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유아는 어리둥절해서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동 선생님, 저는 아무 것도 안 했어요!”“방금 막이 떨어졌을 때 저는 전혀 반응을 하지 못했고 그저 놀랐을 뿐이에요!”“저도 피해자예요. 더구나 제가 다치지 않으려고 이수연씨를 밀다니요.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억울하게 누명 씌우지 마세요!”동문성은 차갑게 말했다. “억울? 너 내가 천 감독의 말을 믿을 거 같아? 아니면 이름 없는 계집애 말을 믿을 거 같아?”“네가 이수연을 밀지 않았다고 쳐도 왜 그녀를 막아주지 않은 거야?”“그녀는 여자 넘버 원이야. 너는 조연이니 그녀를 보호해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네가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너는 방해꾼이야!” “이번 일은 나한테 반드시 해명해야 해!”설유아는 분개하며 웃었다. “동 선생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이수연씨를 밀지 않았어요!”“그녀를 보호하다니요? 저는 이수연씨의 경호원이 아니에요. 저도 약한 여자일 뿐인데 제가 누굴 보호해요?”“설마 제가 그냥 서서 막이 저를 부숴 죽이도록 내버려 뒀어야 했다는 말씀이세요?”“이수연씨의 일은 저도 너무 슬퍼요. 하지만 이것과 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동 선생님, 아무리 슬프고 기분이 나쁘더라도 우리는 이치를 따져봐야죠. 저에게 책임을 떠넘기시면 안돼요.”설유아는 이치를 따져보려고 했다. 설유아 같은 어린 계집애가 감히 자신에게 말대꾸하는 모습을 보고 동문성은 화가 났다. “그래. 너는 가만히 서서 막을 막았어야 했어! 막에 맞아 죽었어야지!”“네가 그렇기 하지 않은 게 네 잘못이야!”“내 아내는 네가 죽인 거야!”“너 같은 천한 목숨이 어디 내 아내와 비길 자격이 있겠어?”“내 아내를 대신해 화를 막을 수 있는 건 네 평생 복이야!”“귀하고 천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오늘 어르신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점을 알게 해주지.” 말을 마치고 동문성은 ‘퍽’하고 설유아의 뺨을 때렸다. “어린 것이 버
설유아는 마침내 왜 동문성이 갑자기 찾아왔는지 알게 되었다. 이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는 두 가지 다 들어 드릴 수 없어요.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니까요!”“퍽______”동문성은 또 뺨을 한 대 때렸다. “내가 너랑 관련이 있다고 하면 너는 관련이 있는 거야!”“너는 광대일 뿐이야. 감히 나한테 이치를 따지다니!?”동문성은 냉소를 연발했다. 그는 대구 부동산 재벌 중 한 사람이었고 몇 천억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종씨 집안 사람과 친해서 어느 연예계 배우와 자고 싶든지 잘 수 있었다.지금 어느 용감한 사람이 감히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 “그래. 네가 고르기 싫다고 하니 그럼 내가 네 대신 골라 줄게!”동문성은 설유아의 머리를 잡고 방 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네가 먼저 내 시중을 들게 한 다음 내 아내 앞에 가서 사과하게 할 거야!”설유아가 어떻게 승낙할 수 있겠는가? 이때 끊임없이 몸부림을 쳤다. “신고할 거야!”“나는 세상에 정의가 있다고 믿어!”“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든 해봐!”설유아는 배불뚝이 동문성을 밀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반드시 널 신고할 거야!”몇몇 자매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유아야, 신고하지 마! 빨리 가!”“그의 손에 넘어가면 너는 끝이야!”다들 이 동문성이 설유아의 미모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때 계속 그에게 죽기 살기로 대들고 있으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도망치는 것이다. 다른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겠다. “가?”“어르신이 못가게 할 건데 네가 가겠다고?”동문성은 앞으로 나와 발버둥치는 설유아를 걷어차 넘어뜨렸다. “이 년아, 너는 광대일 뿐이야. 어르신이 너랑 자고 싶어 하는 건 네 영광이야!”“네 부모님이 안 가르쳐 주셨어?”“광대로 나서면 천 명 만 명이 올라 탈 거야!”
