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보가 셋째랑 겨룰 생각하다니, 돈이 진짜 많나봐.” , “얼마나 사랑하길래, 금액을 저 정도로 올리는 거지?”라며 수군거렸다. 보야진은 멈칫했다. ‘감히 나를 넘봐?’라고 생각 하고는 손을 들고는 “29억 3천”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8억을 높여서 불렀다. 보야진은 손준풍을 한 마디로 그의 체면을 무너뜨렸다. 손준풍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목걸이가 보야진의 눈에 들어온 이상 뺏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29억 3천이라는 돈도 자기가 낼 수 있는 선을 넘은 것이다. 설령 다시 가격을 높게 부른다고 해도 보야진은 다시 또 높게 부를 것이 뻔했기에 그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손준풍은 고개를 저으며 “못 해먹겠네.” 라고 말했다.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 흘러갔고 군중들 속에서는 탄식 소리가 나오고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손준풍은 미안한 듯 “정아가씨, 실망시켜 드려 죄송합니다. 보가집안 아들은 원하는 건 무조건 다 가져야 하는 성격이라, 제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정몽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전혀 실망할 게 없었고 사실 상 그가 자신에게 실망한 것 이였다. 보가집안의 이름을 빌려 ‘실패’를 감추고 창피함을 피하기 위한 자기방어형식의 말이었을 뿐이다. 무대위의 진행자는 값을 올려서 불렀지만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옥 목걸이가 보야진의 손에 들어가기 일보 직전 이였다. 그림의 떡같은 목걸이를 바라보고는 정몽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강책은 음식을 다 먹고 입을 닦고 고개를 들고는 “몽연아, 저 목걸이 마음에 들어?” 라고 물었다. 정몽연은 웃으면서 “당연하지, 어떤 여자가 싫어 하겠어?” 라고 답했다. 강책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그래, 사줄 게.”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옆에 있던 손준풍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요? ‘사줄 게.’라니? 저 목걸이는 지금 29억 3천으로 올랐다고요! 네 몸을 팔아도 부족할거라고, 알아들어? 돈이 있다고 쳐도, 보가집 셋째
손을 든다는 건 값을 더 부르겠다는 소리다. 지금 목걸이의 가격은 29억 3천까지 올랐고 적어도 29억 6천 이상은 불러야 했다. 당연히, 손준풍의 안색이 안좋아진 건 강책의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부야진이 강책과 같은 무리인 줄 알고 착각하여 자신을 해 할 것같은 이유였다. 그래서 강책에게 소리를 지른 것 이였는데,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진행자는 강책을 보고는 잠시 놀라더니 웃으며 물었다.”거기 계신 선생님, 가격을 더 부르실 생각이십니까?” 강책이 답했다. “네.” “가격은 어떻게 하실건지요?”“38억 7천이요.” 38억 7천?! 보야진과 마찬가지로 강책도 한 번에 8억을 보태 불렀다. 돈을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였다. 옆에 있던 정몽연은 깜짝 놀라더니 “강책, 하지마. 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그래? 돈 못 바치면 어떡 할려고!” 라고 말했다. 손준풍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고는 “못 바치면 그냥 저사람들 한테 맞는 거지 뭐.” 라고 말을 더했다. 진행자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저기 계신 선생님께서 39억 7천을 부르셨습니다. 더 부르실 분 계십니까?” 슥- 모두의 시선이 보야진으로 향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와중에 그 말고는 더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이였다. 하지만 사실상 아무리 보야진이 돈이 있다고 한들 고작 악세사리 하나에 39억 7천을 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 놀려고 들고 온 돈은 48억 3천만원 정도 되지 않았다. 그는 이빨을 깨물고 손을 들어 말했다.“40억” 보야진은 1억정도를 더 보태서 불렀지만 진행자의 추가금액여부에 강책이 또 한번 더 손을 들고는 말했다.“96억 7천” 손준풍은 “미친놈!!!” 이라고 말한 뒤, 의자에 앉아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책을 바라보았다. 보야진은 1억을 올렸지만 강책은 50억 이상을 올렸으니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강책이 미친 것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몽연은 강책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들어났다. 처음
보야진 자신이 말을 꺼내고 상대방 쪽에서 더 세게 나오자 그는 모욕을 당한 것 같이 느껴졌다. 보야진이 “너 나랑 싸우자는 거야? 너 한번..”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강책은 또 한번 더 손을 들고는 “387억.” 이라고 말했다. 팡!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며 ‘목걸이 하나에 387억을 주려고 하다니 스케일이 다른 부자의 등장’이라고 생각했다. 보야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신분으로 강책을 겁주려고 했지만 연달아 돈 때문에 망신을 당했기 때문 이였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망신의 기분을 느꼈다. 그는 이빨을 꽉 깨물고는 “좋아, 387억? 포기할게, 대신 말하고 나서 튀지나 마라. 387억이 무슨 줄 수 있다고 하면 줄 수 있는 종이 인줄 알아? 난 똑똑히 봐야겠어. 네가 이만한 돈이 있는 지 없는지, 돈 못내면 여기서 한발자국도 나갈 생각 하지마!” 라고 말했다. 자리의 분위기는 살얼음 같았다. 정몽연은 강책의 무모한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하여 손발이 얼었다. 