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이 걸어 나오자 태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어떻게 됐어?”강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너무 심오해요. 당분간 터득하긴 힘들어요. 일단 기록만 해 두고 서둘러 돌아가야겠어요. 나중에 여유가 있으면 수련해 보려고요.”“왜? 벌써 가려고?”“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떡이고는 태진에게 물었다.“제가 성화굴에 며칠이나 있었어요?”“이래저래 합치면 3일은 되었지. 돌아가기 전에 식사하고 가. 환송회라도 열어야 하지 않겠어?”강서준이 빙그레 웃었다.“그런 거라면 사양할게요.”“뭐, 싫다면 관두고.”태일 교주는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참, 제 일은 어디까지 조사했어요?”강서준의 물음에 태일 교주가 대답했다.“응, 아직도 조사 중이야. 곧 소식이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머물다 갈 건가?”“아니요.”강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대응국에 가서 군대를 이끌고 돌아가야겠어요. 대하에 가면 할 일이 많거든요.”“그래, 알았다. 내일 날이 밝으면 출발해.”“지금 갈게요.”강서준은 이곳에 온 목적인 구절진경과 태일검술을 보았으니 더는 여기에 남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내가 산 아래까지 배웅해 줄게.”태일 교주가 앞장서서 직접 그를 배웅했다.산 턱에 이미 차 한 대가 준비되어 있었다.태일이 말했다.“차를 준비했으니까, 공항까지 바래다줄 거야.”“감사합니다.”“우리 사이에 자꾸 감사하다고 말하면 섭섭해. 참, 내가 교회 내부 일을 처리하면 대하에 찾으러 갈게. 그때 같이 무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자고.”“하하하. 알겠어요. 언제든지 환영해요.”“됐어. 그만 가 봐.”“네.”강서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기사가 그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그동안 강서준은 두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머릿속에는 태일검술의 초식이 계속 떠올랐다.정교한 초식이 머릿속에 펼쳐질 때마다 검을 들고 연습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참았다.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태일교는 세력이 막강한 대
대응국, 황실 군부대.강서준은 대응국 여왕과 함께 헬리콥터 앞에 마주 서 있었다.이번에 그가 대응국에 온 명분은 양국 간의 군사 교류였지만 자리를 비우고 자신의 용건만 처리했다.그가 돌아왔을 땐 이미 군사 교류가 끝난 뒤였다.“정말 돌아가려는 겁니까?”대응국 여왕이 그를 보며 물었다.그녀는 성에서 떠나지 않았지만,올림포스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대회에 루이 가문의 기사도 참여했기 때문에 낱낱이 전달받은 것이다.강서준이 천방 3위인 태일 교주를 꺾은 것과 세계 각국에서 온 강자들을 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다른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이제 볼일을 다 봤으니,대하에 돌아가야겠어요.”여왕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강서준과 계속 교류하고 싶었다. 그의 힘을 빌려 대응국의 국면을 완전히 안정시키려고 했었다.다행히 가장 위협적인 케인이 죽었으니 남은 일은 쉽게 처리할 자신이 있었다.“기회가 되면 다시 우리 대응국에 오세요.”여왕이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강서준은 그 손을 잡지 않고 정중하게 군례를 올렸다.“강서준 씨.”그가 헬리콥터에 오르려고 할 때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아엘이 쫓아오고 있었다.강서준이 돌아서 빙그레 웃었다.“여긴 왜 왔어요?”아엘이 입을 내밀며 말했다.“배웅하러 와도 안 돼요? 그래도 우리가 생사를 한 사이인데 어떻게 한마디도 없이 가려고 해요? 너무 해요.”강서준은 여전히 웃었다.“공주님께 폐가 될까 봐 그랬죠. 난 거친 사람이라 말도 할 줄 모르고 게다가…”“됐어요. 변명은 그만 하세요.”아엘은 듣기도 싫다는 듯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언제 또 와요?”강서준이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당분간 오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아엘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처음엔 강서준을 무시했다.하지만 그가 보여준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하에서 온 젊은 남
