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성은 이소리를 밀어 젖히고 자신의 얼굴을 더듬어 보더니 이슬기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슬기, 네가 감히 나를 때려?”“너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이슬기는 차갑게 말했다. “너를 때리는 게 뭐? 너는 하인일 뿐이야. 내가 너를 때려 죽여도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나서지 않을 거야!”“하하하, 너 날 죽이려고?”“이 아가씨가 다른 재주는 없어도 꿈 꾸는 재주는 정말 대단한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나는 거친 말을 굴복시키는 걸 제일 좋아해!”“강제로 강행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니까!”말을 하면서 장준성은 한 손으로 슬기의 얼굴을 주무르러 갔다. “네가 감히 피해? 내가 이 늙은 물건을 죽여 버리겠어!”지금 이 순간 장준성은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가진 왕처럼 더없이 강력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대구의 유명한 세자 도련님도 그의 앞에서는 마치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는 듯했다. “네가 감히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네 집안 조상의 18대를 다 죽여 버릴 거야!”바로 이때 바깥에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기는 누가 왔는지 알았고 긴장했던 몸이 풀렸다“어르신, 왜 그녀를 건드린 거야?”하현의 호통에 장준성은 행동을 멈추기는커녕 냉소적으로 슬기의 얼굴을 주물렀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있던 화기는 말하고 있는 입 쪽을 가리켰다.그리고 수십 명의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돌려 쳐다보았다. “펑______”큰 소리가 나더니 패기 넘치게 차 문이 발에 걷어차였고, 그 소리와 함께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이소리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장 집사님, 조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명소리가 몇 번 들렸고, 7-8명의 양복을 입고 있던 남자들은 다 발에 걷어차여 날아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십여 미터 밖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하현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고 장준성
슬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지만 이 광경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온화한 기색이 가득했다. 하 회장님은 역시 하 회장님이다. 어떤 상황이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있으면 하늘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방금 한 말 못 들었어?”하현은 휴지를 꺼내 천천히 자기 손바닥을 닦았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나서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한 말 못 알아들은 거야?”“너……”장준성은 화기를 손에 쥔 째 끊임없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도 독한 편이었지만 이 분 앞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다. “임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나는 10대 최고 가문 사람이야. 심가의 관리 집사, 장준성!”“네가 나를 건드리는 건 심가를 건드리는 거야. 심재욱 세자와 사이가 틀어지는 거고. 너 뒷감당 할 수 있겠어?”“내가 분명히 말하는 데 이슬기조차도 나를 무서워해!”“네가 무슨 힘도 없고 배경도 없다면 이 더러운 물은 건너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거야!”“요즘은 주먹이 강해도 안 통해. 날 건드려봐. 내가 아무렇게나 전화 한 통하면 경찰서에서 너를 잡아다가 감옥에 집어 넣을 수도 있어!”“진짜 무력을 보고 싶으면 우리 심가에는 수천 명의 정예가 있고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무수한 자산이 있어!”“전신급 고수라도 찾을 수 있어!”“이런 사람은 너를 쉽게 밟을 수 있지!”“젊은이, 세발 고양이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위세 부리지 마!”“너 아직 어리고 앞날이 창창하니 무리하게 나서서 일을 그르치지 마!”“네가 지금 꽁무니를 빼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각할게!”“그렇지 않으면 화낼 거야!”장준성은 크게 호통을 치긴 했지만 어딘가 엄중한 느낌을 풍겼다. 그리고 하현이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대구 3분의 1의 땅에서 심가 두 글자는 모든 것은 진압했다. 장준성은 또 심가에 비견될 수 있는 가문들과
사방의 군중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고 몇몇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일어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지금은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슬기는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하현이 배신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학범은 감개무량한 얼굴이었다. 아가씨가 이 분과 알고 지내는 것이야 말로 그녀의 가장 큰 비장의 카드, 빽인 것 같다. “너, 내 앞에서 내 사람을 죽이다니……”처참하게 죽은 이소리를 보고 이때 장준성은 급해졌고 순간 그의 손에 들고 있던 화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펑______”큰 소리와 함께 하현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다시 총알을 피했다. 이 장면을 본 장준성의 눈가에는 경련이 일었고 다시 총을 쏘려 했지만 벌써 동작이 느려졌다. “펑______”하현은 그의 손에 있던 화기를 빼앗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장준성의 손바닥을 관통한 이 한 방에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장준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현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펑______”장준성의 다른 손도 불구가 되었다. 비할 데 없이 피가 줄줄 흘렀다. 이 장면을 보았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온몸이 오싹해졌다.장준성 앞에 화기를 마음대로 내던지고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목숨은 내가 원하지 않으니 네 목숨은 남겨둘게. 네 주인한테 돌아가서 전해.”“3일의 시간을 줄게.”“3일 안에 슬기의 처우에 대해 나에게 반드시 해명해야 해.”“만약 해명할 방법이 없다면 내가 직접 심가로 갈 거야.”“퍽______”말을 마치고 하현은 장준성을 발로 걷어차 날려 버렸다. 장준성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크게 내뿜었지만 하현을 쳐다보는 눈빛은 원한으로 가득 찼다. 심가네 가서 해명을 요구하겠다고?네가 뭔데?아무리 분해도 그는 지금 머리를 숙이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왜냐하면 솜씨 면에서나 악랄한 면에서나 그는 하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꺼져!”
