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방금 전화를 받을 때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여보, 어떡해요.”김초현이 손을 부르르 떨었다.그때 휴대폰 메시지 알람 소리가 울렸다.강서준이 휴대폰을 들고 확인했다. 동영상 하나가 전송해왔다.동영상을 열어 봤더니 서청희, 윤정아, 송나나 그리고 김천용, 김호, 김현…모두 납치되었다.동영상 화면이 슥 지나가더니 검은 머리띠를 한 낯선 남자가 나왔다.“강서준, 저들을 살리고 싶으면 천산으로 와.”동영상이 끝났다.강서준은 팔에 핏줄이 설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김초현은 강서준의 팔을 잡아당기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여보…”강서준이 팔을 떼며 말했다.“초현, 조급해하지 마요. 괜찮을 거예요.”어떤 사람들이 서청희 일행을 납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오늘 백씨 가문을 계기로 대청산이 시작되었으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바심이 났겠지.’서청희 일행을 납치한 자들의 목적은 강서준이 교토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는 것이다.김초현이 안절부절했다.“왜 할아버지를 납치했죠? 아버지와 동생까지 천산에 왜?”“왜 그래요?”강영이 방에서 나왔다.방에 들어가 잠옷을 갈아입자마자 강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그대로 나와버렸다.깅서준이 소파에 앉아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서청희, 정아, 나나 그리고 SW 회장이 납치됐어. 그들을 살리고 싶으면 천산에 오라는구나.”“뭐라고요?”강영의 얼굴색이 한 순간에 변했다.믿을 수 없었다.“서청희과 SW 가문은 천왕전에서 보호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납치됐대요? 그자들의 실력이 더 강하다는 말이겠죠. 그것도 천산에 오라니 분명 교토의 일에 끼어들 수 없게 발목을 잡으려는 짓이에요.”“맞아.”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김초현이 물었다.“할아버지 위험하지 않을까요?”강영이 말했다.“제가 볼 땐 위험하지 않아요. 서준 오빠가 그 사람들의 이익을 건드렸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그런 거예요. 추측이지만 절대 백씨
김초현은 그제야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았다.“나갔다 올게요.”강서준이 천수 저택을 나와 밤새 적염군 본부로 달렸다.이혁이 적염군 본부에 주둔하고 있다.이혁이 강서준을 보고 물었다.“천수님, 늦은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강서준이 사무실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무슨 일이 일어났어요?”“그래.”강서준이 대답했다.“일 났어. 이번에 백씨 가문을 건드렸더니 다른 가문에서 조바심이 났나 보다. 서청희, 나나 그리고 김천용까지 납치했어. 나더러 교토를 떠나 천산으로 오라는구나.”이혁이 깜짝 놀랐다.“남황 천산관이요?”강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그동안 네가 남황에 있어서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라.”강서준은 설명하지 않았다.그걸 세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적염군 안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내가 없는 동안 군부대에서 잘 살펴. 절대 차질이 없어야 한다. 내가 떠난 뒤 넌 군적을 남황에서 교토로 바꾸고 계급도 별 3개로 진급해.”“형님, 3자 심사가 있어야 통과…”강서준이 손을 들어 이혁을 말을 끊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내게도 진급 자격이 있어. 먼저 군적을 바꾸고 적염군이 안정된 사이에 처리하면 돼. 새해가 오기 전에 군부대가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감독하기만 하면 돼.”“알았어요.”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됐어, 가서 일 봐.”이혁이 사무실에서 나가고 강서준은 조남에게 연락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남이 배시시 웃으면서 사무실에 들어왔다.“천수님.”심각한 분위기를 눈치채고 바로 표정을 바꿨다.“천수님,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이혁의 군적을 교토로 옮길 겁니다. 그리고 계급도 1별에서 3별로 진급할 거고요. 잠시 나 대신 적염군을 관리할 겁니다.”조남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천수님, 그건 아마 어려울 거 같습니다. 3자 심사가 있어야 되는데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돌아오면 한 번에
