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잠시 후 점장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선물 상자를 새로 정리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선생님 방금 너무 빨리 가셔서 아직 영수증을 못 드렸습니다.”“거기다 높은 금액을 소비하셔서 본부 쪽에서 최고 등급 회원으로 처리해드린다고 전화가 왔는데 괜찮으시면 전화번호 남겨드릴까요? 그렇게 하시면 이후에 어떤 전시회가 열리고, 어떤 신상품이 나오는지 저희 쪽 담당자가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뭐?영수증?최고 등급 회원으로 처리를 해줘?전시회 초대까지?그러니까…… 이 목걸이, 정말 눈앞에 있는 이 놈이 산 거야?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고 너무 놀라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100억! 엄청난 부자?박수진은 지금 바로 멍해져서는 얼굴이 새파랗게,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럴 리가!이거 딱 봐도 하얀 얼굴 놈인데, 어떻게 이걸 살 수 있지?이건 100억짜리 목걸이지! 100만 원짜리가 아니라고!이 때 박수진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달려와 영수증을 한 번 보았지만 이내 그녀는 멍해졌다. 영수증에 적힌 가격은 아주 확실했다. 하현이 산 것이었다. 거기다 점장의 비할 데 없는 공손한 태도를 보면 이것이 가짜 일리가 없다. 이 때 사방에 있던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망신을 당한 느낌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은 구본영과 박수진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쳇’하고 비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 두 녀석은 어디가 잘못된 건가?다른 사람이 산 목걸이를 도둑 맞았다고 큰 소리를 지르며 다니게?이 두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사람들 같다. 거기다 저 남자는 데이토나 그린 옐로우골드로 겨루려고 하다니? 결국 사람들 앞에서 개뿔도 아니었다. 핸드폰 번호를 그대로 남겨두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행사가 있거나 신상품이 나오면 문자를 주세요. 다른 일 없으면 전화는 하지 마세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안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안수정이 멍청하지 않다면 자연히 이 눈 앞에 있는 손서연 역시 하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오늘 저에게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해주셨는데 오늘 저녁은 아무거나 먹을게요.”이 말을 듣자, 서연은 의아해 하며 안수정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좀 놀란 눈빛이었다. 하현이 이렇게 비싼 선물을 설은아에게 주었다면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근데 딱 봐도 시크한 이 언니는 또 뭐지?바로 이 때 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의 교수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서연아, 너랑 네 선배는 왜 아직도 안 오니? 둘이 몰래 데이트 하는 건 아니지?”서연과 강천 두 사람의 지도 교수 역시 의학 강좌에 참석했다.하지만 분명 지금 그 두 학생을 찾지 못하자 전화를 걸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서연은 겉모습과 속내가 잘 어울리는 강천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교수님. 농담하지 마세요. 방금 우연히 친구 두 명을 만났을 뿐이에요. 저랑 강천 선배는 곧 도착할거에요. 맞다. 제 두 친구도 같이 데리고 가도 될까요?“괜찮아. 이 의학강좌는 친구들이 모이는 것뿐이라, 네 친구들을 데리고 오고 싶으면 나는 아주 환영이야. 얼른 와라.”맞은편에서 교수님은 신이 난 목소리였다. 분명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서연은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안수정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씨 죄송해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조금 급한 일이 생기셔서 지금 바로 제주로 돌아가야 되요. 식사는 다음에 하죠.”“배웅해 드릴까요?” 하현은 조금 미안했다. “아뇨. 할아버지가 벌써 백화점 입구에 도착하셨대요. 저 혼자 가면 돼요. 마침 손서연씨 의학강좌가 있다고 하니 거기에
만약 하현이 이곳에 있었다면 지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사람이 하선미였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강남에서 비바람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 하선미는 비할 데 없이 세련된 화장을 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 앞에 10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기껏해야 스물다섯 살로 보이는 준수한 얼굴의 청년이 한복을 입고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흑과 백을 동시에 장악해 바둑판 위에서 피를 흘리게 했다. 광활한 대청마루에서 대국을 시작하는 소리만이 간간이 울렸다. 하선미는 떨고 있었지만 감히 작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 30분 후 ‘퍽’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조각이 떨어지자 옥으로 된 바둑판은 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옥 접시에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이 떨어진 것처럼 딩딩동동 소리가 났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선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숨을 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하선미는 이마를 땅에 대고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 주세요!”침대 위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나 손을 뻗어 자신의 왼손을 보면서 잠시 후에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가 그 사람을 만났구나?”“만났습니다!”하선미가 대답했다.“어땠어?”“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하선미는 한 참을 숙고한 끝에 천천히 말을 꺼냈다.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여기 강남에서도 몇 명 안 되는데……”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랑 비교해서는 어때?”하선미는 순간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해졌다. 그녀는 잠시 몸을 떨고 나서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개미와 진짜 용을 어떻게 비교 할 수 있겠습니까?”“따귀를 때려라.”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선미는 감히 한 마디도 못하고 자신의 손을 들어 ‘짝짝짝’하며 바로 뺨을 몇 번 크게 때렸고 금세 얼굴이 부어 올랐다. 그
