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현이 천문을 언급할 때, 천문의 내력은 말하지 않았다.심지어 강서준이 천문에 대해 물을 때도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강서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시기에 천문이 나타나다니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라 생각했다.잠깐 생각을 하던 강서준이 다시 물었다.“천문 외에 다른 소식은 있어요?”“그게 다예요.”김초현은 여전히 강서준의 품에 안겨서 말했다.“천산 대회에서 참여한 강자들 중에 구양랑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종적을 감췄어요. 지금 교토의 상황이 좋지 않긴 해요.”“그래요?”강서준은 알 수 없었다.“어떻게 좋지 않아요?”“강영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구양랑이 한 달 전에 교토에 와서 민간들 일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구양가의 세력을 넓히고 민간 경영계에 참여했는데 4대 고족도 핍박을 받았다더군요. 그리고…”김초현이 말끝을 흐리다가 계속했다.“지금 강영이 강 씨 족장 자리에 앉아서 가문 사람들을 복종하게 만들었어요.”“강영이가 족장이 되었다고?”그 말에 강서준이 깜짝 놀랐다.강영이 강 씨 족장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네.”김초현이 조용히 말했다.“강영의 공력은 낮지만 가문을 장악하는 데 조예가 깊더군요.”“참, 강철구와 강지의 소식은 있어요?”“아직이요.”강서준은 김초현과 그동안 발생한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구양랑이 엉뚱한 짓을 하는 것 외에 별로 큰일은 없었다.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잠들었다.강서준이 오래간만에 푹 자고 일어났다.그런데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뒤척이며 일어나 옷을 입고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다.휴대폰을 든 김에 이혁에게 연락했다.“보스, 드디어 전화를 주시는군요. 저 못 버티겠어요.”“지금 교토에 있어?”강서준이 물었다.“네.”“알았다. 지금 그쪽으로 가마.”강서준은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여보, 일어났어요?”방문이 열리더니 김초현이 웃으면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배고프죠? 국수를 끓여왔어요.”
“명심할게요.”강서준은 휴대폰과 형 검을 가지고 나왔다.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군부대로 향했다.“천수님.”군부대에 들어가자 병사들이 공손하게 부르며 인사를 올렸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탁!이혁의 사무실에 들어가려 할 때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흑풍! 다시 한번 말하겠다. 지금 당장 사람을 풀어줘. 아니면 모든 책임을 물을 거다.”강서준이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듣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혁의 사무실에서 군복을 입은 노인이 이혁에게 삿대질하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여긴 교토이지 남황이 아니야. 넌 그럴 자격도 없다!”“천수님.”의자에 앉아 욕만 먹고 찍소리도 못하던 이혁이 강서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서준 그 자식이 와도 소용없다! 지금 당장 풀어줘!”노인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런가요?”강서준이 담담하게 받아치자 노인이 돌아서서 연신 호통을 쳤다.“강서준, 마침 잘 왔다. 당장 백태호를 풀어줘.”백태호는 백씨 가문의 가주다.작년에 이수빈을 통해 백씨 가문과 접촉하면서 백태호를 잡아넣었다.먼저 백태호를 살해하려 했는데 나중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잠시 감옥에 방치했던 것이다.강서준이 노인을 힐끗 쳐다봤다.군복 차림에 어깨에 별 다섯 개를 달고 있었다.아는 얼굴이었다.천자 전에 천수 자리에서 적염군을 장악했던 사령관이다.연세가 많아 일찍 은퇴했지만 여전히 군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다.“방운룡 사령관님, 지금 뭐 하는 겁니까?”강서준이 힐끗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미 아흔 살은 되셨을 텐데 집에서 호강을 누리지 않고 여기 와서 무슨 행패를 부리십니까?”이혁은 옆에 서서 웃음이 나오는 걸 애써 참았다.그동안 늙은이가 계속 압박해서 피하지 않으면 뒤로 미루기만 했을 뿐 감히 말대꾸를 할 자신이 없었다.강서준이 돌아와서 드디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강서준, 당장 백태호를 풀어줘라.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방운룡이 협박하
