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가 갇혔는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엄마가 갇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제일 먼저 대구 심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그런데 제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생각지도 못하게 상대방은 저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저를 붙잡았어요.”“손을 댄 사람은 심재욱 사촌오빠 곁에 있는 친위였어요.”사촌 오빠의 말대로라면 지금 수사 중이라는데 저는 비록 용의자는 아니지만 제가 손을 써서 조사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를 반드시 잡아가야 한다고 했어요!”“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저희 엄마가 정말 심가의 자제들을 살해한 거라면 저희 엄마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서 반드시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현진과 결혼해야 한대요.”“물론 제가 죽지 않도록 사촌 오빠는 저에게 조금의 자유를 주었어요.”여기까지 말하자 슬기의 냉랭한 성격으로도 자조 섞인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인 네 사촌 오빠도 전설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가 보네!”“연경 방씨 집안의 손을 빌려서 구신애를 없애려고 하다니?”“보아하니 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에서 꼴찌인 거 같네.”하현이 무시하는 소리를 들으며 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희 심씨는 비록 10대 최고 가문 중 순위가 높지만 저희가 10대 가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저희 집 돈 때문이에요!”“힘에서부터 세력, 무력에 이르기까지 저희는 다른 정상급 가문에 비해 부족해요.”“그래서 심재욱 사촌 오빠가 방가의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건 왜 저를 희생시키느냐는 거예요.”“설마 내가 심가의 눈에 그렇게 하찮게 보이고 거래되는 상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건가요?”하현은 손을 뻗어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
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똑똑했기에 진작부터 이런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여태껏 심가의 어떤 것도 쟁취할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저희 엄마조차도 그럴 마음이 없고요.”“너는 별 생각이 없을지 모르지만 때때로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하현은 웃었다. “보기에 이남 갑부 심가성, 네 외할아버지가 두 모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그렇지 않으면 우리 심 세자가 구태여 이렇게 힘든 일을 했겠어?”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외할아버지는 저에게 잘해주셨고 권력을 잡으라는 농담도 진작에 하셨었어요.”“저는 관심이 없어서 강남으로 간 거였고요.”“저는 거액의 재산보다는 하 회장님 곁에 있고 싶어요.”하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이 말은 받을 수 없었다. 슬기도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때 화제를 바꾸며 이어서 말했다. “어제 회장님의 소식을 받고 오늘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장님께서 반드시 오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지금 심가의 상황이 복잡해서 섣불리 방문했다간 양측에 갈등만 커질뿐더러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그래서 오늘 점심에 제가 학범에게 호위병들을 기절시키게 하고 회장님을 찾으러 나온 거예요.”“근데 생각지도 못하게 장준성에게 발각이 됐고 그가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요.”“또 제가 심가를 떠날 수 있었던 건 원래 장준성의 계획의 일환이었어요. 그가 고의로 길을 내준 거고 목적은 우리 모녀의 죄를 굳히기 위한 거예요!”“그리고 그는 일부러 저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 몇 명을 죽여서 그 죄명을 저에게 뒤집어 씌웠어요!”“보아하니 심재욱 쪽에서 어떤 유용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이런 수단까지 동원한 거 같아요.”이런 생각을 하며 납득이 되자 이슬기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하 회장님, 그러면 저희 어머니가 위험해지지 않을까요?”하현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슬기의 일을 처리하고 바로크 팰리스 호텔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원경천이 보낸 경호원들이 있으니 하현은 슬기의 안전에 대해서는 안심했다. 이제 조용히 심가가 공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상대를 죽이면 그만이었다. 하현은 3일 동안 용문 대구 지회의 일을 완전히 해결하려고 했다. 원경천이 보낸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쪽 멀지 않은 곳에서 그림자가 다가왔다. 샤넬 블랙 스커트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외모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현은 눈앞이 살짝 밝아졌고 잠시 후에야 그 사람이 왕주아인 것을 알아차렸다. 왕주아는 약간 허둥거리며 걸어오다 하현을 발견하는 순간 눈 앞이 번쩍 뜨였다. “하현, 정말 너구나!”“정말 나라고? 너 왜 이렇게 나를 급하게 찾은 거야?”