보야진을 건들이면 생명도 위험해 질 수 있었다. 보야진의 보디가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문을 막았다. 즉, 강책이 387억을 꺼내지 못하면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뜻이였다.손준풍은 허허 웃으며 “정아가씨, 저랑 먼저 자리를 뜨시죠. 이 머저리는 어찌 할 방법이 없네요. 여기서 한번 호되게 혼나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요.”라며 말했다. 정몽연은 그를 노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진행자가 웃으며 강책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방금 전 선생님께서 옥 목걸이 낙찰에 성공하셨습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강책은 눈을 찌푸리고는 후회하는 듯한 표정으로“낙찰가격은 못 바꾸는건가요?”라며 물었다. 손준풍은 “바보냐? 당연히 못 바꾸지! 그렇게 잘난 체 하더니 꼴 좋다!” 라며 크게 웃었다. 강책은 코를 만지작거리고는 말했다.“죄송한데, 387억이 어떤 돈인지 말을 안해줬어요.” 진행자는 썩소를 짓고 말했
그의 말을 듣고 정몽연은 눈물이 핑-돌았다. 그녀는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한 채로 “니 마음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이건.. 너무 비싸! 돈을 어디서 구하려고 그래?” 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책은 미소를 지으며 “ 나만 믿어.” 라고 답했다. 그는 진행자를 바라보고는 물었다.“그래서 제가 방금 말한 대로 파운드로 환율은 안되는 건가요?” 진행자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허허, 선생님께서 뜻을 굽히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라며 말했다. 돈을 더 준다는 데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진행자는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지금 당장 계산 하셔야 해요. 입으로만 산다고 하시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돈으로 지불하셔야 합니다.” 강책이 답했다.“그럼요.” 강책은 무대로 올라간 뒤, 카드 한 장을 꺼내 주었다. 그 카드는 다름아닌 봉황자금카드 였다! 진행자가 그 카드를 받고는 사람을 불러 이체를 진행시켰다. 61조, 쉽게 이체 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였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10분이 지나서야 이체가 완성 되었다. 들리는 띵-의 소리에 군중들도 이체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61조, 정말로 61조를 계산한 것이다!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손준풍은 마치 닭처럼 멍하게 바라보았다. 거지 신분에다가 친정집에 얹혀사는 사람이라고 놀렸던 사람이 쉽게 61조를 내었다는 사실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보야진도 깜짝 놀랐다. 그도 못 내는 돈을 다른 사람이 내었고, 강책을 쇼하는 거라며 비꼬았지만 결국 그는 돈을 전부 지불했다. 보야진은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보가집안이 돈 때문에 망신을 당했다니, 처음있는 일이였다. 무대위에서 진행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두 손으로 봉황자금카드를 받치고, 예의를 갖추며 “선생님 카드 여기 있습니다.” 라며 강책에게 돌려주었다. 강책은 카드를 다시 집어 넣고는 군중들의 시선 속에서 정몽연을 무대위로 데리고 온 후, 어마어마
손준풍은 빈털터리였고, 이전에 보야진에게 수모를 당한 터라 오늘 일로 그는 더더욱 굴욕감을 꼈다.“강책, 강책, 강책!”손준풍은 이를 꽉 깨물며 강책을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노려보았고, 보야진 또한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형 노릇에 익숙해져 있던 그는 단 한 번도 남들에게 굽히는 적이 없었고, 처음으로 돈 앞에서 굴욕감을 느껴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강책과 정몽연의 키스가 끝난 뒤.“당신 이름이 뭐요?”보야진이 물었다.“강책입니다.”“강책? 좋아, 그 이름 잘 기억해 두지. 내가 말하는데, 오늘 일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다음번에 다시 찾아올 거야!”“기다릴게요.”보야진은 콧방귀를 뀐 뒤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돈으로 강책에게 졌는데, 무슨 수로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강책은 정몽연의 손을 잡고 자리로 돌아갔지만, 정몽연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했다.손준풍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을 꺼냈다.“강책 동생, 돈이 꽤나 있나 보네.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만든 건지 형님한테 말해보지 그래?”강책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신한테 말할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그러자 손준풍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하마터면 화를 내어 싸움을 일으킬 뻔했다.“강책, 아무리 생각해도 목걸이 사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쓴 건 너무 아닌 것 같아.”정몽연이 이 말을 하자 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산 건 목걸이가 아니라 증거라고. 방금 사회자가 한 말 못 들었어? 이 목걸이의 주인이 90세 이상까지 살았고, 아내와 백년해로하며 평생을 함께 했다고 말이야.”“몽연아, 이 또한 내가 원하는 거야.”“만약에 이 돈을 내고 너와 평생 살 수만 있다면 비싸기는커녕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 같은데.”정몽연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비록 그녀는 강책이 달콤한 말로 그녀를 기쁘게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여자는 자고로 달콤한 말 뒤에 이어지는 후폭풍을 견디지 못하는 법이고, 정몽연도 마찬가지였다.그녀
