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0007 화

작가: 위위두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6 18:15:10
“내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이러는 거라고 의심하는 거 알아. 그래서 각서도 쓰겠다고 했잖아. 이혼할 때 변호사와 촬영 감독까지 불러도 돼. 내가 먼저 이혼하겠다고 했고 일전 한 푼도 받을 생각 없어.”

주도운은 입술만 적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이혼한 걸 이용해서 언론에 도운 씨와 주씨 가문을 욕할까 봐 그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도운 씨랑 이혼한 거로 그 어떤 이득이라도 얻는다면 난 죽어도 싸.”

한참 후에야 주도운이 입을 열었다.

“네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내가 믿을 것 같아?”

권은채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럼 대체 어쩌겠다는 건데?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녀도 참고만 있으라는 거야? 주도운 씨, 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남의 자식을 키우지 않아.”

주도운은 그녀를 힐끗 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권은채는 알고 있었다. 그녀도 서예빈과 같은 수단으로 사모님 자리에 앉았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남을 말하냐고 비웃고 있었다.

권은채가 마지막으로 설득하려던 그때 주도운이 차갑게 말했다.

“내일 출장 가야 하니까 갔다 와서 얘기해.”

권은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괜찮아. 얼마 기다려도 괜찮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릴게. 갔다 오면 나한테 말해.”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확 바뀌자 주도운은 더욱 싸늘해진 얼굴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리 분별도 못하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났다. 권은채는 설계도를 임성한에게 제출했고 임성한은 그날 저녁에 바로 답을 줬다. 대표가 허락했다면서 내일에 계약하러 오라고 했다.

권은채는 답장을 받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설계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봐 꽤 마음을 졸였다.

힐링 주얼리 쪽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기에 첫 시리즈를 빨리 정하면 정할수록 좋았다. 그런데 디자이너가 부족했다.

이젠 권은채와 계약하기로 했으니 당연히 빨리 진행되기를 바랐다. 마침 한 달 후에 힐링 주얼리의 기념행사라 출판사에서는 이 기회를 빌려 그들의 주얼리 브랜드 런칭회를 열어 언론에 발표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권은채가 이번에 디자인한 목걸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집중 홍보 제품은 팔찌와 반지였다.

먼저 대략적인 설계도를 그리고 출판사의 동의를 거친 다음 디테일을 수정해서 마지막에 완성작이 나오게 된다.

사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조금 빠듯하기도 했다.

이번 런칭회의 성공을 위해 권은채는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매일 집에서 설계도를 그린 것 외에 주얼리의 재질까지 직접 골랐다.

그녀는 직접 작품을 만들어낸 다음 런칭회가 끝난 후에 대리 공장에 맡겨 가공하고 판매해야 했다. 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머지 주도운과의 이혼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주도운이 출장 갔다가 언제 돌아왔는지도 몰랐고 아무튼 그 후로 연락이 없었다.

권은채가 잠깐 쉬려고 펜을 내려놓았는데 테이블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발신자를 보니 권정환이었다.

권은채는 눈살을 찌푸렸다가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 받았다.

“은채야, 강훈이 내년에 수능인데 선생님이 반드시 학원에 보내야 한대. 지금 돈이 부족하니까 돈 좀 보내.”

“얼마나요?”

“보자... 요즘 학원비가 엄청 비싸. 먼저 4천만 원 보내. 나머지는 강훈이 학비로 쓸게.”

권은채가 차분하게 말했다.

“첫째, 강훈이는 올해 수능 봐요. 둘째,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공부를 잘해서 학원에 다닐 필요 없어요. 셋째, 학원비가 4천만 원이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봐요.”

거짓말이 까발려지자 권정환이 화를 냈다.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냥 돈 주면 될걸.”

“돈이 없어요.”

“없으면 남편한테 달라고 해. 4천만 원 정도는 걔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

“누구든 쉽게 돈을 버는 사람은 없어요. 그 사람 돈은 나랑 아무 상관도 없고요. 그리고 그 사람이랑 이혼했으니까 돈 달라고 할 이유도 없어요.”

“뭐?”

권정환이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둘이 이혼해도 된다고 허락했어? 감히 제멋대로 결정해? 이혼한다고 해도 재산 절반을 너한테 줘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돼? 권은채, 이젠 이 아빠도 나 몰라라 하겠다는 거야? 지금 당장 4억 보내주지 않으면 절대 가만 안 둬.”

