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왈가왈부하는 소리가 들리자 안수정도 눈썹을 찡그렸다. 이런 보통 사람들과 골동품 시계의 가치를 이야기 해 봤자 말이 안 통한다. 골동품을 하지 않고서는 이런 물건의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안수정이 구본영을 보며 말했다.“구본영. 너는 대구 구씨 집안 사람이야. 설마 하현이 차고 있는 이 시계가 진짜 인지 모르겠어? 그는 몇 백억의 시계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 있어. 너는 가서 이 사람이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다고 생각해? 여기서 괜히 트집 잡지 말아 줄래?”“몇 백억?”구본영이 비웃으며 말했다.“만약 그 시계가 전설의 시계라면 몇 백억 정도 하겠지. 하지만 이건 가짜니 몇 만원이면 나쁘지 않지!”“안수정. 너희 안씨 집안은 골동품 장사를 시작한 집안이잖아. 이 도둑놈을 감싸지 마. 안씨 집안의 명예를 실추 시켰으니 안씨 대가님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너……”안수정은 이 때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데도 말이 안 통할 수가 있나?이 때 주위의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구경꾼들도 점점 많아졌다. 몇몇 상점 직원들도 건너와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100억짜리 목걸이를 훔쳤으니 이건 정말 큰일이군!이 때 군중 속에서 한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도둑일 리가 없어요!”입을 연 사람은 서연이었다. 그녀는 오늘 길을 지나가다가 하현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를 보자 하현도 어리둥절해졌다. 오늘 서연은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더욱 드러내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원래 첫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더욱 청순했다. “와!”서연이 나타나자마자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본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는지 참지 못하고 침을 삼키며 슬며시 흘겨보았다. 뭐지?그가 서울에 여행하러 오지 않았으면 평생 이
박수진은 자신의 외모에 조금 자신이 있긴 했지만 서연을 질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오늘 만난 두 여인의 시크하고 청순한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풍기는 아우라에서도 이미 그녀는 졌다. 박수진은 기분이 더 언짢아 그 순간 비웃으며 말했다. “너 그가 결백하다고 말했니? 그가 결백하다고? 이 목걸이 가격은 100억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너를 팔아도 이렇게 큰 돈은 못 벌어!”“이 하얀 얼굴 행색을 좀 봐라. 어디 100억이란 재산이 있겠니? 이런 사람이 훔치지 않고서 이런 물건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어? 백일몽으로?”서연은 여름에 피는 연꽃처럼 살짝 웃었다. “나는 그가 물건을 훔치지 않았을 거라 믿어요. 제가 보증인이 될게요!”이 말을 듣자 박수진이 ‘피식’하더니 일부러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보증인? 네가 누군데? 네가 착한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대낮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누구를 꼬시려고 했는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보증인이 되겠다고?” 이 말이 나오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수군거렸다. 박수진은 서연이 분명 인격이 전혀 없는 그런 업종에서 일을 할 거라고 암시를 했다. 서연은 화를 내지 않았고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손서연이라고 합니다. 서울종합병원 부원장이에요.”뭐?이렇게 젊은 사람이 서울종합병원의 부원장이라고?이 말이 떨어지자 거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서울종합병원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으로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의 의사는 의술이 좋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둘 도 없는 품성을 가졌다고 한다. 거기 응급실에 손선생님이라는 분이 있는데 환자를 돕기 위해 여러 차례 자신의 월급을 가지고 의약비를 대신 지불했었다. 설마 눈앞에 있는 분이 그분은 아니겠지?만약 그렇다면 그분의 인품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 이 때, 사람들 중에 한 노인이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한 번 둘러본 뒤 큰 소리로 말했다.“손선생. 정말 당신
“선생님!”잠시 후 점장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선물 상자를 새로 정리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선생님 방금 너무 빨리 가셔서 아직 영수증을 못 드렸습니다.”“거기다 높은 금액을 소비하셔서 본부 쪽에서 최고 등급 회원으로 처리해드린다고 전화가 왔는데 괜찮으시면 전화번호 남겨드릴까요? 그렇게 하시면 이후에 어떤 전시회가 열리고, 어떤 신상품이 나오는지 저희 쪽 담당자가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뭐?영수증?최고 등급 회원으로 처리를 해줘?전시회 초대까지?그러니까…… 이 목걸이, 정말 눈앞에 있는 이 놈이 산 거야?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고 너무 놀라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100억! 엄청난 부자?박수진은 지금 바로 멍해져서는 얼굴이 새파랗게,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럴 리가!이거 딱 봐도 하얀 얼굴 놈인데, 어떻게 이걸 살 수 있지?이건 100억짜리 목걸이지! 100만 원짜리가 아니라고!이 때 박수진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달려와 영수증을 한 번 보았지만 이내 그녀는 멍해졌다. 영수증에 적힌 가격은 아주 확실했다. 하현이 산 것이었다. 거기다 점장의 비할 데 없는 공손한 태도를 보면 이것이 가짜 일리가 없다. 이 때 사방에 있던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망신을 당한 느낌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은 구본영과 박수진을 한 번씩 쳐다보더니 ‘쳇’하고 비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 두 녀석은 어디가 잘못된 건가?다른 사람이 산 목걸이를 도둑 맞았다고 큰 소리를 지르며 다니게?이 두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사람들 같다. 거기다 저 남자는 데이토나 그린 옐로우골드로 겨루려고 하다니? 