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요?”이소리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얼굴에는 경멸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오늘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심씨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아가씨, 언제부터 백일몽을 꾸기 시작하신 거예요?”이소리가 보기에 슬기가 만약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고 부인이 권력을 잡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녀는 계속 비열한 방법을 쓰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심씨 집안의 대세는 이미 더없이 분명했다. 외부적으로는 킬러가 심가의 모든 직계들을 없애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심가는 중병에 걸렸고 이 부인은 구금 당했고, 심재욱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슬기에게 무슨 기회가 있겠는가?안팎으로 어려운 가운데 그녀가 도망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때 이소리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심재욱의 허벅지를 껴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만 남은 여생이라도 부귀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슬기의 일에 자기가 연루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지금 이런 도망가는 상황에서……이소리는 눈을 번뜩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슬기는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쾅______”바로 이때 뒤쪽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렸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도요타 열 대가 우르르 몰려왔다. 차 한대 당 최대 5명, 10대니 50명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방금 메시지를 보냈던 이소리의 안색이 광변했다. “완전 망했네! 우리는 장준성에게 쫓기면 다 끝장이에요!”학범도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 장준성은 심가의 관리 집사이자 동시에 심재욱의 심복 중 하나였다. 현재 심가에서 절대적으로 권세가 높은 인물이었다. 요 며칠 동안 그는 슬기를 감독하는 일을 맡았고 계속 기회와 구실을 찾아 슬기를 제거하려고 했다.
이소리를 바라보는 학범의 표정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소리는 오히려 웃었고 그리고 난 후 손에 든 화기를 땅에 던지고는 자기는 양복 입은 남자에게 악의가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한편, 마지막 도요타에서 구렛나루를 가진 남자가 예쁜 여자 몇 명을 데리고 내렸다. 그는 가죽 옷을 입고 있었는데 보기에 건들건들 흉악해 보였다. 심씨네 관리 집사, 장준성! “장 집사님!”장준성을 만났을 때 이소리는 재빨리 마중을 나갔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이슬기가 감히 도망을 가길래 제가 발견하고는 그들을 막았습니다!”“저는 살아서도 집사님의 사람이고 죽어서도 집사님의 귀신이 될 겁니다. 제가 어떻게 그들이 도망가는 걸을 눈뜨고 빤히 지켜볼 수 있겠습니까?”“그래서 제가 방금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협조하겠다고 약속합니다!”“장 집사님, 제 공적을 기억하셔야 해요!:말을 하면서 그녀는 장준성에게 기대어 그의 왼손을 잡아 끌며 바짝 달라 붙었다. 학범은 이것을 보며 이를 갈았지만 이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한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일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장준성은 흥겹게 손을 뻗어 이소리의 몸을 주무르며 웃었다. “이 대장, 너 네 주인을 팔아 먹은 거야?”이소리는 웃으며 말했다. “장 집사님, 좋은 새는 좋은 나무를 선택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바보도 아닌데 당연히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는 알죠!”“게다가 제 마음속에는 심가밖에 없어요!”“지금 이슬기가 궁지에 몰렸는데 제 머리가 망가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녀와 같이 죽을 수 있겠어요?”“저는 허벅지를 끌어안는다고 해도 당신의 허벅지를 끌어안을 거예요!”말을 하면서 그녀의 가슴에 있던 단추 두 개가 갑자기 깨졌다. 그러나 이소리는 마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제가 지금 그들을 막았어요. 집사님께 드리는 투항장이니 받아주세요!”“너 좀 재미있구나……”장준성은 대중의
“건방진 놈!”이슬기는 안색이 더없이 어두워 졌다!“내가 건방지다고?”장준성은 웃었다. “이슬기, 너 정말 네가 높은 윗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심가성은 이미 끝났어. 심가의 하늘은 곧 변할 거야!”“네 어머니도 붙잡혔어!”“내가 너랑 억지로 잔다고 해도 심가에서 누가 너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줄 거 같아?”“헛된 꿈은 꾸지마. 꿈 깨!”“순순히 나를 섬기면 내가 세자 앞에서 좋은 말 몇 마디 해 줄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장준성은 마치 그가 말하는 것이 진리이고 사실인 것처럼 큰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슬기는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말했다. “심재욱이 너한테 나를 상대하라고 시켰어?”“이런 얘기하면 재미 없잖아.”장준성의 얼굴에는 장난끼가 묻어났다. “너는 지금 곤경에 처해있다는 것만 알면 돼. 오직 나만이 너를 구할 수 있어!”“참, 내가 너한테 말한다는 걸 깜빡 했네. 너를 지키던 몇 명의 심가 자제들도 전부 잔인하게 살해당했어.”“이슬기, 너 정말 독하다. 네 어머니랑 똑같네. 자기 사람한테 손을 대다니!”이슬기는 안색이 변했다. “너 정말 뻔뻔하다!”