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담담하게 육혜경의 시계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주머니, 제 기억이 맞다면 2억짜리 파덱필립은 여태껏 석영 시계를 출시한 적이 없어요.”“아주머니가 2억짜리 파덱필립을 어느 전문점에서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주머니 대신 전화로 신고해 드릴까요?”“전문점에서 가짜 시계를 팔면 벌금을 내야 해요.”“이 시계가 2억짜리면 전문점에서는 20억으로 보상을 해줘야 해요.” 말을 하면서 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숫자 3개를 눌렀다. 육혜경은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왼손의 시계를 가린 뒤 또 제 발이 저려 화를 내며 말했다. “운전기사가 뭘 알아?”“이 시계는 서국에서 사 온 거야!”“너 서국에 가봤어?”“네가 파덱필립 주인이야? 네가 그 집에 석영 시계가 없다고 하면 없게?”“기사 주제에 뻐기긴 뭘 뻐겨?”“네가 우리 집 운전 기사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넌 벌써 쫓겨 났을 거야!”육혜경은 곧 기절할 것 같았다. 이 기사는 어떻게 된 일인가? 지각만 한 게 아니라 감히 말대꾸까지 하고, 자기 얼굴을 때리다니!?희정네 일가는 역시 벼락부자네. 운전기사 하나 고용하는 것도 이렇게 자질이 없다니. 이때 옆에서 육태영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엄마, 운전기사가 뭘 알겠어요?”“뺨 한 대 때려도 감히 반격하지 못할 텐데 무슨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있어요?”“희정 아주머니네가 향산 별장에 사는 지 빨리 보러 가는 게 좋겠어요!”“만약 아니라면 대구 개펄 쪽에 오늘 저녁 무료 뷔페가 있으니 거기로 빨리 가요. 거기서 먹으면 돼요!”말을 하면서 육태영은 경멸하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하현은 운전기사일 뿐 아무 것도 아니었다. 무슨 자격으로 그들 같이 고귀하신 대구 본토인들과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아들의 말을 듣고 육혜경도 대답을 했다. “맞아. 맞아. 희정이네 일가가 정말 대저택에 살지 않는다면 우리 뷔페보다 더 중요하지 않지.”말을
하현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할 수 없이 참아가며 문을 열어 주었다. “아주머니, 타세요!”차 문이 열리자 안에 럭셔리한 안마의자가 보였다. 육혜경과 육태영 두 사람은 마치 늙은이가 대관원에 들어간 것처럼 눈앞이 번쩍 뜨였다. 막 자리에 앉자 마자 찰칵찰칵 사진을 몇 장 찍어 SNS에 올렸다. 가장 관건은 희정의 일가는 세세하게 차단했다는 것이다. 하현은 육태영의 글을 곁눈질로 보며 잠시 말문이 막혔다. “노력을 하면 할수록 행운이 따른다. 생애 첫 도요타 엘파의 가격은 3억.”SNS에 올렸더니 바로 좋아요를 받았다. 곧 인터넷 스타처럼 생긴 한 여자가 육태영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태영 오빠, 오늘 밤 시간 있어요? 저 데리고 해안 도로 드라이브 하러 가 주세요. 저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어요.”육태영은 흥분해서 손 발을 떨며 답을 달았다. “동생, 오빠는 오늘 밤 새로운 별장에 들어가야 돼. 나중에 데리고 놀러 갈게.” 말을 하면서 육태영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희정의 SNS에 몇 장의 사진을 올렸다. 하현은 어이없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순간에도 못 들은 척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방금 은아에게 소개팅 상대를 소개해 줬다고 들었는데, 무슨 방 도련님이라면서요?”“설마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현진은 아니겠죠?”“어? 촌놈이 방 도련님의 이름을 알고 있네?”육혜경은 빈정거리는 얼굴이었다. “알든 모르든 또 무슨 상관이야? 너희들은 하늘과 땅이 다른 것처럼 두 세상 사람들인데 뭐!” “그리고 너는 운전기사 주제에 주인집 일을 그렇게 많이 알아서 뭐 하게?”“설마 두꺼비가 백조 고기를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설은아가 마음에 들어?”여기까지 말하고 육혜경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그와 대화하는 것도 귀찮았다. 하현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들었고 이 이상한 모자와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도 귀찮았다. “기사 양반, 이렇게 운전을
아들이 하현에게 호통치는 것을 듣고 육혜경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맞아. 운전기사 주제에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네가 이 차 주인이야?”“그리고 이 차는 네가 산 것도 아닌데 내 아들보고 운전하라고 하면 또 뭐가 어때서?”“게다가 네가 이렇게 좋은 차를 운전할 수 있는 것도 다 우리 덕분이야!”“안 그랬으면 너 같은 사람은 평생 혼자 자전거를 탈 운명이야!”“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차 세워!”육혜경과 육태영 두 사람은 아주 당당하고 떳떳했다. 자신들이 한 말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하현이 두 사람을 차에서 내리게 하려고 할 때 바로 앞쪽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렸고, 길가의 행인들과 차들은 모두 놀랐다. 하현이 고개를 들자 빨간색 람보르기니가 전복되어 대구 대교 난간에 끼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든지 강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가씨, 아가씨 어떻게 된 거예요!?”“사람 살려! 빨리 구급차를 불러 주세요!”“비켜요. 모두 비켜요!”뒤쪽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황급히 멈춰서더니 집사처럼 보이는 한 영감이 돌진해 들어왔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신고를 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현은 마침 사람들 사이로 그 람보르기니의 엔진에 희미하게 불이 붙은 것을 보았다. 운전석에는 20대 전후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그림 같은 얼굴에 하얀 피부, 초연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마에는 얕은 상처가 나 있었다. 바로 이 상처 때문에 그녀는 빠져 나오지 못하고 혼미한 상태에 빠져있었다.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사람들 중에는 임원들뿐 아니라 두 명의 경호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 무심코 앞으로 기울였다가는 반쯤 부러진 난간으로 버티