결국 사람들 앞에서 개뿔도 아니었다. 핸드폰 번호를 그대로 남겨두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행사가 있거나 신상품이 나오면 문자를 주세요. 다른 일 없으면 전화는 하지 마세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안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안수정이 멍청하지 않다면 자연히 이 눈 앞에 있는 손서연 역시 하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오늘 저에게 이렇게 비싼 선물을 해주셨는데 오늘 저녁은 아무거나 먹을게요.”이 말을 듣자, 서연은 의아해 하며 안수정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좀 놀란 눈빛이었다. 하현이 이렇게 비싼 선물을 설은아에게 주었다면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근데 딱 봐도 시크한 이 언니는 또 뭐지?바로 이 때 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의 교수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맞은편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서연아, 너랑 네 선배는 왜 아직도 안 오니? 둘이 몰래 데이트 하는 건 아니지?”서연과 강천 두 사람의 지도 교수 역시 의학 강좌에 참석했다.하지만 분명 지금 그 두 학생을 찾지 못하자 전화를 걸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서연은 겉모습과 속내가 잘 어울리는 강천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교수님. 농담하지 마세요. 방금 우연히 친구 두 명을 만났을 뿐이에요. 저랑 강천 선배는 곧 도착할거에요. 맞다. 제 두 친구도 같이 데리고 가도 될까요?“괜찮아. 이 의학강좌는 친구들이 모이는 것뿐이라, 네 친구들을 데리고 오고 싶으면 나는 아주 환영이야. 얼른 와라.”맞은편에서 교수님은 신이 난 목소리였다. 분명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서연은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안수정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씨 죄송해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조금 급한 일이 생기셔서 지금 바로 제주로 돌아가야 되요. 식사는 다음에 하죠.”“배웅해 드릴까요?” 하현은 조금 미안했다. “아뇨. 할아버지가 벌써 백화점 입구에 도착하셨대요. 저 혼자 가면 돼요. 마침 손서연씨 의학강좌가 있다고 하니 거기에
만약 하현이 이곳에 있었다면 지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사람이 하선미였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강남에서 비바람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진 하선미는 비할 데 없이 세련된 화장을 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 앞에 10미터도 안 되는 곳에서 기껏해야 스물다섯 살로 보이는 준수한 얼굴의 청년이 한복을 입고 바둑을 두고 있었다. 흑과 백을 동시에 장악해 바둑판 위에서 피를 흘리게 했다. 광활한 대청마루에서 대국을 시작하는 소리만이 간간이 울렸다. 하선미는 떨고 있었지만 감히 작은 소리도 내지 못했다. 30분 후 ‘퍽’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조각이 떨어지자 옥으로 된 바둑판은 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옥 접시에 큰 구슬과 작은 구슬이 떨어진 것처럼 딩딩동동 소리가 났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하선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숨을 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하선미는 이마를 땅에 대고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 주세요!”침대 위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나 손을 뻗어 자신의 왼손을 보면서 잠시 후에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가 그 사람을 만났구나?”“만났습니다!”하선미가 대답했다.“어땠어?”“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하선미는 한 참을 숙고한 끝에 천천히 말을 꺼냈다.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여기 강남에서도 몇 명 안 되는데……”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랑 비교해서는 어때?”하선미는 순간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해졌다. 그녀는 잠시 몸을 떨고 나서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 “개미와 진짜 용을 어떻게 비교 할 수 있겠습니까?”“따귀를 때려라.”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선미는 감히 한 마디도 못하고 자신의 손을 들어 ‘짝짝짝’하며 바로 뺨을 몇 번 크게 때렸고 금세 얼굴이 부어 올랐다. 그
하민석은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지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홀 입구를 바라보았다. 흰 치마를 입고 꾸미지 않은 채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여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만약 안수정이 시크하다고 한다면, 그녀는 뭔가 속세와는 동떨어진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으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기만 해도 그녀의 기운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떨리던 하선미는 이제 더 떨렸다. 하수진. 하씨 가문의 5번째, 대문호 중 유일한 여성이다. 그녀는 하씨 가문의 혈통이 아니고 더욱 무섭고 오래된 가문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이 일의 진위여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수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 순간 하민석을 쳐다보며 말했다.“그 사람의 두려움은 우리가 몇 년 전에야 알았어.”“그 한 사람의 빛이 우리를 십 수년 동안이나 짓눌렀지. 3년 전만해도 여러 가지로 계획을 세울 수 없었고, 거기다 위에 있는 누군가가 그를 쓰러뜨리려고 했어. 지금도 하씨 가문은 여전히 너와 나의 자리가 없는 것을 두려워해.” “그런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데 둘째 오빠가 사소한 일에 얽매여 있으면 쉽지 않게 시작한 경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 같아.” 하민석은 여전히 자신의 왼손바닥을 보며 위쪽의 금이 간 곳을 자세히 눈 여겨 보다가 한참 후에야 손바닥을 내려 놓고 웃을 듯 말 듯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섯째 여동생이 직접 끝낼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형을 위한 큰 연극을 볼 수 있겠네.”“군자는 주방을 멀리한다는 이런 이치를 둘째 오빠가 모를 리가 없겠지?” 하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둘째 오빠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런 작은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아쉽겠지만 서울은 청담동이 아니야. 비록 가담한지 3년 밖에 안돼서 손이 그렇게 길지는 못했지만, 다섯째 여동생은 항상 원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잖아. 기꺼이 손을 내민다면 반드시 내 오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거야.”하민석은 웃으며 말했다.“서울
