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주건국은 하현에게 비할 데 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그는 하현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주건국이 이렇게 하는 것이 조금 과격하고 일방적이긴 했지만 하현은 마음속으로 매우 감동했다. 어쨌든 주건국은 자신을 위해 집을 사주고 차를 사주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 출근을 하지 않으면 주건국과 자신의 사이가 틀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걱정 마세요. 지금 출근할게요.”“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일 할게요.”“그래야 착한 아이지!”주건국의 말투에서 기쁜 기색이 묻어났다. “기억해. 네 부모님처럼 착실하게 살아야 해!”어제 떠날 때 주건국은 하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너무 속이 상했다. 무슨 어릴 적 혼사 얘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 다 허튼 소리였다. 지금 그는 하현이 착실하게 살면 시현이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슨 왕동석과 같은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주건국은 근본을 잘 아는 하현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의 딸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전화를 끊은 후 하현은 잠시 슬기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어쨌든 약속한 시간은 오늘 오후였다. 그는 차를 타고 8시 30분 전에 나가주의 병따개 빌딩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대성그룹이 있는 곳이었다. 정문 입구에는 모두 회사원이 드나들고 있었다. 하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주시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오늘 주시현은 스타일리쉬하게 차려 입었다. 지방시 셔츠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새하얀 목과 빛나는 허벅지를 드러냈다. 주시현은 특별히 머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 전체적으로 섹시해 보였다. 하현은 눈을 번쩍 뜨더니 앞으로 나갔다. “시현아, 안녕!”주시현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동자에 미움을 감추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 “너 내 시간을 5분이나 낭비했어. 다음 번엔 너 여기로 출근하지 마!”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발길을 돌
왕동석의 눈동자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하현 이 작은 경비원이 약간의 능력이 있다고 해도 뭐 어떤가?결국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러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대성그룹에 있으면 자신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왕동석이 보기에 전에 종민우는 용문 대구 지회를 이용해 하현을 정리하려다 실패했다. 왕동석은 왕씨 집안에서 하룻밤 무릎을 꿇은 후 깨달았다. 손 안에 있는 능력과 돈으로 사람을 때려 눕히는 것이야 말로 진정 대단한 수법이었다. 그리고 몇몇 예쁜 여직원들은 무의식적으로 계약서를 보았고 그 다음에는 모두가 작은 입을 가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뒤 그들은 고소해 하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두 고객은 정말 간단하지 않았다. 왕동석이 직접 나서도 손을 댈 수 없었다. 하현에게 3일 만에 해결하라고 한 것은 하현에게 스스로 나가라는 말이었다!주시현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왕 매니저님, 하현은 신입사원이라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요. 제 체면을 봐서 그에게……”왕동석은 담담하게 하현을 쳐다보며 비꼬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시현씨, 이 거렁뱅이 친척을 얕보지 마세요. 그는 능력이 대단해요!”“게다가 지금은 일을 하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죠!”“누구의 돈도 바람에 날려온 게 아니에요!”“출근해서 열심히 일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집에 가서 고구마를 파는 게 나아요!”주시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왕동석이 이런 이유를 대자 그녀도 하현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부모님이 다투지 않았다면 주시현도 하현이 대성그룹에 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때 그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애매모호하게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현은 웃으며 두 개의 자료를 집어 들고는 몇 번 살펴 보았다. 그리고 난 후 담담하게 말했다. “왕 도령, 내가 이 두 사람이 계약서에 사인하게 하면
왕동석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 그는 왕화천의 먼 친척이었다. 게다가 키도 크고 잘 생겼고 재능도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도 심지은과 장가영을 계약서에 사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하현이 지금 출근한지 10분도 안돼서 회사에서 뭘 파는지 조차 모른 채 전화 한 통으로 일을 해결하겠다고? 무슨 웃기는 소리야!?한 예쁜 직원이 이때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왕 도련님, 뒷문으로 들어와 우리 회사에서 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심하게 허풍을 떨다니, 이건 허풍 떠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예요!”또 다른 여직원은 조롱하는 얼굴로 말했다. “전화 한 통으로 심지은과 장가영을 부르다니 자기가 10대 최고 가문의 세자 도련님인 줄 아나 보지?”또 다른 여직원은 입을 비죽거리며 말했다. “뻐겨도 이렇게 뻐겨서는 안돼. 지금 즐겁게 뻐길수록 나중에 맞을 때는 더 아플 거야!”하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한 잔 타서 몇 모금 마신 후에야 담담하게 말했다. “30분만 기다리면 알 수 있어.” “하현, 너 어떻게 이렇게 된 거야?”“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뻐기는 거야?”