하여 사무실 소파에 앉았다.강서준이 다가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도련님,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김초현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보였다,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강서준은 손을 저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10년 전에 나는 이미 불바다 속에서 죽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10년 동안 많은 고생을 했고 많은 억울함을 당했다는 것을 저도 알아요. 내가 한 행동은 당신이 당한 억울함을 채워주기에 모자라요.”강서준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김초현에게 진 빚은 그는 평생 갚지 못할 것이다.김초현은 대담하게 고개를 들어 강서준을 바라보았다.맞은편 남자는 티끌 하나 없는 흰색 정장을 입고 얼굴에 은색 가면을 썼는데, 몸에는 보통 사람이 갖기 힘든 기질이 있었다.이는 오랜 기간 상위자의 기질로, 보이지 않는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로 일반인을 숨 막히게 한다.그녀는 목구멍이 살짝 꿈틀거리며 입을 열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에게 이미 남편이 있으니 폐백을 거둬달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강서준에게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너무 강하고 사람을 끌어당겼다.그녀는 그 기질에 깊이 매료되었다.이 사람이 내 남편이면 좋겠다.그녀의 마음속에 터무니없는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머리를 내저으며, 그 생각을 버리고 말했다. “내가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김초현은 이 신비로운 남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꼭 보고 싶었다.“중요한가요?” 강서준은
강서준이 강용 그룹에 온 것은 바로 김초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만남을 끝낸 그는 옷을 지극히 평범한 캐주얼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역시 이 옷이 몸에 맞아.”강서준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이사장 사무실에서 나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강용 빌딩을 빠져나온 그는 길가에 서서 차를 기다렸다.김초현도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강용 빌딩을 나섰다.이번에 그동안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났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지 못했다.그러나 그의 몸에서 카리스마는 매우 강해서, 일거수일투족, 일언일행이 모두 다른 사람의 사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 같았다.그러던 중 김초현은 길가에 서 있는 강서준을 목격했다.그녀는 어리둥절했다.다가가 물었다. “서준씨, 왜 여기에 있어요?”“어?”강서준은 목소리를 듣고 돌아섰다.뒤에 나타난 김초현을 보고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말했다. “초, 초현씨, 왜 여기에?”“날 따라온 거예요?”김초현은 강서준의 당황한 안색을 보고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서준씨, 날 믿지 않아요? 그래서 날 따라다니는 거예요?”강서준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왜 따라다녀?하지만 그는 아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강서준이 말을 하지 않자 이는 김초현으로 하여금 강서준이 바로 그녀를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평소에 크게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사실은 이렇게 속이 좁아서, 입으로는 나를 믿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조금도 믿지 않았다는 거네요.” 김초현은 얼굴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그녀는 강서준을 바라보았다.온몸을 다 합치면 이만 원도 안 되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은 특이할 것이 없었다.다시 신비로운 강 도련님을 생각해 보았다.값진 티끌 하나 없는 정장을 입고 카리스마 넘친다.둘을 비교하면 하나는 하늘에, 하나는 지하에, 하나는 왕자이고 하나는 거지이다.“여보, 난 미행하지 않았어요.” 강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날 미행하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뭐 하는 거죠?”“난, 난...