“아주머니가 갇혔는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는 엄마가 갇혀있다는 소식을 듣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제일 먼저 대구 심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그런데 제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생각지도 못하게 상대방은 저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저를 붙잡았어요.”“손을 댄 사람은 심재욱 사촌오빠 곁에 있는 친위였어요.”사촌 오빠의 말대로라면 지금 수사 중이라는데 저는 비록 용의자는 아니지만 제가 손을 써서 조사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를 반드시 잡아가야 한다고 했어요!”“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저희 엄마가 정말 심가의 자제들을 살해한 거라면 저희 엄마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서 반드시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현진과 결혼해야 한대요.”“물론 제가 죽지 않도록 사촌 오빠는 저에게 조금의 자유를 주었어요.”여기까지 말하자 슬기의 냉랭한 성격으로도 자조 섞인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인 네 사촌 오빠도 전설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가 보네!”“연경 방씨 집안의 손을 빌려서 구신애를 없애려고 하다니?”“보아하니 그는 대구 여섯 세자 중에서 꼴찌인 거 같네.”하현이 무시하는 소리를 들으며 슬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희 심씨는 비록 10대 최고 가문 중 순위가 높지만 저희가 10대 가문에 들어갈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저희 집 돈 때문이에요!”“힘에서부터 세력, 무력에 이르기까지 저희는 다른 정상급 가문에 비해 부족해요.”“그래서 심재욱 사촌 오빠가 방가의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돼요.”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건 왜 저를 희생시키느냐는 거예요.”“설마 내가 심가의 눈에 그렇게 하찮게 보이고 거래되는 상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건가요?”하현은 손을 뻗어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
슬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똑똑했기에 진작부터 이런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때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여태껏 심가의 어떤 것도 쟁취할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저희 엄마조차도 그럴 마음이 없고요.”“너는 별 생각이 없을지 모르지만 때때로 세상에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어.”하현은 웃었다. “보기에 이남 갑부 심가성, 네 외할아버지가 두 모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그렇지 않으면 우리 심 세자가 구태여 이렇게 힘든 일을 했겠어?”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외할아버지는 저에게 잘해주셨고 권력을 잡으라는 농담도 진작에 하셨었어요.”“저는 관심이 없어서 강남으로 간 거였고요.”“저는 거액의 재산보다는 하 회장님 곁에 있고 싶어요.”하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이 말은 받을 수 없었다. 슬기도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때 화제를 바꾸며 이어서 말했다. “어제 회장님의 소식을 받고 오늘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장님께서 반드시 오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지금 심가의 상황이 복잡해서 섣불리 방문했다간 양측에 갈등만 커질뿐더러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그래서 오늘 점심에 제가 학범에게 호위병들을 기절시키게 하고 회장님을 찾으러 나온 거예요.”“근데 생각지도 못하게 장준성에게 발각이 됐고 그가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요.”“또 제가 심가를 떠날 수 있었던 건 원래 장준성의 계획의 일환이었어요. 그가 고의로 길을 내준 거고 목적은 우리 모녀의 죄를 굳히기 위한 거예요!”“그리고 그는 일부러 저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 몇 명을 죽여서 그 죄명을 저에게 뒤집어 씌웠어요!”“보아하니 심재욱 쪽에서 어떤 유용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이런 수단까지 동원한 거 같아요.”이런 생각을 하며 납득이 되자 이슬기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하 회장님, 그러면 저희 어머니가 위험해지지 않을까요?”