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들이 반태승을 데리고 떠난 뒤, 방안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그리고 이때 반승우의 목소리가 적막을 다시 깨뜨렸다.“그 자료 손에 넣는다고 해도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그래서 반승우 씨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잖아요. 내 말만 들으면 노인네 목숨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물론 성혜인 목숨도 가만히 두겠습니다. 그때도 그 여자 때문에 일찌감치 몸을 빼려고 한 거 아닙니까?”반승우는 대답하지 않았고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반승우는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 한숨마저도 어둠에 묻어버렸다....반승제 측의 사람들은 밤새 찾아다녔지만, 반태승의 종적을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하여 반승제는 반태승이 스스로 그 사람들과 떠난 것이라며 추측했다.아니면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리가 없다.이때 집사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도련님, 회장님 침실 쓰레기통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회장님 병세가 호전된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한 거 같습니다.”반승제의 두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번쩍이고 말투는 대수롭지 않지만, 위엄이 가득 베어 있었다.“할아버지 병세에 대해서 어떻게 모를 수가 있습니까? 그동안 의사한테 검사도 받았잖습니까?”“회장님께서 약도 꼬박꼬박 드셨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회장님의 병세에 대해서 말을 아끼셨습니다. 게다가 회장님께서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셔서, 우린 호전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무르며 전화를 끊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누굴까? 몸도 편찮으신 분을 불러낸 사람이 누굴까?’그러던 찰나 문득 무언가가 번쩍이더니 즉시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난번에 우리 형 살아 있다고 한 거 사실이야?”“지문은 최근에 지문이었어. 세상에 똑같은 지문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할아버지 실종되셨는데, 우리 형이 불러서 나가신 거 아닐까?”반태승의 실종은 결코 반씨 가문 만의 일이 아니라 위에도 관련되어 있다.하여 서주혁은 순간 신중해지면서 눈
“아니.”반승제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는데, 이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이역력했다.성혜인은 단 한 번도 반승제와 반승우의 상황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지만, 반승우는 반씨 가문에서 사랑을 받고 그와 반대로 반승제는 홀대를 당했다는 건 명확히 알고 있다.더 이상 이 화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성혜인은 편안하게 조수석에 기대었다.반씨 고택에 이르러서 성혜인은 반승제의 뒤를 따라 위층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그중 한 방문 앞에 섰는데, 밖에서 잠겨 있는 방이고 오랫동안 안으로 들어간 이가 없어 보였다.반승제는 집사에게 키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고 집사는 참지 못하고 당부의 말을 했다.“도련님, 안에 있는 물건들은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사모님께서 그전까지만 해도 자주 들어가셨습니다.”여기서 사모님은 김경자를 가리키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김경자는 반승우를 편애하는 쪽이다.반승제는 키를 건네받아 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텁텁한 먼지 냄새가 풍겨왔다.게다가 커튼도 닫은 상태라 어둡기 그지없다.성혜인도 방으로 들어서려고 했으나, 집사가 나서서 말렸다.“성혜인 씨, 죄송합니다만 이 방은 반씨 가문 극소수의 구성원만이 들어갈 수 있다고 사모님께서 당부하셨습니다.”그 말은 즉 반씨 가문 사람일지라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니, 성이 다른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뜻이다.성혜인은 전에 김경자의 태도가 떠올라 스스로 발걸음을 멈추었다.비록 김경자는 지금 제원을 떠났지만, 갑자기 문득 돌아올 수도 있으니, 불필요한 화를 끌어오고 싶지 않았다.반승제느 들어서자마자 커튼을 젖히고 그 중한 수납장 앞으로 걸어갔는데, 그 위에는 반승우에게 받은 선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모두 작은 선물들이라 일일이 검사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료와 관련된 단서는 없었다.시선을 아래로 옮기며 반승제는 반승우와 찍은 사진에 시선을 두었다.두 형제는 눈매가 좀 비슷한데, 반승우는 부드러운 스타일이고 그를 보게 되면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