김초현이 깊은 숨을 들이마시자 말투도 어느 정도 부드러워졌다.“강서준, 네가 날 치료해줘서 고맙게 생각해. 우리 결혼했으니 내가 네 아내야. 그러니 난 절대 너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아. 하지만 너는? 나를 믿지 않고 미행을 했어. 내가 허영심 때문에 신비로운 강 공자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너와 이혼하고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줄 알았어?”“초현, 아니야. 정말 아니야. 아, 어떻게 설명해야지?”강서준은 힘이 풀렸다.김초현은 손을 흔들며 강서준의 말을 끊었다.“됐어. 날 미행한 건 이해해. 어쨌든 강 공자가 예물을 갖고 왔으니 걱정하는 게 맞아. 먼저 돌아가. 난 ST에 가봐야 돼.”“초현.”그때 섹시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서청희가 나타났다.저 멀리서부터 김초현이 평범한 남자와 길가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서청희는 강서준을 무시하고 김초현을 잡아당기면서 물었다. “어때? 강용 그룹 이사장 만나봤어? 그 사람인가?”그러면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사진이 좀 낡았지만 사진 속 소년은 준수하게 잘 생겼다.김초현이 고개를 저었다. “만났지만 하얀 가면을 써서 얼굴은 보지 못했어요.”“에이…”서청희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사장이 나를 만나려 하지 않아. 전에 내가 지원하면 이사장이 만나준다고 했는데. 지금은 면접에 합격했는데도 나타나지 않네.”“뭐? 너 면접에 합격했어?”“당연하지.” 서청희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내가 누군데. 해외 대기업에서 부대표, 연봉 60억을 받은 사람이야. 이번엔 귀국해서 여기서 발전하려고 했더니 얼마나 많은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하는지 모르겠어. QS 그룹에서도 초대장을 보냈지 뭐야. 그런데 나는 QS 그룹에 관심이 없어. 그냥 10년 전에 살아남은 사람이 강서준인지 확인하고 싶었어.”김초현이 강서준을 끌어당기며 멋쩍게 웃었다.“내 남편, 강서준이야.”서청희가 팔짱을 끼고 강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봤다.그러더니 갑자기 눈살을 지푸리며 말했다. “초현이 너는 이 남자랑
서청희가 강서준을 다시 봤다. 강서준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 너무 평범했다.이런 사람은 김초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한때 친한 친구로서 김초현 같은 아름다운 꽃이 강서준 같은 똥무더기에 꽂히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그러니 김초현에게 노석훈을 소개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서청희도 자기만의 속셈이 있었다. 왜냐면 노석훈이 몇 년이나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고백을 했기 때문이다.노석훈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남자지만 첫사랑을 못 잊은 서청희는 줄곧 강서준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강서준이 바로 첫사랑이라는 건 예상도 못했던 일이었다.강서준이 불에 탄 이후로 용모가 변했기 때문에 예전의 그 얼굴이 아니었다.“강서준, 당신 주제를 알아야죠. 보세요, 자신이 김초현과 어울리는지? 이렇게 해요. 내가 이혼 수수료 4억 드릴게. 그 돈을 아껴 쓴다면 남은 생 편하게 살 수 있어요.”강서준이 피식 웃었다.서청희가 언제부터 이렇게 난폭 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과 김초현의 일에 왜 외부인이 끼어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죄송해요. 거절할게요. 초현을 4억과 비교하면 안 되죠. 그 돈을 준다고 해도 초현을 떠나지 않아요.”강서준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서청희도 무시하기로 했다.“초현, 우리 오랫동안 못 봤는데 쇼핑도 하고 맛있는 걸 먹을까?”서청희가 김초현을 끌고 멀지 않는 주차구역으로 향했다.김초현이 돌아서서 강서준에게 손짓했다. “먼저 가.”강서준은 따라가지 않고 김초현이 비싼 고급차에 타는 걸 지켜봤다.코를 슥슥 만지던 강서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서 씨 가문도 돈이 꽤 많네.”10년 전, 강서준과 서청희는 6개월 동안 사귀었다.그때는 서청희가 매일 호화로운 차로 학교를 다녀서 부잣집 딸이라는 것만 알았지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몰랐다.강서준은 더 생각하지 않고 택시를 잡았다.택시에 올라타려고 할 때 지프 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차창을 내렸다.조수석에 앉은 소요왕이 강서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디로
소요왕이 웃으면서 말했다. “흑룡, 그동안 내가 뒷처리도 해주고 적지 않게 도와줬는데 이젠 나를 도울 차례 아닌가?”강서준이 소용왕을 보더니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소요왕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신은 군에서 신이자 모든 군인의 신앙이니 특훈 총교관이 되어주면…”강서준이 갑자기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됐어요. 난 지금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귀찮은 일을 하기 싫어요.”소요왕이 설득했다. “그냥 이름만 걸어 놓는 거예요. 그래야 특훈자의 적극성을 자극하죠. 만약 특훈에 통과하면 흑룡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녀석들이 젖 먹던 힘까지 내면서 노력하지 않을까요? 그때 되면 그냥 얼굴만 내비치고 말만 몇 마디 하면 되거든요.”“그렇군요.”강서준이 생각에 잠겼다. 강중에 온 이후로 확실이 소요왕이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러니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 되지 않나?“알겠어요.”그 말에 소요왕이 매우 기뻐했다.흑룡이 참여하면 이번 임무는 아주 원만하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흑룡이 누구냐?진정으로 전쟁터에서 싸워온 특급 인물인데, 말단 병사부터 적들의 시체를 밟고 지금 자리까지 올라온 무시무시한 존재이다.소요왕은 흑룡의 수법을 직접 봐서 알고 있다. 