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하현은 회사를 떠나 포르쉐를 타고 안수정을 데리러 갔다. 운전을 시작하자 안수정은 기뻐했다. 그녀는 원래 하현이 전동차를 몰고 그녀를 데리러 올 줄 알고 전동차에서 웃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현이 포르쉐를 몰고 올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하현이 나를 중요시 여기나 보다. “왜 웃어요?” 하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 아이의 마음은 정말 이상하다. 변했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 변한다. 안수정이 창 밖을 바라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 “별 일 없어요. 갑자기 웃음이 나와서 그래요. 그럼 안돼요?”“되지요! 안씨 집안의 큰 아가씨니 강남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전역에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하현이 말했다. 그는 안씨 가문이 비록 한 손으로 강남을 다 가릴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지위는 절대적으로 남다르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우리 먼저 쇼핑부터 하고 내가 충분히 구경을 하면 밥 먹으러 가요.”안수정이 말했다. 하현은 시계를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아가씨, 6시까지 1시간 동안 쇼핑하는 걸로 정해도 될까요? 오늘 드디어 제 아내가 저와 말을 맞췄거든요. 밥 사드리고 저 일찍 들어가서 같이 있어야 되요!” “보아하니 두 분은 애정이 넘치시는가 봐요! 잘 됐네요.”안수정은 살짝 웃었지만 눈빛은 약간 복잡했다. 백화점에 도착해서 두 사람은 큰 길을 걸었는데 마치 연인들처럼 느껴져 적지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 돌아보게 했다. 안수정은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쇼핑을 하지 않고 브랜드가 없는 층으로 들어갔다. 일반 의류와 신발, 모자, 액세서리만 판매했다. 안수정은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작은 액세서리를 볼 때는 끊임없이 고르고 또 골랐다. 하현은 그녀가 앞으로 가는 것을 보고 머리를 흔들며 그녀가 가는 방향에 주얼리 샵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여기 와서 한번 봐요.”안수정은 그곳에 주얼리 샵들이 모여
안수정은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듯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너희들이구나. 졸업 후에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서울에서 마주치다니.”박수진은 웃으며 하이힐에 힘을 주어 걸어왔다. 안수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그러게! 세상 참 좁네!”대학시절 자신의 남편이 안수정을 쫓아다녔었기 때문에 지금 안수정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적개심으로 가득 찼다. 하현을 한 번 훑어본 후 박수진은 웃으며 말했다.“안수정. 듣기로는 너희 안씨 집안이 별 볼일 없는 남자에게 가업을 이어주려고 데릴사위를 찾을 준비를 하다고 하던데.”“눈앞에 있는 이분이 네가 찾고 있는 데릴사위는 아니겠지?”“대학 때 너를 쫓아다니던 남자들이 많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딱 봐도 궁상맞은 사람을 찾은 거야?”“근데 맞다. 빈털터리니까 데릴사위가 되는 거지, 멀쩡한 사람이 이걸 어떻게 하겠니?”“짊어지고 있는 책임들이 막중하니 이렇게 목숨 걸고 살아가는 게 아니겠어?”박수진은 의기양양하게 왁자지껄 한바탕 떠들어댔다. 옆에 있던 하현은 눈썹을 찡그릴 수 밖에 없는 소리를 들었다. 이 두 사람이 안수정의 대학 동창이라 관계가 그래도 나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입만 열면 화약 냄새가 났다. 그러자 구본영도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안수정. 얼마 전 제주에서 안씨 대가님을 만났을 때는 이런 얘기는 못 들었거든. 설마 너 여기서 이런 가난뱅이를 데릴사윗감으로 찾은 거야?”분명 구본영의 출생 내력도 꽤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안수정을 만났을 때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었겠는가?하현은 잠시 생각했다. 강남에 있는 구씨 집안은 특별히 세력이 강하지 않았지만, 대구에 있는 구씨 집안은 강하다고 들었다. 이 구본영이라는 사람은 어느 구씨 가문에서 온 사람인가?그런데 대구 사람들이 강남에는 뭐 하러 온 거지?이 때 옆집 종업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이 놈이 보
“키득”주얼리 샵 점원 몇 명이 이 순간 의아한 얼굴빛을 띄었다. 이거 플래티넘 카드네!이 카드는 비록 전설의 아멕스 블랙카드와는 비할 수 없었지만 신분과 지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플래티넘 카드를 가지려면 재산이 몇 십억은 있어야 한다. 이 카드는 서울 전체에서 아마 100장도 안 될 거 같은데?잠시 충격을 받은 후, 점원이 말했다. “존경하는 선생님. 이 플래티넘 카드를 가지고 계셨군요. 그럼 저희가 이 ‘그린드림’을 팔겠습니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지금 보석을 보러 온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와서 쳐다봤다. “한정판 ‘그린드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며칠 동안 전시하면 곧 판매될 거야.” 이 말을 듣고 구본영은 말없이 안수정을 한번 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안수정, 남자를 선택할 때는 보는 눈이 있어야 돼. 아무렇게나 남자를 찾아서 이런 목걸이를 받을 수 있겠니?”박수진도 구본영의 팔을 끌어안으며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 “여보, 고마워.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야.”“물건 포장해주세요.” 구본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현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안수정은 비록 성격이 차가웠지만 지금은 짙은 눈썹을 약간 찡그리고만 있었다. 구본영은 정도가 심하다. 물건을 살 거면 그냥 사면될 것이지 이렇게 빈정대다니 구역질이 난다. “잠시만요.”이 때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차갑게 말했다. 이 때 그곳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떨어졌다. 이 궁상맞은 놈이 뭘 하려는지 모르겠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먼저 차례를 염두에 둬야죠. 이 물건은 내가 먼저 본건데 내가 아직 살지 말지 결정하기 전이에요. 그런데 당신들이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하다니 그런 태도는 좋지 않은 거 아닌가요?”하현이 말했다. 이 말이 나오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멍하니 있었다.하하하. 웃기네. 이 놈이 차례를 따지다니? 점원은 비록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동
