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비록 이 물건이 좋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현 이 데릴사위는 고사하고 그녀라고 해도 당분간은 이렇게 많은 현금을 내지 못할 것 같았다.안수정은 하현을 끌고 주얼리 샵을 나왔다. 하현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안수정이 방금 본 그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 목걸이가 비싸긴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다시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나중에 와서 몰래 사서 주면 그만이었다. 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바로 맞은편에 박수진과 마주하고 있는 구본영이 보였다. 박수진은 지금 방금 창피 당한 일을 잊은 듯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안수정 말이야. 서울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좀 더 얘기 나눌 곳을 찾아볼까?”그녀가 구본영에게 시집간 후로 구본영이 안수정을 좇아 다녔던 일에 대해 가장 질투를 하고 있다. 지금 쉽지 않게 얻은 이 기회에 안수정을 더 공격을 해야지, 어찌 이렇게 쉽게 놔줄 수 있겠는가? 지금 구본영도 방금 망신당한 일을 잊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그래, 우리 몇 년 동안 못 봤잖아. 어디 가서 뭐 좀 마실까? 어쩌면 합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살펴볼 수도 있잖아.” “아. 미안. 내가 깜빡 했네. 너 같은 남자가 나랑 합작할 일은 없을 거야.”안수정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하현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부자들의 생활이 이렇게 무료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안수정씨, 먼저 얘기 나누고 있어요. 저 일 좀 보고 다시 올게요.”이 말을 듣고 구본영은 바로 웃었다. “일을 본다고? 창피 당할까 봐 핑계 대고 도망치는 건 아니죠?” 하현은 상대하기 귀찮아서 그냥 나가버렸다. 방금 들렸던 주얼리 샵에 가서 자신의 아멕스 블랙카드를 내밀며 점원에게 말했다.“’그린드림’ 포장해주세요.”몇몇 점원들이 서로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눈빛이
하현이 눈에 띄게 조바심을 내는 것을 보고 점장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네네!”곧 몇 명의 점원은 조심스럽게 ‘그린드림’을 포장한 후 공손한 얼굴로 하현에게 건넸다. 거기에 좀 예쁘게 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하현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무의식적으로 하현의 손을 한 번 건드렸다. 그러나 하현은 그녀를 반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몇 분 후 하현은 보석상자를 들고 방금 왔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 때 구본영, 박수진 두 사람이 안수정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하지만 안수정은 원래 그 두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 구씨 가면의 체면을 생각해서 참을성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 때 하현이 다가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안수정에게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내일 떠나잖아요. 이건 제 작은 성의예요. 다음에도 계속 서울에 방문해주세요.”안수정은 속으로 기뻤다. 하현이 이때 특별히 선물을 사러 갔다는 것은 그의 마음에 여전히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를 띠며 말했다.“감사합니다.”그러더니 선물 상자를 열어보려 했다. 하현이 선물해 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금 보지 마세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비싼 건 아니지만 기념으로 드릴 테니 제주로 돌아가서 보세요.”필경 이 물건의 값은 만만치 않았다. 혹시라도 안수정이 받지 않으려 한다면 번거로울 것이다. 안수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나는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받지 않지만, 받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뜻이에요.” 바로 이때 박수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안수정. 우리도 보게 한 번 열어봐. 네 하얀 얼굴이 무슨 선물을 줬는지 나도 보고 싶다. 너무 재미있다.” 박수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선물을 샀는데 제주로 돌아가서 보라고?선물이 너무 값어치가 없어서 비웃음 당할까 봐 그런가?안수
이 작고 하얀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안수정도 100억에는 이런 목걸이를 살 수 없을 것이다!이건 확실히 도둑질을 한 거야!어쩐지 하얀 얼굴이 꼭 집에 가서 열어보라고 강조를 하더라니, 들킬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거구나! 구본영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안수정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안 보이니? 안수정. 너 지금 마음이 정말 어렵겠다. 뜻밖에도 도둑을 찾아내다니?”“근데 네가 찾아낸 이 도둑놈은 손이 아주 민첩하네! 몇 분만에 100억의 물건을 가져오다니! 대단해!”안수정은 얼굴이 차가워 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구본영. 내가 경고하나 할게. 음식은 아무거나 먹을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막말을 하면 안돼.”“막말? 내가 막말을 했다고?”구본영이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난 후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여기 훔친 물건이 있어요! 100억짜리 물건을 훔쳤어요. 이거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멋지네요! 모두 저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세요!”와르르잠시 후, 주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현을 에워싸고 수군거렸다. 특히 하현 곁에 시크한 여신이 있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발동해 참지 못하고 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연애를 하지 말든가! 여자한테 선물을 한다고 도둑질을 하다니?”“점잖게 생겨 가지고 인간 쓰레기네.”“대낮에 도둑질을 해? 이놈 배짱이 너무 센 거 아니야?”“이 미인도 눈이 멀었군. 이런 사람을 좋아하다니!”“……”사방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자 하현은 구본영을 차갑게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구씨, 당신이 가난해서 살 수 없다고 다른 사람도 다 당신처럼 감당할 수 없다는 건가?”“가난해? 내가 가난하다고?”구본영은 웃으며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 도둑놈이 나한테 가난하다고 하네요. 여러분 시비를 가려주세요!”구본영은 오늘 비록 캐주얼하게 입었지만 오른 손목에 금