흑룡 앞에서 자신은 한 방도 먹이지 못할 것이다.“그게, 흑룡. 또 다른 일이 있는데…”“꾸물거리지 말고 말해요.”소요왕이 갑자기 또 다른 서류를 꺼내서 건넸다. “이건 위에서 내린 명령이니 한 번 봐요.”강서준이 서류를 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지금 중간에서 방해하는 거예요? 이혁은 남황에 직권이 있어요. 국내에서 특수 부대를 세우는 게 우리 남황과 무슨 상관이라고 가서 교관을 담당하라고 하죠?”소요왕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혁이 요즘 한가해서 할 일이 없잖아요. 마침 할 일을 찾아주면 좋잖아요.”강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위에서 내린 서류이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직접 이혁에게 물어봐요. 왜 나한테 물어요?”소요왕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혁이 강서준을 보더니 벌떡 일어서며 해명했다.“강 형, 그게 아니에요. 모르는 애라고요. 그냥 오다가 부딪쳤는데 3개월 동안 먹고 재워 달라고 물고 늘어져요.”“그래?”강서준이 의자에 앉은 여자애를 힐끗 쳐다봤다.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는 빨간 머리에 짙을 화장을 하고 아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이런 일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강서준이 웃으면서 이혁에게 서류를 건넸다.“강 형, 이건 뭐예요?”“봐.”이혁이 열어서 보기 시작했다.의자에 앉은 여자애는 서류에 찍힌 도장을 보았다. 전에 본 적이 있으니 이건 특수 기밀 문서라는 걸 눈치 챘다.갑자기 흥미가 생겼다.이 작은 진료소에서 기밀 문서를 보다니 의아했다.여자애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건 뭐야?”말하면서 단번에 확 빼앗아갔다. 그러자 이혁이 버럭 화를 내며 꾸짖었다.“뭐하는 거야?! 가져와!”이혁이 무섭게 소리를 지르자 문소정이 화들짝 놀랐다.방금까지도 얌전하게 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지금의 이혁은 너무 무서워 고분고분 서류를 돌려줬다.“쳇, 누가 가진대? 안 봐.”서류를 받은 이혁은 그제서야 표정이 풀렸다.서류를 보던 이혁이 이마를 찡그렸다.“이건 뭐죠?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왜 나한테 맡겨요?”강서준이 말했다. “가기 싫으면 거절해도 돼. 내가 서류를 돌려보낼게.”잠시 이혁이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위에서 내려온 서류이니 거절할 수 없네. 어차피 지금 할 일도 없는데 할게요.”“왜 할 일이 없어? 아주 중요한 일이 있잖아?”강서준이 이혁을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이 기회에 좋은 아내를 만나서 통통한 아들 녀석을 낳아. 맞다. 얘는 뭐야? 엊저녁에 데리고 온 거야? 내가 충고하는데 이런 애는 그냥 놀고 버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내는 그래도 정직한 사람을 찾아야 돼.”그 말에 문소정이 기분이 상했다. “내가 정직하지 않아? 그쪽이 정직하지 않겠지. 너희 가족 모두 정직하지 않아
이혁이 소요왕과 웃으면서 말하는 사이라니 놀라웠다.소요왕은 더 머물지 않고 최동에게 분부했다. “돌아가자.”“에이, 잠깐만요.”강서준이 갑자기 차문을 열고 웃으면서 말했다.“가는 김에 집까지 태워줘요.”그러면서 이혁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이혁, 내가 없다고 너무 나가지 마. 적당히 하라고.”이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엊저녁 말 그대로 너무 나갔다.어떤 사람들과 술을 마셨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아무튼 지금 생각해도 피가 들끓었다.소요왕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했다.“더 이상 술은 안 되겠어.”중얼거리면서 돌아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뒤에 선 문소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미쳤어? 갑자기 돌아서면 어떡해!”문소정은 손가락 끝을 깨물며 이혁을 쏘아봤다. 그리고 또박또박 물었다.“이혁 오빠, 대체 정체가 뭐지?”이혁은 상대하지 않고 돌아서자마자 즉시 달려 진료소 안으로 들어갔다.펑!닫히는 문소리와 함께 문소정도 쫓아가 문을 발로 힘껏 찼다.“이혁, 문 열어. 이제 와서 잡아떼도 소용없어!”김초현와 서청희는 같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그 사이 서청희는 김초현에게 강서준과 이혼하라고 설득을 해댔다. 강서준을 아주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병신으로 말하면서 말이다.무슨 쓰레기 같고 옷도 너무 평범하게 입는다거나 진취심이 없다면서 말이다그러면서 노석훈은 얼마나 훌륭한 비즈니스 엘리트이고 금융 천재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그 말을 들은 김초현은 정신이 없었다. 신비한 강 도련님을 본 이후로 머릿속에는 온통 깔끔한 흰색 정장을 입은 강 도련님만 떠올랐다.그 기품과 말투 모두 김초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특히 마지막 단호함과 강경함 그리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말투로 그를 압도시켰다. 강서준과 신비한 강 도련님을 비교하면 할수록 강서준은 너무 평범해서 장점을 찾을 수 없었다.그러니 이혼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부정했다.강서준이 자신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잘 대해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