통화를 마친 뒤, 손준풍은 기세가 등등한 채로 호텔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그동안의 흐린 기운은 씻겨 나가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정몽연과 강책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두 분, 다 드셨나요? 계산을 해도 될까요.”“여기요, 계산이오!”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기분 좋게 계산까지 하는데,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강책은 가만히 손준풍을 관찰했지만 아직까지 빈틈을 발견하지 못했다이어 세 사람은 상대 회사에 협의를 진행하러 갔고, 과정은 매우 순조로워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재를 정 씨 집안에 팔았으며 모든 계약을 이날 체결했다.모든 일정을 마친 뒤, 이미 저녁 7시 남짓이 되어 날이 거의 어두워졌다.“제가 이미 두 분을 위해 호텔을 예약해 뒀습니다. 화윤 호텔 스위트룸으로 오늘 밤 두 분이 편하게 묵을 수 있도록 해 드렸으니 따라오십시오.”손준풍이 말을 꺼냈고, 그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두 사람이 뒤를 따랐다.“그가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친절해진 거지? 왠지 모르게 너무 꼼수를 부리는 거 같아.”정몽연이 속닥거렸고, 강책은 웃으며 아무 말이 없었다.그 어떤 사태에도 대처할 방법은 있었고, 기회를 틈타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었다.10분도 되지 않아 세 사람은 화윤 호텔 로비에 도착했고, 손준풍은 프런트에서 열쇠를 받아와 정몽연에게 건넸다.“여기 방 키예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방 호수는 608호이고요.”“같이 올라가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저는 여기까지만 배웅해 드리죠. 두 분 잘 쉬세요.”그의 환대에 정몽연은 매우 어색해했고, 그녀는 줄곧 손준풍을 싫어했지만 이번에는 고맙다는 인사까지 할 뻔했다.하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고, 그녀는 계속해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정몽연은 열쇠를 들고 강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손준풍은 뒤에서 지켜보다가 두 사람이 멀어지자 웃음기가 사라지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강책, 정몽연, 너희는 이제 으스대지도 못할
”별거 아니야, 그냥 보고 있어.”강책은 대답을 하며 시선은 티브이 하단의 콘센트에 꽂혔고,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았다.이 콘센트는 침대를 향해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강책은 콘센트 안쪽의 왼쪽 상단에 손톱만 한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예리하게 발견했다.보아하니, 그것은 움직일 수 있어 보였다.강책은 이쑤시개 하나를 집어 들고 한바탕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뭐해? 이쑤시개로 그렇게 콘센트를 쑤시면 위험해, 감전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강책은 일어서며 “다 생각이 있어”라고 대답했다.그가 말을 하는 도중에, 방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똑똑똑.강책이 문 앞으로 다가가 큰 소리로 물었다.“누구시죠?”“호텔 직원입니다, 드실 걸 좀 가져왔습니다.”강책은 문을 열자 직원이 쟁반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고, 쟁반 위에는 죽 두 접시와 몇 가지 반찬들이 있었다.“손님들과 함께 오셨던 신사 분께서 두 분이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은 걸 생각하시고는 1층 식당에서 죽과 반찬들을 사셔서 가져다드리는 겁니다.”강책은 직원을 한 번 훑어보고는 물었다.“당신 말은……1층에 식당이 있다는 거죠?”“네, 엘리베이터 바로 왼편에 있습니다. 저희 호텔의 구내식당이어서 조식은 무료로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네, 알겠습니다.”강책은 손을 뻗어 쟁반을 건네받은 뒤 문을 닫고 돌아서서 쟁반을 침대 옆으로 내려놓았다.정몽연은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너무 배고프다, 빨리 먹어야지.”그녀는 손을 뻗어 숟가락으로 죽을 한 숟가락 뜨려고 하려는 찰나에, 강책에 의해 제지당했다.“왜 그래?”강책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젓가락을 들고 두 번 뒤적거리더니 죽 한 숟갈을 푼 뒤 냄새를 맡았다.“죽이 신선하지 않아.”강책이 말했다.“응?”“쉰 내가 나는 걸로 봐서 오늘 아침이나 어제저녁에 남은 죽을 두 번 끓여서 보낸 것 같아. 먹지 않는 게 좋을듯싶다.”그러자 정몽연은 입을
서경의 수라군신인 강책은 싸움만 잘하는 군인이 아닌 수사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몇 번이고 암살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콘센트 안의 정교한 설계를 보자마자 그는 호텔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처음에는 호텔이 깨끗하지 않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지만 죽이 배달되자 강책은 이 모든 것이 호텔 사람이 꾸민 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혹은, 호텔 직원뿐만이 아닐 수도 있다.호텔 직원이 아무리 대담해도 몰래카메라만 설치할 뿐 투숙객에게 약을 먹일 대범함은 없을 것이었다.약을 타도 이렇게나 많이 탔으니 분명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었고, 떠오르는 사람은 손준풍밖에 없었다.