하민석은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지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홀 입구를 바라보았다. 흰 치마를 입고 꾸미지 않은 채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여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만약 안수정이 시크하다고 한다면, 그녀는 뭔가 속세와는 동떨어진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으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그녀의 기운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떨리던 하선미는 이제 더 떨렸다. 하수진. 하씨 가문의 5번째, 대문호 중 유일한 여성이다. 그녀는 하씨 가문의 혈통이 아니고 더욱 무섭고 오래된 가문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이 일의 진위여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수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 순간 하민석을 쳐다보며 말했다.“그 사람의 두려움은 우리가 몇 년 전에야 알았어.”“그 한 사람의 빛이 우리를 십 수년 동안이나 짓눌렀지. 3년 전만해도 여러 가지로 계획을 세울 수 없었고, 거기다 위에 있는 누군가가 그를 쓰러뜨리려고 했어. 지금도 하씨 가문은 여전히 너와 나의 자리가 없는 것을 두려워해.” “그런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데 둘째 오빠가 사소한 일에 얽매여 있으면 쉽지 않게 시작한 경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 같아.” 하민석은 여전히 자신의 왼손바닥을 보며 위쪽의 금이 간 곳을 자세히 눈 여겨 보다가 한참 후에야 손바닥을 내려 놓고 웃을 듯 말 듯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섯째 여동생이 직접 끝낼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형을 위한 큰 연극을 볼 수 있겠네.”“군자는 주방을 멀리한다는 이런 이치를 둘째 오빠가 모를 리가 없겠지?” 하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둘째 오빠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런 작은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아쉽겠지만 서울은 청담동이 아니야. 비록 가담한지 3년 밖에 안돼서 손이 그렇게 길지는 못했지만, 다섯째 여동생은 항상 원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잖아. 기꺼이 손을 내민다면 반드시 내 오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거야.”하민석은 웃으며 말했다.“서울
“맏형은 결국 둘째형 마음속의 두려운 존재야.” 다른 한 사람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나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아니지. 산에 앉아서 호랑이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 틈을 타 이득을 챙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야?” “그렇지?” 적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하수진이 언제 정원에 나타날 지 알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그녀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오늘 맏형 때문에 하씨의 4대 걸인이 백운별원에 모였다. ……서울 산책로의 한 오피스텔 꼭대기 층에서 비공개 의학강좌가 열렸다. 서연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하현은 지금 할 일이 없었기에 그녀를 따라왔다. 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던 서연은 활짝 웃으며 하현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뒤를 따랐던 강천은 지금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이 놈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강천도 멍청하진 않았다. 어렴풋이 느껴지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을 대하는 서연의 모습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자기와 함께 있을 때는 대충 몇 마디 얼버무릴 뿐이었는데 이 녀석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화제를 찾아냈다. 대학교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말도 걸지 못했던 의대 여신이었던가?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천은 여전히 매너를 지키며 서연의 왼쪽에서 걸으며 가끔 몇 마디씩을 나누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오피스텔 꼭대기에는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사실 이 의학 강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강남 의학계에서 몇 명의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서연은 원래 참여 자격이 없었지만 그녀는 최근에 서울종합병원 부원장으로 발탁돼 자연스럽게 올 수 있었다. 거기다 강천의 지위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서울종합병원 주임 의사로, 의술이 아주 좋고 집안 배경도 좀 있어서 그는 이 의학 강좌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하현과 일행 세 사람이 강좌가 열리는 홀에 왔을 때 홀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서연을 보면서 눈앞이 살짝 밝아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의학계에서는 동
서연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듣지 못했고 하현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현씨. 이 의학 강좌는 사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수준의 강좌는 아니고 우리 강남 의학계에서 뭔가 중대하게 발견한 것이 있어서 의학 강좌에서 발표를 하겠다고 한 것 같아요.”서연은 하현이 이 의학강좌를 잘 이해하지 못할 까봐 작은 소리로 설명해주었다.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단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강단 뒤쪽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있었고 지금 스크린에는 큰 글씨가 적혀 있었다.“심근 손상은 세포 재생으로 치유가 된다.”그리고 그 아래에 서명이 되어 있었다. 황천수, 강천.하현은 비록 의학계의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소위 심근 손상을 일반적으로 심근염이라고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런 병은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 가벼운 증상 같은 경우는 평소에 잘 쉬기만 하면 저절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중증 질환이다. 