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확실하지.”임정민은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정세민은 헛웃음을 지었다.“천명진 감독을 때려서 이렇게 만든 건 상 선생님에게 큰 손실을 입힌 거야. 더구나 간 세자의 요패를 부러뜨리다니……”“임정민, 네 이름으로 그를 지키기에는 부족할 거 같아!”“그럼 나 임복원을 더하면 충분할 거 같아?”바로 이때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임복원이 비서와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임복원!?임복원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때 정세민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 상동수와 사람들은 옆에서 안색이 달라지고 또 달라졌다. 임정민과 마주했을 때 정세민은 여전히 건방지게 굴며 몇 마디를 더 했었다. 그런데 직속상관을 마주하자 정세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때 임복원은 정세민에게 다가와 담담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하 형제는 나 임복원의 귀한 손님이자 나 임복원의 은인이야!”“하지만 나는 법을 중시하는 사람이야. 네가 하 형제가 법을 어겼다는 증거를 제사할 수 있다면 나는 할 말이 없어!” “근데 만약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제멋대로 사람을 데려가려고 한다면”“너 나한테 해명을 해야 할 거야.”“나는 오늘 그를 지킬 거야. 정 부서장도 동의하는지 모르겠네?”임복원이 ‘부서장’이라는 세 글자를 이를 악물고 무겁게 말하자 정세민은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지금 대구 경찰서에는 잠시 머리가 없었고, 그녀는 머리가 될 수 있는 가장 기회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임복원에게 미움을 샀으니 이 자리는 그녀와는 반푼어치도 관계가 없을 것이다. 정세민이 득과 실을 따지고 있을 때 임복원이 벌써 차갑게 말했다.“증거는? 증거가 어디 있냐고 묻잖아!”“없어요. 증거는 없지만 피해자는 있습니다……”정세민은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미 간석준의 편에 섰고 이때도 임복원의 허벅지를 다시 끌어안을 여유가 없었다. 동시에 그녀의 마음 속은 후회로 가득 찼다. 임정민이
“정 서장?”임복원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예전에도 서장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서장이 될 기회가 없을 거야.”“이제부터는 부서장도 아니야.”악행을 일삼는 정세민을 제거하는 것은 임복원의 말 한 마디면 될 일이었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방금 입을 연 여자 연예인은 인정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정 서장님은 대구 경찰서의 부서장일 뿐 아니라!”“관건은 대구 정가 사람이라는 거야!”“당신이 정 서장님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입을 연 여자 연예인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스타로 연예계에서 신분과 지위가 천명진과 거의 비슷했다. 자신의 우상인 정세민이 다른 사람에게 얻어맞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직위를 박탈하겠다고 큰소리 치는 것을 보고 이 여자 연예인은 마음이 언짢았다.임복원은 비서가 건넨 손수건을 받아 들고 손가락을 천천히 닦으며 동시에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정세민에게 물어봐. 대구 정가가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지 없는지!”“입 닥쳐!”이때 정세민은 벌써 일어서서 손등으로 입을 연 여자 연예인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너 같은 광대 하나가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거야?”이 여자 연예인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정세민이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과 정세민의 신분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세민이 정말 앞에 있는 이 사람에게 미움을 살 수 없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더욱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 이때 그녀는 정세민에게 감히 대들 수 없고 임복원에게도 대들 수 없어 하현을 매섭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 그녀가 이런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은 전부 이 하현이라는 놈 때문이었다. 하현 이 놈이 순순히 무릎을 꿇어서 일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지 않았다면 그녀가 어찌 정세민에게 뺨을 맞을 수 있었겠는가?하현
임복원의 말을 들은 정세민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임복원이 이 정도까지 말을 했으니 그녀의 앞날과 부귀는 모두 끝장이라는 것을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씨 가문은 이때 그녀를 위해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원래 정가 방계이지 직계는 결코 아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정세민은 하늘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상동수를 노려보았고 그를 현장에서 목 졸라 죽이고만 싶었다. 어쨌든 오늘은 상동수가 자신을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어찌 오늘 같은 일을 만났겠는가?천명진은 이때 얼굴을 가린 채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정세민마저 해고를 당했으니 그와 같이 작은 감독은 뭐가 되겠는가?이때 유독 상동수만이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오늘 일이 그와 간석준에게 적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아마 그는 대구 정가에 해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간석준도 그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문 밖으로 쓸어낼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상동수는 체면 가리지 않고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임 공!”“오늘 모든 일은 다 저희들 잘못입니다. 저희가 눈이 멀어 하 도련님께 미움을 샀습니다!”“천명진의 잘못은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 우리 루나 시네마 그룹의 자업자득입니다.”“간 세자의 요패는 제가 실수로 깨뜨린 겁니다!”이 말들을 하면서 상동수의 안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 그는 일이 계속 악화되지 않도록 이 일들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는 설 아가씨께 2백억을 배상할 용의가 있습니다!”“천 감독은 설 아가씨 병실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저도 앞으로 몇 년의 신년 영화에서 설 아가씨에게 주인공 배역을 주겠습니다!”“임 공과 하 도련님께서 간 세자의 체면을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대인께서는 마음이 넓으시니 우리 서로 한발씩 물러
