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 오빠, 좋아해요. 오빠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요. 강씨 가문을 통제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게요. 그러면 다음 선거에 주도권을 잡고 투표를 끌어당겨서 순조롭게 왕위에 오를 수 있어요.”강영이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그 순간, 강서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문득 머릿속에 한 광경이 떠올랐다. 넓은 궁전에 후궁만 3천여 명이나 되고 밤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유흥을 즐기는 장면이었다.강서준이 흠칫 놀라 재빨리 상청결로 터무니없는 망상들을 지웠다.겨우 진정하고 눈을 떴을 때 강영이 여전히 껴안고 있었다.“두,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갑자기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서준이 집을 나선 뒤에 김초현은 혼자 집에 있는 게 너무 심심했다.말동무라도 찾으려고 강영을 찾아왔다가 저택 거실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다.강서준이 의자에 앉아 있고 강영이 그의 가슴에 기대어 손을 옷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순간 가슴 속에 분노가 일어나며 안색이 급 어두워졌다.여자의 목소리에 강영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입구에 선 김초현을 보더니 태연하게 옷맵시를 정리하며 말했다.“초현 씨, 어쩐 일로 왔어요?”강서준이 상청결로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억누르자마자 김초현이 눈앞에 나타났다.“서준 씨, 참 대단해요.”김초현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이내 눈물은 볼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그녀는 그저 한 마디만 남기고 돌아서 나가버렸다.강서준이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원래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김초현의 앞에 나타나 손을 덥석 잡았다.“초현 씨, 이건 오해예요. 내가 설명할게요.”“오해라고요? 끌어안고 옷 속에 손까지 밀어 넣었는데 오해라고요? 내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다 벗었겠네요.”김초현이 큰 소리로 외쳤다.강영이 입구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강서준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그게 아니에요.”“그럼 설명해 보세요.”김초현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보았다.“그걸 어, 어떻게 설
김초현은 액셀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최대치로 올렸다.강서준이 조수석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잔뜩 화를 냈다.“왜 따라와요. 강영한테 가라고!”“초현, 정말 오해예요.”강서준이 또다시 설명했다.“강영이 오늘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난 그냥 상의할 일이 있어서 간 것뿐인데 마치 다른 사람처럼 이상한 말을 하고 갑자기 나를 안는…”드디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했다.김초현은 화났어도 귀를 기울여 들었다.강영이 고백했다는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혼란에 빠졌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이상한 장면이 떠올라서 상청결로 억눌리고 밀어낸 거라고요. 초현, 정말이에요. 날 믿어줘요. 난 그저 여동생으로만 생각했지 딴마음은 없어요.”“흥.”강영이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정작 본인만 바보처럼 지금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이다.김초현도 강영이 자기 남자를 좋아하고 도와주는 걸 알았기에 몰래 도와준 것이다.강씨 가문의 귀찮은 문제를 해결하고 강영을 족장 자리에 올린 것이 김초현의 작품이었다.‘이제 보니, 실망시키지 않고 잘하고 있네. 강영.’지금 강영은 강서준을 왕위에 올려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하지만 이건 김초현이 바라는 게 아니다.강서준이 왕이 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오로지 그와 함께 모든 일을 해결하고 언제 어디서나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강서준이 하는 말을 듣던 김초현이 생각에 잠겼다.왕이 되는 것도 왠지 나쁘지 않았다. 그때 되면 자신이 왕후이자 일국의 어머니가 될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서준 씨, 경고하는데요. 바람을 피우려거든 절대 내가 모르게 피워요. 그 여자들은 영원히 애인이고 당신 아내는 나 한 명이에요.”김초현이 차갑게 경고를 날렸다.강서준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워낙 많지만 본인이 알아서 선을 잘 지켜줬다.하지만 영귀의 내단을 연화한 이후 심신에 영향을 미쳐 부득이한 상황에 닥치면 소유욕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김초현 체내에도 영귀의 피