“너 재미있어?”입을 열지 않으려던 주시현은 이때 참을 수가 없어 차가운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됐어.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촌놈아, 내가 너한테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면 너는 경비원이나 하면서 배달이나 했을 거야!”“네가 뭘 가지고 계약을 성사시킬 거야?”“게다가 사람들이 하는 말도 다 맞아. 너는 우리 회사에서 파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뻐기는 거야?”“너 가서 자료 좀 보고 와서 뻐겨!”“내가 이렇게 하면 너 나를 믿을 수 있겠어?”주시현은 화가 났다. “30분은 말할 것도 없고!”“반 주, 반 개월, 반 년, 반 평생이라고 해도 너는 이 계약서를 체결할 수 없어!”“빨리 왕 도련님과 모두에게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오늘 입사하자마자 쫓겨 날 거야. 내 체면도 구겨 질 거고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왕동석을 쳐다보았다. “자, 약속 한 겁니다!”“하현, 너 어떻게 이렇게 된 거야?”주시현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나는 정말 후회 돼. 너를 소개하지 말았어야 했어!”“네 존재는 나를 망신시킬 뿐이야!”“나는 네가 속으로 나를 생각하고 내 앞에서 네 능력을 보여 주려고 한다는 거 알아!”“내가 너를 높이 평가 할 수 있도록 해줘!”“백조 고기를 먹고 싶으면 너의 두꺼비 망상을 현실이 되게 해야지!”“제발 그만 좀 할 수 없어?”“체면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네가 이렇게 하면 내가 너를 미워하게 되는 거 말고 또 뭐가 있겠어?”“게다가 어제 내가 이미 너한테 분명히 말했잖아. 우리가 소위 어릴 적 혼사 얘기를 나눈 건 그 당시의 헛소리에 불과해!”“어떻게 꿩이 봉황과 어울릴 수 있겠어!?”“너 이 허무맹랑한 약속을 믿고 봉황이 되고 싶은 거야? 너는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주시현의 눈에 하현은 기둥서방이 되고 싶어하는 쓰레기였다! 막 데릴사위 노릇을 하다가 쫓겨나고 나서 또 엄친딸에게 매달리려고 하다니. 자기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좀 볼 수 없나?그녀 같은 엄친딸이 하현 같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시현씨, 화낼 필요 없어요. 30분이면 돼요. 우리는 그냥 연극을 본 거라고 생각해요!”“30분이면 내가 그를 문 밖으로 쓸어내 버릴 수 있어요!”“당신은 이미 의리를 다 했고 부모님께도 그런 셈이니 해명할 게 있잖아요!”왕동석은 마음 좋은 오빠 같은 표정을 지으며 주시현을 위로했다. 옆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도 모두 주시현을 동정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세대의 엄친딸이 하현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휘둘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마음속으로 조금도 푸시하지 않고 온갖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해서 주시현을 망신시켰다는 것이다. “왕 도령은 나를 내보낼 방법이 없어.”하현은 또 커피 한 잔을 탔다.
말하고 있는 두 여인을 보며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멍해졌다. 주시현은 아연실색했다!왕동석도 놀랐다!이게 진짜야?그들은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뜻밖에도 하현의 전화 한 통으로 이 두 아가씨가 찾아왔다!관건은 30분이면 30분이지 감히 늦지도 못하고 미리 오다니……이이이……이게 어떻게 가능하지?주시현이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심지은이든 장가영이든 두 사람이 하현에게 말할 때 깍듯이 대했다는 것이다. 마치 하현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왕동석은 눈에 경련이 일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한 무리의 예쁜 여직원들도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 장면은 그들의 얼굴을 때리는 것과 같았다. “응, 왔구나.”하현은 담담하게 일어서서 아무렇게나 계약서를 던졌다.“이건 내가 새로 입사해서 맺는 계약서야. 사인하면 돼.”고객에게 이렇게 대한다고!?공손하게 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어떻게 하현은 명령을 내리는 말투로 말하는 거지?주시현과 왕동석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치대로라면 눈앞의 광경은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때 심지은과 장가영 두 사람은 계약서의 내용도 보지 않고 계약서에 쓱쓱 사인을 했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했다. 그들은 하현이 정확이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임정민이 그에게 깍듯하게 대한다는 것은 하현의 신분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반드시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 게다가 왜 슬기가 그의 비서가 되어야 했겠는가? 이런 점에서 보면 하현의 힘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주저 없이 계약을 했다. 몇 억짜리 화장품 계약일 뿐이었다. 몇 억짜리로 하현과 정을 쌓는 것은 이전에 실수로 하현에게 미움을 샀던 일을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다. 하
오후 3시, 대구 명주와 3킬로 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강변대로. 지금 이 순간 붉은색 포르쉐 파나메라 한 대가 도로변을 질주하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치마를 입은 청아한 여인이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그녀의 얼굴은 눈부시게 빛났다. 조수석 쪽에는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생긴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이 여자는 손에 화기를 들고 있었고 뒤쪽에서 마치 누가 쫓아올까 두려운 듯 뒤를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수석의 여자는 차를 운전하고 있는 슬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 왜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뛰쳐나오신 거예요?”“우리는 이미 잡혀있다는 걸 아시잖아요!”“우리는 여전히 마당에서 활동하며 먹고 마실 수 있어요.”“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들키면 우리는 완전 끝장이에요!”