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세련된 여인과 몇 명의 용문 제자들은 모두 차가운 시선으로 하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당연히 용문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하현의 행동은 그들이 보기에 생사를 모르는 것이었다. “비방하고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어.”하현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런데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 일들은 내가 주아의 체면을 봐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첫째, 나는 종민우에게 세 가지 동작을 지시해서 성진호를 물리치라고 했어. 하지만 결국 그가 성진호를 칼로 벤 것은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야. 이 점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있었던 용문의 제자들에게 제대로 물어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거야. 이 문제로 나를 위협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되면 내가 당신을 무시하게 만들 뿐이야.”“둘째, 나는 당신과 진주희, 조남헌 사이에서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마디 충고하지. 당신이 속임수를 써서 진주희를 이기더라도 당신은 회장 자리에 앉을 수 없어. 당신의 마음속에는 승패와 이익만 있을 뿐 용문 지회장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 없기 때문이야.”“셋째, 만약 당신이 한창 전성기인 지금 결단하고 물러나면 부잣집 영감이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하지만 계속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면 나는 먼저 당신 자신의 묘 자리를 찾으라고 권할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하현은 발길을 돌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말씀 드렸으니 왕 부회장님께서 알아서 잘 하시길 바랍니다.”만약 왕주아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하현은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현의 모습을 보고 왕화천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고 참지 못하고 하현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하씨, 네가 나를 가르치는 거야?”“저는 기회를 드린 겁니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나한테 기회를 주는 거라고? 네가 무슨 근거로 나한테 기회를 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기회를 주냐고?”왕화천은 냉소적으로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왕화천의 모습을 보며 담담한 기색이었다. 이 왕 부회장은 다소 효웅 기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진주희, 조남헌 두 사람이 끊임없이 싸우면서도 연연해하며 떨어지기 어려워하더라니. 다만 이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현은 여지원과 사람들은 무시하고 그냥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결국 그가 움직이자 여지원과 다른 용문의 세 제자들이 앞을 가로 막았다. “하 도련님, 그냥 머물러 계세요.”여지원은 대문을 가로 막았다. “떠나려면 왕 회장님의 조건을 승낙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하현은 웃었다. “너희들 같은 세 발 고양이 솜씨로 나를 막을 수 있겠어?”여지원은 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자신의 치마 한쪽을 찢어 자신의 다리를 더욱 예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성진호는 용문 지회 젊은 세대들에게 두 번째 자부심으로 알려져 있어요.”“하지만 젊은 세대일 뿐이라는 것을 아셔야 해요. 게다가 왕 회장님이 그를 추켜 세웠을 뿐이에요!”“성진호를 제압했다고 해서 우리 앞에서 날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어쨌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성진호보다는 실력이 뛰어납니다.”“믿지 못하겠다면 한 번 건드려 보세요. 당신의 자신감이 우리 용문 앞에서 얼마나 우스운지 확실히 알게 될 겁니다.”하현은 웃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니 그럼 내가 당신들과 겨뤄줘야 하나?”하현이 벌써 앞쪽으로 걸어나가자 여지원의 얼굴은 굳어졌다. 세 명의 용문 제자들은 싸늘한 얼굴로 막아 섰고 동시에 손을 뻗었다. “퍽퍽퍽______”하현은 제자리에서 걷고 있는 것 같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용문 제자들의 무서운 공격을 피했다. 맨 마지막 고비에서 하현은 뺨 세 대를 후려 쳤다. 세 명의 용문 제자들은 날아가 벽에 부딪히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들은 모두 코와 입에서 피를 내뿜었고 얼굴
차에 오르려던 왕화천은 살짝 멍해지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다. “왕 부회장님, 죄송합니다!”하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부’자는 발음이 또렷했다.그는 가까이 접근하려던 용문 제자들 몇 명을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난 후 왕화천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런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다니요.”왕화천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여지원이 하현을 붙잡아 놓지 못한 것이 조금 뜻밖이었다. 하지만 이때 그는 큰 두려움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뭘 하려는 게 아니야……”하현은 미소를 지었다. “다만 장인 어르신께 한 말씀 드리려고요. 회장 자리는 꿈도 꾸지 마시라고. 왜냐면 당신은 정말 자격이 없으니까……”“퍽!”말을 마치고 하현은 왕화천의 뺨을 때렸다. 쟁쟁하고 우렁찼다!뺨을 때리고 하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내가 때린 뺨이 회장이 되려는 어르신의 꿈을 깨뜨렸겠지?”