강서준은 천문 문주의 신분을 추측했다.그자가 자신을 몇 번이나 구해줬다는 것이 수상쩍게 느껴졌다.게다가 그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는 너무 익숙했다.김초현의 향수 냄새와 똑같았다.진사검까지 들고 있어 천문 문주가 김초현이라고 생각했었다.그자의 실력을 제외하면 김초현이 틀림없다.하지만 김초현의 실력이 그렇게 강할 리가 없어서 확신하지 못했다.일대 이로 혼자서 구양랑과 제1혈황을 상대하다니.이건 또 무슨 컨셉이란 말인가?전성시기의 모용추라도 지금의 구양랑과 제1혈황을 앞에 두고 제압하지 못한다.그런데 천문 문주가 그걸 해냈다.“보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이혁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서준이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참, 이수빈은 찾았어요? 살아있어요?”강서준은 돌아오자마자 바로 떠나서 이혁과 그동안 발생한 일들을 말할 시간이 없었다.“일이 점점 복잡해졌어. 생각지도 못한 세력들이 연루되어서 지금 이수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근데 확실한 건 아직 살아있어.”이혁이 물었다.“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올림포스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 맞죠?”강서준이 올림포스산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대충 설명했다.“엄청 강한데요?”천문 문주가 혼자서 두 사람과 싸웠다는 얘기를 듣자, 이혁이 경악했다.“그래서 천문 문주가 형수님이라고 의심하세요?”강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래. 여러 가지 증거를 보면 김초현이 맞아. 근데 초현의 실력이 그렇게 강하다고는 믿어지지 않거든. 완전히 내 예상을 뛰어넘었어.”지금의 강서준은 8단이지만 영귀의 내단을 흡수한 구양랑을 제압할 수 없다.그런데 천문 문주는 혼자서 두 강자를 상대하면서 제압했다.이혁이 충격을 받았다. 그도 믿기지 않았다.몇 개월 전에만 해도 김초현은 연약한 여자였다.갑자기 이 정도로 강해지다니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천문 문주가 확실히 김초현이 맞는지는 대하에 돌아가야 알 수 있다.대하 교토.김초현은 며칠 전에 대
강서준은 돌아올 때도 열 시간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교토에 돌아왔을 때 아침이었다.정상적인 일정에 따르면 대하에 돌아온 뒤, 군부대에서 회의를 열고 양국간의 군사교류에서 얻은 것을 총결해야 한다.하지만 그는 그럴 여유가 없어 모든 것을 이혁에게 맡겼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김초현의 집으로 향했다.김초현도 그가 돌아올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기다리는 중이였다.그가 집에 들어올 때 대문이 열려 있었다.마당에 들어서자 편안한 옷을 입은 미인이 가위를 들고 화초를 다듬고 있었다.바로 김초현이었다.그녀는 강서준이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고 가위를 바닥에 놓고 다가왔다.두 손을 벌려 그의 목을 감싸고는 얼굴에 뽀뽀를 했다.김초현이 환하게 웃으면서 반겼다.“여보, 오기 전에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 그래야 미리 음식이라도 만들어 놓죠. 이번엔 무사하게 일을 마쳤어요?”강서준은 그녀의 품에 안겨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이 냄새 아닌데?’그가 미간을 찌푸렸다.“초현, 몸에 향수를 뿌렸어요? 전에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인데? 향수를 바꿨나?”“네.”김초현이 빙그레 웃었다.“다 써버려서 새로 샀어요. 강영이 추천해 준 건데 냄새가 좋더라고요. 몇 달째 쓰고 있었는데 몰랐어요?”환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서준 씨, 대응국에 가기 전에도 며칠씩이나 같이 붙어 있었는데 내 몸에서 나는 냄새도 몰라요?”“…”그녀의 말에 강서준은 헷갈렸다.확실히 기억하지 않았다. 교토를 떠나기 전에 김초현의 몸에서 어떤 향기가 났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방면에 대해 각별하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천문 문주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이렇게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물어볼 게 있어요. 들어가서 얘기해요.”강서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갔다.그가 무슨 얘기를 할지 김초현은 알고 있지만 일부러 놀라는 척했다.집에 들어간 뒤 강서준은 소파에 앉고 김초현은 따뜻한 물을 가지러 주방에 들어갔