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못 봤는데 여자 친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준비가 된 거야?”“그럼 우리 밥 먹고 영화 보러 갈래?”“아니면 너희 집에 데려 갈래?”왕주아는 큰 눈을 반짝이더니 입가에 곡선을 그렸다. “오늘은 네가 남자친구 역할을 할 때야!”“한 마디로 날 따라 와!”하현은 어리둥절했다. “기다려. 나 일이 있어!”“기다리긴 뭘 기다려. 여자친구한테 일이 있다는 데 뭘 그렇게 꾸물거려?”말을 하면서 왕주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호텔 문 밖으로 끌어낸 다음 페라리 488 조수석으로 밀어 넣었다. 이 광경에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슬기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기회가 없었다. 조수석에 앉은 하현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슬기에게 보내준 다음 차분하고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 앉았다. 이 모습을 본 왕주아는 눈동자에 한 줄기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난 후 그녀는 순간 가속페달을 밟았고 페라리는 곧바로 날아가듯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
변승욱은 차갑게 말했다. “저는 원 총지휘관님이 누군지 모르겠는데요?”“저는 누군가가 2백억을 내고 한 사람을 보호하라고 대구로 보냈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인가요?”이슬기는 머뭇거리다 잠시 후 말했다. “제가 바로 그 사람이에요.”“자, 그럼 저를 만나러 내려 오세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습니다.”“나 변승욱은 내가 보기에 좋은 사람만 보호합니다.”말을 마치고 변승욱은 ‘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위의 많은 소녀들이 이 대화를 듣고 다시 변승욱의 모습에 맞장구를 치며 순간 하나같이 눈에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횡포자다! 실력뿐 아니라 더없이 사나워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25살쯤 되어 보이는 세련된 여인이 곁으로 다가왔는데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세련돼 보였다. 변승욱은 감탄하는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선배, 우리가 지켜야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예요? 어떻게 이렇게 거드름을 피우면서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게 하는 거예요?”변승욱의 후배, 지예린이 물었다. 변승욱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이미 그녀에게 우리 행동 원칙에 대해 말했어. 내가 10분을 줬는데 만약 그 안에 안 나타나면 경호하는 일은 허사가 될 거야.”변승욱은 사나웠고 자부심이 강했다. 그에게는 그가 경호해주고 싶은 사람만 있을 뿐 어떤 사람도 그에게 경호하라고 할 수 없었다. 이번에 누군가 돈을 내서 그를 불렀다. 솔직히 말하면 원경천은 하현의 신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 여러 가지 관계를 통해 변승욱을 부른 것이다. 변승욱의 횡포를 듣고 지예린은 흠모하는 얼굴이었다. 선배는 역시 선배다. 아무도 그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었다. 잠시 후 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떫은 한숨을 쉬었고 로비 끝, 로얄 스위트룸 전용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짧은 스커트를 입은 청아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의 외모는 요괴급인데
슬기와 변승욱의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빨간색 페라리488은 이미 대구 외곽의 바다가 보이는 별장 단지에 들어섰다. 이 별장 단지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건물은 모두 서구식이었다. 다소 낡았지만 잘 유지되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최고급 브랜드의 차를 몰지 않았다면 이 동네에 들어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몇 분 후, 이 차는 단독 별장 앞에 섰고 하현과 왕주아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왕주아는 하현을 데리고 별장 홀로 들어갔다. 홀은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고 전통적인 벽난로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고급 무연탄이 타고 있어 은은한 송진 향이 났다. 별장 홀은 봄 같은 분위기가 풍겼고 일곱 명의 아리따운 여인들은 각기 다른 곳에 앉아 있었다. 가장 중앙에 앉아 있던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희고 매끄러운 피부에 그림 같은 눈매, 불끈 달아오르는 몸매를 지녔고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이남 특유의 치마를 입고 손에는 페르시아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섯 명의 미인들은 비록 가운데에 앉아 있는 이 여인 보다는 조금 덜했지만 역시 관리가 잘 된 날씬한 여인들이었다. 왕주아와 하현 두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두 조용해졌고 두 사람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엄마, 그리고 이모님들 안녕하세요?”왕주아는 하현을 끌고 들어가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맨 가운데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왕주아의 계모, 김애선. “엄마?”김애선은 이상한 기색으로 왕주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엔 비꼬는 기색이 가득했다. “네가 나를 엄마라고 부를 줄이야. 나는 너와 나 둘의 관계로 네가 평생 이곳에 올 수 없을 줄 알았어. 나한테 깍듯이 인사해.”이때 김애선은 거만한 얼굴이었고, 뼛속 깊이 도도한 높은 사람의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이 여인들을 한번 훑어 보았다. 왕주아가 소개를 하진
