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문이 원통한 표정을 짓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오랜 친구 진태유는 시가에 불을 붙이면서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어이, 규문아. 내 생각에 너 너무 소심한 거 같아.”“하현을 죽이는 거, 그거 외지인 하나 죽이는 거잖아?”“그가 내륙에서 아무리 힘이 세고 배경이 좋은들 여기서 뭘 어쩌겠어?”“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까딱하는 것만으로 죽일 수 있어!”“그동안 가만히 놔두었던 건 그냥 귀찮아서 그랬을 뿐이야.”“그런데 지금은...”진태유는 서류를 꺼내 최규문 앞에 던지며 웃었다.“네가 경찰서에 취조받으러 갔을 때 내가 오랫동안 황금 삼각주 일대를 떠돌던 퇴역 미군들을 고용해 하현 그놈을 처리하라고 했어.”“곧 좋은 소식이 돌아올 거야.”“뭐!?”침착하던 최규문의 표정이 일순 일그러졌다.“하현을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다고?”“그래. 오십 명 정도 되는 미군 퇴역병들이야. 그리고 어마어마한 탄약과 총알을 준비했지.”“그러니 너 걱정하지 마. 아무리 뒤져 봐야 증거도 찾을 수 없는 물건들이야.”“이렇게 했는데 어떻게 그 미꾸라지 한 놈 못 잡겠어?!”“야 이 자식아! 사람을 보냈으면 보내는 거지 왜 미군 퇴역병을 보냈어?”최규문이 버럭 화를 냈다.“날 죽일 속셈이야?”“하현이 죽든 살든 이런 짓을 할 사람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나일 거라고!”“진정해, 진정하라구. 규문아, 내가 말했잖아. 해외에 나간 지 몇 년 안 됐는데 어떻게 미국 매파들의 조급증만 배워 왔냐, 넌? 내가 너한테 몇 번 말했잖아. 이렇게 큰일을 만날수록 냉정을 잃으면 안 돼.”진태유는 시가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현은 네 얼굴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네 희망호도 망하게 했어. 그리고 수백억이나 되는 돈도 가져갔어!”“이런 사람이 죽지 않고 버젓이 자기 집에서 편안히 지내는 꼴을 보고 싶냐?”“걱정하지 마. 항성과 도성 모두 우리 홍성 구역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다
항성 마사회에 도요타 몇 대가 천천히 진입하며 곧바로 경마장 입구로 향했다.동작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살기가 어리는 긴장된 순간이었다.문이 열리는 순간 특수 제복을 입은 남녀 수십여 명이 표정 없는 얼굴로 VIP룸 쪽으로 향했다.입구에 있던 경호원들은 길을 막으려고 손짓을 했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특수 제복을 보고는 하나같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하며 군말 없이 길을 내줬다.지나가던 항성의 권력가들도 모두 긴장된 얼굴로 변했다.모두들 시선을 내리깔고 조심스럽게 힐끔힐끔 쳐다보았다.마치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고귀한 그림을 보듯 숨죽이며 바라보았다.곧 7번 VIP룸이 열렸다.앞장섰던 여자가 싸늘한 표정을 한 채 손을 흔들었고 위엄 서린 얼굴로 화려하게 장식된 방으로 들어갔다.특수 제작된 총기 수십여 자루가 지금 이 순간 들어서는 사람들을 향해 숨을 죽이며 노려보고 있었다.맨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증명서를 보여주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용전은 지금부터 사건을 처리하겠습니다. 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하지만 지금 하는 말은 모두 증언으로 인정됨을 말씀드립니다.” 핸드폰을 든 곽영준은 긴장된 표정이었고 약간은 굳어 있었다.아까 서희진의 전화를 받고 일의 경과를 알아볼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용전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는 민첩하게 반응했고 가장 먼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어 잠금을 풀려고 했다.“퍽!”맨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곽영준이 핸드폰 통화기록을 삭제하기도 전에 뭔가 쇠붙이 같은 것이 그의 손목을 정확하게 타격했고 핸드폰은 그대로 카펫 위로 떨어졌다.곽영준은 안색이 일그러지며 자신의 핸드폰을 밟아 부수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선두에 있던 여자는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핸드폰을 부순다면 난 지금 당장 당신을 사살할 겁니다.”“먼저 참수하고 나중에 보고하라, 왕실 헌장에 있는 말이죠. 어디 한번 해 보
”순순히 당신들을 따라가겠습니다!”곽영준은 저항하려는 모든 의지를 내려놓고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경호원을 힐끔 바라보았다.“하지만 저들은 결백합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 좀 해 주면 안 되겠습니까?”선두에 선 여자가 냉랭하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우리는 아무 잘못 없는 사람한테 누명을 씌우거나 하지 않으니까요.”“당신들의 경호원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한 그들의 목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예요.”곽영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경호원을 향해 눈짓을 했다.지금의 상황은 아무래도 집안 어르신이 나서야 할 것 같았다....최규문과 곽영준 두 사람이 모두 용전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던 그때.하현은 도성 경찰서 자문실에 앉아 있었다.그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최영하였다.두 사람은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고 기록한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최영하는 이미 모든 일련의 과정을 이해했고 핸드폰을 꺼내 하현 앞에 놓았다.“하현, 또 다른 일이 있어. 당신이 말한 핵심 인물, 소윤비 말이야. 이미 죽었어.”“공항이 혼잡한 틈을 타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노렸어. 총알이 심장을 관통해 손을 쓸 수가 없었어.”“하지만 공항의 모든 CCTV가 다 공격을 당해서 소윤비가 누군가의 총에 잘못 맞아서 죽은 건지 그녀를 겨냥한 저격수가 있었던 건지는 파악하지 못했어.”“그리고 또 한 가지. 그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어. 통화기록이 3분 가까이나 되었어. 우리가 알아낸 바로는 통화한 상대가 항성 S4 중 한 명인 곽영준이었어.”“곽영준? 소윤비는 나랑 얘기했을 때 줄곧 곽영준을 보호하려고 애썼어. 그런데 어떻게 마지막 순간에 곽영준에게 전화를 걸 수 있어?”“곽영준에게 사건 경위를 보고하려고 했는지도 모르지.”최영하가 나름대로 분석한 것을 말하자 하현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반발했다.“아니야. 소윤비가 곽영준을 공범으로 만들려고 물귀신 작전을 한 것