학범은 비록 손을 대기는 했지만 경중을 알기에 다치게는 해도 죽이지는 않았다. 지금 심씨 집안 자제들이 처참하게 죽었다는 것은 장준성이 한 짓이 분명했다. 학범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장준성, 너 이렇게 본분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굴다가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본 적 있어?”“심씨 집안 자제들이 누구의 손에 죽게 됐는지 확실히 찾아내기만 하면 당신 같은 집사 하나가 살 길이 있을 거 같아?”“내가 살길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지금 너희들이 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정말 살길이 없을 거야.”장준성은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뒷짐을 지었다. “아가씨, 지금 나를 섬기든지, 아니면 지금 나한테 죽든지 해.”“너, 어떻게 할래?”“건방진 놈!”학범은
장준성은 이소리를 밀어 젖히고 자신의 얼굴을 더듬어 보더니 이슬기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슬기,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너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이슬기는 차갑게 말했다. “너를 때리는 게 뭐? 너는 하인일 뿐이야. 내가 너를 때려 죽여도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나서지 않을 거야!”“하하하, 너 날 죽이려고?”“이 아가씨가 다른 재주는 없어도 꿈 꾸는 재주는 정말 대단한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나는 거친 말을 굴복시키는 걸 제일 좋아해!”“강제로 강행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니까!”말을 하면서 장준성은 한 손으로 슬기의 얼굴을 주무르러 갔다. “네가 감히 피해? 내가 이 늙은 물건을 죽여 버리겠어!”지금 이 순간 장준성은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가진 왕처럼 더없이 강력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대구의 유명한 세자 도련님도 그의 앞에서는 마치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는 듯했다. “네가 감히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 집안 조상의 18대를 다 죽여 버릴 거야!”바로 이때 바깥에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기는 누가 왔는지 알았고 긴장했던 몸이 풀렸다“어르신, 왜 그녀를 건드린 거야?”하현의 호통에 장준성은 행동을 멈추기는커녕 냉소적으로 슬기의 얼굴을 주물렀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있던 화기는 말하고 있는 입 쪽을 가리켰다.그리고 수십 명의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돌려 쳐다보았다. “펑______”큰 소리가 나더니 패기 넘치게 차 문이 발에 걷어차였고, 그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이소리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장 집사님, 조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명소리가 몇 번 들렸고, 7-8명의 양복을 입고 있던 남자들은 다 발에 걷어차여 날아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십여 미터 밖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하현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고 장준성
슬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지만 이 광경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온화한 기색이 가득했다. 하 회장님은 역시 하 회장님이다. 어떤 상황이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있으면 하늘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하현은 휴지를 꺼내 천천히 자기 손바닥을 닦았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나서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은 거야?”“너……”장준성은 화기를 손에 쥔 째 끊임없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도 독한 편이었지만 이 분 앞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다. “임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나는 10대 최고 가문 사람이야. 심가의 관리 집사, 장준성!”“네가 나를 건드리는 건 심가를 건드리는 거야. 심재욱 세자와 사이가 틀어지는 거고. 너 뒷감당 할 수 있겠어?”“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이슬기조차도 나를 무서워해!”“네가 무슨 힘도 없고 배경도 없다면 이 더러운 물은 건너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거야!”“요즘은 주먹이 강해도 안 통해. 날 건드려봐. 내가 아무렇게나 전화 한 통하면 경찰서에서 너를 잡아다가 감옥에 집어 넣을 수도 있어!”“진짜 무력을 보고 싶으면 우리 심가에는 수천 명의 정예가 있고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무수한 자산이 있어!”“전신급 고수라도 찾을 수 있어!”“이런 사람은 너를 쉽게 밟을 수 있지!”“젊은이, 세발 고양이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위세 부리지 마!”“너 아직 어리고 앞날이 창창하니 무리하게 나서서 일을 그르치지 마!”“네가 지금 꽁무니를 빼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각할게!”“그렇지 않으면 화낼 거야!”장준성은 크게 호통을 치긴 했지만 어딘가 엄중한 느낌을 풍겼다. 그리고 하현이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심가 두 글자는 모든 것은 진압했다. 장준성은 또 심가에 비견될 수 있는 가문들과