말을 마치고 하현은 발길을 돌려 떠났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 왕화천은 빨갛게 부어 오른 얼굴을 감싸고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 눈동자에 한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곧이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하 큰 소리로 웃어댔다. 지금 왕화천의 눈빛에는 원한이 극에 달했다!……용문 무도관을 떠나 하현은 심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제안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슬기가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는 바로 심가네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하현은 심가네로 가기 전에 용문 대구 지회 문제를 먼저 해결할 생각이었다.지회장의 위세를 가지고 심가를 방문하면 많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소식에 따르면 왕화천이 지회장이 되려고 하는 일은 대구 여섯 세자 중 한 명인 정용이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단기간 내에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여전히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대구의
“향산 별장은 대구에서 가장 좋은 별장이야. 가격이랑 환경을 한 번 살펴보려고 시현이를 데리고 왔어. 이렇게 하면 앞으로 일하는 데 힘이 날 거 같아서!”주건국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딸은 이렇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이라 이틀만에 몇 억을 벌었고 게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대성그룹에서 일자리를 잃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진중한 주건국을 매우 만족시켰다. 주시현은 이때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걱정 마세요. 저한테는 돈을 긁어 모아다 줄 오빠가 있잖아요. 기껏해야 몇 달이면 이곳 별장을 살 수 있을 거예요.”오늘 주시현은 블랙 샤넬 투피스를 입고 시크하기 그지없는 메이크업으로 매력적이고 더없이 자신감 있어 보였다. “아이고, 둘이서 뭐 하는 거야?”“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이소연은 부녀의 말을 끊었다. “몇 십억짜리 물건을 하현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평생 이렇게 큰 돈은 벌 수 없을 텐데!”“게다가 이렇게 계속 자랑을 하고 있으면 하현의 마음이 힘들지 않겠어?”“가장 중요한 건 내일 하현은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의 일자리는 시현이가 마련해 준 거잖아. 그가 어떻게 생각하겠어?”이소연은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하현 앞에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이 놈이 그들 일가를 잡아 먹으려고 이것 저것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그리고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하현이 죽마고우라는 핑계로 주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려고 끈질기게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기 남편이 죽어서도 체면치레로 고생하게 될 것이다. 정말 두 사람 사이를 맺어주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소연은 이 무서운 미래를 생각하며 벌벌 떨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 “하현, 미안해. 아저씨하고 시현이가 네 기분을 신경 쓰지 않고 여기서 자랑 질을 하다니. 절대 마음에 담아 두지 마!”“그리고 너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여기는 어떻게 나타난 거야!”“방금 네가 향산 별장으로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아저씨, 이 집은 정말 제 거예요. 제가 거짓말 할 필요가 없죠. 아니면 저랑 같이 들어가 보실래요?”“됐어. 하현아, 우리 앞에서 뭘 그렇게 뻐겨?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너의 사정을 우리가 모르겠어?”“너 이렇게 하면 재미있어?”이소연은 하현을 보며 빈정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별장은 분명 임씨 1인자 건데 자기 체면 차리느라고 정말 뻔뻔하게 구네.” “너 이 별장이 소남 임씨 집안에서 너한테 준거라고는 절대 말하지 마!”이때 이소연은 하현을 쳐다보는 표정에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풀 뿌리는 풀 뿌리네. 이 상류층 사람들 앞에서 체면 차리느라고 이런 말까지 내뱉다니 정말 슬프고 한탄스럽고 또 가소롭다! 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이 곳은 정말 임복원 선생이 나한테 준 곳이에요.”“자, 하현, 더 이상 말하지 마!”주건국은 하현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암담한 눈빛이었다. “아저씨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가 않아. 나는 단지 네가 착실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야.”이때 그의 마음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만약 하현의 부모가 하현이 지금 이렇게 성장했다는 걸 알면 얼마나 속상하고 실망스러워 했을까! “만약 네가 아직도 나를 윗사람으로 생각한다면!”“그러면 내일 얌전히 출근해. 이런 일은 생각도 하지 마!”“소위 네 별장이라고 하는 곳에는 난 안 들어갈 거야!”말을 마치고 주건국은 별장 단지를 구경도 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 정색을 하고 떠났다. “주씨, 이 놈은 너무 허영심이 심해. 앞으로 우리한테 달라 붙을 거 같아.”이소연은 재빨리 주건국을 따라갔다. “당신 그때는 이 어린애를 직접 잡아 찢어 버려야 돼. 절대 이 놈이 우리한테 빌붙게 해서는 안돼!”주건군은 냉소하며 말했다. “농담한 거뿐인데 누가 그걸 진담으로 받아들여?”이소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말하는 사람은 무심코 말했어도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게 들을 수 있어……