하현은 이 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사람들 앞으로 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이 모습을 지켜 보았다. 람보르기니의 엔진은 이미 타기 시작했다. 이 소녀의 집사와 경호원들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은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때 앞으로 나서면 사람을 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기의 목숨도 여기서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잠시 쳐다보더니 이 소녀를 구하려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차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풀고 데리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은 반드시 3초 내에 끝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물에 빠지는 람보르기니에게 끌려 내려 갈 것이다. 조금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람보르기니가 강물에 빠지고 폭발을 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붕______”하현이 앞으로 나서서 사람을 구하려고 할 때 도요타 한 대가 난폭하게 달려 왔다. 그러더니 키 크고 잘 생긴 청년 한 사람이 운전석에서 뛰어내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 보였다. 잠시 후 이 청년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며 말했다. “지금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람보르기니를 강 속에 밀어 넣고 내가 내려가서 구하는 거예요.”“이렇게 하면 30%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예요.”“안 그랬다가 이 람보르기니가 폭발하면 기회가 없어질 거예요!”말을 마치고 이 키 큰 청년은 앞으로 나서서 람보르기니를 강 속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집사로 보이는 이 노인은 이때 앞으로 나서며 안 좋은 기색으로 말했다. “손대지 마! 너 누구야! 어떻게 이런 판단을 쉽게 내릴 수가 있어!”“우리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 질 수 있어?”이때 조수석에서 모피를 걸친 몸매가 핫한 여자가 뛰어 내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 분은 대구 안전 관리 전문가 주이명 선생님이야. 주 선생님이 전에 미국 소방대에서 근무하다가 국내로 돌아온 후 혼자서 민간 안전 관리 회사를 설립했어!”“대구 소방대나 대형 상장기업들
이 생각에 미치자 주이명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잠시 궁리를 하고 나서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 집사님, 눈앞에 이 상황을 똑똑히 보셨을 겁니다.”“제가 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차를 강물에 빠뜨려 폭발을 막는 것뿐입니다.”“하지만 이 방안 역시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운이 나쁘면 차가 강물에 빠지는 순간 폭발하거나 엄청난 수압에 부딪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니 사람을 살릴지 말지는 집사님이 결정하세요!”주이명은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 기회를 봐가면서 일을 진행해 나갔다. 방 집사에게 책임을 떠 넘긴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의 계획에 따라 사람을 살리면 자연히 그의 공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하면 이건 다 방씨 관리 집사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하현은 이 소녀가 방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을 듣고 자기와 방현진의 관계를 떠올리며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주이명이 하는 말을 듣고 그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는 주이명의 계획대로 움직였다간 이 소녀의 생존 확률은 30%는커녕 10%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이명은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방 집사는 쩔쩔매며 눈앞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냉정을 되찾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 선생님, 선생님은 이 방면의 전문가시니 저는 선생님을 믿습니다.”“만에 하나 정말 사고가 나더라도 아무도 선생님께 책임을 묻지 않을 겁니다.”방 집사의 말을 듣고 주이명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양복을 벗어 던지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섰다. 그는 걸어가면서 말했다. “방 집사님 안심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방 아가씨를 구하겠습니다!”“제 커리어를 걸고 말씀 드려요!”말을 마치고 주이명은 람보르기니에 발을 디딜 준비를 했다. “멈춰!”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가 발로 걷어차면 이 엄청난 엔진이 더 빨리 폭발할 가