최영하는 하현을 내려준 뒤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침울한 표정으로 그곳을 떠났다.마당 안에는 하현만이 덩그러니 남았다.그는 주위를 한 바퀴 휙 둘러보았다.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그의 심장을 파고들었다.아마도 이 순간 적어도 수십 명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하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들은 두말할 것 없이 실력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용전, 대하 초석 중의 하나!”하현은 흥미로운 표정이었다.대하의 초석 중 용위주가 수호 방위를 용옥주가 형벌을 용문주가 길바닥 조직을 용전주가 경외 구역을 관할하고 있다.이치대로라면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으니 용옥에서 이 일을 담당해야 한다.그러나 항성과 도성은 대하 권역이면서도 다른 행정 구역에도 속해 있어서 용전이 이 일을 관할하는 것이 정상이었다.하현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멀리서 특수 제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그는 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하현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따라 들어갔다.전방에는 안내실이라는 곳이 있었다.그다지 크지 않은 방이 있었지만 여기저기 십여 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실내에 있는 테이블 맞은편에는 차가운 얼굴로 무장한 두 남녀가 이미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본 그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 지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용전 항도 지부 조사팀 팀장이고 코드명은 백구입니다.”“이 두 분은 내 동료이고 코드명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하 지회장님을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은 오늘 도성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서입니다.”“하 지회장님이 용문 사람이라는 걸 압니다. 권한상 우리는 당신을 직접 체포할 권리는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용문 집법당을 통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오늘 사건이 너무 중대한 일이라 하 지회장님이 특별히 협조를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백구는
절차상으로 보이는 간단한 질문이 밤새 이어졌다.그중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었는데 백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이리저리 말을 바꿔가며 수십 번 다른 방식으로 질문했다.처음에는 하현도 담담하고 냉정하게 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간이 굳어지기 시작했다.용전 항도 지부가 묻는 질문은 겉으로는 간단하고 평범한 절차상의 과정으로 보였지만 여기서 하현은 뭔가 음모의 냄새가 났다.백구의 질문에는 일부러 하현이 함정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많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 질문을 받았더라면 벌써 감금되고도 남았을 것이다.서른한 번째 질문이 이어질 즈음 때는 이미 다음날 정오가 되었다.맞은편에 있던 세 명의 용전 사람들의 얼굴은 여전히 무덤덤했다.이런 질의 과정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하현은 열 번째 커피를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은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자, 당신은 지금 서른한 번이나 질문을 했어요. 나도 서른한 번째 진지하게 대답했구요.”“이제는 저도 대답하기 귀찮습니다.”“혹시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백구는 순간 당황한 듯한 눈빛을 띠었고 뭐라고 입을 떼려고 했는데 마침 안내실 안쪽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그 후 단단해 보이는 벽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불빛이 크게 비추며 십여 개의 긴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졌다.곧이어 아름다운 몸매에 그림같이 고운 얼굴의 여인이 제복을 입은 여자 몇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그녀는 하현을 향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근래에 보기 드문 절세미인이었다.“오빠, 여기는 용전입니다.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도 아니죠.”“당신은 용문 대구 지회장이고 용문 서른여섯 번째 지회장 중 한 명일지라도 도성 국제공항에서 큰 테러를 일으킨 혐의가 확인되었으니 내 직권으로 당신을 체포할 수 있어요.”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의 빼어난 용모와 뾰족한 턱을 보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여우 가면,
하현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표정은 당당했고 말투는 한껏 상대를 비아냥거리고 있었다.그 순간 전체를 장악할 것 같던 하수진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그녀는 하현의 오른손을 거칠게 툭 쳐내며 한 걸음 물러섰다.“이봐! 이 사람 손을 끊어버려!”“차칵!”하수진의 지근거리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제복 입은 남녀가 냉담한 표정으로 총을 열고 동시에 하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그들이 뿜어내는 살기가 하현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이 순간 하현이 피식하고 조그만 웃음소리만 내어도 그들은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길 참인 것 같았다.하현은 공간을 억누르는 살의를 느끼며 침착한 표정을 핸드폰을 꺼내어 메시지를 보냈다.그런 다음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자신의 오른팔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자, 발포해. 날 없앨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구.”