심근염의 중증에 대처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모두 직접 수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에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과 의사가 필요했다.그러나 많은 중환자는 종종 의사에게 갈 길이 없어 죽기도 한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 하현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마치 조금 낯이 익은 듯했고,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듯했다. 이 세포 재생 치유법이란 수술을 하지 않고 세포의 재생 능력만으로 심근명의 중증을 치유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현은 이 방면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는 이 의학강좌에 초청을 받아 온 거라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때 주변 의료계 인사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이번 의학강좌에 올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이런 기술이 성공한다면 의학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고 후세에도 역사의 증인이라 불려질 것이다. 바로 그때 강단에 있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나서야 강천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심근염의 가장 큰 원인은 심근 손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심근염을 완전히 낫게 하려면 염증이 생긴 심근을 잘라 심장 우회수술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입니다!”“하지만 이런 방법은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환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금전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한편으로 우리 의사의 기술적인 면에서도 큰 시험거리입니다!”“수많은 외과계의 쟁쟁한 인물들에게 수술을 받으려고 줄을 서보지만 이 역시 차례가 오지 않아 적지 않은 중증환자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병사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또한 우리의 책임입니다!” 강천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하지만 사람의 힘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의사들이 기술이 뛰어나고 24시간 수술을 한다고 해도 구할 수 있는 환자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이점이 뼈아픈 점입니다!”이 말을 듣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의사들 하나하나가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어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를 원하지 않겠는가?하지만 어떨 때는 정말 힘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많은 의사들이 이미 주말과 휴일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환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천 주임은 젊은 나이에도 이러한 점을 이해했을 정도로 많은 의사들을 뛰어넘었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를 하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크고 깊지는 않다. 몇몇 의학계의 태산북두급 인물들은 지금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역시 강씨 집안의 자제답고 황천수의 제자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이런 태산북두들은 하나같이 의술이 정밀하고 의학계에서 여러 해 동안 깊이 연구하였으나 그들 중 어떤 것을 얻어낼 만한 진정한 획기적인 연구는 하지 못했다. 눈앞의 이 청년이 오히려 의학을 배우며 이렇게 중대한 연구를 해냈다니!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강천의 말을 들은 황천수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하하. 역시 자신은 사람을 참 잘 본다!자신의 의
그러자 황천수는 껄걸 웃으며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자, 젊은이들의 일은 젊은이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시다. 이 노인도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하지만 오늘은 의학 강좌를 하러 모였으니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좋아요! 강주임이 우리에게 강연을 해주시다니 환영입니다!”“어서 해주세요!”“이런 의학계의 역사적 순간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강천은 환호 속에 단상 한가운데로 걸어 나와 동영상 재생을 시작했다.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그는 설명을 시작했다. “의학계 선배 여러분, 이번 실험이 성공적이었고, 그 실험의 결과가 이를 증명해줍니다. 이제 기술수단만 통과하면 됩니다. 심근세포의 가속 재생을 촉진하면 신생 세포가 괴사된 세포를 대체하게 됩니다. 심근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피부가 괴사해 피부를 잘라내고 다시 자라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물론 심장에 관한 일이니 더 정교한 기술, 더 효과적인 약물 등을 조합해야 하는데……”“여러분 앞에 대략적인 자료가 있으니 한 번 훑어보시면 제 견해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이 말들을 듣자 모두들 앞에 놓인 자료를 들고 뒤지기 시작했다. 자료를 넘길수록 주위의 탄성이 더 커졌다!천재네! 이 젊은이는 절대적인 천재야!이런 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다니. 이걸 현실로 만드는 게 관건이네. 천하에 인재가 나왔다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네. 새로운 세대가 옛 세대를 바꿨다!이 젊은이의 의학에 대한 조예는 정말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보다 더 대단하다! 심장병 분야의 권위자들도 모두 감탄하는 표정이었다. 심장병 분야에서 수십 년을 연구해 온 베테랑 전문가들이 이런 아이디어를 땅에 떨어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근데 강천은 몇 살이지?그는 의대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절대 5년을 넘지 않는다!5년 만에 이 정도 성취를 이룬 것은 유례없이 전무후무하다