강서준이 형검을 들고 나왔다.이번 목적지는 천산파다.곧 천산대회가 열리고 대회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 아직 모른다.하지만 4대 고족이 붕괴된 이상 천산대회에서 4대 고족은 무력으로 모순을 해결할 것이다.강서준도 강씨 가문 사람이라 무시하고 싶어도 이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그 외에도 흑룡군 사령관 용수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천수다.천산대회의 주최자는 고문 계열 사람들이니 그들과 맞서 격렬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아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이번에 가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강서준은 뜬 눈으로 밤을 지냈다. 서재에 앉아 명상을 했다.이튿날.“여보.”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천천히 뜨면서 진기를 가라앉혔다.눈 앞에 캐주얼한 옷을 입고 긴 머리를 드린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초현.”강서준은 김초현의 이름을 부르며 품에 안았다.김초현은 어리둥절했다.“여보, 왜 그래요?”강서준은 머리를 초현의 어깨에 묻고 상큼한 샴푸 냄새와 향수 냄새를 맡았다.그렇게 한참을 있다 진지하게 말했다.“초현, 천산은 위험해서 이번만큼은 가지 말고 강중에 돌아가요. 내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는지 장담을 못하겠어요. 만약 살아서 돌아오면 강중에 찾으러 갈게요. 내가 그랬었죠? 당신과 세상이 주목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돌아오면 그 약속을 지킬게요. 하지만 만약에…”김초현이 품에서 떨어지더니 갑자기 입을 맞추며 말을 끊었다.한참 뒤에야 입술을 뗐다.“여보, 나도 갈 거예요. 지금 난 3단 무술인이에요.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제가 방해하지 않을게요.”눈빛으로 자신의 결심을 보여줬다.“여보, 나 당신한테 도움을 주려고 그동안 열심히 배웠어요.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요. 나도 같이 가게 해줘요. 저도 같이 싸우게 해줘요.”“초현, 최선을 다 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번 적들은 너무 강해요. 3단이라고 해도 7단, 8단 강자들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당할 텐데. 난 당신이 다치는 걸 바라지 않아요.”강서준
전처럼 연약하고 누구의 괴롭힘을 당하기만 하던 김초현이 아니다.“초현, 날 믿어. 내가 무조건 할아버지를 데리고 올게요. 내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다 데리고 온다고요.”강서준은 말하면서 강영을 바라봤다.“강영, 너와 초현이는 강중으로 돌아가. 교토는 안전하지 못해. 이젠 끼어들지 마.”“어떻게 그래요?”강영이 거절했다.“같이 갈래요. 중요한 순간에 계략도 상의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오빠는 고대 무술인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내가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까 분명 도움될 거예요.”강서준의 표정이 또 굳었다.“천산에 가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 몰라. 4대 고족이 이미 붕괴됐으니 천산대회에서 3 가문이 공격해 올 거야. 너도 강씨 가문 사람인데 네가 가면 절대 널 놔줄 리 없어.”강영의 태도는 단호했다.“강씨 사람이라면 더 가야겠어요.”두 여자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정말 강서준을 도와주고 싶었다.강서준은 더는 설득할 힘이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두 여자의 혈도를 찍어 진기를 봉인했다.“오빠! 뭐 하는 거야? 이거 풀어줘!”“여보, 빨리 풀어줘요. 내가 도울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같이 갈래요. 천산파가 할아버지, 아버지, 동생을 납치했는데 내가 어떻게 안 갈 수 있어요.”“거기 사람 있어?”강서준이 큰소리로 외치자 몇몇 호위병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천수님.”강서준이 분부했다.“강영과 김초현을 안전하게 적염군 본부로 데려가 흑풍 장군에게 맡기세요. 두 사람이 강중에 가면 잠시 가두고 새해가 지나면 풀어주라고 하세요.”“알겠습니다.”호위병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서준 오빠, 너무 무모하게 굴지 마요!”강영이 소리를 질렀다.“빨리 풀어줘요. 같이 가요!”“여보, 이러지 말아요. 혼자서 짊어지지 말라고요. 나도 도와 줄게요. 으엉어어엉…”강서준이 분부했다.“얼른 데려가세요.”“네.”호위병이 강제로 강영과 김초현을 끌고 나갔다.강서준은 다시 방에 돌아와 테이블 위에 놓은 형검을 들고 검을 뽑았다.날카로운 검