하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살짝 수그러들었다. 이 계모는 역시 계모가 가진 기질과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정말 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현이 계속 입을 열기도 전에 왕주아는 차갑게 말했다. “정식적으로 소개할게요.”“이 하현은 제 남자친구예요!”“저에게 이미 남자가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려고 데리고 왔어요.”“저와 정용은 불가능해요!”“단념하세요!”하현은 왕주아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를 따라와 뜻밖에도 이런 기쁨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용이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조금 재미있네. “됐어. 내 앞에 나타나지 마.”“남자친구를 고용하려면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을 고용해야 할 거 같아.”“가난뱅이를 데리고 오다니, 너 내가 장님인 줄 알아?”김애선은 이때 짜증스러운 얼굴로 왕주아를 바로 끊어버렸다. “나는 이 사람이 네 진짜 남자친구든 가짜 남자친구든 상관없어!”“어쨌든 너는 반드시 정 세자와 결혼해야 해!”“그 사람은 요 며칠 연경에 가서 네 아버지 일을 도왔어!”“곧 돌아올 거야!”“네 자신을 위해서든, 네 아버지를 위해서든, 또 왕가 전체를 위해서든!”“어쨌든 너는 지금 가서 정 세자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어. 너희들 사이의 결혼은 정해진 거야!”“이 일은 네가 거절할 여지가 없어!”“그렇지 않으면 너 스스로 어떻게 될 지는 잘 알 거야!”김애선의 말을 듣고 왕주아의 예쁜 얼굴에 달갑지 않은 냉기가 감돌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용에게 시집가고 싶으면 당신 혼자 가세요!”“저는 죽어도 그 사람한테 시집가지 않을 거예요!”“저에게 그 사람한테 시집가라고 강요하시면 저는 땅에 머리를 박고 죽을 거예요!”“당신, 내 어머니라고 나를 위협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를 감히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나는 당신을 안고 같이 죽을 테니까요!”하현은 왕주아의 시선을 한번 더 쳐다보았다. 비록 이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
사방팔방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머지 여섯 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은 모두 와인 잔을 흔들며 즐겁게 미소를 지으며 하현을 압박했다. “그래? 왕씨 집안이 그렇게 대단해?”“그러면 내가 한번 물어 보지. 내가 어제 용문 무도관에서 왕화천의 뺨을 한 대 때렸는데……”“왕씨 집안이 나를 어떻게 처리할 지 모르겠네?”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애선과 사람들의 미소는 순식간에 굳어졌다. 왕화천의 뺨을 때렸다고?이 더없이 간단한 말에 김애선과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했다. 심지어 왕주아 조차도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하현을 쳐다 보았다. 왕화천이 어떤 사람인가?왕씨 집안의 주인이자 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이다. 높은 권위와 둘도 없는 힘을 갖춘 실력파 거물이다!그런데 하현이 감히 그의 뺨을 때렸다니 지금 여기서 무사할 수 있겠는가? 무슨 웃기는 소리인가! 왕화천의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랜 세월 그를 따라 다니던 수십 명의 용문 제자들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은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녀석이 허풍을 떨기 위해 이런 말까지 하다니?장난하나!?김애선은 평정을 되찾고 하현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인마, 네가 왕화천의 뺨을 때렸다고?”“너 차라리 대구 1인자 임복원과 목숨을 나눈 사이라고 말하지 그래!”“네가 뭔데? 네가 무슨 능력으로 왕 어르신을 건드려?”“네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건드려?”“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왕 어르신이 네 앞에서 너를 때린다고 해도 네가 감히 그를 건드렸다간 네 온 집안 식구들이 죽게 될 거야!”김애선은 품에 안긴 페르시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맨 마지막으로 너에게 기회를 줄게. 최대한 멀리 꺼져!”한 무리의 여인들이 웃을 듯 말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허풍쟁이가 지금 꺼지지 않고서 뭘 할 수 있겠는가?오직 왕주아만 조금 놀랄 뿐이었다. 그녀는 하현의 능력을 잘 알고
왕주아에 대해 말하자면 그녀의 친어머니는 식물인간이 되어 북유럽의 한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버지가 계모와 결혼을 한 후부터 그녀는 자기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외부인의 눈에 그녀는 강하고 냉혹한 대구의 유명한 아가씨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든 성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 인기척이 없을 때 그녀는 자신 앞에 웅장한 그림자가 자신을 보호해 주기를 바랐다. 원래 왕주아는 이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고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현이 갑자기 나서서 바람과 비를 막아 줄 줄은 몰랐다. 이때 강하고 차가운 왕주아는 따뜻한 느낌이 받았다.“개자식!”김애선은 벌떡 일어섰고 품에 안긴 페르시아 고양이는 ‘야옹’하며 땅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하씨, 너 정말 뻔뻔하다!”