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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 화

작가: 위위두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6 18:15:10
“그래? 근데 아무리 한심해도 남의 가정을 파탄 낸 불륜녀보다 더하겠어?”

권은채의 반박에 서예빈은 한참 동안 넋을 놓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사색이 된 얼굴로 권은채의 따귀를 내리치려 했다.

권은채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가차 없이 따귀를 후려갈겼다.

“전에 예빈 씨를 가만히 내버려 둔 건 예빈 씨가 자기 능력으로 도운 씨의 아이를 가져서야. 하지만 단지 임신했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 잘난 척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어. 왜? 불륜녀 주제에 우월감이라도 생겼어?”

권은채가 따귀를 날린 바람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들에게 쏠렸다.

서예빈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손을 빼고 싶었지만 권은채의 힘을 당해낼 수 없어 목소리만 높였다.

“생사람 잡지 마. 난 불륜녀 아니야. 은채 씨가 뻔뻔스럽게 계속 도운 씨 옆에 있어서 그런 거지. 도운 씨가 은채 씨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알아?”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뻔뻔한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현재 도운 씨의 법적인 아내는 나야. 오히려 예빈 씨한테 고마워. 예빈 씨 배 속의 아이가 도운 씨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가 되거든. 내가 두 사람을 고소하면 누가 이길까? 도운 씨를 맨몸으로 내쫓을 수도 있어. 한번 해볼래?”

서예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히...”

“해보든가, 그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칠팔월이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어찌나 차가운지 등골이 다 오싹할 정도였다.

권은채는 멈칫했다가 잡고 있던 서예빈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서예빈은 바로 주도운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얻어맞은 뺨을 움켜쥐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주도운은 그런 그녀를 쳐다보다가 권은채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고 내뱉는 말에도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변호사 소개해줄까?”

권은채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장난해? 미쳤다고 내가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건 물론이고 인생도 망칠 수 있는 소송을 하겠어? 게다가 돈도 없는데.’

단지 서예빈에게 겁을 주려고 한 말일 뿐이었다.

주도운은 권은채에게 다가오더니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이혼 합의서에 쓴 맨몸으로 나간다는 게 이거였구나.”

고개를 든 권은채는 조롱이 가득한 그의 두 눈과 마주쳤다. 그의 뜻을 단번에 알아듣고 설명하려 했다.

“그게 아니라 난...”

“이젠 돈으로도 네 욕심을 채울 수 없어? 그럼 네가 원하는 건 주명 그룹이란 말이야?”

권은채가 대답하기 전에 주도운이 계속하여 말했다.

“안 그러면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이혼 연기를 한 이유가 뭐겠어?”

‘당연히 두 연놈끼리 살라고 그런 거지.’

“권은채, 널 너무 과대평가한 거 아니야? 만약 내가 진짜 사인하면 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

‘제발 좀 남자답게 날 놓아줘. 큰소리만 치지 말고.’

권은채는 주도운의 조롱 섞인 두 눈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럼 빨리 사인하고 법원에서 보자.”

주도운의 목소리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사인하면 앞으로 어쩔 건데? 이혼 합의서를 증거로 날 고소하려고?”

권은채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통쾌하게 서로를 놓아주면 안 돼? 만약 그래도 걱정된다면 내가 각서라도 쓸게. 이혼 후에 그 어떤 목적이나 명의로 도운 씨한테 돈을 요구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각서를 쓴 다음에 지장도 찍을게. 법적 효력도 지니는 그런 각서 말이야. 그러면 되겠어?”

주도운은 내가 이렇게까지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의 미간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찌푸려졌다가 입술을 적셨다.

두 사람의 대화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서예빈이 다가왔다.

“대표님... 그만 가요. 나 몸이 좀 안 좋아요.”

권은채는 서예빈을 보면서 충고했다.

“예빈 씨, 앞으로는 그렇게 높은 하이힐을 신지 말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지 말고 진한 향수도 뿌리지 마. 예빈 씨가 이렇게 꾸미고 다녀봤자 욕정에 눈이 먼 남자들만 달라붙을 수 있거든. 그러면 나중에 고생하는 건 예빈 씨와 배 속의 아이뿐이야.”

주도운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대체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말을 마친 권은채는 시선을 거두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권은채가 가자마자 옆에서 계속 구경하던 서예빈의 친구들이 쪼르르 다가와 그녀에게 아부했다.

“예빈아, 주 대표님 널 엄청 아끼시는데? 아까 저 여자 표정이 정말 대박이었어.”

“맞아. 대표님 너무 멋있어. 부럽다, 예빈아. 이런 훌륭한 남자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좋을까.”

“예빈이 말이 맞아. 저 여자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어. 예빈이가 임신까지 했는데도 이혼하지 않고 버티다니...”

주도운은 그들을 훑어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됐어?”

그가 아무리 권은채를 미워한다고 해도 바람까지 피우는 파렴치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서예빈까지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대체 왜 주도운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지 못했다.

주도운이 계속하여 말했다.

“임신은 또 뭐야? 설명해야지 않겠어?”

이 말은 서예빈에게 한 말이었다. 서예빈은 치마를 꽉 잡았다가 한참 후에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게... 대표님이 그 여자를 싫어한다고 해서... 핑계를 댔어요. 대표님과 이혼하게 하려고...”

주도운이 서예빈의 말을 가로채고 싸늘하게 말했다.

“네가 무슨 꿍꿍이인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런 방법으로 결혼을 강요한 사람이 권은채 하나로도 충분해. 다음에 또 이런 소문이 들렸다간 결과가 어떨지 알겠지?”

서예빈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주도운이 떠난 후에야 주변 친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예빈아, 주 대표님 네 남자 친구 아니었어? 왜 너한테 저런 말을 해?”

서예빈의 안색이 핏기라곤 없이 창백했다. 그동안 주도운과 함께 꽤 많은 연회에 참석하면서 두 사람의 스캔들이 돌기 시작했고 주도운도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하여 서예빈은 자신이 주도운의 여자가 됐다고 생각하여 권은채를 찾아가 위조한 임신 결과서를 보여주면서 주도운과 이혼하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방금 주도운의 뜻은...

그날 밤 서예빈은 주도운과 권은채의 결혼에 관하여 조금 알아냈다.

그때 권은채의 아버지가 거액의 사채빚을 진 바람에 빚쟁이들은 권은채를 케이 클럽에 팔았다. 권은채는 도망치다가 주도운을 만났고 주도운에게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두 달 뒤 권은채는 임신 결과서와 함께 주도운을 찾아갔다. 주씨 가문은 유명한 재벌가인 데다가 체면까지 중요시하는 가문이어서 이 일 때문에 명예가 훼손되는 걸 원치 않았다. 임신까지 한 이상 달리 방법이 없어 주도운과 권은채를 결혼시켰다.

하지만 결혼한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아이를 잃고 말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권은채의 연기였다. 누가 케이 클럽에서 권은채에게 약을 먹여 주도운을 만나게 한 다음 가짜 임신으로 결혼을 강요했다. 이 모든 건 단지 주씨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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