“만약 오늘 당신이 날 없앨 수 없다면 난 당신을 없애버리고 말 거야!”“용전 항도 지부 제 1팀장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용문 대구 지회장의 팔을 끊어낼 수 있는지 잘 봐야겠어.”하현은 사방에서 조여드는 살의를 당당하게 되받아쳤다.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는 신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하지만 때로는 그 신분이 엄청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감히!”하현을 노려보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그녀는 잠시 후 손을 흔들어 총구를 거두게 했다.하현에겐 약간 유감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만약 여기서 감히 하수진이 먼저 선제공격을 한다면 그에게도 큰 싸움을 일으킬 구실이 생기는 셈이었다.하현의 마음을 읽은 듯 하수진은 냉랭하게 입술을 들썩였다.“오빠, 걱정하지 마.”“언젠가 그 팔은 내가 반드시 없애버릴 테니까.”“내가 당신의 죄명을 정한 후에 기꺼이 보여줄게.”“내 죄명을 정한다고? 증거는? 당신들이 어젯밤에 수십 번 반복해서 물어본 질문들에 근거해서?”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이런 허무맹랑한 취조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하수진의 미묘한 표정을 바라보며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자, 쓸데없는 말은 여기서 그만하지.”“감히 날 감금했으니 그 증거나 보여줘 봐!”하수진은 하현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도성 국제공항에서 누군가가 촬영한 거야. 폭탄이 든 선물 상자는 서희진이 미리 준비해 놓은 거야.”“서희진이 폭탄을 터뜨리기 전에 당신이 미리 일어서서 유리를 부수고 몸을 피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어.”“이런 정황으로 볼 때 우리는 당신이 서희진과 함께 폭탄 설치를 모의했다고 의심하고 있어. 이 영상으로 보면 충분히 의심할 만하고 말이야.”“그리고 나중에 도성 경찰서에서 당신을 취조했을 때 최영하가 일부러 당신에게 불리한 이 영상을 삭제한 것도 당신이 이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지.”“모든 사건은 다 하현, 당신 때문이야!”“당신은 이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하수진은 증거를 제시했고 그 후 하현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웠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수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정도 증거로 날 단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수진, 당신 머리에 총 맞았어?”하수진이 말했다.“물론 이걸로는 안 되겠지.”“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 사건의 배후에 미국 최 씨 집안 최규문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그런데 우리가 제일 먼저 최규문을 체포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심문을 했어. 본심을 털어놓는 일종의 최음제도 써 봤어.”“하지만 그 사람과 이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도성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일으킨 건 황금 삼각주 지역의 놈들이었고 그들이 받은 보수는 10억 달러 상당의 칩이었어. 그런데 그 칩에 당신 지문이 있었어.”“이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당신이 미국 최 씨 집안을 죽일 목적으로 이 일을 도모했을 가능성이 가장 커!”“왜냐하면 희망호에서 당신과 최규문이 충돌했기 때문에 당신은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
하현은 냉엄한 표정으로 일관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용전 항도 지부에 오기 전 일찌감치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한 터였다.이제 일의 전말도 대충 알았고 사건의 배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하구천이 있음도 알았다.이렇게 된 마당에 하현이라고 생면부지의 하구천이 목숨을 잃은들 무슨 상관있으랴.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요원들의 안내로 하현은 더 넓은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이곳은 예전의 법정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앞에는 높은 재단이 있었고 양쪽에는 실탄이 장전된 총을 메고 있는 남자들이 제복을 입고 도열해 있었다.홀의 양쪽에는 낡은 구호가 훈장처럼 걸려 있었다.“국가에 충성! 국민에 충성!”“청렴결백한 관청!”“위대한 기사도 정신!”등등...과거의 영욕을 상징하듯 걸려 있는 구호들을 하현은 심드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이 구호들을 참관하러 오거나 공무를 수행하러 온 줄 알 것이다.하현이 구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밖에서는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곧 문이 열리고 냉랭한 표정으로 무장한 용전 사람들이 들어왔다.그리고 그들 뒤편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한 명은 최영하, 또 한 명은 최문성이었다.얼굴빛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최문성의 얼굴엔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었다.잡혀왔을 때 용전 사람들에게 맞은 것이 분명했다.하현의 눈에 그 손자국이 들어온 순간 그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대표님.”홀 안에 있던 하현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던 최문성이 미안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추었다.하현은 잠시 최문성을 바라본 뒤 시선을 하수진에게 옮겼다.“최문성이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어? 왜 최문성을 잡아온 거야?”하수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희망호에 그가 나타났잖아. 그럼 이 일과 아무 상관이 없을 순 없지. 최 씨 남매를 취조하는 건 절차상 엄연히 필요한 일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하현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을 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