권은채가 말했다.

“없어요. 일전 한 푼도 없어요.”

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권강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전화 와서 또 돈 달라고 했지? 뭐라 하든 절대 일전 한 푼도 주지 마. 요즘 또 도박에 빠져서 수천만 원 빚이 생긴 바람에 숨어지내고 있어.”

“알아. 그래서 안 줬어.”

권은채가 권정환의 빚을 2억 넘게 갚아줄 때 분명히 말했었다. 다음에 또 도박에 손을 대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말이다.

그런데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권정환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계속 돈을 요구했다. 다리가 부러져서 수술해야 한다는 둥 권강훈이 누군가와 싸웠는데 합의하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했다는 둥 방법도 참 다양했다.

권정환은 권은채가 그는 신경 쓰지 않아도 남동생 일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에 권은채와 권강훈은 그의 거짓말에 두 번 속았지만 후에는 뭐라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권은채가 물었다.

“어느 대학교 갈지 생각했어?”

“응. 생각했어.”

권은채는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

“강훈아, 혹시 유학 가고 싶어? 누나한테 널 유학 보낼 정도는 있어. 그리고 네가 장학금까지 타면...”

그녀가 권강훈을 외국으로 보내려 하는 건 권정환 때문이었다. 그녀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권강훈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괜찮아. 난 어디도 가지 않고 국내에 있을 거야.”

그의 고집을 알고 있었던 권은채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알아서 결정해, 그럼. 돈이 필요하면 누나한테 얘기하고.”

“누나 돈은 누나가 알아서 써. 난 내가 벌면 되니까.”

권강훈이 또 말했다.

“그 사람 요즘 누나한테 잘해줘?”

주도운 얘기에 권은채는 흠칫했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응, 잘해줘. 강훈아, 누나 그 사람이랑 이혼하려고.”

권강훈은 2초 정도 아무 말이 없다가 이미 예상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혼도 나쁠 거 없지, 뭐. 앞으로는 내가 먹여 살릴게.”

권은채가 피식 웃었다.

“사지가 멀쩡한데 네가 왜 날 먹여 살려? 넌 공부만 열심히 해.”

권은채는 전화를 끊은 후 안방을 나왔다. 배정아가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힘이 없어 보였고 안색도 조금 창백했다.

그녀가 물었다.

“정아야, 왜 그래? 어디 아파?”

배정아는 고개를 내저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생리 왔어. 조금만 쉬면 돼.”

권은채는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잔을 떠다 주었다.

“이대론 안 돼. 내가 나가서 진통제랑 핫팩이라도 좀 사 올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그 소리에 배정아는 순식간에 힘이 솟아나는지 폭풍 주문한 후 다시 소파에 누웠다.

“역시 은채 너밖에 없어. 그 자식은 정말 여자 보는 눈이 없어.”

관련 챕터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08 화

    권은채가 웃으면서 일어났다.“TV나 계속 봐.”그녀는 약국에 들러 약을 산 후 마트로 걸어갔다. 배정아가 요구했던 물건을 사고는 생리대 코너를 돌다가 갑자기 그녀도 두 달 정도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났다.3년 전에 유산한 후 생리 주기가 항상 불규칙했고 두세 달에 한 번씩 생리하곤 했다.‘곧 하겠지, 뭐.’권은채는 혹시라도 생리대가 모자랄까 봐 몇 봉지 더 샀다. 결제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한 여자가 들어오면서 그녀와 어깨를 부딪쳤다. 그 바람에 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자기 옷을 툭툭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09 화

    권은채는 고개를 들어 빌딩의 유리벽 안을 바라보았다. 안이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 눈빛에 그녀는 등골이 다 오싹했다.‘이런 소란까지 피웠으니 내가 얼마나 싫을까. 죽이고 싶은 생각도 들겠어.’권은채는 임남규가 데려온 경비의 도움을 받아 인파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바닥에 앉아서 난동을 부리는 권정환을 본 순간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예요?”권정환은 그녀를 보더니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마침 잘 왔어. 주도운더러 내려오라고 해. 이혼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10 화

    “임신은 좋은 일이지. 임...”그제야 정신을 차린 배정아가 두 눈을 크게 떴다.“주도운 그 자식 애야?”“응.”“젠장. 어떡해? 그 자식한테 말하려고?”권은채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 어차피 곧 이혼할 텐데.”배정아는 멈칫하다가 말했다.“그럼... 이 아이 낳을 거야?”권은채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임신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이를 지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후 많은 생각을 했다.이건 그녀와 주도운 사이의 원한이지 배 속의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11 화