강서준이 소파에 털썩 앉자 이혁이 담배를 건네며 맞은편에 앉았다.“그동안 고생했다.”강서준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었다.“방운룡 외에 누가 또 행패를 부렸냐?”“한둘이 아니에요.”이혁도 담배에 불을 붙였다.“교토 거물들이 대부분 찾아왔었어요. 윽박도 지르고 조건도 내세웠지만 전부 거절했어요.”“잘했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백씨는 교토에서 100년이나 뿌리를 내린 가문이다. 아마 민간에서 세력이 가장 강한 가문일 거다. 그래서 적지 않은 거물들과 얽혀서 관계가 복잡하겠지. 백태호를 건드리면 분명 일련의 반응들이 나올 거다. 나중에 이름을 적어서 내게 보고해.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알겠어요.”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왕을 찾아가야겠다.”강서준은 군부대에 더 머물지 않고 이혁과 인사를 나눈 뒤에 용신 궁으로 향했다.지금 왕의 배후에는 주 선생이 있고 주 선생의 뒤에 천이 있으며 천의 뒤에 백 년 전의 왕이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왕 측에도 관계가 복잡했다.천산 대회 때 왕이 군대를 출동하고 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주 선생, 천, 100년 전의 왕 그리고 양 선생까지 포함한 고대 무술인들을 전부 묻어버리려 했다.그런 대학살을 벌이려면 큰 패기가 필요했지만 결국 강서준이 막아버렸다.일부 고대 무술인들을 살해하려고 모든 무술인들을 희생시키는 건 바라지 않았다.고대 무술인들이 죽지 않으면 번거로운 일들이 끝없이 발생한 걸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하지만 왕은 그 번거로움을 강서준에게 넘겨버렸다.“천수님!”강서준이 나타나자 용신 궁의 호위병이 공손하게 경례했다.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왕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왕이 들어오더니 외투를 벗어 그림자에게 건넸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호위병이 네가 왔다고 하더구나.”왕이 강서준의 맞은편에 앉았다.강서준을 바라보는 왕의 안색이 굳어 있었다.“서준아 서준, 나를 막지 않았다면 천산파에서 고대 무술인들이 전부 죽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살아남았으니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왕께서 생각하는 후보는 누구입니까?”강서준이 물었다.왕이 한참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처음엔 너를 왕위에 올리려고 했다.”“저를요?’강서준이 놀란 눈치였다.“그래. 일전에 네가 천자에게 모함당하고 좌천된 뒤에 정치계에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 그 사건들을 통해서 넌 훌륭한 장군감이나 관리자가 될 재목이라 느꼈다.”강서준이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그러면 지금은요?”왕이 손뼉을 몇 번 치자 문밖에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180cm 되는 훤칠한 키에 검은색 정장을 빼입어 남다른 기품이 흘렀다.“왕, 천수님을 뵙겠습니다.”남자가 들어와 두 사람들 번갈아 보더니 공경하는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왕이 소개했다.“대하의 부총리 장씨다.”“안녕하세요.”강서준이 가볍게 인사했다.이 시점에서 장씨를 부른 건 분명 후보감으로 점 찍어 놓은 것이 틀림없다.왕이 이어서 말했다.“대하에서 새 왕을 선거할 때마다 분쟁을 피할 수 없었지. 지난 선거 때에도 전 남황 사령관이 사망하고 전 왕이 형검을 회수했다.”강서준이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이번에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왕은 걱정스러웠다.“지난 선거 때까지만 해도 고문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구나. 고문 잔당 세력들이라고 해도 고대 무술인 출신이지. 고문의 규칙이 엄격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대하는 혼란에 빠졌을 거다.”“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강서준이 호언장담했다.“절대 그런 일들이 발생하게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대선거가 오기 전에 제가 고문을 제거할 거니까요.”“그럴 자신이 있다니 반가운 소리구나.”왕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강서준이 왕과 장씨를 보며 말했다.“제가 교토에 복잡한 관계를 정리할 타산입니다. 지금 교토의 관계는 너무 얽히고설켜서 하나만 건드려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애먼 사람들까지 희생될 수 있어요.”왕이 손을 저으며 강서준의 말을 끊었다.“얼마든지 해도 된다. 어떤 인물이 연루되었든 마음 놓고 처리