“결과!?”임복원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그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 번 봐야겠네.”말을 마친 후 그는 임정민을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임정민, 소남 임씨 가문의 모든 상급 회사와 그룹에게 루나 시네마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라고 해.”“대외적으로는 정세민이 법을 무시하니 나 임복원과 사이가 틀어졌다고 공포하고.” “그들과 왕래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 임복원과 반대편에 선 적수가 될 거야!”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누구에게 더 피해가 크게 일어날지"“네!” 임정민은 재빨리 대답한 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임정민이 전화를 걸자 정세민과 상동수 등 사람들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그들이 오늘 철판을 걷어찼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임복원은 하현에게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그를 응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되면 그들 배후에 간석준과 대구 정가가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씨, 대구의 거물이 너 때문에 싸우고 있는 걸 눈 뜨고 빤히 보고만 있을 거야?”“너 같은 작은 인물이 이런 일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너 그만 두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싼 값으로 충분히 댓가를 얻었잖아. 그만하면 됐잖아. 끝까지 가보려고 그러는 거야?”“너는 너를 누구라고 생각해?”“네가 자격이 있어?”바로 이때 방금 뺨을 한 대 맞았던 여자 연예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원한이 깃들어 있었고 하현의 악랄한 입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이 바로 이 일의 장본인인데 뜻밖에도 거둬들일 줄을 모르다니?정말 죽고 사는 것을 모르는 구나. 그녀가 보기에 하현 이 촌놈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경비원일 뿐이었다. 경비원으로 귀하신 분에게 빌붙더니 자기가 봉황이 된 줄 아는 건가?감히 그녀와 상동수 앞에서 뻐기다니?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상동수는 이때도 이 여자 연예인
상동수, 천명진 감독과 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로 하나같이 비웃는 기색이었다. 하현이 허풍을 떨더니 자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보군. 경비원이 루나 시네마 그룹을 움직이려고 하다니?머리가 이상해졌나?그의 가장 큰 빽은 임복원 아니었나?이분이 뒷받침해주지 않았다면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임복원과 임정민 두 사람만이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부녀 두 사람은 하현의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현은 여태껏 그의 발톱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오늘 이때를 틈타 하현의 진정한 실력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대답하지 않고 담담한 기색으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루나 시네마를 눌러버려.”“지금부터 루나 시네마의 주가를 폭락시켜.”“그들의 신뢰도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려.”“그들 아래 있던 모든 연예인들과 배우들이 길 건너는 생쥐로 변했으니 때려 잡아.”“이 세 마디를 마친 후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람들은 이제서야 반응을 보였고, 다들 하현을 볼 때 어안이 벙벙해져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이것은 전면전이었다! 게다가 임복원보다 더 악랄했다. 그 여자 연예인들은 정신이 돌아왔지만 곧 하나같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전화 한 통으로 루나 시네마 그룹을 제압하겠다고?이 녀석은 자기가 세계 최고 부자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대하 최고 부자라고 생각하는 건가?임복원의 지지와 개입이 없이 연예계에서 뿌리가 깊은 루나 시네마에 손을 대려고 하다니?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웃기네.”상동수는 하현이 전화한 것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고 가볍게 웃었다. 전화 한 통으로 루나 시네마 그룹을 뭉개려고?무슨 웃기는 소리야! 임복원이라면 혹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털도 다 자라지 않은 녀석이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는가? 방금 전 그 모든 일은 아무리 봐도 허세를
뭐!?이 말들을 듣고 상동수는 흠칫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볼 때 눈꺼풀이 미친 듯이 펄쩍펄쩍 뛰었다. 하현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루나 시네마를…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로 이렇게 빠르게 무너뜨리다니.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인가?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삐걱______”잠시 후 누군가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앞장선 형사는 그 곳에 있던 정세민은 무시하고 상동수에게 곧장 다가갔다. “상 선생, 방금 18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동시에 우리에게 신고를 했습니다. 당신이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굴었다고 하더라고요!”“수사에 협조해 주세요!”“참, 그들이 옷가지를 포함에 영상 등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시했습니다.”“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셨습니다.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우리와 함께 가셔야겠습니다. 만약 이 일이 확실하게 설명되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선두에 선 형사의 손에 들린 명령문을 보며 상동수는 온몸을 떨었고 손에 들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탁’하고 내던졌다. 여럿이 우르르 몰려와 상동수를 체포했다. “상 선생, 이 세상에서는 항상 좋은 일만 있지도, 나쁜 일만 있지도 않아. 선한 사람은 보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은 감옥에 가둬야 해!”하현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뻗어 상동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해. 이제 나는 너의 가장 큰 빽 간석준을 찾아가서 놀거야.”“나를 믿어. 그는 너를 구할 시간이 없을 거야.” 말을 마치고 하현은 그 여자 연예인들의 뺨을 한 대씩 때리고 천명진을 발로 걷어 차 병실에서 쫓아냈다. 임복원과 사람들은 실감이 안 나는 듯 담담한 기색이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야 임복원은 하현 앞으로 다가가 한숨을 내