천산은 남황의 천산관과 달랐다.천산은 대하의 동부에 있었다. 2만km의 천산산맥은 대하를 꿰뚫었고 지도에서 용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대하의 동부는 용의 머리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줄곧 대하의 어머니 산으로 불려 왔다.강서준은 형검을 들고 교토를 떠나 천산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시인 천지시로 향했다. 비행기에서 그는 형검을 품에 놓은 채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았다.비행기는 금방 천지시에 도착했다."천지시에 도착했습니다."강서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샌가 잠들어버렸다. 그는 귓가에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온 후에야 정신 차리고 물었다."도착했어요?""네."스튜어디스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그녀는 강서준이 비행기에 올라타서부터 줄곧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보안 검색은 어떻게 통과했을지 모를 커다란 검을 들고 있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확인하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서준이 모자를 꾹 눌러 쓴 데다가 선글라스까지 낀 관계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강서준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몸을 일으켰다. 이사빈은 여전히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길을 막고 있었다."왜 그러고 있어요?"강서준은 스튜어디스 이사빈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지나가게 잠깐 비켜줄래요?""죄송합니다."이사빈은 황급히 몸을 비켰다.강서준은 형검을 든 채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사빈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혼잣말했다."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나처럼 예쁜 여자를 어떻게 보는 체도 하지 않을 수 있지? "이사빈은 자기 얼굴과 몸매에 자신이 넘쳤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라는 의미의 미스 스튜어디스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천만 명에 달하는 팬도 있었다. 대부분 남자가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플러팅은 질리도록 받아왔다."나처럼 예쁜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걸 봐서는 게이인 게 분명해."이사빈은 입을 삐죽이며 일을 계속했다.강서준은 형검을 들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천산파의 전 장문인은 맹주의 자리까지 오른 적 있기에 지금까지도 대하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니 현 장문인도 실력이 약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강서준은 심호흡하며 휴대폰을 꺼내 교토에 있는 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금방 연결되었고 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천수님, 무슨 일 있으세요?""내가 녹음 하나 보내줄 테니까 누구의 목소리인지 찾아줄 수 있어?""네, 그럼요.""강영이랑 초현 씨는 강중으로 돌려보냈어?""네,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천수님의 요구에 따라 방안에 가뒀어요.""조심해."강서준이 말했다."둘 다 무술인이라 가둬 두기 쉽지 않을 거야. 특히 초현 씨는 진기가 강해서 내가 누른 혈 자리로는 하루도 못 버텨. 둘이 나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군사 구역 애들은 절대 못 막아."강서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이어서 말했다."아니면 둘한테 방에서 나온 순간 간수의 목이 날아갈 거라고 전해줘. 마음 약한 여자들이니까 남의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강서준은 자신이 누른 혈 자리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분명 정신을 차리자마자 천산으로 오려고 할 것이다. 그들이 무모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네, 알겠습니다."이혁이 답했다.비록 최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초현이 강해진 것만큼은 아주 명확했다. 하지만 강서준이 설명을 보태지 않아 이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지시를 끝낸 강서준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형검을 품에 안고 공항 길가에 앉은 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멍때렸다.천지시의 공항은 천산과 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천산파의 장문인을 죽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의 지인을 구하겠다고 애꿎은 사람을 죽일 위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서청희 등과 SA 일가가 위험해지니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강서준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비행기에서부터 궁금했던 강서준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고 나자 도무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가, 강서준이다!'