당황하던 김초현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웃었다.“지금 내 실력을 가늠한 거예요? 그동안 교토에 있으면서 게으름 피우지 않았어요. 계속 수련했더니 어느새 5단을 돌파한 거 있죠.”강서준도 김초현의 진기를 감지해서 알고 있다.5단에서 곧 6단에 이르게 되니 실력이 매우 강했다.하지만 천문 문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다.5단이라면 구양랑을 제압하는 것은 고사하고 구양랑과 제1혈황을 제압할 수도 없다.“그러네요. 잘했어요.”강서준이 칭찬해 주었다.“우리 초현 씨가 무공 천재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수련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젠 5단에 이르렀더니 대단한데요?”시탐한 끝에 김초현은 천문 문주가 아니라고 확신했다.비록 여러 증거들이 천문 문주가 그녀라고 가리키고 있지만 천문 문주와 김초현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그럼, 누가 천문 문주지?’강서준이 심호흡을 했다.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아니었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그가 말했다.“강씨 저택에 갔다 와야겠어요. 강영한테 할 말이 있어요.”“그래요.”김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일찍 돌아와요. 그사이에 장보고 점심 차려 놓을 테니까 기다리지 않게 돌아와요.”강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을 나섰다.그가 집을 나간 뒤, 김초현이 강영에게 연락했다.“서준 씨가 지금 그쪽으로 갔어요. 내가 진사검을 강영 씨한테 맡겨서 처리했다고 말했으니까 들통나지 않게…”김초현이 간단하게 말했다.“알았어요.”강영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신분을 누설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말아요.”강영이 통화를 끊고 집에서 기다렸다.30분이 지났을 때 강서준이 저택에 나타났다.강씨 저택 응접실.강영이 웃으면서 물었다.“오빠, 이번에 대응국에서 군사교류를 잘 마쳤어요?”“그래.”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럭저럭 잘 진행됐어. 참, 진사검은 어디에 버렸어?”“갑자기 진사검은 왜 찾아요?”강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진사검은 부정 타는 물건이라 전에 초현한테 갔다가 가져
김초현이 천문 문주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그제야 강서준은 안심했다. 하지만 살짝 실망했다.그의 아내가 천문 문주이길 바라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다.대단한 부인이 옆에 있다면 고생하면서 분투할 필요가 없으니 편안히 놀고먹을 수 있지 않은가?강서준이 머리를 내저으며 쓸데없는 잡생각들을 떨쳐버렸다.“혹시 천명회라고 알아?”강서준이 다시 물었다.“천명회요?”강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갑자기 천명회는 왜 언급해요?”강서준이 설명했다.“이번에 대응국에 가서 이수빈의 행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천명회와 연루된 것을 알아냈어.”“전에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적이 있어요. 100년 전에 나타난 세력이라고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 조직이라고 했어요. 적국에 대하의 소식을 팔다가 대하가 창립되니까 그 조직도 사라졌다고 들었어요.”“강씨 정보망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어?”지금 천명회 들쥐의 행방을 아는 것이 다급했다.태일교에서도 찾아 나섰지만 여러 사람이 찾으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으니까.“알았어요. 그들 행방을 알아볼게요.”“그 사이에 교토엔 아무 일도 없었어?”강서준이 기세 당당하게 떠났으니 그 뒤로 분명 태평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그가 돌아오자마자 강씨 저택에 달려오는 바람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리가 없었다.강영의 안색이 굳어졌다.한참을 침묵하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상황이 좋지 않아요. 먼저 대동상회부터 말할게요. 오빠가 떠난 뒤에 대동상회의 부회장이 갑자기 나타나서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며칠 사이에 분산되었던 대동상회가 단단한 조직이 되어버렸죠.”“부회장은 누구야?”강서준의 안색도 어두워졌다.“100년 전 대하왕의 부하 천이에요. 대동상회 회장 산하의 4대 강자 수석이자 지금 왕의 배후인 주 선생의 사부님이에요.”그 말에 강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에게 있어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그리고?”강영이 계속 말했다.“그리고 군 측에서 며칠 동안 인사변동이 생겼어요. 직급이 높은 장군들이