가장 먼저 교토에 온 사람은 모용추다.강서준이 역천81침으로 그를 치료한 뒤에 교토에 온 것이다.이번에 온 목적은 다시 고문의 세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동생은 지금 어디야?”모용추와 강서준이 통화하는 중이다.“교토에 왔어요.”강서준이 대답했다.“나 지금 폐관 중이라 주소를 보내주지. 만나서 얘기하자.”“알겠어요.”강서준은 전화를 끊고 모용추가 메시지로 보낸 주소를 찍고 바로 출발했다.모용추는 시내에 있지 않고 외곽에 있는 별장에서 지냈다.외진 곳에 있어 독립된 별장마다 마당을 갖추었다.딱 봐도 부자들이 사는 동네였다.강서준이 초인종을 누르자 대문이 열렸다.문을 열어준 사람은 흰색 옷을 입고 짧은 스포츠머리에 까칠한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였다.바로 모용추 본인이다.긴 장발을 짧게 자르니 한층 더 젊고 원기가 왕성해 보였다.“동생 왔어?”모용추는 강서진을 반갑게 맞이하며 별장 안으로 들였다.“네.”강서준이 뒤를 따라 들어가 거실 소파에 앉았다.그때 한 시녀가 다가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선생님, 차 아니면 커피를 드릴까요?”“따뜻한 물 주세요.”강서준이 대답하고는 맞은편에 앉은 모용추에게 시선을 돌렸다.“이쪽 상황은 어떻습니까?”모용추의 안색이 침울했다.“내가 교토에 온 후에 예전의 심복들한테 은밀하게 연락을 해봤더니 다 구양랑에게 수복 당했더군. 지금 난 고문에서 분리되어서 발언권이 없어. 어휴.”모용추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폐관하는 동안 구양랑이 암암리에 나를 철저하게 몰아내다니.”강서준은 젊음을 되찾고 혈기가 좋아진 그의 얼굴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실력은 회복했어요?”“그래.”모용추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8할은 회복해서 8단 실력을 되찾았다.”“앞으로 어떻게 할 타산이세요?”강서준의 물음에 모용추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반역자를 청산해야지.”그 말에 강서준이 안심했다.모용추가 나선다면 앞으로 고문과 맞설 때 큰 도움이 된다.“너는 어쩔 계획이야
강서준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먼저 갈게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모용추도 일어서서 직접 대문 입구까지 배웅했다.별장에서 나온 강서준은 강씨 저택으로 향했다.강씨 저택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호위들이 강서준을 보고 놀라서 멍하니 서 있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드렸다.“천수님.”전에 강씨 저택 식구들은 물론 하인, 호위마저 강서준을 우습게 보았다.하지만 천산대회 이후로 고대 무술계에 강서준의 이름이 점점 널리 퍼져 이젠 호위들이 감히 얕볼 상대가 아니다.“강영이 저택에 있어요?”“족장님은 외출하셨습니다.”“그럼 들어가서 기다릴게요.”강서준이 사합원에 들어가면서 강영에게 연락했다.한편, 강영은 교토에서 열린 상업회에 참석했다.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액정을 확인하더니 활짝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서준 오빠.”“강영, 축하한다. 어느새 족장이 됐어?”강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조상님 덕분이죠.”강영이 해맑게 웃으면서 물었다.“출관했어요?”“그래. 지금 강씨 저택이야. 너와 상의할 게 있어서 왔어.”“그래요. 바로 갈게요.”강영은 강서준이 교토 강씨 저택에 있다는 말에 상업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돌아섰다.30분 만에 저택에 도착했다.강영은 흰 니트 원피스 위에 검정색 트렌치코트를 입었다.깔끔한 포니테일에 하얀 이마를 드러내 분위기가 남달라 보였다.그 모습을 본 강서준은 흠칫 놀랐다.예전에 강영은 영리하긴 했지만 가련하고 애처로운 인상을 주었다.그런데 지금은 온몸에서 고귀한 기품이 흘러 마치 여왕님 같았다.“서준 오빠.”강영이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왔어?”그제야 강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영이 자리에 앉자 하인이 끓인 차를 갖고 다가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젠 다 회복했어요?”강영이 물었다.“응, 다 나았어.”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강영, 너와 상의할 일이 있어.”“말씀하세요.”강서준이 물었다.“지금 강씨 세속계 산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강영이 또 생각에 잠겼다.교토는 대하의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다.이번에 강서준이 하려는 일은 한 회사나 한 재단을 제거할 정도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손을 대는 즉시 교토에 뿌리를 박은 80% 되는 회사나 재단들이 뒤집히게 된다.그러니 잘못 처리하면 큰일 나기 십상이다.“서준 오빠, 내 생각은 이래요.”강영이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설명했다.“강씨 가문과 배경이 깨끗한 재단들이 함께 한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이익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일 확률이 극히 적기 때문이에요.”