박수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안수정. 대학 다닐 때 네가 백마 탄 왕자님을 찾는다고 했었잖아.”“결국 하얀 얼굴에게 네 돈 들여 데리고 다니면서 쇼핑 하니까 재미있니?” 안수정은 굳어진 표정으로 박수진을 쳐다본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현,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기분 나빠할 필요 없어요. 가요. 안 사요.”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안수정을 보내는 날이니 정말 이런 일로 크게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다. 그가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그러자 구본영이 갑자기 ‘키득’거리며 말했다.“이 아멕스 블랙카드라는 게 가짜 아니에요?”“내가 듣기로 지금 인터넷에서 4만원이면 가짜 아멕스 블랙카드를 살 수 있다던데, 게다가 겉모습도 거의 진짜와 똑같다고. 그래서 이렇게 좋은 물건을 가지게 된 거 같은데?”하현은 자신의 카드를 꺼내 구본영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카드가 가짜라고 한들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난 그냥 돈도 없는 사람이 카드를 만들어서 거들먹거리는 게 눈에 거슬려요.” 구본영은 탄식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안수정도 어디에 눈이 멀어서 이런 사람이 마음에 들었냐?”분명 구본영은 지금도 안수정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결국 안수정이 자신에 비해 천 배, 백 배 못한 남자를 찾아낸 것을 보니 속이 얼마나 메스꺼웠는지 모른다. “당신 카드는 진짜에요? 당신이 돈 많고 능력이 있으면 내 앞에서 비교해봐요.”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구본영은 계속 ‘그린드림’의 가격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하현은 보았다. 그 가격으로는 플래티넘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쉽게 낼 수 없을 거 같은데?“당신이 보고 싶다면 오늘 밤 내가 보여주죠.”이 때 구본영은 시큰둥한 얼굴로 점원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카드 긁어봐요.” “선생님. 이 ‘그린드림’은 좀 비쌉니다. 가격이……”점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내가 가짜 카드를 쓰는 사람 같아요? 카드를 긁으라면
안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비록 이 물건이 좋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현 이 데릴사위는 고사하고 그녀라고 해도 당분간은 이렇게 많은 현금을 내지 못할 것 같았다.안수정은 하현을 끌고 주얼리 샵을 나왔다. 하현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안수정이 방금 본 그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 목걸이가 비싸긴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다시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나중에 와서 몰래 사서 주면 그만이었다.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바로 맞은편에 박수진과 마주하고 있는 구본영이 보였다. 박수진은 지금 방금 창피 당한 일을 잊은 듯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안수정 말이야. 서울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좀 더 얘기 나눌 곳을 찾아볼까?”그녀가 구본영에게 시집간 후로 구본영이 안수정을 좇아 다녔던 일에 대해 가장 질투를 하고 있다. 지금 쉽지 않게 얻은 이 기회에 안수정을 더 공격을 해야지, 어찌 이렇게 쉽게 놔줄 수 있겠는가? 지금 구본영도 방금 망신당한 일을 잊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그래, 우리 몇 년 동안 못 봤잖아. 어디 가서 뭐 좀 마실까? 어쩌면 합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살펴볼 수도 있잖아.” “아. 미안. 내가 깜빡 했네. 너 같은 남자가 나랑 합작할 일은 없을 거야.”안수정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하현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부자들의 생활이 이렇게 무료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안수정씨, 먼저 얘기 나누고 있어요. 저 일 좀 보고 다시 올게요.”이 말을 듣고 구본영은 바로 웃었다. “일을 본다고? 창피 당할까 봐 핑계 대고 도망치는 건 아니죠?” 하현은 상대하기 귀찮아서 그냥 나가버렸다. 방금 들렸던 주얼리 샵에 가서 자신의 아멕스 블랙카드를 내밀며 점원에게 말했다.“’그린드림’ 포장해주세요.”몇몇 점원들이 서로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눈빛이