하현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슬기의 일을 처리하고 바로크 팰리스 호텔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원경천이 보낸 경호원들이 있으니 하현은 슬기의 안전에 대해서는 안심했다. 이제 조용히 심가가 공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회를 봐서 상대를 죽이면 그만이었다. 하현은 3일 동안 용문 대구 지회의 일을 완전히 해결하려고 했다. 원경천이 보낸 사람들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쪽 멀지 않은 곳에서 그림자가 다가왔다. 샤넬 블랙 스커트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외모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현은 눈앞이 살짝 밝아졌고 잠시 후에야 그 사람이 왕주아인 것을 알아차렸다. 왕주아는 약간 허둥거리며 걸어오다 하현을 발견하는 순간 눈 앞이 번쩍 뜨였다. “하현, 정말 너구나!”“정말 나라고? 너 왜 이렇게 나를 급하게 찾은 거야?”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못 봤는데 여자 친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준비가 된 거야?”“그럼 우리 밥 먹고 영화 보러 갈래?”“아니면 너희 집에 데려 갈래?”왕주아는 큰 눈을 반짝이더니 입가에 곡선을 그렸다. “오늘은 네가 남자친구 역할을 할 때야!”“한 마디로 날 따라 와!”하현은 어리둥절했다. “기다려. 나 일이 있어!”“기다리긴 뭘 기다려. 여자친구한테 일이 있다는 데 뭘 그렇게 꾸물거려?”말을 하면서 왕주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호텔 문 밖으로 끌어낸 다음 페라리 488 조수석으로 밀어 넣었다. 이 광경에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슬기의 안전을 책임질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기회가 없었다. 조수석에 앉은 하현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슬기에게 보내준 다음 차분하고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 앉았다. 이 모습을 본 왕주아는 눈동자에 한 줄기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난 후 그녀는 순간 가속페달을 밟았고 페라리는 곧바로 날아가듯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
변승욱은 차갑게 말했다. “저는 원 총지휘관님이 누군지 모르겠는데요?”“저는 누군가가 2백억을 내고 한 사람을 보호하라고 대구로 보냈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인가요?”이슬기는 머뭇거리다 잠시 후 말했다. “제가 바로 그 사람이에요.”“자, 그럼 저를 만나러 내려 오세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습니다.”“나 변승욱은 내가 보기에 좋은 사람만 보호합니다.”말을 마치고 변승욱은 ‘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위의 많은 소녀들이 이 대화를 듣고 다시 변승욱의 모습에 맞장구를 치며 순간 하나같이 눈에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횡포자다! 실력뿐 아니라 더없이 사나워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25살쯤 되어 보이는 세련된 여인이 곁으로 다가왔는데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세련돼 보였다. 변승욱은 감탄하는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선배, 우리가 지켜야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예요? 어떻게 이렇게 거드름을 피우면서 여기서 우리를 기다리게 하는 거예요?”변승욱의 후배, 지예린이 물었다. 변승욱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이미 그녀에게 우리 행동 원칙에 대해 말했어. 내가 10분을 줬는데 만약 그 안에 안 나타나면 경호하는 일은 허사가 될 거야.”변승욱은 사나웠고 자부심이 강했다. 그에게는 그가 경호해주고 싶은 사람만 있을 뿐 어떤 사람도 그에게 경호하라고 할 수 없었다. 이번에 누군가 돈을 내서 그를 불렀다. 솔직히 말하면 원경천은 하현의 신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 여러 가지 관계를 통해 변승욱을 부른 것이다. 변승욱의 횡포를 듣고 지예린은 흠모하는 얼굴이었다. 선배는 역시 선배다. 아무도 그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었다. 잠시 후 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떫은 한숨을 쉬었고 로비 끝, 로얄 스위트룸 전용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짧은 스커트를 입은 청아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의 외모는 요괴급인데