주위에서 왈가왈부하는 소리가 들리자 안수정도 눈썹을 찡그렸다. 이런 보통 사람들과 골동품 시계의 가치를 이야기 해 봤자 말이 안 통한다. 골동품을 하지 않고서는 이런 물건의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안수정이 구본영을 보며 말했다.“구본영. 너는 대구 구씨 집안 사람이야. 설마 하현이 차고 있는 이 시계가 진짜 인지 모르겠어? 그는 몇 백억의 시계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 있어. 너는 가서 이 사람이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다고 생각해? 여기서 괜히 트집 잡지 말아 줄래?”“몇 백억?”구본영이 비웃으며 말했다.“만약 그 시계가 전설의 시계라면 몇 백억 정도 하겠지. 하지만 이건 가짜니 몇 만원이면 나쁘지 않지!”“안수정. 너희 안씨 집안은 골동품 장사를 시작한 집안이잖아. 이 도둑놈을 감싸지 마. 안씨 집안의 명예를 실추 시켰으니 안씨 대가님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너……”안수정은 이 때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데도 말이 안 통할 수가 있나?이 때 주위의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구경꾼들도 점점 많아졌다. 몇몇 상점 직원들도 건너와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으니 이건 정말 큰일이군!이 때 군중 속에서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도둑일 리가 없어요!”입을 연 사람은 서연이었다. 그녀는 오늘 길을 지나가다가 하현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를 보자 하현도 어리둥절해졌다. 오늘 서연은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더욱 드러내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원래 첫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더욱 청순했다. “와!”서연이 나타나자마자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본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는지 참지 못하고 침을 삼키며 슬며시 흘겨보았다. 뭐지?그가 서울에 여행하러 오지 않았으면 평생 이
박수진은 자신의 외모에 조금 자신이 있긴 했지만 서연을 질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오늘 만난 두 여인의 시크하고 청순한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풍기는 아우라에서도 이미 그녀는 졌다. 박수진은 기분이 더 언짢아 그 순간 비웃으며 말했다. “너 그가 결백하다고 말했니? 그가 결백하다고? 이 목걸이 가격은 100억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너를 팔아도 이렇게 큰 돈은 못 벌어!”“이 하얀 얼굴 행색을 좀 봐라. 어디 100억이란 재산이 있겠니? 이런 사람이 훔치지 않고서 이런 물건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어? 백일몽으로?”서연은 여름에 피는 연꽃처럼 살짝 웃었다. “나는 그가 물건을 훔치지 않았을 거라 믿어요. 제가 보증인이 될게요!”이 말을 듣자 박수진이 ‘피식’하더니 일부러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보증인? 네가 누군데? 네가 착한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대낮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누구를 꼬시려고 했는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보증인이 되겠다고?” 이 말이 나오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수군거렸다. 박수진은 서연이 분명 인격이 전혀 없는 그런 업종에서 일을 할 거라고 암시를 했다. 서연은 화를 내지 않았고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손서연이라고 합니다. 서울종합병원 부원장이에요.”뭐?이렇게 젊은 사람이 서울종합병원의 부원장이라고?이 말이 떨어지자 거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서울종합병원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으로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의 의사는 의술이 좋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둘 도 없는 품성을 가졌다고 한다. 거기 응급실에 손선생님이라는 분이 있는데 환자를 돕기 위해 여러 차례 자신의 월급을 가지고 의약비를 대신 지불했었다. 설마 눈앞에 있는 분이 그분은 아니겠지?만약 그렇다면 그분의 인품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 이 때, 사람들 중에 한 노인이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한 번 둘러본 뒤 큰 소리로 말했다.“손선생. 정말 당신
“선생님!”잠시 후 점장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선물 상자를 새로 정리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선생님 방금 너무 빨리 가셔서 아직 영수증을 못 드렸습니다.”“거기다 높은 금액을 소비하셔서 본부 쪽에서 최고 등급 회원으로 처리해드린다고 전화가 왔는데 괜찮으시면 전화번호 남겨드릴까요? 그렇게 하시면 이후에 어떤 전시회가 열리고, 어떤 신상품이 나오는지 저희 쪽 담당자가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뭐?영수증?최고 등급 회원으로 처리를 해줘?전시회 초대까지?그러니까…… 이 목걸이, 정말 눈앞에 있는 이 놈이 산 거야?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고 너무 놀라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100억! 엄청난 부자?박수진은 지금 바로 멍해져서는 얼굴이 새파랗게,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럴 리가!이거 딱 봐도 하얀 얼굴 놈인데, 어떻게 이걸 살 수 있지?이건 100억짜리 목걸이지! 100만 원짜리가 아니라고!이 때 박수진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달려와 영수증을 한 번 보았지만 이내 그녀는 멍해졌다. 영수증에 적힌 가격은 아주 확실했다. 하현이 산 것이었다. 거기다 점장의 비할 데 없는 공손한 태도를 보면 이것이 가짜 일리가 없다. 이 때 사방에 있던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망신을 당한 느낌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은 구본영과 박수진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쳇’하고 비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 두 녀석은 어디가 잘못된 건가?