“거기다 가문에서 사모님의 일을 조사하고 있으니 아가씨도 중대한 용의자에요!”“이렇게 도망쳤다는 건 아마 그 일이 사모님이 한 것이라고 모두에게 알리는 일이 될지도 몰라요!”“아가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장 집사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틈을 타서 다시 돌아가요.”“그렇지 않았다가 장 집사가 우리가 도망쳤다는 것을 알고 폭발하면 누구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거예요!”이 젊은 여자의 이름은 이소리였다. 슬기의 어머니가 그녀 옆에 배치한 경호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지금 슬기에게 대하는 태도를 볼 때 슬기에게 조금도 공손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인이 주인에게 말할 때는 절대 이런 태도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뒤에 앉아 있던 다른 경호원, 당시 슬기 엄마와 함께 나타났던 학범은 어두운 얼굴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소리, 너 이게 무슨 태도야?”“너 사모님이 떠나기 전에 너한테 당부했던 말 잊은 거야?”“우리의 임무는 아가씨를 보조하는 거야.”“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계획을 하든, 우리는 부하 노릇만 하면 되는 거야. 뭘 그렇게 투덜거려?”“네 자리 좀 지킬 수
학범은 싸늘한 기색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소리,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아?”“너 다른 마음 품고 새 주인한테 빌붙으려고 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너랑 나 둘 다 심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있었는데 내가 심씨 집안의 천성을 모를 수 있겠어?”“우리가 떠나든 떠나지 않든 심씨 집안 사람을 꾀한 죄명은 결국 부인과 아가씨에게로 돌아간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부인께서도 능력이 많으시고 아가씨도 훌륭하시니 심 세자와 사람들도 부인과 아가씨를 여러 가지로 조심하고 있잖아!”“지금 심씨 주인이 죽어 가는데 심 세자는 어떻게 평화롭게 재산을 물려 받을 수 있을지만 생각할 뿐 진실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있잖아”“그렇기 때문에 아가씨가 오늘 떠나기로 한 건 잘 한 거야. 만약 떠나지 않았으면 그녀는 상품으로 팔렸을 거고, 이걸로 심씨 집안은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됐을 거야!”“그래서, 나는 아가씨를 응원해!”비록 학범은 슬기가 왜 이 결정적인 순간에 심가를 떠났는지는 몰랐지만 지금 심가의 정세가 이러하니 지금 떠나지 않으면 정말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부인은 남원에서 돌아온 후 심가의 세력을 주도적으로 장악하려고 했으나 결국은 3일도 안돼서 심가의 직계 가족 몇 명이 죽었다. 심가에서 부인을 밀고자로 인정했다는 각종 풍문이 돌고 있었다. 지금 심씨 집안에는 한때 권세를 잡았던 부인이 종신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심씨 가문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이 부인이 쓰러지면서 슬기는 정말 상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도망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이소리는 지금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한 번에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거예요?”“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고 세자가 분부한 대로 얌전히 따르는 게 좋지 않겠어요?”“이러다가 설마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자기자신까지 해치게 되는 거 아니예요?”학범은 싸늘한
“심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요?”이소리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얼굴에는 경멸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오늘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심씨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아가씨, 언제부터 백일몽을 꾸기 시작하신 거예요?”이소리가 보기에 슬기가 만약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고 부인이 권력을 잡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녀는 계속 비열한 방법을 쓰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심씨 집안의 대세는 이미 더없이 분명했다. 외부적으로는 킬러가 심가의 모든 직계들을 없애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심가는 중병에 걸렸고 이 부인은 구금 당했고, 심재욱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슬기에게 무슨 기회가 있겠는가?안팎으로 어려운 가운데 그녀가 도망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때 이소리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심재욱의 허벅지를 껴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남은 여생이라도 부귀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슬기의 일에 자기가 연루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지금 이런 도망가는 상황에서……이소리는 눈을 번뜩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슬기는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쾅______”바로 이때 뒤쪽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렸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도요타 열 대가 우르르 몰려왔다. 차 한대 당 최대 5명, 10대니 50명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방금 메시지를 보냈던 이소리의 안색이 광변했다. “완전 망했네! 우리는 장준성에게 쫓기면 다 끝장이에요!”학범도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장준성은 심가의 관리 집사이자 동시에 심재욱의 심복 중 하나였다. 현재 심가에서 절대적으로 권세가 높은 인물이었다. 요 며칠 동안 그는 슬기를 감독하는 일을 맡았고 계속 기회와 구실을 찾아 슬기를 제거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