확신에 찬 화성봉의 말을 듣고 임단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금정개발이 파산하지 않고 번창할 수만 있다면 금정개발을 하현에게 넘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나천우도 이 일로 인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마도 후방에서 뛰어난 책략을 펼쳐 큰 성과를 이룬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여웅 그놈이 이 일로 득의양양해할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 않았다.그놈은 어릴 때부터 임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언젠간 임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만약 몰아치는 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면 그놈은 더더욱 기고만장해질지도 모른다.아니면 소남 임 씨 가문을 직접 앞세워 이여웅을 직접 짓밟아 버릴까?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임 씨 가문이 나서서 이여웅을 제압한다면 가문 쪽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을까?은둔가 나 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방법이었다.은둔가가 은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쉽게 말하자면 은둔가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이렇게 직접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은 은둔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임단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정말 이대로 이여웅 그 개자식의 오만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심난해져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차를 들이켰지만 그만 찻물을 옷에 살짝 흘리고 말았다.순간 정신을 다잡은 임단은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흘린 찻물을 닦았다.“잠깐만요.”그때 가만히 있던 화성봉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임 사장님, 움직이지 마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얼른 임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는 방금 어렴풋이 명당자리를
임단에게 있어 금정개발은 그리 큰 존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실패로 인해 나천우가 상류사회에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이여웅의 악의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임단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심장이 살짝 오그라 붙었다.그들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임단은 약간 실망한 듯 십여 명의 임원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정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임단의 시선은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고문 풍수지리사 화성봉에게로 향했다.화성봉은 금정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고 장천준과 황보동에 견줄 만한 풍수지리사였다.그는 자신의 이런 높은 지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고위 관직들의 풍수를 봐주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었다.그가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지리사가 된 이유는 전임 수석 풍수지리사가 퇴직한 이후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은둔가 나 씨 가문의 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화성봉을 데려온 것이다.이런 까닭으로 그는 비록 금정개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만은 상당히 높았다.임단은 공손한 얼굴로 화성봉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대사님, 방법이 없을까요?”“임 사장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금정에서 시장에 나온 핵심 요지는 모두 진화개발이 가격을 올려놓았습니다.”“정말로 진퇴양난입니다.”“대체 부지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되었군요.”“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침반만 들고 금정을 몇 바퀴나 걸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치며 화성봉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실제로도 그는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이 땅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우리 금정개발은 앞으로 분명히 번창해서 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야.”하현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풍수 관상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땅을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이 땅은 이미 많은 풍수 대가들이 가 봤지만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풍수가 완전히 뒤틀리고 망가진 곳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하현이 대충 위치만 보고 이곳을 개발한다면 분명 금정 부동산 업계의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가 깊기 때문에 나천우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개발하는 주택 외에는 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는다고?”이 말을 듣고 나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아무리 기고만장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땅을 선정할 수 있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려면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하나로 될 수 있겠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니?! 하현, 야망이 너무 큰 것 같은데...”임단도 나천우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어이가 없는 듯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현이 너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뛰어난 해외 개발업자가 지은 주택이라도 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다.하현의 말은 너무도 순진하게 들렸다.순간 그녀는 하현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가 이번에 하현을 찾아온 것은 그가 은둔가 형 씨 가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이여웅이 우리가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올려놓은 이상 정부도 임의로 가격을 낮출 수는 없을 거야.”하현은 자신의 잔에 차를 따라 천천히 기울였다.“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문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하면 말끔히 해결해서 이여웅의 음모가 물거품이 되도록 만드냐는 거야.”