”게다가 당신은 적염군 총사령관이고 소요왕과 절친이에요. 이혁 씨 여자친구 문소정의 아버지는 북강 총사령관이니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하지 않아요? 당신이 대하의 절반 병사를 장악했는데 왕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누가 반대하겠어요?고대 무술계 쪽은 강영이 강씨 족장 신분으로 뒷받침해 주고 천산파 진풍과 교토 모용추의 도움이 있다면 하느님도 흔쾌히 왕이 되라고 할 거예요.”김초현이 따져가며 설명했다.강서준이 코끝을 만졌다.“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근데 난 정말 왕위에 관심이 없어요. 보기엔 대하에서 최고 권력가이지만 높은 자리에 앉을수록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법이죠. 난 한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자신이 없어요.”“그래도 평온한 생활이 좋아요. SA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을 때 그래도 내가 바라던 삶을 살았거든요. 초현 씨, 모든 일을 끝내고 새 왕이 순조롭게 왕위에 오른다면 우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소박하게 살면 안 될까요?”김초현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도로 옆에 차를 세웠다.그리고 강서준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여보, 당신은 실력이 있고 힘이 있어요. 왜 왕이 되려고 하지 않아요?”“내가 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강서준이 되묻자 김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전에는 원하지 않았어요. 그냥 당신과 함께 있길 바랐죠. 그런데 강영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요. 한번 도전해 보세요. 정말 인생은 길어 봤자 100년이에요. 좀만 노력하면 천고의 제왕이 될 수 있어요.”강서준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초현 씨, 왜 갑자기 강영처럼 말하는 거죠? 겨우 2개월 못 봤는데 두 사람 이젠 내가 알던 초현과 강영이 아니에요.”김초현이 심호흡을 들이마셨다.조금 전에 왕에 대한 말이 나왔을 때 진심으로 강서준이 왕이 되었으면 했다.이상하게 지금 그 욕망이 점점 사라졌다.가슴이 진정된 후 김초현이 빙그레 웃었다.“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요.”“돌아가서 얘기해요.”강서준이 조용히 말했다.“그래요.”김초
확실히 김초현에게서 별 이상한 증상을 발견하지 못했다.안심한대도 귀띔하는 건 잊지 않았다.“그래도 조심해요. 버릴 수 있으면 버리고.”“여보, 정말 괜찮다니까요.”김초현이 일어서더니 진사검을 내려보며 웃었다.“이 진사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칼날도 예리해서 모든 것을 벨 수 있어요. 강철도 쉽게 자를 수 있거든요.”강서준이 저도 모르게 김초현을 쳐다봤다.어디가 변했는지 딱히 모르겠지만 김초현이 한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여자들은 예쁜 옷이나 화장품에 관심이 있어야 정상이잖아. 왜 차가운 검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지?’하지만 딱 거기까지,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초현 씨, 청희 씨를 교토에 불러서 상업회를 세우라고 해야겠어요. 그리고 일부 기업들과 연맹을 맺고 앞으로 나타날 혼란에 대비해야겠어요.”강서준이 먼저 제안했다.만약 김초현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었다.“네. 그렇게 해요.”김초현이 진사검을 테이블에 놓으며 다시 앉았다.“청희 씨 능력을 따라올 사람은 없어요. 전에 QS 그룹이든 지금의 GS 그룹이든 잘 관리해 왔으니 상업회 회장직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예요.”의외로 흔쾌히 대답해서 강서준이 의아해했다.적어도 질투에 눈멀어서 반대할 줄 알았는데 대의를 알아주니 너무 고마웠다.지체하지 않고 서청희에게 연락해 간단하게 설명했다.서청희는 생각도 하지 않고 통쾌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교토로 갈게요. 구체적인 건 만나서 얘기해요.”통화를 끝낸 후 강서준이 말했다.“초현 씨, 만날 사람이 있어요. 이 일을 시작하려면 그 사람 도움이 필요하거든요.”강서준은 이수빈을 찾아갈 생각이었다.백씨 가문 사건이 일어난 계기가 이수빈의 의붓아버지 조세현이기 때문이다.조세현 회사의 과학기술 연구팀에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 내자 백씨 가문에서 눈독을 들였다.진정한 대가족인 백씨 가문이 눈독 들인 것이라면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니다.게다가 이 사건에 적염군 전전 총사령관까지 연루되어 있다.“가서 일