다른 사람이 산 목걸이를 도둑 맞았다고 큰 소리를 지르며 다니게?이 두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사람들 같다. 거기다 저 남자는 데이토나 그린 옐로우골드로 겨루려고 하다니? 결국 사람들 앞에서 개뿔도 아니었다. 핸드폰 번호를 그대로 남겨두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행사가 있거나 신상품이 나오면 문자를 주세요. 다른 일 없으면 전화는 하지 마세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안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안수정이 멍청하지 않다면 자연히 이 눈 앞에 있는 손서연 역시 하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오늘 저에게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해주셨는데 오늘 저녁은 아무거나 먹을게요.”이 말을 듣자, 서연은 의아해 하며 안수정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좀 놀란 눈빛이었다. 하현이 이렇게 비싼 선물을 설은아에게 주었다면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근데 딱 봐도 시크한 이 언니는 또 뭐지?바로 이 때 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의 교수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서연아, 너랑 네 선배는 왜 아직도 안 오니? 둘이 몰래 데이트 하는 건 아니지?”서연과 강천 두 사람의 지도 교수 역시 의학 강좌에 참석했다.하지만 분명 지금 그 두 학생을 찾지 못하자 전화를 걸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서연은 겉모습과 속내가 잘 어울리는 강천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교수님. 농담하지 마세요. 방금 우연히 친구 두 명을 만났을 뿐이에요. 저랑 강천 선배는 곧 도착할거에요. 맞다. 제 두 친구도 같이 데리고 가도 될까요?“괜찮아. 이 의학강좌는 친구들이 모이는 것뿐이라, 네 친구들을 데리고 오고 싶으면 나는 아주 환영이야. 얼른 와라.”맞은편에서 교수님은 신이 난 목소리였다. 분명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서연은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안수정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씨 죄송해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조금 급한 일이 생기셔서 지금 바로 제주로 돌아가야 되요. 식사는 다음에 하죠.”“배웅해 드릴까요?” 하현은 조금 미안했다. “아뇨. 할아버지가 벌써 백화점 입구에 도착하셨대요. 저 혼자 가면 돼요. 마침 손서연씨 의학강좌가 있다고 하니 거기에
만약 하현이 이곳에 있었다면 지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사람이 하선미였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강남에서 비바람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 하선미는 비할 데 없이 세련된 화장을 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 앞에 10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기껏해야 스물다섯 살로 보이는 준수한 얼굴의 청년이 한복을 입고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흑과 백을 동시에 장악해 바둑판 위에서 피를 흘리게 했다. 광활한 대청마루에서 대국을 시작하는 소리만이 간간이 울렸다. 하선미는 떨고 있었지만 감히 작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 30분 후 ‘퍽’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조각이 떨어지자 옥으로 된 바둑판은 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옥 접시에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이 떨어진 것처럼 딩딩동동 소리가 났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선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숨을 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하선미는 이마를 땅에 대고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 주세요!”침대 위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나 손을 뻗어 자신의 왼손을 보면서 잠시 후에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가 그 사람을 만났구나?”“만났습니다!”하선미가 대답했다.“어땠어?”“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하선미는 한 참을 숙고한 끝에 천천히 말을 꺼냈다.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여기 강남에서도 몇 명 안 되는데……”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랑 비교해서는 어때?”하선미는 순간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해졌다. 그녀는 잠시 몸을 떨고 나서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개미와 진짜 용을 어떻게 비교 할 수 있겠습니까?”“따귀를 때려라.”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선미는 감히 한 마디도 못하고 자신의 손을 들어 ‘짝짝짝’하며 바로 뺨을 몇 번 크게 때렸고 금세 얼굴이 부어 올랐다. 그
확신에 찬 화성봉의 말을 듣고 임단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금정개발이 파산하지 않고 번창할 수만 있다면 금정개발을 하현에게 넘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나천우도 이 일로 인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마도 후방에서 뛰어난 책략을 펼쳐 큰 성과를 이룬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여웅 그놈이 이 일로 득의양양해할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 않았다.그놈은 어릴 때부터 임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언젠간 임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만약 몰아치는 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면 그놈은 더더욱 기고만장해질지도 모른다.아니면 소남 임 씨 가문을 직접 앞세워 이여웅을 직접 짓밟아 버릴까?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임 씨 가문이 나서서 이여웅을 제압한다면 가문 쪽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을까?은둔가 나 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방법이었다.