비록 금정개발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사업체이지만 자신에게 있어 이 일은 금정개발에서의 첫 사업이었다.그래서 하현은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결심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제 손에 넣은 사업체가 완전히 망하는 꼴이니 얼마나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가?“우선은 이여웅이 금정개발을 전방 압박하는 모든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해. 관청은 이번 가격 인상 행위를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거지. 그러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야.”임단은 찻잔을 쥐고 있었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차를 넘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통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이여웅 같은 사람이 어렵게 이런 기회를 찾았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그럼 두 번째,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더 나은 장소를 찾아내는 거야. 심지어 금정개발의 평소 스타일에서 조금 더 변화를 줘서 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거지.”“이렇게 하면 상대를 한 방에 누를 수 있어.”“문제는 현재 금정 핵심 지역 토지는 이미 임자가 다 있다는 거야.”“주인 없는 남은 몇몇 땅은 기본적으로 별로 위치가 좋지 않아. 오죽했으면 새들도 똥을 누지 않는다는 말이 다 나오겠어.”“다른 쪽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아.”임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물론 금정개발이 리조트, 호텔 등을 조성하는 등 그룹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어.”“문제는 그룹 전략을 수정하면 우리는 주택 시장을 그냥 상대에게 내주는 것과 같다는 거지.”“이건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야.”말을 끝내며 자존심 강한 임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새로운 부지를 찾아 새로운 상품을 만
하현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사가 앞으로 어떤 부지를 사서 개발을 할지 도와줬고 그 모든 자료는 극비였단 말이지.”“하지만 이번에 이산들이 그 자료들을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진화개발에 넘겨서 금정개발이 사려고 생각했던 토지의 가격을 인상해 놓았어. 그래서 지금 금정개발은 진퇴양난에 빠진 거로군.”“지금 금정개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어, 맞지?”“맞아.”나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음침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오는 동안 전체 과정을 생각해 봤어.”“이전에 이여웅은 여러 차례 우리와 맞붙었지만 번번이 깨졌지. 이번에 이런 뻔뻔한 수법을 쓴 걸로 보니 여간 고심한 게 아닌 것 같아.”“우리 중 한 명이라도 부주의하게 행동하면 바로 삼켜버릴 심산인 거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이여웅.”임단이 근심 어린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 소문을 듣자 하니 이여웅의 주도로 금정개발 경쟁자들이 모두 모였대.”“그들은 우리가 선택해 놓은 부지를 높은 가격으로 확보한 후 우리 금정개발의 반 가격으로 집을 지어 팔 생각이래.”“만약 그들이 정말로 이런 수법으로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우리가 지은 집은 팔리지도 않을 거야.”“비록 금정은행의 도움을 받아 운영을 할 수도 있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금정개발이 만약 명당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지금 지어 놓은 집들을 다 팔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팔 집이 없어지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점이야.”“이런 시장 환경이 2년 내지 3년만 지속되어도 우리 금정개발은 이 바닥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나천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 때문에 이 사람이 요즘 밤에 잠도 잘 못 자.”“하현 당신한테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해.”“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인 금정개발을 당신한테 맡긴 게 되어 버려서 속상한가 봐.
장용호에게 자리를 맡긴 후 하현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장생전을 어떻게 함정에 빠뜨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그가 차를 몇 잔 따라 마시고 있을 때 나박하가 두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후세를 생산하는 데 힘써야 할 나천우와 임단 부부였다.하현은 이전에 황보정이 가장 즐겨 앉았던 정자로 세 사람을 데리고 갔다.그들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준 뒤에야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두 사람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한쪽에 앉아 있던 나박하는 풀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미안합니다.”하현은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얼굴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세 사람이 이렇게 찾아온 거야?”이 세 사람의 조합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이건 나박하 잘못이 아니야. 내가 사람을 잘못 쓴 거야.”온화하고 정숙한 분위기의 임단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금정개발이 나박하의 전 여자친구를 해고한 후 그 여자는 직업윤리를 무시하고 금정개발에 관한 자료를 모두 우리 경쟁자에게 넘겼어.”“이로 인해 몇몇 동업자들이 가격을 조정했어. 특히 우리 핵심 사업 단지 가격에 타격을 주어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지.”“물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가장 중요한 것은 이산들이 우리가 이전에 고용한 최고 풍수지리사와 결탁하여 우리의 주택 설계도를 전부 팔아넘겼다는 거야.”“우리 금정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적인 디자인이었어. 방향도 좋아 채광이 탁월했고 공용 공간이 적어서 실면적이 훨씬 넓었지.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택한 부지가 미래 가치도 아주 높은 명당이라는 거야.”“하지만 이산들이 이 모든 자료들을 팔아넘긴 후 우리 경쟁자들은 우리가 이미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한껏 올려놓았어.”“그래서 우린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어.”“예전에 선택해 놓은 토지를 매입하자니 비용이 너무 높아.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