강서준은 대하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이사빈은 놀란 나머지 질식감마저 들었고 호흡은 점점 더 거칠어져 갔다. 그녀는 비행기에서 강서준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대하 전쟁의 신, 흑룡군의 총사령관 흑룡, 대하 제일 신의, 남황의 용왕, 그리고 적염군의 총사령관 천수인 몸을 말이다."아... 네?"강서준은 눈앞의 여자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비행기에서 짧게 마주친 것으로 얼굴을 기억하기는 어려웠다."서, 서준님... 아니, 용왕님... 아니, 천수님..."이사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강서준은 그녀가 오랫동안 좋아하고 존경해 온 사람이었다. 그 충격에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잃은 그녀는 팔을 벌려 강서준을 향해 달려갔다.강서준은 가볍게 옆으로 피해 갔다. 그러자 이사빈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져 갔다. 강서준은 손을 들어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어 내 그녀를 다시 잡아 세웠다.뒤늦게 정신 차린 이사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혼잣말했다."이게 무슨 일이야? 넘어지다가 어떻게 다시 일어난 거지?"이사빈은 그 이유를 자세히 생각할 새도 없이 몸을 돌렸다. 강서준인 이미 형검을 들고 훌쩍 멀어져갔다."서준 님, 잠깐만요."이사빈은 캐리어를 질질 끌며 쫓아갔다. 하이힐을 신고 달리던 그녀는 얼마 가지도 못하고 발목을 삐끗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뼈를 찌르는 고통 때문에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강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서준은 시내에 오래 남아있지 않고 지프차 한 대를 렌트해서 천산으로 향했다. 천산은 천지시에서 차로 꼬박 하루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강서준 정도 되는 무술가는 진기로 차를 움직여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로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범하게 운전했다.번화한 도시를 벗어나자, 눈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하늘에 흩날리던 눈꽃이 빠르게 한곳으로 모이더니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강서준을 향해 날아갔다.강서준은 형검을 뽑아 들고 크게 휘둘렀다. 검은 공기와 맞닿은 순간 영롱한 빛을 내며 검기를 뿜어냈다. 허공에서 갈라진 눈덩이는 눈꽃으로 흩어져 바닥에 내려앉았다.강서준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전방을 바라봤다. 커다란 암석 위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백포의 노인은 하얀 수염에 둥근 얼굴형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뒷짐을 진 채로 나무 위에 서 있는 강서준을 바라봤다."대하에 언제 자네 같은 고수가 나타난 거지? 젊은 나이에 꽤 강한 진기를 지녔군. 천산대회가 열리기 전에 우리 천산파는 손님을 대접하지 않아. 그러니 이만 돌아가게나."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강서준이 공손한 말투로 답했다."저는 남황의 용왕이자 적염군의 총사령관인 강서준입니다. 천산파의 장문인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자네가 누구든 안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신이 오더라도 천산을 오르지 못할 거란 말이다."노인의 태도는 아주 강경했다. 용왕이고 총사령관이고 그는 들어본 적 없었으니 말이다."선배님은 누구십니까? 만약 제가 꼭 올라가야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강서준은 덤덤하게 물었다."하하, 나를 넘어설 자신이 있다면 어디 한 번 해보게나."노인이 큰 소리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막강한 기운이 폭발하듯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기운은 그의 손짓을 따라 또다시 눈꽃을 모으기 시작했고, 무궁무진한 힘을 품은 눈덩이는 사정없이 강서준을 향해 날아갔다.강서준은 훌쩍 뛰어올라 수십 미터 뒤로 물러났다.쾅!강서준이 서 있던 나무는 눈덩이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눈덩이는 눈꽃으로 변해 공중으로 흩어지더니 강서준을 향해 휘몰아쳤다.슥!강서준은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눈꽃을 전부 막아냈다."천절십삼검?"노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강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자네가 어떻게 강씨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