상청결을 익힌 상황에서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상청결을 익히지 않고 영귀의 내단을 흡수한 무술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미쳐 날뛰고 있겠지.’“휴.”김초현은 긴 숨을 들이쉬었다.진사검을 들고 사합원에서 나와 다시 강씨 저택으로 갔다.강서준이 떠난 뒤 강영은 계속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한 시간 넘게 앉아 있는 것 같았다.인기척 소리가 들리자 시선을 돌려 김초현을 바라봤다.전혀 놀란 기색이 없이 태연하게 앞에 놓인 소파를 가리켰다.“왔어요? 앉으세요.”김초현이 앉으면서 진사검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검을 보던 강영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제가 올 줄 알았어요?”김초현이 힐끗 보며 물었다.“흥.”강영이 코웃음을 쳤다.“초현 씨가 교토에 온 2개월 동안 사합원을 매매하고 줄곧 외출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그래요?”김초현이 다시 한번 강영을 쳐다봤다.강영이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2개월 전에 초현 씨가 처음 강씨 저택에 왔을 때 강유장이 저와 족장 자리를 놓고 다투었어요. 그 뒤로 저한테 이상한 말을 했었죠?”김초현은 조용히 앉아 듣기만 했다.강영이 말을 이어서 했다.“그날 저녁에 강씨 저택에 외부인이 침입했는데 그자의 실력은 7단 강자 강유장을 끌어갈 정도로 강했죠. 강유장이 돌아온 후 바로 족장 자리를 저한테 넘기고 남영 식솔들을 데리고 떠났어요. 듣자니 강유장을 끌고 간 자가 검은 검을 사용했다고 하더군요.”강영이 테이블에 놓인 진사검을 흘깃 보았다.“처음에 초현 씨를 의심했어요. 근데 그럴 실력이 없다고 여기면서 부정했어요. 제가 족장이 된 후 이상하게 무슨 일이든 순조롭게 진행되더라고요. 계약 조건을 어떻게 내세우든 상대방이 순순히 받아주는 등등, 그 뒤로 고대 무술계에 천문이라는 문파가 생겼는데 누구도 천문의 문주의 정체를 알지 못했어요. 그저 천문 문주가 검정 검을 사용하고 신기한 검술을 익혔다든가, 그 검을 받아낼 자가 없
김초현이 다시 강씨 저택으로 찾아온 것에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방금 강서준을 끌어안은 것 때문에 따지러 온 줄 알았다.왜냐면 진작에 김초현이 천문의 문주라는 신분을 알아냈기 때문이다.김초현의 지위와 실력이라면 사랑하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친밀하게 접촉하는 걸 보고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지금은 오히려 김초현의 속내를 전혀 추측하지 못했다.“별일 아니에요.”김초현이 조용히 말했다.“앞으로 서준 씨한테 최선을 다해 도와달라는 말 전하러 왔어요. 제가 강영 씨를 족장 자리에 온전히 앉힐 수 있는 이상 그 자리에서 끌어낼 수도 있으니까요.”말을 마치고 나오던 그녀는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러더니 몸을 돌려 강영에게 경고했다.“그리고 더는 제 남편 꼬시지 말아요.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꼴이 되지 마세요.”강영이 소파에 앉아서 떠나가는 김초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전에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추측만 했었는데 지금 본인 입으로 인정해서 매우 불쾌했다.김초현에 대한 첫인상은 나약하고 부드러운 여자라는 것이 전부였다.그것도 강서준의 입에서 전해 들었다.강서준을 구하느라 얼굴이 망가지고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억울하게 살다가 얼굴을 고친 후에 다른 남자들 눈에 들어서 몇 번이나 당할 뻔했다고 했다.그런 김초현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고대 무술계의 일류 강자가 되었다.지금 강영은 그녀에 비하면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강서준을 빼앗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김초현의 존재를 항상 묵인했었다. 그런데 김초현은 세속계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일부일처제의 영향을 받아 절대 다른 여자들과 한 남자의 사랑을 나누어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머리 아파.”강영이 관자놀이를 가볍게 문질렀다.김초현의 실력이 갑자기 향상되어 모든 면에서 자신을 압도해 왔다.이번에도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강씨 족장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정말 실력이 모든 걸 해결하는구나.