“맏형은 결국 둘째형 마음속의 두려운 존재야.” 다른 한 사람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나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아니지. 산에 앉아서 호랑이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 틈을 타 이득을 챙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야?” “그렇지?” 적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하수진이 언제 정원에 나타날 지 알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은 그녀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오늘 맏형 때문에 하씨의 4대 걸인이 백운별원에 모였다. ……서울 산책로의 한 오피스텔 꼭대기 층에서 비공개 의학강좌가 열렸다. 서연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하현은 지금 할 일이 없었기에 그녀를 따라왔다. 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던 서연은 활짝 웃으며 하현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뒤를 따랐던 강천은 지금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이 놈은 도대체 어떤 녀석인가?강천도 멍청하진 않았다. 어렴풋이 느껴지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을 대하는 서연의 모습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자기와 함께 있을 때는 대충 몇 마디 얼버무릴 뿐이었는데 이 녀석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화제를 찾아냈다. 대학교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말도 걸지 못했던 의대 여신이었던가?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천은 여전히 매너를 지키며 서연의 왼쪽에서 걸으며 가끔 몇 마디씩을 나누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오피스텔 꼭대기에는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사실 이 의학 강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강남 의학계에서 몇 명의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서연은 원래 참여 자격이 없었지만 그녀는 최근에 서울종합병원 부원장으로 발탁돼 자연스럽게 올 수 있었다. 거기다 강천의 지위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서울종합병원 주임 의사로, 의술이 아주 좋고 집안 배경도 좀 있어서 그는 이 의학 강좌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하현과 일행 세 사람이 강좌가 열리는 홀에 왔을 때 홀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서연을 보면서 눈앞이 살짝 밝아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의학계에서는 동
서연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듣지 못했고 하현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현씨. 이 의학 강좌는 사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수준의 강좌는 아니고 우리 강남 의학계에서 뭔가 중대하게 발견한 것이 있어서 의학 강좌에서 발표를 하겠다고 한 것 같아요.”서연은 하현이 이 의학강좌를 잘 이해하지 못할 까봐 작은 소리로 설명해주었다.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단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강단 뒤쪽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있었고 지금 스크린에는 큰 글씨가 적혀 있었다.“심근 손상은 세포 재생으로 치유가 된다.”그리고 그 아래에 서명이 되어 있었다. 황천수, 강천.하현은 비록 의학계의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소위 심근 손상을 일반적으로 심근염이라고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런 병은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 가벼운 증상 같은 경우는 평소에 잘 쉬기만 하면 저절로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중증 질환이다. 심근염의 중증에 대처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모두 직접 수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에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과 의사가 필요했다.그러나 많은 중환자는 종종 의사에게 갈 길이 없어 죽기도 한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 하현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마치 조금 낯이 익은 듯했고,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듯했다. 이 세포 재생 치유법이란 수술을 하지 않고 세포의 재생 능력만으로 심근명의 중증을 치유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현은 이 방면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는 이 의학강좌에 초청을 받아 온 거라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때 주변 의료계 인사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이번 의학강좌에 올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이런 기술이 성공한다면 의학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고 후세에도 역사의 증인이라 불려질 것이다. 바로 그때 강단에 있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