“너 이 촌놈아, 정말 네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김애선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하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잠시 후 왕주아에게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내가 기회를 줄게.”“너 스스로 뺨 두 대 때리고 그를 내보내!”“아니면 내가 경호원보고 그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꺼지게 할까?”그녀의 한 마디가 떨어지자 거실에 있던 검은 양복의 경호원 십여 명이 살벌하게 하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왕주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둘 다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지금 왕주아는 태연한 눈빛으로 김애선을 노려보았다. “저는 하현을 데리고 같이 갈 거예요!”“제가 오늘 온 건 당신과 타협하거나 협상하러 온 게 아니에요. 알려주려고 온 거예요!”“저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어요. 그러니 단념하세요!”“저를 정용에게 시집 보낼 생각은 다시 하지 마시라고요!”“당신들도 우리 엄마를 가지고 나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나를 계속 조이면 연을 끊어버릴 거예요.”“다같이 안고 죽읍시다!”“당신이든 우리 아버지든 당신들은 나를 강요할 수 없어요!”하현은 한숨을 쉬며 왕주아를 쳐다보고 말했다.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
회사 입구를 나온 하현은 아우디 A8 안으로 들어가 나박하에게 시동을 걸라고 손짓을 했다.나박하는 방금 그 장면을 목격했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 하현은 나박하의 눈앞에서 흉악한 발톱을 드러낸 셈이었다.이를 통해 나박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하현이 결코 밥이나 축내는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깨달았다.시동을 건 후 나박하는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하현, 어디로 갈까요?”“엄도훈과 자금산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요?”“그를 만나야죠.”“만나서 확실하게 얘기해야죠. 그가 이천억을 받아온다면 우린 한 푼도 가지지 않을 거라고.”“이천억. 그들 신사 상인 연합회가 십 년 동안 보호비를 걷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아마 그는 열심히 돈을 받아오려고 할 거예요.”하현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는 김탁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김탁우의 천성으로 봐서 그는 절대 이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오늘 금정 간 씨 가문 간소민이 함께 있었으니 김탁우는 이 사람 앞에서 절대 체면을 구길 수 없을 것이다.김준영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남 천문채을 공범으로 만들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이다.여섯 은둔가 중 두 씨 가문이 이 일을 가장 좋아할 것이다.30분 후 나박하의 차는 짓다 말아 흉가가 된 별장 근처에 멈춰 섰다.이곳은 그들이 엄도훈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엄도훈 뒤에 있는 서남 천문채 수장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눈앞을 보니 엄도훈의 차 이외에도 여러 대의 지프가 나타나 있었다.이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엄도훈의 개조된 차량을 들이받았고 현장에는 칼자국과 탄환 자국이 흩어져 있었다.짐작컨대 이곳에서 방금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차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박하, 차를 구석으로 몰아요. 시동 끌지
”게다가 당신은 방금 모든 것이 공평하고 공명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좋은 말할 때 그만하라는 거야?”“내가 오늘 고의로 이런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분명히 해야 해!”“어제 김탁우가 내 집복당을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상대가 놀자고 하는데 놀아 줘야지!”“지면 인정하고 혼쭐이 나야지.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간소민은 기세를 수그리며 말했다.“하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김탁우는 점잖고 교양 있는 사람이야. 당신이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김탁우도 차갑게 얼굴이 가라앉았다.속으로 짚이는 데가 있다고 해서 함부로 발설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하현, 함부로 남을 헐뜯지 마! 증거 있어?!”김나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처럼 기세 좋게 대드는 것을 보고 아직 이홍파 측이 하현에게 손을 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조만간 있을 대역전극을 볼 기대로 차올랐던 것이다.하지만 이홍파는 이미 하현에게 손을 썼을 뿐만 아니라 무참히 짓밟힌 후였다.의기양양하게 하현을 찾아갔지만 결국 하현은 아무 일 없이 끝났고 오히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은 단번에 고개를 숙였다.“김탁우, 함부로 남을 헐뜯는 사람인지 아닌지,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야.”“지금 이런 얘기하는 게 의미가 있어?”하현은 당당한 얼굴로 김탁우를 바라보았다.“설은아의 체면을 봐서 특별히 천억에 합의해 주는 거야. 내일 밤 어두워지기 전에 수표를 가져와야 할 거야.”하현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이자 간소민은 버럭 화를 냈다.“하 씨!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당신이 금정에서 이렇게 함부로 날뛰는 건 우리 간 씨 가문 여자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잖아!”“내 말 똑똑히 들어! 이 일은 여기서 끝내야 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내가 간민