강책은 냄새를 조금만 맡아도 죽 안에 탄 약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무슨 약인지 알고 있기에 그렇게 분노했다.그는 화를 억누르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십이궁 중에서 물고기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다.수라군신이 어딜 가든 그는 항상 따랐고, 강책의 뒷일을 도맡고 그를 은밀히 지키고 있어 십이궁에서 ‘밀착 경호원’과 같은 신분이었다.“응 물고기, 통화 가능해?”“네.”“물건 하나를 사서 내 방으로 가져다줘.”“어떤 물건 말입니까?”“돼지.”“……”아무리 오랫동안 강책 곁을 지켜 그를 충분히 이해하는 물고기였지만, 그의 말을 듣고 몇 초간 어리둥절해했다.“돼지요?”“맞아, 살아있는 암퇘지여야 해, 너무 크지 않아도 되고. 15분 이내로 내 방으로 가져와.”그의 요구는 많이 이상했지만 수라군신이 내린 명령이었기에 무조건 따라야 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강책은 물고기를 기다렸고, 15분이 지나자 호텔방의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물고기가 암퇘지 한 마리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고, 돼지는 큰 편이 아닌 1미터 정도로 사람 다리 높이까지 왔다.“형님, 이게 왜 필요한 겁니까?”“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 먼저 가도록 해.”“네, 알겠습니다.”강책은 암퇘지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 밧줄로 침대 가장자리에 묶은 뒤 담요를 끌어
그가 몇 대의 승계자인지 모르지만 드디어 강책의 일행에게 잡혔다. 이어서 김한철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국에 있는 용맥 단체를 모두 잡아 들였다.한편, 200만 명 시민들도 해독약을 먹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은 강책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연산 시와 다른 도시에 강책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석고상을 지었다.강책의 훌륭한 명성은 후세에도 전해질 것이다.…엄수 집안.장유나가 장훈의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갔다.“아버지, 제 말이 맞죠? 강책이 분명히 나타날 거라고 했잖아요!”장훈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책의 강인함과 자신을 괴롭혔던 저주가 풀렸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는 드디어 ‘평범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식약 식당 안.강책이 황금 십이궁을 이끌고 식당으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몽연의 모습이 보였다.“강책! 나 진짜 화났어,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강책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다정하게 말했다.“미안,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게.”“진짜야?”“응, 진짜야.”강책이 정몽연을 덥석 안고는 이마에 뽀뽀했다. 정몽연은 살짝 화가 풀렸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그럼, 어떤 신분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줘.”“어... 그게… 잠깐만.”강책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연산 시의 식약 식당, 한사랑 병원이 내 명의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강남구의 침몽 하이테크랑 기모 엔터테인먼트도 내 명의야.”“뭐?”정몽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남구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대기업을 강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경성의 강씨 집안, 성월각도 내 명의야.”“뭐라고?”정몽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자산은 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이었다.“그리고 사실 경성에 갔을 때, 수라 군신의 자리를 다시 되찾았어.”“강책!”정몽연은 화가 나면서도 기뻤다.“어떻게 이 사실을 다 숨기
용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책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뭘 또 그렇게 놀라.”인파들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왔다, 다름 아닌 이미 사망신고가 내려진 강책이었다.“연구가 99퍼센트까지 했는데 마지막 1퍼센트는 도저히 채울 수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용의 물을 마셔서 직접 독소를 느껴보면 1퍼센트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1퍼센트가 뭔지 알아냈고, 해독약을 쉽게 제조할 수 있었어. 이제 용의 물과 이어진 연결도 끊어졌을 거야. 즉, 너는 아무도 죽일 수 없어. 용맥, 네가 졌어.”용맥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강책을 바라보았다.수천 년 동안 전해졌던 역사가 강책의 손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사실, 용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느껴지는 불안함에 강책을 죽이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썼지만 그는 결국 해독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용맥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상함을 감지했다.“네가 용의 물을 마시는 동시에 내가 독소를 조종해서 너를 죽게 만들었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해독약을 만들었다는 거야?”강책이 용의 물을 들이켰을 때, 이미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칠 길은 전혀 없었다.