강서준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그가 다시 소파에 앉더니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담배 연기가 손끝에서 감돌았다.강영이 계속했다.“내가 조사해 봤는데 군혼의 권력이 엄청나더라고요. 아무리 군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해도 필요한 경우 군혼의 명을 따라야 한대요.”“더 알아낸 건 없어?”강서준이 차분하게 물었다.“그리고 군부대에 관한 일인데 전에 지하감옥에 갇혔던 백태호가 무죄로 풀려났어요. 군혼이 그를 감옥에서 데려갔거든요.”강서준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왕 쪽은 다른 움직임이 없고?”“그쪽은 조용했어요.”“알았어. 먼저 갈게.”강서준이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잠깐만요.”강영이 그를 불러 세웠다.강서준이 돌아서자, 강영도 일어서며 일깨워 주었다.“할아버지는 보통 인물이 아니에요. 나도 할아버지를 잘 안다고 여겼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요. 전에 조상 강철구의 내단을 빼앗아 갔으니 분명 그걸로 수련해서 8단을 돌파했을 거예요. 게다가 지금 군혼의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이상 오빠와 부딪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조심해요.”“알았어.”강서준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강지를 만나봤어?”“아니요.”“알았어. 조심할게.”강서준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 나갔다.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김초현의 사합원으로 향했다.마침 김초현이 집에 있었다. 그 사이에 장을 보고 왔는지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어 올린 것이 전형적인 주부 모습이었다.그때 김초현의 휴대폰이 울렸다.가스 불을 끄고 휴대폰을 꺼내 봤더니 수상한 번호였다.김초현이 순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그녀가 목소리를 깔고 나지막하게 물었다.“문, 문주님. 분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사검이 너무 이상합니다. 문주께서 가르쳐 주신 상청결을 수련했지만 긴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한 즉시 정신을 잃게 되더라고요.”“다 처리했으면 됐어. 검은 건드리지 말고 천문 본
김초현이 주방으로 들어가 밥그릇을 챙겨왔다.밥을 푸짐하게 담은 그릇을 강서준에게 건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여기요.”강서준이 받으면서 싱긋 웃었다.“고마워요. 여보.”‘여보’라는 말에 김초현은 감동을 받았다. 순간 코끝이 찡해 나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동안 같이 살면서 처음으로 여보라고 불러준 것이다.그 순간, 그를 위해 바친 정성들이 모두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한참 뒤에야 겨우 울적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결과가 어떻든 반년 사이에 일을 다 마치고 우리 같이 은거하면서 살아요. 네?”“그래요.”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같은 삶에 진작에 진절머리 났다.군대에서 10년, 학살한 세월도 10년, 싸우고 죽이는 삶이 이젠 지쳤다.만약 전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남황에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수저를 들고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참.”밥그릇을 절반 비웠을 때 그가 수저를 놓으며 물었다.“군혼에 대해 알아요?”“네.”김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대응국에 간 뒤에 강영이 계속 찾아와서 잡담을 나누다가 교토의 정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 군혼의 총사령관이 강지라는 사실과 고대무술인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것을 알았어요.”강서준이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군혼이 왜 생겨났을까요?”강씨 저택을 나서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각했던 문제였다.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봤지만 다 불확실했다.지금 김초현은 예전처럼 바보 같지 않고 오히려 대하 교토의 정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솔직히 그녀도 이 문제에 대해 강영과 상의한 적이 있었다.“나도 강영한테서 들었어요. 강지가 강철구를 습격해서 영귀의 내단을 빼앗았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강지는 강철구가 복수하러 올까 봐 두려워서 더 강한 세력을 찾아간 게 아닐까요? 8단 강자는 너무 막강해서 그를 위협할 만한 사람은 극히 적으니까요.”“그런데도 군혼 총사령관이 되었어요. 전에 강씨 가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