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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안는 암탉 잡아먹는 격

처음에 반기범의 안색은 어두워졌으나, 곧 의미심장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여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들 보시다시피 성혜인하고 엮인 후로 눈에 뵈는 게 하나도 없는 녀석입니다. 승제손에 있는 지분이 아직은 적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틈을 타서 반드시 반씨 가문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반희월도 조금 전 반승제가 한 짓은 윗사람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고 여겨졌다.

게다가 반태승이 실종된 일이 정말로 반승제와 관련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안는 암탉 잡아먹는 격이고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다.

반기범은 지금 모든 이들의 눈빛을 하나씩 훑어보며 그들이 더 이상 반승제 편에 서지 않음을 확인했다.

만약 반태승에게 문제라도 생긴다면 이들은 표결로 반승제를 반씨 가문 족보에서 내쫓을 수 있다.

반기범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으나, 땅을 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은 아버지부터 무사하게 돌아오게끔 우리가 나서서 좀 말립시다. 몸도 편찮으신데, 자칫하면 큰일납니다.”

다른 이들도 잇따라 의논하기 시작했다.

“승제 말이야,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지 형 죽인 것도 모자라서 이제 할아버지까지 죽이겠다는 거야 뭐야.”

“처음부터 승제가 아니라 승우가 앉아야 할 자리야.”

“반씨 가문에서 내쫓아요! 내쫓읍시다!”

누군가가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반기범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었다.

반기범과 반승현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기뻐해 마지 못했다.

...

한편, 반태승은 칠흑같이 어두운 방으로 오게 되었고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남자를 보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어둠에 에워싸여 있는 듯한 모습으로 시종 흐릿하기만 했다.

반태승은 그가 받았던 전화를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 저 승우예요. 보고 싶어요.”

반태승이 평생토록 후회하는 일이라고 하면, 그때 임무 수행하러 간다고 했던 반승우의 말에 승낙한 것이다.

그 목소리는 반승우의 목소리와 좀 달랐지만, 이미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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