은둔가가 은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쉽게 말하자면 은둔가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이렇게 직접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은 은둔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임단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정말 이대로 이여웅 그 개자식의 오만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심난해져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차를 들이켰지만 그만 찻물을 옷에 살짝 흘리고 말았다.순간 정신을 다잡은 임단은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흘린 찻물을 닦았다.“잠깐만요.”그때 가만히 있던 화성봉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임 사장님, 움직이지 마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얼른 임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는 방금 어렴풋이 명당자리를
임단에게 있어 금정개발은 그리 큰 존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실패로 인해 나천우가 상류사회에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이여웅의 악의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임단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심장이 살짝 오그라 붙었다.그들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임단은 약간 실망한 듯 십여 명의 임원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정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임단의 시선은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고문 풍수지리사 화성봉에게로 향했다.화성봉은 금정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고 장천준과 황보동에 견줄 만한 풍수지리사였다.그는 자신의 이런 높은 지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고위 관직들의 풍수를 봐주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었다.그가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지리사가 된 이유는 전임 수석 풍수지리사가 퇴직한 이후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은둔가 나 씨 가문의 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화성봉을 데려온 것이다.이런 까닭으로 그는 비록 금정개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만은 상당히 높았다.임단은 공손한 얼굴로 화성봉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대사님, 방법이 없을까요?”“임 사장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금정에서 시장에 나온 핵심 요지는 모두 진화개발이 가격을 올려놓았습니다.”“정말로 진퇴양난입니다.”“대체 부지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되었군요.”“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침반만 들고 금정을 몇 바퀴나 걸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치며 화성봉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실제로도 그는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이 땅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우리 금정개발은 앞으로 분명히 번창해서 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야.”하현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풍수 관상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땅을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이 땅은 이미 많은 풍수 대가들이 가 봤지만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풍수가 완전히 뒤틀리고 망가진 곳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하현이 대충 위치만 보고 이곳을 개발한다면 분명 금정 부동산 업계의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가 깊기 때문에 나천우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개발하는 주택 외에는 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는다고?”이 말을 듣고 나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아무리 기고만장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땅을 선정할 수 있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려면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하나로 될 수 있겠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니?! 하현, 야망이 너무 큰 것 같은데...”임단도 나천우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어이가 없는 듯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현이 너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뛰어난 해외 개발업자가 지은 주택이라도 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다.하현의 말은 너무도 순진하게 들렸다.순간 그녀는 하현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가 이번에 하현을 찾아온 것은 그가 은둔가 형 씨 가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이여웅이 우리가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올려놓은 이상 정부도 임의로 가격을 낮출 수는 없을 거야.”하현은 자신의 잔에 차를 따라 천천히 기울였다.“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문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하면 말끔히 해결해서 이여웅의 음모가 물거품이 되도록 만드냐는 거야.”비록 금정개발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사업체이지만 자신에게 있어 이 일은 금정개발에서의 첫 사업이었다.그래서 하현은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결심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제 손에 넣은 사업체가 완전히 망하는 꼴이니 얼마나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가?