이때, 강책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신태열 덕분이야.”용맥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심장이 멎었던 이유는 용의 물 때문이 아니야, 그건 서심산 때문이었어. 신태열도 당신의 용의 물을 보면서 비슷한 독약을 만들고 싶어 했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얼떨결에 ‘서심산’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냈어. 그 덕에 연산 시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어. 즉, 서심산은 ‘용의 물’의 짝퉁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큰 비밀을 알아냈어. 두 독약은 상호 배타적 관계를 가졌다는 거였어.”둘 중 독소가 하나라도 몸에 있으면 또 다른 독소는 체내에서 살 수 없다.즉, 서심산을 마셨다면 체내에는 같은 성분인 ‘용의 물’을 배제하는 항체가 생긴다.강책은 용의 물을
사실, 김한철은 그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기 준비와 위부서에게 용맥을 호송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이런 젠장!”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산 시 전체가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 한편, 엄수 집안.집안의 가주 장훈이 정원에 앉아있다. 시든 꽃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그는 평생동안 김씨 어르신을 지지하면서 용의 물의 해독을 기대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무상명인 정해운과 강책 모두 죽고 말았다. 결국 용의 물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하....”장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년 동안 가문에 걸렸던 저주는 결국 풀지 못하는 건가.결국 용맥의 ‘부하’로 영원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때, 장유나가 다가왔다.“아버지, 한숨 그만 쉬세요.”장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한숨도 못 쉬게 하는 거야?”“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잖아요, 매번 궁지에 몰릴 때마다 강책이 나타났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장훈이 고개를 저었다, 상황역전의 대명사였던 강책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강책은 용의 물을 마셨고, 생방송에서 그의 사망 원인은 용의 물에 의한 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그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했다.“아니요, 전 안 믿어요!”장유나가 굳건한 눈빛으로 말했다.“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강책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장훈은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만 강책은 불사신이 아니야.”…12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건물 앞에 헬기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주위로는 보디가드가 자리를 지켰다.이때, 가면을 쓴 남자가 헬기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다름 아닌 ‘용맥’이었다.김한철은 자리에 서서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용맥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한철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김청장, 고마
그의 말에 대중들은 충격에 빠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 같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버렸다.그 중 몇 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다.강책의 죽음이 자신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용맥은 여전히 대중들의 생명을 ‘패’로 생각하고 정부를 향한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그들의 생명은 용맥이 쥐고 있기 때문에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더 끔찍한 사실은 유일하게 독을 해독할 수 있었던 인물을 대중들이 죽여 버렸다는 사실이다.김씨 어르신과 무상명인 정해운이 죽고, 강책은 ‘접묵 기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국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진 지금, 용의 물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현장에는 절망스런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막막함과 후회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항상 위기의 상황에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주고, 항상 승리의 여신 편이었던 인물을 그릇된 판단으로 그를 지옥으로 빠뜨려버렸다.“안돼!”곧이어 강책의 시체를 향해 무릎 꿇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비통함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는 과거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몇 만 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어리석은 행동을 반성하면서 속죄하기 바빴다. 그들은 신에게 시간을 다시 돌려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고, 황금 십이궁의 물고기자리와 물병자리가 강책의 시체를 들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곧이어 십이궁 일원 모두 눈물을 흘렸다.강책의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의 아내 정몽연은 울다가 쓰러져버렸다.연산 시 전체가 좌절에 빠졌다. 하늘도 같은 마음인 걸까, 그들의 마음처럼 어두웠다. 이때, 용맥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김한철, 네가 어렵게 내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이백만 대중