강서준은 이 방면에 대해 일자무식이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강영이 계속 말했다.“아니면 오빠가 재단이나 상업회를 세워서 기업을 끌어들이는 건 어때요? 전국 각지 중소기업들이 연합해야 수습할 수 있어요. 아니면 대하는 물론 경제도 뒤죽박죽이 돼요.수십 년 동안 대하의 경제가 신속하게 발전한 덕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어요. 제대로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경제 마비는 물론 수십 년 뒤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어요.”“그래.”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잘 모르지만 강영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강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강서준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서준 오빠, 후환을 철저하게 없애려면 모든 것을 손에 넣어야 해요.”강서준이 고개를 번쩍 들고 강영을 쳐다봤다.순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게 무슨 말이야?”강영이 두 손을 들며 말했다.“권력과 돈이요.”강영이 왼손을 움켜쥐며 말했다.“이것이 권력이에요.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어떤 사람이든 권력을 위해서 어떤 대가도 치르려고 하죠. 누구도 차세대 왕이 누가 될지 몰라요. 그러니까 대하의 진정한 안위를 보장하려면 본인이 왕이 되는 거예요.”이번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지금의 왕은 피동적인 위치에 있어요. 대하의 경제가 4대 고족의 손에 있고 남은 세력은 교토의 재단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피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대하의 경제를 손에 넣을
”서준 오빠, 좋아해요. 오빠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도울게요. 강씨 가문을 통제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게요. 그러면 다음 선거에 주도권을 잡고 투표를 끌어당겨서 순조롭게 왕위에 오를 수 있어요.”강영이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그 순간, 강서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문득 머릿속에 한 광경이 떠올랐다. 넓은 궁전에 후궁만 3천여 명이나 되고 밤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유흥을 즐기는 장면이었다.강서준이 흠칫 놀라 재빨리 상청결로 터무니없는 망상들을 지웠다.겨우 진정하고 눈을 떴을 때 강영이 여전히 껴안고 있었다.“두,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예요?”갑자기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서준이 집을 나선 뒤에 김초현은 혼자 집에 있는 게 너무 심심했다.말동무라도 찾으려고 강영을 찾아왔다가 저택 거실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다.강서준이 의자에 앉아 있고 강영이 그의 가슴에 기대어 손을 옷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순간 가슴 속에 분노가 일어나며 안색이 급 어두워졌다.여자의 목소리에 강영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입구에 선 김초현을 보더니 태연하게 옷맵시를 정리하며 말했다.“초현 씨, 어쩐 일로 왔어요?”강서준이 상청결로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을 억누르자마자 김초현이 눈앞에 나타났다.“서준 씨, 참 대단해요.”김초현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이내 눈물은 볼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그녀는 그저 한 마디만 남기고 돌아서 나가버렸다.강서준이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원래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김초현의 앞에 나타나 손을 덥석 잡았다.“초현 씨, 이건 오해예요. 내가 설명할게요.”“오해라고요? 끌어안고 옷 속에 손까지 밀어 넣었는데 오해라고요? 내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다 벗었겠네요.”김초현이 큰 소리로 외쳤다.강영이 입구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강서준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그게 아니에요.”“그럼 설명해 보세요.”김초현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보았다.“그걸 어, 어떻게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