간석준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사람으로 여섯 세자 중 가장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가 바둑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거문고를 치고, 무술을 연마할 때는 아무도 감히 그를 방해하지 못했다. 지금 그가 바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가 계속 울린다는 것은 큰 일이 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간석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말해.”그의 언짢은 말투에 전화 맞은 편의 비서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세자님, 정 서장과 상동수에게 일이 생겼습니다!”“그들이 하현을 괴롭히러 병원에 갔을 때 마침 그 자리에서 임복원과 임정민 부녀를 만났습니다.” “결국 정 서장은 그 자리에서 감투가 벗겨졌고 상 선생은 다시 들어갔습니다.”“이 외에 루나 시네마도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을 맞았습니다. 상대방이 손을 떼지 않으면 아마 파산할지도 모릅니다.”“또 제가 이번에 특별히 회색지대의 소식통을 찾아 하현의 내력을 알아보았는데요.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는 남원에서 왔는데, 남원에 있을 때 신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 세자입니다!”“강남 하 세자!”이 몇 글자를 입 밖으로 내 뱉을 때 이 비서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그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강남 하 세자라는 이 몇 글자로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세자라고 불리는 사람이 어디 그렇게 단순한 물건이겠는가? 강남에는 하 세자 딱 한 사람 뿐이었다. 이미 이것으로도 그의 신분과 지위를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이었구나? 나는 무슨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인물인 줄 알았네.”“그렇다면 상동수는 그에게 못 당하지. 그럴 만도 하네.”간석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근데 그게 또 뭐 어때서?”“하 세자가 강남의 유일한 최고 가문인 하씨 가문을 혼자 힘으로 무너뜨렸다는 말을 나도 들어 본 적 있어.”“하지만 하씨
“이 새끼!”“감히 대구 센터에 무단침입을 하다니!”“너 죽고 싶구나!”이때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몰려와 손에 든 화기들의 안전장치를 모두 열고 하현을 향해 겨누었다. 뒤편 통로에서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 경호원들은 비록 흉악해 보였지만 하현을 쳐다볼 때 두려움이 가득했다. 분명 오는 길에 하현이 이 경호원들에게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 이 경호원들은 무시한 채 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둑판 앞으로 다가갔고, 그는 흥미롭게 흰 돌을 하나 주워 들었다. 돌을 내려놓자 검은 돌의 길이 모두 막혀버렸다. 그리고 난 후 하현은 또 흰 돌을 손에 쥐고 담담하게 말했다. “간석준. 간 세자는 한 세대의 효웅으로 무대 뒤에서 바둑을 두는 사람으로 실력이 비할 데가 없다고 세상에 소문이 자자 하던데.” “오늘 보니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구나.”간석준은 잠시 경호원들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으며 말했다. “하현? 하 세자?”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나 같은 하찮은 사람이 간 세자의 눈에 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간 세자가 나를 한 눈에 알아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무서워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간석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랑곳 하지 않고 앉아서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하현에게 차를 한 잔 타주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 세자, 겸손하네.”“강남 3분의 1의 땅을 빈틈없이 운영하는 사람이 어찌 보잘것없는 간석준을 무서워할 수 있겠어?”“근데 하 세자가 강남에서는 진정한 용이지만 지금 수심이 깊은 대구에 와서 굴복을 할지 모르겠네?”“굴복하지 않을 거라면 내가 하 세자에게 조언 한 마디 할게.”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고 한쪽에서 가볍게 웃었다. “간 세자가 무슨 가르침을 주려는 지 모르겠네?”“배상하고,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면 굴복하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
강우금의 말을 듣고 갑자기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주변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하현에게 눈을 힐끔거렸다.남자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 부양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잣집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니?!정말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야!“강우금?”황보정은 순간 누군가가 하현을 조롱하는 소리를 듣고 낯빛을 흐리며 말했다.“우리는 여기 옷을 사러 온 것이지 당신의 비아냥 따위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당장 당신 회사에 불만을 제기할 거예요!”황보정에게 있어 자신이 모욕당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이 모욕당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강우금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들썩였다.“황보정,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내가 금정 쇼핑몰에서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점장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요?”“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 것 같아요?”