슬기와 변승욱의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빨간색 페라리488은 이미 대구 외곽의 바다가 보이는 별장 단지에 들어섰다. 이 별장 단지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건물은 모두 서구식이었다. 다소 낡았지만 잘 유지되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최고급 브랜드의 차를 몰지 않았다면 이 동네에 들어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몇 분 후, 이 차는 단독 별장 앞에 섰고 하현과 왕주아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왕주아는 하현을 데리고 별장 홀로 들어갔다. 홀은 럭셔리하게 꾸며져 있었고 전통적인 벽난로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고급 무연탄이 타고 있어 은은한 송진 향이 났다. 별장 홀은 봄 같은 분위기가 풍겼고 일곱 명의 아리따운 여인들은 각기 다른 곳에 앉아 있었다. 가장 중앙에 앉아 있던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희고 매끄러운 피부에 그림 같은 눈매, 불끈 달아오르는 몸매를 지녔고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이남 특유의 치마를 입고 손에는 페르시아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섯 명의 미인들은 비록 가운데에 앉아 있는 이 여인 보다는 조금 덜했지만 역시 관리가 잘 된 날씬한 여인들이었다. 왕주아와 하현 두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두 조용해졌고 두 사람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엄마, 그리고 이모님들 안녕하세요?”왕주아는 하현을 끌고 들어가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맨 가운데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왕주아의 계모, 김애선. “엄마?”김애선은 이상한 기색으로 왕주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엔 비꼬는 기색이 가득했다. “네가 나를 엄마라고 부를 줄이야. 나는 너와 나 둘의 관계로 네가 평생 이곳에 올 수 없을 줄 알았어. 나한테 깍듯이 인사해.”이때 김애선은 거만한 얼굴이었고, 뼛속 깊이 도도한 높은 사람의 위엄을 가지고 있었다. 하현은 담담하게 이 여인들을 한번 훑어 보았다. 왕주아가 소개를 하진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
정상적으로 데릴사위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는가?블랙골드 카드까지?백억이 무슨 장난인가?몇몇 아리따운 여직원들도 하나같이 입꼬리를 치켜들고 경멸의 빛을 쏘아보냈다.남자가 되어서 여자한테 빌붙어 얻어먹고 사는 것도 모자라 여자의 돈을 몰래 빼내서 블랙골드 카드까지 만들다니!이런 남자는 그 자체로 망신이고 도덕적으로도 완전히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존재였다.돼지우리에 가둬야 딱 맞을 정도였다.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안에 있는 돈, 내 돈이야.”“뭐? 당신 돈이라고?”김나나는 냉소를 흘렸다.“밥벌이도 못해서 은아한테 빌붙어 사는 주제에 어떻게 이 많은 돈이 났다는 거야?”“설 씨 집안의 돈을 훔친 게 틀림없어!”“당신, 이거 불법인 거 알아? 하늘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김나나는 핸드폰을 꺼내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분명 이 일을 빌미로 하현을 설은아에게서 떼어 놓으려는 속셈인 것이다.그런 다음 정정당당하게 그녀의 오빠를 설은아에게 소개해서 둘을 연결할 생각이었던 것이다.“당신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하현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행장님을 만나야겠어.”“뭐라고?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행장님이 어서 오세요 하고 만나 준대? 허!”김나나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뒤섞인 얼굴로 계속 퍼부었다.“은아가 와서 당신이 설 씨 집안 돈을 훔친 걸 알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이야!”하현과 설은아가 재혼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나나, 무슨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추었고 설은아는 쏜살같이 차에서 내렸다.하현의 얼굴을 보자마자 설은아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감돌았다.“하현, 당신 여기서 뭐 해?”이때 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띵’소리를 내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우아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가 몇 명의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왔다.