“그렇지 않아요!”“이수연은 분명 자신이 재수가 없었던 거예요!”“천 감독님이 누명을 씌며 모함을 했고 동 사장님은 이치를 따지지 않고 설유아에게 화풀이를 한 거예요!”“그리고 그 동 사장님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한 자매가 참지 못하고 이때 재빨리 하현에게 이야기를 했다. 동시에 동문성이 설유아랑 자려고 했다고 일렀다. 만약 설유아의 성격이 강직하지 않았다면 아마 결말은 더욱 비참했을 것이다. 하현은 처음에는 화가 정말 많이 났지만 냉정을 되찾았다. 그는 이미 이 일이 설유아를 겨냥해 준비된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이수연의 부상과 동문성이 포악하게 구는 것도 이 일을 구상한 사람의 계산속에 있었을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동문성 등 사람들의 행위는 반드시 징벌을 받아야 한다. 하현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는데 한 직원이 입을 연 자매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더러운 광대야, 네가 감히 동 사장님과 천 감독님을 비난하는 거야!?”“믿거나 말거나 내가 두 사람에게 말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죽지는 않더라도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그 직원은 자매를 쳐다보면서 그녀는 죽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설마 설유아의 교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가?그 자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고 자기도 모르게 무서워 하현 뒤로 숨었다. “걱정하지 마.”하현은 여자 아이 몇 명을 자기 뒤에 두고 지켜주었다. “그들은 너를 괴롭힐 수 없어.”“그리고 앞으로 대구 연예계 일은 내가 도맡아 할 거야!”직원들은 냉소하며 말했다. “어? 촌놈 주제에 나이도 많지 않은 것이 미친 소리를 하네?”“연예계 일을 네가 다 도맡아 할 거라고?”“네가 뭔데?”그녀는 손에 든 아이폰으로 하현을 가리켰다. “내가 한 마디 충고하겠는데 빨리 이 망할 년을 깨워서 비밀번호를 알려줘!”하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손에 있는 핸드
차 문이 열리자 제복 입은 형사 십여 명이 내렸다. 경비원 몇 명이 막 막아 서려고 했지만 앞에 서 있던 형사에게 걷어 차였다. 십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의무실로 직접 들어왔다. 선두에 선 형사가 하현을 향해 깍듯이 경례하며 말했다. “하 도련님, 저는 대구 경찰서 루나 지구 파견 대장 임결입니다. 방금 임 아가씨께서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지시하실 것이 있으시면 분부해주세요!”“저희는 반드시 법을 따라 처리할 겁니다!”이렇게 많은 장비를 갖춘 형사들이 나타난 것을 보고 방금까지 오만하게 굴던 그 직원의 뻔뻔함은 사라졌다. 그녀는 하현이 전화 한 통으로 루나 지구 경찰 대장을 불러들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유아의 아이폰과 에르메스 가방, 까르띠에 시계, 반지, 현금까지 빼앗겼어.”하현은 몇몇 자매들에게 잃어버린 물건과 그 물건들을 가지고 간 사람들에 대해 진작에 자세히 물어 보았다. “물건 좀 찾아줘.”“물건을 가져간 사람은 직접 법에 따라 처리해.”말을 하면서 하현은 방금 그 날뛰던 직원들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핸드폰을 가지고 간 사람이야.” 직원은 눈꺼풀이 펄쩍 뛰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저는 없어요! 저 아니에요! 동문성 사장이 저한테 준 거예요!”“당신들이 감히 동 사장님을 건드리다니, 이건 죽으려는 거예요!”임결은 명단을 받아 든 뒤 손등으로 그 직원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린 뒤 차갑게 말했다. “고문해!”직원은 얼굴을 감싸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뺏은 게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 잘못이에요!”하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이 사건 뒤에 다른 원인이 있었지만 주인을 도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여전히 용서 받을 수 없었다. 임결은 고문 당하는 것을 본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 “팀에서 차 몇 대, 사람 몇 명을 더 데려오고 이 사람들을 체포해. 돌아가서 확실하게 심문해!”“직장과 가족들에게 알려!”
천명진은 지금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감독일 뿐 아니라 항성 사람이고 대하에서 약간의 특권이 있었고 경찰서 사람들도 감히 그에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작은 물고기들과 새우를 마주했을 때 그는 자신이 마음대로 진압할 수 있다고 믿었다. “네가 감독이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맞아, 내가 바로 감독이야. 넌 누구야? 넌……”“퍽______”천명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앞으로 나가 바로 뺨을 한 대 때렸다. 간단하게 뺨 한 대 때렸을 뿐인데 천명진의 얼굴은 부어 올랐고 일그러졌다. 그는 ‘으악’하고 비명을 질렀고 약간 어리둥절해 하더니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망할 놈!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너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것 같네!”그의 뒤를 따르던 몇몇 남녀들도 분노가 치밀었다. “빨갱이!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기서 감히 사람을 때리다니?”“우리가 너를 죽이지 못할 거 같아!?”“우리 천 감독님이 얼마나 귀하신 분인데 네가 감히 그분을 건드려? 너는 완전 끝장이야!”한 무리의 동료들이 뛰어내렸지만 하현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퍽!”“널 때렸다!”“퍽!”“네가 대단하면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줘 봐. 말해 봐.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퍽!”“어린 감독이 경찰서 사람들이 사건 처리하는 걸 방해하다니. 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네가 뭔데?”“퍽!”“유아의 일은 나한테 해명하지도 않고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다니!”“퍽!”“남자가 약한 여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야?”“퍽!”“너 아직도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거야?”“네가 그러고도 남자야?”“내가 때렸는데 뭐? 내가 오늘 너를 때려 죽여도 아무도 감히 너를 대신해서 나설 사람이 없어!”“항상 4대 가문? 곽영민에게 전화해서 물어봐. 그가 감히 관여할 수 있는지?”하현은 죄를 뒤집어 씌우고 모함한 천명진에 대