김한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강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 착하시네요.”“연구에 실패했으니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는 수밖에 없어요.” 강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죽기 전에 가족들과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강책의 가족들은 강책을 만나기 위해 연산에 왔다. 하지만 영원히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강책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정몽연은 대성통곡을 하며 강책에게 충독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 정몽연은 강책을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몽연의 생각과는 달랐다. 강책의 선택이 늦어질 때마다 시민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강책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여보, 우리 딸 잘 부탁해. 사랑해 여보.” 강책은 정몽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가 시민들을 마주했다. 황금 십이궁은 일렬로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 잠시 후, 강책은 마이크 앞에 서서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제 목숨을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불씨이기 때문에 죽으면 불은 꺼지지 않고 더욱 타오를 겁니다! 때문에 이 세상은 결코 어둠에 잠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강책의 말이 끝나자 한 젊은이가 무리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강 선생님, 죄송하지만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가짜로 죽은 척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번 검사해 보겠습니다.” 용맥은 진용과 이용진, 그리고 신태열을 경험해 본 듯했다. 강책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막아서지 않았다. 젊은이는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물병이나 다른 사람이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 강책인지 확인한 후 강책의 편작 신침을 빼앗아 가짜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책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재차 확인했다. “됐습니다. 자, 이제 준비
사실상 반나절 안에 연구하기란 매우 촉박하다. 강책은 최고의 의사와 연구진들에게 연락해 용의 물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용의 물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들었다. 용의 물 자체가 연구하기 힘들었으며, 구하기 힘들어서 샘플의 양이 극히 적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다르다. 현재 연산 시 전체에 용의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강책과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반나절 동안 연구에 집중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강책은 연구에 실패했다. “1퍼센트, 딱 1퍼센트가 부족해요!” 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연구는 99퍼센트 완성됐다. 하지만 단 1퍼센트가 부족했다.가장 핵심인 1퍼센트의 데이터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매우 촉박했다. 전 세계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용의 물, 그야말로 최악의 독약이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연구 실패 후, 200만 명 시민들 사이에서 용의 물 독성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용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자 강책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책, 당신만 희생하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강책,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세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당신 하나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책임지세요. 당장 나오세요!” 수많은 시민들은 병원 앞에서 큰소리로 시위를 했다. 사람들은 이미 공포에 눈이 멀었다. 200만 명의 시민들 목숨을 구하기 위해 강책 한 명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시민들은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사람들의 오직 강책이 빨리 죽기를 원했다. 용맥은 강책이 죽어야 통제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민들은 강책이 연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새까맣게 잊었다.