”당신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설 씨 집안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는데도 그걸로 모자라?”“그래서 이젠 은아의 돈까지 훔쳐 쓰려고 하는 거야?”“그 돈으로 뭘 할 생각이야? 설마 내연녀 명품백이나 사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김나나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하현을 도둑만도 못한 남자 보듯 헐뜯었다.은행 직원들과 고객들도 모두 하나둘씩 고개를 갸웃거리며 데릴사위 주제에 주제를 모른다는 둥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얘기 다 끝났어?”하현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 다 했으면 저리 가. 업무 방해하지 말고!”만약 상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하현은 벌써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경고하는데! 잘 들어!”“3일 주겠어!”“3일 안에 은아 곁에서 사라져!”“재결합이라니! 흥 재결합이라니?!”“꿈도 꾸지 마!”“내 말 똑똑히 들어. 은아는 당신이 그렇게 갖고 놀 여자가 아니야!”김나나는 세상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치켜세웠다.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깔고 하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무엇보다 우리 오빠가 이제 곧 퇴원해.”“우리 오빠가 보는 앞에서 감히 당신이 은아한테 찝쩍거린다면 우리 오빠한테 혼쭐날 거야! 알아?!”하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김나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곧장 VIP 창구로 가서 블랙골드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안에 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해 주세요.”“솩!”하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나나는 얼른 돌진해 그의 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내가 부행장이야. 어디 당신 카드나 좀 보자고!”“뭐? 블랙골드?”고혹적인 빛을 띠는 블랙골드 카드를 보며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신분이 아주 높거나 재산이 많다.금정 같은 곳에서도 블랙골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잠깐만! 블랙골드에 당신 이름이 여기
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무슨 충고?”“옛날부터 불로장생하는 것과 풍수는 깊은 연관이 있어.”“당신이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야. 뱀을 동굴에서 나오게 유인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뭔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은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그래서 말인데, 풍수관을 차리는 건 어때?”“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목을 끄는 거지.”“더욱 중요한 것은 금정이 오래된 고도로서 기괴한 일이 적지 않다는 거야.”“소문난 풍수지리사로 이름을 날리며 금정에 많은 인맥을 쌓는다면 당신한테 나쁠 것도 없잖아?”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리가 있어. 역시 금정 간 씨 가문 아가씨다워!”“풍수지리사라, 흥미로운 직업이지.”“하지만 난 풍수를 전문적으로 보는 풍수지리사가 아니야.”간민효는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당신이 관심만 있다면 내가 나머지는 모두 처리할게!”“가게든, 직원들이든, 자격증이든 모든 것들 다!”“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다른 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게 내가 다 준비할게!”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그렇게 해! 아무 문제없어!”말을 하는 사이 차는 어느덧 금정은행 입구에 도착했다.하현은 전에 이슬기에게 현금 이천억을 마련하라고 한 일이 있어서 오는 길에 은행에 들러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설은아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불시의 상황에 미리 대비해 놓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금정은행 로비에 들어서자 하현은 로비 매니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VIP실이 어디죠?”어쨌든 이런 고액의 업무는 귀빈실에서 처리해야 한다.“어머? 당신 그 데릴사위 아냐?”바로 그때 주변에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높은 하이힐만큼이나 콧대를 치켜세운 아름다운 여자가 하현 앞에 나타났다.하현은 눈앞의 여자를 희미한 눈길로 바라보
형나운은 결국 하현을 주인이라 불렀다.그때 간민효가 하현을 데리러 왔고 형 씨 가문 집사가 공손하게 백억짜리 수표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형 씨 가문은 골동품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홍익이라는 거대한 수장이 없다면 형 씨 가문의 사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형 씨 가문에게 형홍익의 생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하현이 형홍익을 구한 것은 형 씨 가문 전체를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형 씨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에게 사례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비록 돈을 받을 뜻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받았다.그러고 나서 간민효의 페라리에 올라타 형 씨 가문을 떠났다.차 안에서 하현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닌 간민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민효, 당신은 내가 어르신을 구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액셀을 밟던 간민효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엄도훈의 팔괘경과 삼촌의 구안천주가 같은 곳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당신이 엄도훈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삼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어.”하현은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같은 곳에서?”간민효는 담담하게 어조로 말했다.“같은 조직이라고 해야 하나?”“역사의 그늘 속에서 신비롭게 존재하는 조직.”“이번에 그들이 엄도훈과 삼촌한테 이런 짓을 한 것은 아마 십중팔구 금정의 몇 개 은둔가를 직접 겨냥하고 저지른 게 틀림없어.”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장생전?”하현이 이 세 글자를 꺼내자 간민효는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차는 굉음을 내며 멈춰 섰고 간민효는 놀란 눈을 한 채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하현, 당신이 어떻게 장생전을 알아?”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남양의 페낭에서 이 조직과 한 번 맞붙어 당한 적이 있어.”“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에 내가 금정에 온 이유가 아내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