”비슷한 물건들이 항성과 도성 경매장에서 대략 이천억에 팔렸어!”“나도 방금 형 씨 가문에서 이천억에 샀어.”“봐. 여기 가격표가 있잖아?!”하현은 비닐봉지를 열어 바닥에 파편을 쏟으며 영수증을 한 장 꺼냈다.“내 아내한테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고 산 거였어!”“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봐!”“당신 차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어!”“이천억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인데 당신들이 이천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지금 나 놀리는 거야?”“물론 당신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감정 요청을 해 봐! 그럼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어!”이천억?!김 씨 남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가 이내 파랗게 질려 버렸다.두 경찰도 어안이 벙벙한 채 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하현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이 일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하현은 확실히 정당하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이었다.하현은 골동품 도자기 영수증도 가지고 있었다.완벽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사건의 모든 증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하현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긴 했지만 두 경찰은 반발할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해하던 간소민은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굳어졌다.하현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을 쏟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천억이라니!김탁우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액수였다!만약 김탁우가 죽는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저희는 사고의 책임 소지만 밟힐 수 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측이 서로 협의해야 합니다!”“협의가 안 되면 법정에서 해결하시면 됩니다!”두 경찰은 골치 아픈 일에 엮일까 봐 얼른 책임 소지를 밝힌 책임 인정서만 발급하고 줄행랑을 쳤다.이것은 도저히 자신들이 건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김탁
”김탁우. 미안하지만 이번 사고를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책임은 당신한테 있습니다.”김탁우가 백일몽을 꾸고 있을 때 대머리 경찰이 현장을 자세히 살핀 후 침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도로법에 따라 당신은 하현에게 모든 손해 배상을 해야 합니다.”김탁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분명 생각지도 못한 결과임에 틀림없었다.그는 하현이 경찰서 사람들과 내통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경찰들은 순찰 중 무작위로 파견되었기 때문에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쓸데없는 말을 내뱉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 뻔했다.순간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별 볼 일 없는 사람 한 명 짓밟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아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잘 들어요! 이 일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요!”김나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 사람은 그저 무책임한 인간일 뿐이에요. 여기저기 사기나 치고 다니는 인간이라고요! 경찰이라면 이런 사람을 잡아가서 취조를 해야지 우리한테 책임을 전가하다니요?”“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아니면 머리가 아주 나쁜 거예요?”김나나가 강경한 얼굴로 몰아붙이자 경찰은 침착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횡단보도에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도로교통법입니다.”“불복한다면 소송을 하십시오.”“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입니다!”김나나는 이를 악물고 버럭 소리쳤다.“우리가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났으니 당연히 이 사람 책임이죠!”경찰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우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사고 당시 차를 몰던 김탁우가 옆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그래서 당신들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건 어딜 가도 바뀌지 않아요.”또 다른 경찰이 영상을 꺼내 김 씨 남매에게 보여 주었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