사방의 군중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고 몇몇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일어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지금은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슬기는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하현이 배신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학범은 감개무량한 얼굴이었다. 아가씨가 이 분과 알고 지내는 것이야 말로 그녀의 가장 큰 비장의 카드, 빽인 것 같다. “너, 내 앞에서 내 사람을 죽이다니……”처참하게 죽은 이소리를 보고 이때 장준성은 급해졌고 순간 그의 손에 들고 있던 화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펑______”큰 소리와 함께 하현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다시 총알을 피했다. 이 장면을 본 장준성의 눈가에는 경련이 일었고 다시 총을 쏘려 했지만 벌써 동작이 느려졌다. “펑______”하현은 그의 손에 있던 화기를 빼앗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장준성의 손바닥을 관통한 이 한 방에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장준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현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펑______”장준성의 다른 손도 불구가 되었다. 비할 데 없이 피가 줄줄 흘렀다. 이 장면을 보았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온몸이 오싹해졌다.장준성 앞에 화기를 마음대로 내던지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목숨은 내가 원하지 않으니 네 목숨은 남겨둘게. 네 주인한테 돌아가서 전해.”“3일의 시간을 줄게.”“3일 안에 슬기의 처우에 대해 나에게 반드시 해명해야 해.”“만약 해명할 방법이 없다면 내가 직접 심가로 갈 거야.”“퍽______”말을 마치고 하현은 장준성을 발로 걷어차 날려 버렸다. 장준성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크게 내뿜었지만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 심가네 가서 해명을 요구하겠다고?네가 뭔데?아무리 분해도 그는 지금 머리를 숙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솜씨 면에서나 악랄한 면에서나 그는 하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꺼져!”
“아주머니가 갇혔는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엄마가 갇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제일 먼저 대구 심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그런데 제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생각지도 못하게 상대방은 저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저를 붙잡았어요.”“손을 댄 사람은 심재욱 사촌오빠 곁에 있는 친위였어요.”사촌 오빠의 말대로라면 지금 수사 중이라는데 저는 비록 용의자는 아니지만 제가 손을 써서 조사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를 반드시 잡아가야 한다고 했어요!”“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저희 엄마가 정말 심가의 자제들을 살해한 거라면 저희 엄마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서 반드시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현진과 결혼해야 한대요.”“물론 제가 죽지 않도록 사촌 오빠는 저에게 조금의 자유를 주었어요.”여기까지 말하자 슬기의 냉랭한 성격으로도 자조 섞인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인 네 사촌 오빠도 전설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가 보네!”“연경 방씨 집안의 손을 빌려서 구신애를 없애려고 하다니?”“보아하니 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에서 꼴찌인 거 같네.”하현이 무시하는 소리를 들으며 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희 심씨는 비록 10대 최고 가문 중 순위가 높지만 저희가 10대 가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저희 집 돈 때문이에요!”“힘에서부터 세력, 무력에 이르기까지 저희는 다른 정상급 가문에 비해 부족해요.”“그래서 심재욱 사촌 오빠가 방가의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건 왜 저를 희생시키느냐는 거예요.”“설마 내가 심가의 눈에 그렇게 하찮게 보이고 거래되는 상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건가요?”하현은 손을 뻗어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
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똑똑했기에 진작부터 이런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여태껏 심가의 어떤 것도 쟁취할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저희 엄마조차도 그럴 마음이 없고요.”“너는 별 생각이 없을지 모르지만 때때로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하현은 웃었다. “보기에 이남 갑부 심가성, 네 외할아버지가 두 모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그렇지 않으면 우리 심 세자가 구태여 이렇게 힘든 일을 했겠어?”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외할아버지는 저에게 잘해주셨고 권력을 잡으라는 농담도 진작에 하셨었어요.”“저는 관심이 없어서 강남으로 간 거였고요.”“저는 거액의 재산보다는 하 회장님 곁에 있고 싶어요.”하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이 말은 받을 수 없었다. 