하현은 주시현을 무시했고 그녀가 떠난 뒤에야 설유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유아는 잠시 전화를 받았다. 유아가 한 장면을 더 찍으러 촬영장에 가야 해서 한동안 별장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잠시 후 그는 또 변백범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쪽에 사람들을 보내 설유아를 지키도록 했다. 이 모든 것을 마친 후에야 하현은 배달 상자를 들고 향산 별장 단지로 들어갔다. 1호 별장 문 앞에 이르렀을 때 하현은 출입카드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대문을 발로 걷어 차며 뒤로 반 발자국 물러섰다. “휙휙휙______”묵직한 소리가 나더니 방금 하현이 서 있던 곳에 화살 세 발이 꽂혔다. 살의가 순식간에 퍼져나가더니 별장 단지 전체를 뒤덮었다. 하현은 이미 이 장면을 예상한 듯 화살이 발사됨과 동시에 손에 든 배달 상자를 방안으로 던지고는 동시에 발을 움직여 발코니 가장 자리를 잡고 오른손의 힘으로 원숭이처럼 2층으로 올라갔다. 날아간 배달 상자가 전등 스위치를 눌러 순간 전등이 켜졌다. 2층 구석에 잠복해 있던 킬러들은 검은 야행복을 입고 머리까지 싸맨 채 입과 코, 눈만 드러냈다. 불빛이 켜지는 순간,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하현은 방금 그 배달상자 안에서 젓가락을 꺼내 이미 손에 들고 있었다. “휙휙휙______”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세 명의 킬러는 목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하현은 순간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체를 끌어 당겨 그의 앞에 놓았다. “휙휙휙______”또 세 발이 발사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현은 오른발로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들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쏘았다. 묵직한 소리가 나더니 또 세 명의 킬러가 2층 베란다에서부터 떨어져 1층 거실로 떨어졌다. 거실에 있는 이 시체들을 마구잡이로 발로 차버리고 나서야 하현은 테이블 위의
1호 별장 전체를 수색했으나 벨라루스의 고수들 외에 적수는 오직 하현 한 사람뿐이었다. 대진은 이때 싸늘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분명 그날 저녁 하현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난 후 대진은 잠시 숨을 고르며 줄곧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하현은 그들의 포위망에 빠져있었다. 대진이 보기에 하현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잠복한 사람들도 아무도 없고, 보안 시스템도 다 우리한테 해제됐어. 간단히 말해 너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네가 감히 내 앞에 서 있다니 네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네.”“나를 기다렸다고? 뭐 하려고 기다린 거야? 내가 너를 죽이기를 기다린 거야?”정호준은 하현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하현은 너무 급하지도 너무 느긋하지도 않게 물을 한잔 마시며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담하게 말했다. “종민우랑 부딪혀 그가 정성껏 준비한 계획을 내가 다 망쳐놨어. 나는 그 김에 그에게 용문 대구 지회 사람을 죽이라고 했지……”“그리고 너희들은 다이아몬드 흔적을 찾았고.”“오늘 너희들은 또 왕화천이 나를 의도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도 알게 됐고.”“너희들은 내가 왕화천의 눈에 들까 봐 무서웠던지 아니면 나 때문에 정용이 왕화천에게 접근해 용문 대구 지회를 조종하려는 계획이 실패할까 봐 두려운 거잖아.”“그래서 지금 정용이 아직 연경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기다리지 못하고 나를 찾아 온 거지.”“정용이 연경에서 한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나를 먼저 죽여야 된다고 생각한 거야?”“내가 일부러 왕화천이 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소식을 퍼뜨렸거든. 보아하니 너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거 같네.”“정호준이 이렇게까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줄은 몰랐네. 내가 소식을 퍼트린 지 한 시간도 안됐는데 여기까지 오다니.”“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어!”하현은 차가운 기색이었다. 정호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점차 사라졌고 눈동자에는 살의가 더해졌다. “종민우
정호준이 너스레를 떨고 있는 것을 듣고 옆에 있던 대진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는 회칼 한 자루 뽑아 들고 입을 열었다. “어르신, 죽은 귀신과 왜 그렇게 쓸데없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까?”“이놈이 심하게 날뛰니 제가 오늘 단칼에 그를 쳐서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알게 해주겠습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놈의 정체는 제가 이미 다 확실히 조사했습니다. 그는 확실히 남원에서 돈도 조금 있고 약간의힘도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여기는 대구지 남원이 아니라는 거죠!”“외지 놈이 우리 3분의 1의 땅에 넘어오려고 하다니요? 그럴 수 있겠어요?”“자격이 있어요?”하현이 벨라루스에 있을 때 그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그의 주변에 있던 고수들이 처리되긴 했지만 대진은 하현이 자신을 상대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때 정세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대진은 이미 하현을 죽였을 것이다. 하현은 펄쩍펄쩍 뛰고 있는 대진은 무시하고 정호준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정 사장, 너랑 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런 계략을 써서 너를 죽이려는지 설마 물어 보지도 않으려고?”정호준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물어보면 네가 말해 줄 거야?”하현은 진지하게 잠시 생각을 한 후 말했다. “해줄 수 있지. 반드시 말해 줄 거야. 다만 지금은 아니고 네가 죽기 직전에.”“내가 좋은 사람이 돼서 네가 죽는 이유를 잘 알도록 해줄게!” “내가 죽는 이유를 알려 준다고?” 정호준은 냉소했다. “인마, 네가 남원에서 무슨 힘이 있든지 우리 대구에서는 강한 용이라도 토박이 뱀을 제압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해!”하현은 컵에 담긴 물을 다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 “근데 너 한 가지를 잊은 거 같네.”“강한 용이 강을 건너가려는 게 아니야.”“대구는 연못 물이 너무 얕아서 나 같은 용을 가둘 수가 없어!”“허……”정호준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