하현은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슨 전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렇게 하면 얼마나 위험해 지는지 모르겠어?”“지금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빨리 차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풀어 방 아가씨를 데리고 나오는 거야!”“3초안에 움직여야 해!”“실패하면 당사자와 같이 물에 빠질 거야!”“이렇게 하면 성공할 확률이 50%정도 될 거야!”“만약 당신이 전문가라면 분명 이렇게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건 알아 챌 수 있었을 거야.”“유일한 방법이라고?”주이명도 하현이 말한 방법이 실행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군자는 위험한 벽 앞에 서지 않는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구하다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주이명이 어떻게 그 방안대로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보기에 당신이 말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같이 죽는 것 말고는 전혀 실행 가능성이 없어 보여!”“3초 안에 차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풀로 사람을 데리고 나오라고?”“누가 할 수 있겠어?”“할 수 있다고 해도 방 아가씨가 운전석에 끼어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어?”“걸려 있다고 하면 아가씨를 꺼내는 건 1,2초 안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게다가 이렇게 하는 도중에 차가 폭발할 가능성도 커!”“인마, 알면서 모르는 척 하지마.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데 시간 끌게 하지 말라고!”“너 내가 너 같은 사람의 마음을 모를 줄 알아?”“너 방 아가씨의 신분을 듣고 대중들의 환심을 사려고 그러는 거지? 방씨 집안에게 호감을 얻고싶어서!”“너 내 말 잘 들어. 나 주이명은 너 같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품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방 아가씨의 생사야 말로 가장 중요한 거니까!”“네가 계속 재잘대다가 사람 구하는 일이 지체가 되면 이 일은 네가 책임 져야 돼!”말을 마치고 주이명은 방 집사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방 집사님, 죄송하지만 사람을 데리고 가서 진
더군다나 하현을 그 자리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도박꾼으로 만들어버렸다!이런 사람이 방가 아가씨의 목숨까지 가져가려고 하다니 이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많은 아리따운 여사들도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멸시하고 무시하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사기꾼도 안전 관리 전문가와 경쟁을 하려고 하다니 너무 자기 분수를 모른다. “하지만 설령 그의 방안대로 한다고 해도 맨손으로 밀어낼 수는 없어요. 사람 몸에는 정전기가 있기 때문에 맨손으로 했다간 차 뒤쪽에 있는 연료 탱크에 불을 붙이게 될 거예요……”하현이 세심하게 한 마디 일깨워 주었다. 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 관리 집사는 차갑게 말했다. “이봐,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다시 한번 우리가 사람 구하는 거 방해해놓고 우리보고 무례하다고 뭐라 하지마!”말을 하면서 경호원 두 명이 하현이 있는 곳을 노려보며 다가왔다. 만약 하현이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면 그들은 손을 쓸 태세였다. 이 모습을 보고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 일들은 인연이 중요하다. 그는 정말 진심으로 사람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가 사람들이 그를 믿지 않으니 그가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일이 이렇게 되자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소녀는 아마……“됐어요. 알아서 해요. 잘 되길 바라요.”사람들이 구하지 말라고 하니 하현도 억지로 할 수가 없어 발길을 돌리고 떠났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배우지를 못해서 잘난 척만 한다니까!”“함부로 뻐길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걸 설마 잘 모르는 건가?”“보기에는 좋아도, 조금도 현실적이지 않아!”구경꾼들은 모두 욕설을 퍼부었다. 하현처럼 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강물에 빠뜨려야 한다. 주이명은 비웃으며 앞으로 나와 오른손으로 람보르기니의 차체를 뒤로 눌렀다……“쾅______”그가 손바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떠들썩해졌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지금 상황은 아주 긴급했다. 거의 1분 1초마다 방 아가씨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지금 정신을 차린 방 아가씨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얼른 방법을 찾아!”방 관리 집사는 주이명의 목을 조르며 고함을 질렀다. 주이명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구할 수 없어요. 이런 상황에선 정말 구할 수 없어요!”“소방대원을 불러! 빨리, 빨리 불러와!”“안 그러면 큰일 나. 사람이 죽는다고!”주이명은 눈앞이 캄캄하다고 느꼈다. 비록 방금 방 집사가 보증을 서긴 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책임을 떠넘길 여지가 있었다. 문제는 그가 예상했던 대로 일이 전혀 진행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경 방씨 가문은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다. 그랬기에 가문에는 대단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많았다. 전문가를 찾아 현장 상황을 살펴보기만 해도 그가 방금 한 행동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해도 여론 때문에 방가는 그를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10대 최고 가문이 그를 가지고 놀다 죽이려고 하면 수단은 너무 많을 것이다. “이 봐, 대구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하 전체에서 당신만큼 뛰어난 안전 관리 전문가가 없다며?”“지금 우리보고 소방대원을 부르라니, 왜 진작부터 그러지 않았어!”방 집사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이명을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는 경호원을 향해 고함을 치며 말했다. “빨리 소방대원을 찾아와!”“빨리!”“집사님, 요즘은 소방대원이 오는 데 최소한 5분은 걸려요. 거기다 지금 차가 많이 막혀서 오다 보면 다 끝나버릴 수 있어요.” 구경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방금 그 젊은이는 주이명 이 사기꾼의 허점을 알아봤으니 어쩌면 그가 구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그를 찾아야 해요!”“그런 꼴로 어떻게 사람을 구할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