천명주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를 악물고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십여 분 후 문 앞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렸고 요염한 몸매에 곱게 화장한 여자가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는 하이힐을 딛고 걸으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천명진, 듣기로 눈 먼 놈이 우리 루나 시네마에 와서 소란을 피운다고 들었는데.”“걱정 마. 곽 도련님이 나에게 대구의 대국을 주관하라고 했으니 당연히 너를 도와 정의를 세워줘야지!”“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누가 감히 우리 곽영민 도련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어!”말을 하면서 이 예쁜 여자는 현장으로 걸어왔다. 이 여자는 바로 블랙 과부 서희진이었다. 남원에서 쫓겨난 이후 서희진이 대구에 나타날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여전히 항성 네 도련님의 머리인 곽영민의 일을 처리할 줄은 몰랐다. 이때 그녀는 곧장 현장으로 가서 팔짱을 끼고 하현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하현이 앉은 곳이 어두워 서희진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때 서희진은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 “천씨, 누가 여기서 문제를 일으킨 거야! 건방지게!”“설마 너 이 구역이 항성 4대 가문 구역이라는 걸 말하지 않은 거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임결에게 시선을 떨어뜨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 경찰서 임결 대장 맞지?”“너는 소남 임가의 방계지만 먼 친척일 뿐이고 임복원도 절대 당신을 모를 걸!”“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오늘 밤 일은 네가 나한테 해명하지 않으면 네가 걸어 들어왔어도 기어나가게 만들 거야!”말을 하면서 서희진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순간 항성에서 데려온 80명의 경호원들이 동시에 줄지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음산한 얼굴로 그 형사들을 쳐다보았다. 항성은 지리적 위치가 특수하고 역사적인 요인으로 인해 항성 사람들은 대하에서 최고 달인이었다. 그래서 이 경호원들도 거리낌이 없었고, 형사들이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의 서희진은 전횡하
하현은 담담하게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서희진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고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천명진의 빽이야?”“네……아니요……”“퍽!”하현은 손을 번쩍 치켜들더니 차갑게 말했다. “큰 소리로 말해. 너 밥 안 먹었어?”“아니요!”서희진은 갑자기 반응을 하며 무릎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 도련님, 저는 이 사람과 조금도 관계가 없습니다.”하 도련님!?이 호칭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세 등등했던 서희진이 무릎을 꿇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뺨을 한 대 맞은 후 입을 열어도 하 도련님, 입을 닫아도 하 도련님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관계가 없다고?”“그럼 왜 온 거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 도련님께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별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서희진은 자신이 그 앞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눈 앞에 있는 이 분은 곽영민까지도 발로 차서 날려 버리는데 서희진이 뭐라고?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내가 너보고 가라고 했어?”하현은 서희진을 구석으로 걷어차며 담담하게 말했다. “경찰에 반항하고 제멋대로 행동했으니 알아서 벌을 받아야지.”말을 마친 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아직 15분 남았으니 다음에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이 말은 천명진에게 한 말이다. 경악한 천명진은 반응을 했다. 지금 그의 이마에는 ‘쓱쓱쓱’ 식은땀이 났다. 그의 빽이었던 서희진이 하현에게 가볍게 밟히자 그의 마음속은 더없이 두려워졌다. 그는 하현을 계속 건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됐으니 이미 호랑이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천명진은 다시 전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십여 분 후, 고대 복장을 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화려한 복장의 남녀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하현의 담담한 시선
“퍽퍽퍽______”상동수는 예의도 차리지 않고 손바닥과 손등으로 열 몇 번의 뺨을 날렸고 매번 때릴 때마다 온 힘을 다했다. 천명진은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쳐다보았다. 상동수는 뺨을 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나를 건드리는 건 별 일 아니야.”“근데 문제는 네가 너무 쓸모가 없다는 거야. 길가의 개와 고양이들을 우리 루나 시네마에 들여 보내서 마음대로 행패를 부리게 하다니. 너 내가 창피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상동수는 분명 다른 사람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임결은 참지 못하고 일어나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______”하현은 임결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고 상동수가 뭘 하려고 하는지 보려고 했다. “그리고 이 여자랑은 거리를 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이 여자는 천 명 만 명이 올라탄 천한 년일 뿐이야. 보통 사람을 만나면 뻐길 수 있지만 진짜 힘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뭘 할 수 있겠어?”“이 여자를 빽으로 삼다니? 너 미쳤어?”상동수는 철없는 것을 원망하는 표정이었다. 천명진은 알아들었다. 이때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상 선생님, 안심하세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서희진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 여자는 평소 자부심을 가지고 온갖 있는 척을 다 했지만 결국 문제가 생기면 종이 호랑이처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호원 한 무리를 거느리고 있으면 또 무슨 소용인가?그녀 스스로 무릎을 꿇었는데 그 경호원들이 감히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상동수가 모욕감을 준 후에도 서희진의 안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히 입을 닫고 상동수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 스스로 도발을 했던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상동수가 도발하도록 했다. 상동수는 서희진의 표정을 보지 않았고 시선을 옮겨 하현을 흥미롭게 쳐다보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