    “네. 여자들은 원래 삐져도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고 다른 일로 남자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잖아요. 사모님께서 이혼 얘기를 꺼내신 건 대표님이 달래주길 기다리는 거 아닐까요?”주도운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꿈 깨라고 해.”‘제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그런 황당한 걸 바라는지, 참.’임남규가 말했다.“대표님, 사모님은 돈밖에 모르는 분은 아닌 것 같아요. 오늘 사모님 아버님이 주명 그룹 앞에서 난동을 부릴 때 사모님이 그러셨거든요. 대표님 돈은 사모님과 아무 상관도 없다고요. 그리고 아버님한테 따귀까지 맞았어요.”주도운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12 화

    주여진은 계속해서 따라왔다.“경민 오빠, 이대로 그냥 가지 마. 귀찮게 안 할게.”김경민은 어이가 없는 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 순간 현장 전체가 조용해졌고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그는 다시 일어날 수도 없어 잠자코 있었다.강민기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주여진한테 이렇게 얌전한 면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 그런데 왜 그때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외국으로 갔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돌아온 거야?”주도운이 대꾸했다.“그렇게 궁금한 게 많으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13 화

    권은채는 주도운이 힐링 주얼리와의 계약을 말하는 줄 알았다.“보이는 그대로야. 나도 제대로 된 직업이 있는 사람인데 예전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안 돼?”“누가 그거 말한대?”권은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니면 뭔데?”“네가 한 말...”주도운이 입을 열자마자 권은채는 메스꺼움이 밀려와 황급히 입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헛구역질 소리가 흘러나왔다.권은채는 다른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며 힘겹게 말했다.“주 대표님, 멀리 떨어져 주세요. 좀 불편하니까.”주도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연기 계속해 봐.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14 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갑고도 덤덤한 목소리엔 온기가 전혀 없었다.권은채는 절망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무슨 난장판인지.주도운이 오자 주여진은 얌전해졌고 동시에 믿는 구석이 생기자 더욱 무모하게 굴었다.“오빠, 권은채 좀 단속해. 뻔뻔한 것 좀 봐.”주도운의 감정 없는 시선이 권은채에게 향했지만 김경민은 그가 권은채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주도운이 차갑게 웃었다.“뭐 하시는 겁니까, 김경민 씨?”김경민은 그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권은채가 이미 결혼했고 그 상대가 주도운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15 화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명예로운 결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원만한 이별을 원했다.차가 막 집 아래에 멈춰 서는데 권은채의 휴대폰이 울렸고 낯선 번호를 보며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은채야, 나야.”권은채는 가만히 전화를 그러쥐었고 김경민이 말을 이어갔다.“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아무 얘기도 못 했잖아. 만날 수 있을까?”“김경민.” 권은채는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주여진 말이 맞아. 나 결혼했어. 수작 부려서 주씨 가문으로 시집온 거야.”“은채야, 네가 그럴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 주여진 말은

최신 챕터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40 화

    주도운은 침묵했다.“됐어.”그는 지금 당장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사생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주씨 가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주도운은 소위 혈연, 혈통이라는 것에 혐오감을 느꼈다.특히 주씨 가문에 들어서자마자 휠체어를 타고 반신불수가 된 채 음침한 눈빛을 드러낸 상대와 온갖 화려한 금은보화로도 감출 수 없는 더러움과 추악함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러니 권은채가 아이를 협상 카드로 삼았다는 것은 그의 한계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주도운은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이미 지웠다가 다시 추가한 터라 둘만의 채팅창에는 더 이상 권은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9 화

    하지만 추가하지 않으면 마치 빚을 지고 갚지 않는 것처럼 보여 한참이 지난 후에야 친구 요청을 수락했지만 채팅한 할 수 있게 설정해 놓았다.돈을 갚는 즉시 다시 차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한편, 주도운은 주씨 가문 부엌에 앉아 있다가 권은채가 자신의 친구목록에 다시 나타난 걸 발견했다.“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쁜 것도 아닌데 시간 나면 집에 자주 들러. 자꾸 재촉하게 하지 말고.”주도운은 무슨 문자를 보내야 이 배은망덕한 여자가 자신에게 와서 애원할지 생각하며 휴대폰을 쳐다보았다.주도운이 듣지도 않고 있는 것을 본 주일섭은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8 화