“우선은 이여웅이 금정개발을 전방 압박하는 모든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해. 관청은 이번 가격 인상 행위를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거지. 그러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야.”임단은 찻잔을 쥐고 있었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차를 넘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통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이여웅 같은 사람이 어렵게 이런 기회를 찾았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그럼 두 번째,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더 나은 장소를 찾아내는 거야. 심지어 금정개발의 평소 스타일에서 조금 더 변화를 줘서 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거지.”“이렇게 하면 상대를 한 방에 누를 수 있어.”“문제는 현재 금정 핵심 지역 토지는 이미 임자가 다 있다는 거야.”“주인 없는 남은 몇몇 땅은 기본적으로 별로 위치가 좋지 않아. 오죽했으면 새들도 똥을 누지 않는다는 말이 다 나오겠어.”“다른 쪽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아.”임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물론 금정개발이 리조트, 호텔 등을 조성하는 등 그룹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어.”“문제는 그룹 전략을 수정하면 우리는 주택 시장을 그냥 상대에게 내주는 것과 같다는 거지.”“이건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야.”말을 끝내며 자존심 강한 임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새로운 부지를 찾아 새로운 상품을 만
하현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사가 앞으로 어떤 부지를 사서 개발을 할지 도와줬고 그 모든 자료는 극비였단 말이지.”“하지만 이번에 이산들이 그 자료들을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진화개발에 넘겨서 금정개발이 사려고 생각했던 토지의 가격을 인상해 놓았어. 그래서 지금 금정개발은 진퇴양난에 빠진 거로군.”“지금 금정개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어, 맞지?”“맞아.”나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음침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오는 동안 전체 과정을 생각해 봤어.”“이전에 이여웅은 여러 차례 우리와 맞붙었지만 번번이 깨졌지. 이번에 이런 뻔뻔한 수법을 쓴 걸로 보니 여간 고심한 게 아닌 것 같아.”“우리 중 한 명이라도 부주의하게 행동하면 바로 삼켜버릴 심산인 거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이여웅.”임단이 근심 어린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 소문을 듣자 하니 이여웅의 주도로 금정개발 경쟁자들이 모두 모였대.”“그들은 우리가 선택해 놓은 부지를 높은 가격으로 확보한 후 우리 금정개발의 반 가격으로 집을 지어 팔 생각이래.”“만약 그들이 정말로 이런 수법으로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우리가 지은 집은 팔리지도 않을 거야.”“비록 금정은행의 도움을 받아 운영을 할 수도 있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금정개발이 만약 명당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지금 지어 놓은 집들을 다 팔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팔 집이 없어지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점이야.”“이런 시장 환경이 2년 내지 3년만 지속되어도 우리 금정개발은 이 바닥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나천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 때문에 이 사람이 요즘 밤에 잠도 잘 못 자.”“하현 당신한테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해.”“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인 금정개발을 당신한테 맡긴 게 되어 버려서 속상한가 봐.
장용호에게 자리를 맡긴 후 하현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장생전을 어떻게 함정에 빠뜨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그가 차를 몇 잔 따라 마시고 있을 때 나박하가 두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후세를 생산하는 데 힘써야 할 나천우와 임단 부부였다.하현은 이전에 황보정이 가장 즐겨 앉았던 정자로 세 사람을 데리고 갔다.그들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준 뒤에야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두 사람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한쪽에 앉아 있던 나박하는 풀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미안합니다.”하현은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얼굴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세 사람이 이렇게 찾아온 거야?”이 세 사람의 조합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이건 나박하 잘못이 아니야. 내가 사람을 잘못 쓴 거야.”온화하고 정숙한 분위기의 임단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금정개발이 나박하의 전 여자친구를 해고한 후 그 여자는 직업윤리를 무시하고 금정개발에 관한 자료를 모두 우리 경쟁자에게 넘겼어.”“이로 인해 몇몇 동업자들이 가격을 조정했어. 특히 우리 핵심 사업 단지 가격에 타격을 주어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지.”“물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가장 중요한 것은 이산들이 우리가 이전에 고용한 최고 풍수지리사와 결탁하여 우리의 주택 설계도를 전부 팔아넘겼다는 거야.”“우리 금정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적인 디자인이었어. 방향도 좋아 채광이 탁월했고 공용 공간이 적어서 실면적이 훨씬 넓었지.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택한 부지가 미래 가치도 아주 높은 명당이라는 거야.”“하지만 이산들이 이 모든 자료들을 팔아넘긴 후 우리 경쟁자들은 우리가 이미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한껏 올려놓았어.”“그래서 우린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어.”“예전에 선택해 놓은 토지를 매입하자니 비용이 너무 높아.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