해당 기업의 부도는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 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인해 백씨 가문의 경계 대상이 되었고 백씨 가문에 의해 부도가 났다.그리고 회사 사장인 조세현이 실종되었다. 백씨 가문이 이수빈을 찾는 동안 조세현은 회사의 연구 기술 자료를 가지고 숨어버렸다."네, 바로 갈게요."이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이혁은 적염군의 특권을 동원해 조세현의 XL 과학기술 회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강서준은 군사 구역의 건물에 남아 기다렸다.2시간 뒤, 이혁은 조사한 결과를 강서준에게 건넸다. "형님, 이건 XL 과학기술 회사의 모든 자료예요. 회사 사장의 상세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보세요.""그래."자료를 건네받은 강서준이 이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사해 줄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이혁이 물었다."누구를 말입니까?""이수빈, 이수빈의 양아버지가 XL 과학기술 회사의 사장 조세현이야. 지금 XL 과학기술 회사도 부도가 났고 조세현은 연구 자료를 가지고 사라졌어. 결국 타깃은 이수빈이 되었는데, 지금 그 여자도 행방이 묘연해, 연락도 되지 않고.""네, 바로 알아볼게요."이혁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이혁은 남황의 장군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딸 이수빈은 무사해야 했다.강서준은 이혁이 건네준 자료를 펼쳤다. XL 과학기술 회사는 과학 연구가 주된 목적이었다. 연구 분야는 핸드폰 칩이었다. 해당 회사는 10년 전에 설립되었다.조세현은 10년 전 모 브랜드의 핸드폰 수석 엔지니어였고 퇴사 후 XL 과학기술 회사를 설립했다. 새로 설립한 회사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그는 과학 연구에 대거 투자했다.강서준은 간단한 자료로 조세현이 연구한 기술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었고, 왜 많은 사람이 그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조세현이 연구한 기술이 핸드폰 칩과 연관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핸드폰 연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이쪽 분야의 사람한테
백태호는 철문을 부여잡고 분노에 차서 으르렁거렸다. 연세가 지긋한 백태호의 고함은 아주 우렁찼다. 그는 당장이라도 철문을 부수고 나갈 기세로 힘껏 흔들었지만,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강서준은 화가 난 백태호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겁니까? 설마 밖에 있는 사람이 당신을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말을 마친 강서준은 뒤에 있는 군인에게 손짓했다. "문 열어."강서준의 뒤에 있던 군인이 다가와서 철문을 열었고, 문을 열자마자 백태호가 뛰쳐나왔다. 강서준의 뒤에 있던 군인은 순식간에 총을 들었다. 백태호는 걸음을 멈추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강서준을 노려보았다. 총을 든 군인이 차갑게 말했다."뒤로 물러서."백태호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고 강서준은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적염군 군인이 의자 하나를 들고 와 강서준에게 건넸다. 강서준은 의자에 털썩 앉은 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어두운 구치소 방 안에 가득 찼다."내가 당신들 백씨 가문을 너무 얕본 것 같아요. 백씨 가문은 단순히 돈이 많은 가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발이 넓을 줄이야, 적염군의 원수까지 당신을 빼낼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흥." 백태호는 한쪽에 서서 강서준을 노려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교토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것 같군요. 교토의 인맥 망이 얼마나 깊은지 평생토록 알 수 없을 겁니다. 많은 사람의 이익이 얽혀 있다고요. 우리 백씨 가문만 해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모하게 덤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그 결과를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도 이렇게 압박을 견디지 못해 날 찾아오지 않았습니까?"백태호는 아까보다 훨씬 차분해진 목소리로 경고했다.강서준이 그를 이곳에 가둔지도 두 달이 넘었다. 두 달 동안 그는 백태호를 건드리지 않았다. 오늘날, 강서준이 직접 백태호를 찾아왔다는 것은 강서준이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