    주도운은 눈을 질끈 감고 말을 제지했다.“그만해.”그는 조금 전 권정환이 돈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임남규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제게 알아보라고 하신 다음 날 사모님과 이혼하셨고 그날 오후에 제가 말씀드렸을 땐... 이미 이혼해서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셨잖아요.”당시 주도운은 권은채라는 말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라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신경 쓰지 못했다.잠시 후 주도운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힐링 측에 이번 쇼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람은 주명그룹에서 후원한다고 해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7 화

    권은채를 찾아 돈을 구하는 것보다 주도운을 직접 찾아 돈을 요구하기가 훨씬 쉽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부자들은 통이 커서 한 번에 1억씩 턱턱 쥐여주었다.주도운은 눈을 치켜뜨며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이번엔 얼마야?”권정환은 손가락을 내밀었다.“헤헤, 얼마 안 돼. 2억이면 돼.”주도운은 큰 소리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자선사업가인 줄 알아?”“사위, 2억 정도야 손해 볼 것 없잖아.”권정환도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주도운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그때 우리 은채가 케이 클럽에 팔려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6 화

    김수연이 킥킥 웃으며 김경민을 바라보았다.“아직 어려서 그냥 재미 삼아 노는 걸 수도 있지. 경민이 네 생각은 어때?”김경민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머리가 아팠다.“누나, 난 차 가져올게.”“그래, 알았어, 가. 여기서 기다릴게.”김경민이 떠난 뒤에야 김수연이 말했다.“지희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임지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제가 뭘 어떻게 해요, 감정적인 일은 강요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내 눈 속일 생각 마. 이번에 주도운이 이혼해서 주씨 가문에서 결혼 주선하느라고 난리인데 그것 때문에 이번에 돌아온 거 맞지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5 화

    권은채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그래.”병원 밖 카페에서 권은채와 김경민은 한참 동안 말없이 마주 앉아 있었다.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김경민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냈다.“은채야, 3년 전에...”“3년 전 일은 미안해. 다만 이제라도 이유를 알고 싶으면 지금 말해줄 수 있어.”권은채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상을 받던 날 아버지가 사채업자에게 2억을 빚졌다는 소식을 듣고 파린에 갈 지원금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거절당했어. 그 뒤에 일은 주여진한테서 들은 그대로야.”김경민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런 이유일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4 화

    회사에서 누구에게나 주는 선물이라든지 협력업체에서 주는 선물이라는 등등 온갖 그럴듯한 핑계가 오갔다.롤스로이스 안은 잠시 묘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주도운은 눈을 떴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고 적막했다.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종종 잊고 있었다.뼛속 깊이 박힌 습관이라 바꾸기가 쉽지 않았는데 권은채는 미련 없이 발을 뺐다.임남규가 덧붙였다.“대표님, 다음 주에 힐링에서 쇼를 주최하는데 그래도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서 축하 선물이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회사 전체가 아니라 편집장, 사진작가... 디자이너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3 화

    “...”“권은채,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했어?”“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보고 뻔뻔하다는데 이 정도쯤이야.”주도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바로 전화를 끊지 않는 것을 보고 권은채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며 떠보았다.“지금 돈이 조금 있으니까 일단 일부분만 갚고 나머지는 매달 갚으면 안 될까?”“내가 은행이야?”권은채는 그가 쉽지 않을 줄 알았다.“그럼 어떡해?”“일시불로 갚아.”“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도운이 무심하게 말했다.“아니면 갚을 때까지 앞으로 매일 와서 내 방 청소하고 요리하든지

  • 전남편의 프러포즈   0032 화

    권은채는 차용증을 손에 들고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두드리며 꼭 돈을 갚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거듭 말했다.그 모든 과정에서 주도운은 시종일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롱과 조소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그동안 그녀는 며칠 내내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고 온몸에 그가 남긴 보복이 가득했다.주도운은 그녀에게 잔뜩 비아냥거리며 돈을 건넸다.“갚을 필요 없어. 이러려고 수작 부려서 나랑 결혼한 거 아니야?”권은채는 말이 없었다. 꿈이 없다고 비난하던 자본가 덕분에 갚을 돈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주도운이 갚지 말라고 해도 차용증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