슬기도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때 화제를 바꾸며 이어서 말했다. “어제 회장님의 소식을 받고 오늘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장님께서 반드시 오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지금 심가의 상황이 복잡해서 섣불리 방문했다간 양측에 갈등만 커질뿐더러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그래서 오늘 점심에 제가 학범에게 호위병들을 기절시키게 하고 회장님을 찾으러 나온 거예요.”“근데 생각지도 못하게 장준성에게 발각이 됐고 그가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요.”“또 제가 심가를 떠날 수 있었던 건 원래 장준성의 계획의 일환이었어요. 그가 고의로 길을 내준 거고 목적은 우리 모녀의 죄를 굳히기 위한 거예요!”“그리고 그는 일부러 저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 몇 명을 죽여서 그 죄명을 저에게 뒤집어 씌웠어요!”“보아하니 심재욱 쪽에서 어떤 유용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이런 수단까지 동원한 거 같아요.”이런 생각을 하며 납득이 되자 이슬기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하 회장님, 그러면 저희 어머니가 위험해지지 않을까요?”하현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
회사 입구를 나온 하현은 아우디 A8 안으로 들어가 나박하에게 시동을 걸라고 손짓을 했다.나박하는 방금 그 장면을 목격했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 하현은 나박하의 눈앞에서 흉악한 발톱을 드러낸 셈이었다.이를 통해 나박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결코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시동을 건 후 나박하는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하현, 어디로 갈까요?”“엄도훈과 자금산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요?”“그를 만나야죠.”“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해야죠. 그가 이천억을 받아온다면 우린 한 푼도 가지지 않을 거라고.”“이천억. 그들 신사 상인 연합회가 십 년 동안 보호비를 걷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아마 그는 열심히 돈을 받아오려고 할 거예요.”하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는 김탁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김탁우의 천성으로 봐서 그는 절대 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오늘 금정 간 씨 가문 간소민이 함께 있었으니 김탁우는 이 사람 앞에서 절대 체면을 구길 수 없을 것이다.김준영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남 천문채을 공범으로 만들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이다.여섯 은둔가 중 두 씨 가문이 이 일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30분 후 나박하의 차는 짓다 말아 흉가가 된 별장 근처에 멈춰 섰다.이곳은 그들이 엄도훈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엄도훈 뒤에 있는 서남 천문채 수장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눈앞을 보니 엄도훈의 차 이외에도 여러 대의 지프가 나타나 있었다.이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엄도훈의 개조된 차량을 들이받았고 현장에는 칼자국과 탄환 자국이 흩어져 있었다.짐작컨대 이곳에서 방금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박하, 차를 구석으로 몰아요. 시동 끌지
”게다가 당신은 방금 모든 것이 공평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좋은 말할 때 그만하라는 거야?”“내가 오늘 고의로 이런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분명히 해야 해!”“어제 김탁우가 내 집복당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상대가 놀자고 하는데 놀아 줘야지!”“지면 인정하고 혼쭐이 나야지.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간소민은 기세를 수그리며 말했다.“하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김탁우는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이야. 당신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김탁우도 차갑게 얼굴이 가라앉았다.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발설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하현, 함부로 남을 헐뜯지 마! 증거 있어?!”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처럼 기세 좋게 대드는 것을 보고 아직 이홍파 측이 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있을 대역전극을 볼 기대로 차올랐던 것이다.하지만 이홍파는 이미 하현에게 손을 썼을 뿐만 아니라 무참히 짓밟힌 후였다.의기양양하게 하현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현은 아무 일 없이 끝났고 오히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은 단번에 고개를 숙였다.“김탁우, 함부로 남을 헐뜯는 사람인지 아닌지,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야.”“지금 이런 얘기하는 게 의미가 있어?”하현은 당당한 얼굴로 김탁우를 바라보았다.“설은아의 체면을 봐서 특별히 천억에 합의해 주는 거야. 내일 밤 어두워지기 전에 수표를 가져와야 할 거야.”하현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자 간소민은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 금정에서 이렇게 함부로 날뛰는 건 우리 간 씨 가문 여자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잖아!”“내 말 똑똑히 들어! 이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내가 간민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