“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이런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흥! 당신이 어떻게 불만을 제기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게요!”“난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아마 당신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나한테 불만을 제기하기는커녕 잘했다고 상이라도 줄 거예요!”“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집복당은 이제 한물간 거 아니에요? 내 앞에서 이럴 자격이나 돼요?”“이 옷, 정말 살 수 있어요?”이를 듣던 몇몇 손님들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황보정 일행을 쳐다보았다.그녀들은 하현이 여자한테 빌붙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몰락해 가는 집안의 여자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오늘 그의 작전은 십중팔구 실패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강우금 같은 여자와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며 기분 상하기 싫어서 황보정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을 집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옷으로 합시다. 다른 건 나중에 사죠.”강우금은 하현의 손에
”손님,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됩니다. 이 옷은 너무 비싸서 더러워지면 팔 수가 없거든요!”황보정이 옷을 꺼내 보려고 손을 뻗었을 때 점장으로 보이는 거만한 여자가 하이힐을 앞세우며 다가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황보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저 옷 사고 싶은데 좀 꺼내 봐 주세요.”“꺼내 봐 달라고요?”점장은 황보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깨끗하게 세탁한 셔츠에 눈길을 모으며 말했다.“정말 살 수 있어요? 꺼내 봐 달라고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우리 황보정이 집복당 손녀인 걸 몰라요?!”황보정 곁에서 가방을 들고 있던 나박하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버럭 했다.“집복당 손녀?”점장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던가!비록 집복당 명성이 예전만 못했지만 점장은 함부로 황보정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점장의 목소리를 듣고 하현은 약간 귀에 익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진홍민의 절친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예전에 진홍헌이 대대적으로 고백했을 때도 이 여자는 현장에 있었다.하현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가슴에 ‘강우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을 눈치채고 하현도 더는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싫어 아예 입을 다물었다.“손님, 어떤 색이 마음에 드시는데요?”“우리 매장에는 다양한 색상들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어요.”강우금은 미소를 지으며 한껏 판매에 열을 올렸다.황보정은 강우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하현, 여기 와서 좀 봐줘요. 어떤 색이 더 예쁜지.”“예?”“하현?!”강우금은 그제야 하현을 알아보았고 처음에는 살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냉소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비록 그날 하현이 진홍헌의 청혼식에서 크게 한판 벌였지만 나중에
황보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앞에 놓인 다과를 말끔하게 먹은 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으니 나중에 쇼핑몰에 가서 옷이나 몇 벌 사자고!”“앞으로 내 대변인이 될 사람이니 말끔하게 보여야지.”“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는 대단히 수준 높은 프로젝트거든. 당신이 앞으로 접촉할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하니까 절대 무시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하현은 오늘의 이 결정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내린 것이 아니었다.현재 임단은 이미 금정 화원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 인수 일을 착수했다.비록 세간에서는 임단이 머리가 나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하현은 금정 화원의 유적지가 발굴되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이러한 전제하에 황보정이 자신의 대변인이 되어 일하겠다는데 멋진 옷 몇 벌 사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보정이 비록 풍수사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방값이 꽤나 비쌌고 수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이전에 저축해 두었던 돈은 의사를 구하는 데 거의 써 버렸기 때문에 정말로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황보정은 한참 예쁘게 꾸밀 나이였지만 제대로 된 번듯한 옷도 몇 벌 없었다.하현은 이 기회를 빌어 황보정에게 옷도 몇 벌 장만해 주고 살아갈 발판도 마련해 주고 싶었다.황보정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아직 입을 만한 옷이 있어요. 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왜? 안 사게?”옆에 있던 나박하는 차를 마시며 껄껄 웃었다.“하현이 옷을 사 준다고 하잖아!”“우리가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하현의 체면이 깎여!”“이제 하현은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로 불리게 되었어!”“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너무 허름하게 입으면 손님들이 우리 대사님의 실력을 의심할 거야!”“그러니 사양하지 마. 잠시 후에 우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방을 나섰다.설은아의 방문을 지나칠 때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두 사람이 또다시 다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거실에 와 보니 최희정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하현이 지나가자 그녀는 눈을 흘기며 슬쩍 곁눈질할 뿐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미간에는 그를 향한 마뜩잖은 기색이 가득했다.최희정은 어젯밤 설은아와 하현의 말다툼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의 뻔뻔함과 노여움을 눈빛으로 드러낸 것이다.