하현이 눈에 띄게 조바심을 내는 것을 보고 점장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네네!”곧 몇 명의 점원은 조심스럽게 ‘그린드림’을 포장한 후 공손한 얼굴로 하현에게 건넸다. 거기에 좀 예쁘게 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하현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무의식적으로 하현의 손을 한 번 건드렸다. 그러나 하현은 그녀를 반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몇 분 후 하현은 보석상자를 들고 방금 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 때 구본영, 박수진 두 사람이 안수정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안수정은 원래 그 두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 구씨 가면의 체면을 생각해서 참을성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 때 하현이 다가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안수정에게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내일 떠나잖아요. 이건 제 작은 성의예요. 다음에도 계속 서울에 방문해주세요.”안수정은 속으로 기뻤다. 하현이 이때 특별히 선물을 사러 갔다는 것은 그의 마음에 여전히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를 띠며 말했다.“감사합니다.”그러더니 선물 상자를 열어보려 했다. 하현이 선물해 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금 보지 마세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비싼 건 아니지만 기념으로 드릴 테니 제주로 돌아가서 보세요.”필경 이 물건의 값은 만만치 않았다. 혹시라도 안수정이 받지 않으려 한다면 번거로울 것이다. 안수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나는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받지 않지만, 받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뜻이에요.” 바로 이때 박수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안수정. 우리도 보게 한 번 열어봐. 네 하얀 얼굴이 무슨 선물을 줬는지 나도 보고 싶다. 너무 재미있다.” 박수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선물을 샀는데 제주로 돌아가서 보라고?선물이 너무 값어치가 없어서 비웃음 당할까 봐 그런가?안수
이 작고 하얀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안수정도 100억에는 이런 목걸이를 살 수 없을 것이다!이건 확실히 도둑질을 한 거야!어쩐지 하얀 얼굴이 꼭 집에 가서 열어보라고 강조를 하더라니, 들킬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거구나! 구본영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안수정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안 보이니? 안수정. 너 지금 마음이 정말 어렵겠다. 뜻밖에도 도둑을 찾아내다니?”“근데 네가 찾아낸 이 도둑놈은 손이 아주 민첩하네! 몇 분만에 100억의 물건을 가져오다니! 대단해!”안수정은 얼굴이 차가워 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구본영. 내가 경고하나 할게. 음식은 아무거나 먹을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막말을 하면 안돼.”“막말? 내가 막말을 했다고?”구본영이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난 후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여기 훔친 물건이 있어요! 100억짜리 물건을 훔쳤어요. 이거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멋지네요! 모두 저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세요!”와르르잠시 후, 주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현을 에워싸고 수군거렸다. 특히 하현 곁에 시크한 여신이 있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발동해 참지 못하고 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연애를 하지 말든가! 여자한테 선물을 한다고 도둑질을 하다니?”“점잖게 생겨 가지고 인간 쓰레기네.”“대낮에 도둑질을 해? 이놈 배짱이 너무 센 거 아니야?”“이 미인도 눈이 멀었군. 이런 사람을 좋아하다니!”“……”사방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자 하현은 구본영을 차갑게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구씨, 당신이 가난해서 살 수 없다고 다른 사람도 다 당신처럼 감당할 수 없다는 건가?”“가난해? 내가 가난하다고?”구본영은 웃으며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 도둑놈이 나한테 가난하다고 하네요. 여러분 시비를 가려주세요!”구본영은 오늘 비록 캐주얼하게 입었지만 오른 손목에 금
주위에서 왈가왈부하는 소리가 들리자 안수정도 눈썹을 찡그렸다. 이런 보통 사람들과 골동품 시계의 가치를 이야기 해 봤자 말이 안 통한다. 골동품을 하지 않고서는 이런 물건의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안수정이 구본영을 보며 말했다.“구본영. 너는 대구 구씨 집안 사람이야. 설마 하현이 차고 있는 이 시계가 진짜 인지 모르겠어? 그는 몇 백억의 시계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 있어. 너는 가서 이 사람이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다고 생각해? 여기서 괜히 트집 잡지 말아 줄래?”“몇 백억?”구본영이 비웃으며 말했다.“만약 그 시계가 전설의 시계라면 몇 백억 정도 하겠지. 하지만 이건 가짜니 몇 만원이면 나쁘지 않지!”“안수정. 너희 안씨 집안은 골동품 장사를 시작한 집안이잖아. 이 도둑놈을 감싸지 마. 안씨 집안의 명예를 실추 시켰으니 안씨 대가님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너……”안수정은 이 때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데도 말이 안 통할 수가 있나?이 때 주위의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구경꾼들도 점점 많아졌다. 몇몇 상점 직원들도 건너와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으니 이건 정말 큰일이군!이 때 군중 속에서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도둑일 리가 없어요!”입을 연 사람은 서연이었다. 그녀는 오늘 길을 지나가다가 하현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를 보자 하현도 어리둥절해졌다. 오늘 서연은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더욱 드러내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원래 첫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더욱 청순했다. “와!”서연이 나타나자마자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본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는지 참지 못하고 침을 삼키며 슬며시 흘겨보았다. 뭐지?그가 서울에 여행하러 오지 않았으면 평생 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