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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왕은 4대 가문이 즉위식에서 강서준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알려주지 않고 강지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것도 사흘 후에 말이다. 왕은 강지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을 계획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급박한 상황에서의 직감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지가 어떤 선택을 하던 왕에게는 나쁠 게 없었다.

같은 시각, 강서준은 천수 저택에서 오후까지 자다가 겨우 일어났다. 비몽사몽 마당으로 나온 그는 낯선 여자가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20대쯤으로 보였는데 캐주얼한 옷을 입고 낙엽을 쓸고 있었다.

강서준은 한참 지난 후에야 지난번 어느 가문의 여자를 저택에 와서 청소하도록 허락한 일이 떠올랐다. 그는 재직 기간 동안 유명 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탄탄한 인맥을 만들기 위해 귀찮음을 불구하고 이런 일을 벌였다.

남황에 있을 때는 인맥이고 나발이고 원하는 대로 살았지만, 강중에서 몇 달간 살아보니 인맥의 중요성이 크게 와 닿았다. 천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괜찮아도, 이 자리에서 내려간 순간 아무개가 될 테니 강서준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알아두려고 계획했다.

강서준이 나온 것을 발견한 이혜림은 동작을 멈추고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초현이 후다닥 걸어와 일부러 더 친밀하게 팔짱을 끼며 물었다.

"서준 씨,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뭐가요?"

김초현은 멀지 않은 곳에서 빗자루를 든 채로 멍하니 강서준을 바라보는 이혜림을 향해 눈짓했다. 강서준은 이제야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택에 청소할 사람이 필요해서 불렀어요. 청소 같은 일을 초현 씨한테 맡길 수는 없잖아요."

"흥, 예뻐서 데려온 건 아니고요?"

김초현이 질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어디 그럴 사람이에요?"

"아니라는 보장은 없죠."

이때 강영이 뒤에서 걸어오며 말했다.

"권력을 얻은 남자는 어딜 가나 똑같았으니까 부정하지도 않아도 돼요. 용왕에 천수까지 되었는데 아는 여자 몇 명 늘어난 건 당연한 게 아니겠어요?"

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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