하현도 최희정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문을 나서려는 순간 최희정이 우다금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소리를 들었다.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최희정이 우다금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지난번 저지른 일로 우다금은 따끔하게 혼이 나야 했었다.하지만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서 하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차를 타고 집복당으로 갔다.“하현, 아침은 먹었어요?”집복당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황보정이 나와 있었다.그녀의 눈은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고 이제는 집복당 일을 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황보정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다과를 좀 만들었는데 한번 먹어 볼래요?”황보정은 오늘 짧은 잔꽃 무늬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고운 자태였고 걸을 때 슬쩍슬쩍 보이는 하얀 다리는 눈부시게 빛났다.특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하현은 싱그러운 젊은의 기운을 물씬 느꼈다.아찔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가 말했다.“그럼 감사히 먹어 볼게.”“감사할 사람은 나예요. 내 눈을 낫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몸도 정상으로 돌려놓았잖아요!”황보정은 동작이 재빨랐다.“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내가 남들 관상을 봐주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세요. 내가 박명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상을 계속 봐준다면 결국 내가 천기를 누설할 거라고 하셨어요.”“이번엔 다행히 당신을 만나서 살았지만 다
”풍수?”“하 대사?”“풍수관?”설은아는 명함을 움켜쥐고 노기 어린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제대로 된 일을 하지는 않고 강호의 사기꾼이 되겠다는 거야?”“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풍수지리술을 안다는 걸 어떻게 몰랐을까?”“풍수를 보는 일이 얼마나 진지하고 엄숙한 일인지 알아?”“몇 마디 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야!”“자칫 잘못하다간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기도 하는 거야! 알기나 해?”하현의 명함에 적힌 직함을 보면서 설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집복당, 아홉 대째 내려오는 대단한 실력, 주역 대사...하현은 자신의 본업에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남원이나, 무성, 대구에서는 하현이 정말로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금정에 와서 하현과 간민효가 친밀하게 지내더니 지금 눈앞에 내놓은 명함이라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전에 하현이 보여준 모든 것은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지난 모든 것은 하현이 설 씨 가문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허상 같은 것이었다!그리고 이 허상을 만든 장본인은 하현이 밖에서 만나고 있는 간민효임이 틀림없다!금정 간 씨 가문의 간민효는 이 모든 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여자이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이 그것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들이다!분노한 설은아를 보며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우선,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볼 필요가 없어.”“난 당신한테 말할 수 있어. 나와 간민효는 금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과거의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어.”“둘째, 그녀와 난 그저 평범한 친구일 뿐이야. 당신한테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함께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어.”“셋째, 내가 풍수관을 연 것은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야. 내가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다는 걸 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간민효랑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설은아의 두 눈에 찬서리가 내려앉았다.“그럼 내가 김탁우랑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설은아의 말을 듣자마자 하현이 되받아쳤다.“뭐가 달라?”설은아도 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긴장감을 올렸다.“김탁우가 이 사진을 주었을 때 우리 부부간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며 약간 망설였었어.”“하지만 지금 보니 이 사진들이 아니었어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훼손될 감정도 없는 것 같아!”“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내 차는 정비한다고 당신 비서 이시운이 가져갔어.”“그래서 일이 끝난 후 김탁우가 마침 가는 길에 날 데려다준 것뿐이야!”“나와 그 사람은 결백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구와는 정말 다르지!”하현은 설은아의 말에 다소 화가 치밀어 올라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믿어. 하지만 김탁우는 믿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김탁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설은아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내가 이 사진들을 당신 앞에 내놓은 것은 적어도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래서였어!”“앞으로 이 들개 같은 여자랑 엮이지 말라고 말이야!”“하지만 당신은 결국 나의 호의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고 이런 무의미한 질투까지 하고 있어!”“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재혼에 대해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조건을 내걸었잖아?”“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어...”“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