용맥, 그야말로 은밀하고 악독하다. 용맥의 비서는 계속해서 말했다.“저희가 바라는 것은 오직 안전입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면 시민들을 죽이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요구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강책도 용의 물을 마시세요! 강책은 용맥의 골칫거리입니다. 저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강책을 반드시 통제해야 하니 양해 바랍니다. 자, 그럼 오후까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후에도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용맥은 시민을 죽일 겁니다. 이제 제가 할 말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비서는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김한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김한철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용의 물 바이러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선생님뿐이에요. 강 선생님께서 용의 물을 마시면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용맥이 시키는 대로 하실 겁니까? 자살을 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선생님이 죽으면 용의 물을 해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럼 200만 명의 시민들은 용맥에게 통제될 겁니다. 용맥은 인질을 더 늘릴 겁니다. 강 선생님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용의 물을 마시지 마세요.”김한철의 말이 맞다. 하지만 가능할까? 용맥은 200만 명의 시민을 인질로 잡고 강책에게 용의 물을 마시라고 요구했다. 만약 강책이 용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1초에 한 명씩 죽을 것이다. 과연 강책이 받아들일까? 김한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미 용맥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공격하면 됩니다.”“안 됩니다.” 강책은 말했다. “그럼 다 같이 죽는 것과 다름없어요. 용맥을 잡으면 200만 명의 시민들도 같이 잡는 겁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강책과 김한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책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 위기를 잠시나마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는? 용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강책이
김한철은 강책의 말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예상한 대로군요.”예상대로라니?김한철은 처음부터 용맥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강 선생님, 잠깐 저랑 나가시죠.”김한철은 강책과 함께 빈 병실로 자리로 옮겨 문을 잠갔다. 김한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뉴스가 있습니다. 연산 외에도 10군데의 도시들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강 선생님, 혹시 어디 도시인지 아십니까?”강책은 김한철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이전에 회의에서 김한철이 수십 군데의 도시들이 용맥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군데 도시들의 시민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강책은 말했다. “시민들은 용의 물에 중독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용맥의 세력이 퍼져 있기 때문에 용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김한철은 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철과 강책이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 도시에 15만 명이 중독되었다고 해도 10군데 이상의 도시면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중독된 것이다. 상당한 숫자이다. 강책은 용의 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용의 물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단시간 안에 몸 전신에 퍼져 중독된다. 둘째, 용맥의 통제를 당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용맥은 분명히 무고한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10군데가 넘는 도시에 용의 물을 퍼뜨린 것이다. 용맥은 원할 때 언제든 시민들을 죽일 수 있다.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 김한철은 말했다. “저희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그물을 던져서 용맥을 처리합시다. 용맥도 최후의 방법을 썼으니 저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지금 갈등이 격화되면 용맥이 흥분해서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200만 명의 시민이 죽으면 누구 탓일까? 아마 김한철이 죄인이 될 수도 있다. 강책은 말했다. “이럴 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혹시라도 용맥이 반격하면 일이 커집니다.”강책과 김한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요. 아침에 뉴스 보고 지금까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이건 천재지변인가요? 사람에 의해서 일어난 재난인가요?”물고기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재지변이든 사람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든 심각한 상황이다. 잠시 후, 강책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책을 기다리고 있던 김한철은 강책을 보자마자 병실로 데리고 갔다. 병실 안, 한 환자는 더운 여름 날씨에 마치 얼음장 안에 있는 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때, 한 의사가 말했다. “강 선생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수돗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잠복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폭발하지는 않는다. 현재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 몸속에 바이러스가 잠복되어 있다. 그중 122명은 감염되었다.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바이러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오한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열이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간지러움 증상이 있는 사람, 구토 증상을 보이는 사람 등등 증상이 모두 달랐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현재 바이러스는 매우 강력해서 개개인의 체질에 따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경우 숙주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서운 점이 또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검출되고, 물에 있을 때는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즉, 물이 나오는 근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강책은 의사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바이러스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 몸속에 들어간 후에만 보이기 때문에 일반 바이러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강책은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강책은 침을 꺼내 자신의 몸에 놓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