성혜인은 반승제가 지금 전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내용에 대해 깊이 알고 싶지 않았다.고개를 돌려 차창 밖의 햇살을 바라보면서 반태승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었다.그러나 반승제는 성혜인을 S.M으로 바래다주며 당부했다.“회사 일 잘 처리해. 반씨 가문은 한 동안 좀 바쁠 거 같아.”반승제가 말한 “바쁠 거 같아”는 반기범 그 무리 사람들을 가리킨다.성혜인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수심이 짙은 모습으로 성혜인은 회사 건물로 들어섰고 반승제는 반기범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받게 되었는데, BH 그룹으로 오라는 것이었다.반승제는 액셀을 밟았을 끝까지 밟아 곧 BH 그룹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위층으로 향했다.가장 위층의 분위기는 매우 이상했다. 반기범은 그 동안 각종 서류 처리를 하고 있었고 가장 위층의 직원들은 반승제를 못 본지 한참 되었었다.그들은 반승제를 보고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했으나, 조금 전 반기범을 포함한 한 무리의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간 것을 보고 오늘 BH그룹에 거센 바람이 일 거 같다며 감히 선뜻 나서서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반승제는 차가운 모습으로 홀 가장 중앙에 섰다. 그러고 나서 음침하기 그지없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직원들 사이를 지나갔는데, 그 순간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그렇게 반승제는 회의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가장 중간 자리에 앉은 반기범이 시선으로 들어왔는데, 그 자리는 줄곧 반승제가 앉던 자리였다.하지만 반기범은 인제 버젓이 그곳에 앉아 그를 두목으로 한 다른 임원들은 말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지금껏 쭉 반승제를 믿고 지지해 왔던 임원들은 그가 없는 시간 동안 억울함을 많이 당했는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구세주라도 본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대표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자리에서 일어선 임원들은 3분의 2를 차지했고 나머지 3분의 1은 이미 반기범 진영으로 넘어간 것
반기범은 다시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승제야, 이분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한성 그룹의 사장님이시다.”반승제는 뒤로 몸을 기대며 탄탄한 근육라인이 양복을 뚫고 나와 날카로움을 과시했다.“알고 있습니다.”말하면서 반승제는 한성 그룹 사장을 바라보았다.“베팅 계약을 체결한 사이라 모를 리가 없습니다.”이에 반기범은 냉소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전에 사장님과 체결한 베팅 계약이 곧 기한이 다 된다고 들었는데, 만약 계약대로 한성 그룹의 5% 지분을 얻지 못할 시, 넌 BH 그룹의 20%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네.”무덤덤한 반승제의 태도에 다들 왠지 모르게 울화가 차올랐다.거창하게 판을 깐 반기범과 달리 반승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다들 그를 진흙탕 속으로 던져 미친 듯이 짓밟으며 세상의 모든 고통을 느껴봤으면 했다.반기범은 입을 열어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옆에 앉아 있는 임경헌이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촌 형 베팅 계약 기한까지 아직 며칠 남았잖아요.”그러자 반희월은 즉시 임경헌을 꾸짖었다.“경헌아, 넌 가만히 있어.”임경헌은 얼마 전 여자 친구와 함께 해외로 휴가를 떠났었다.하지만 그 휴가에서 여자 친구의 식견이 무척이나 좁음을 느끼며 모든 감정이 조금씩 사라져 버렸다.그래서 주저없이 이별을 고했는데, 여자친구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붙잡았고 이에 임경헌은 머리가 아팠었다.어젯밤 귀국하자마자 요즘에 일어난 모든 일을 알게 되었고 성혜인이 바로 사촌 형이 거들떠도보지 않았던 전 사촌 형수라는 것까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임경헌은 머리가 텅 비어 있었는데, 반태승이 실종되고 사촌 형인 반승제가 더 이상 BH 그룹의 사장이 아님을 듣게 되었다.모든 것이 폭풍우처럼 밀려와 임경헌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래서 어머니 따라 보러 온 것이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반승제를 밀어내려는 것이 확실하다며 생각했다.전에 사
“고모, 경헌이한테 그럴 필요 없어요.”반승제의 블랙홀과 같은 차갑고 어두운 눈동자는 반희월을 향했고 이에 반희월은 온몸이 굳어졌다.비록 입으로는 아들을 욕하고 나무라 하지만, 모두 아들을 위한 마음에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전에도 임경헌을 때린 적이 있으나, 지금처럼 얼굴에 선명한 자국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조금 전 한순간에 반희월은 단지 아들이 못나 보여서 지금껏 쏟아부은 자기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만 같아서 그런 것이다.반승제의 두 눈을 마주하며 반희월은 주먹을 꽉 잡아당긴 채 목소리도 한껏 부드러워졌다.“경헌이 넌 앞으로 한 글자도 말하지 마.”왜냐하면 반기범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그들이 이미 연합하여 위에 전문 조사팀을 조성하여 조사에 임하게끔 신청했다.반태승은 위쪽에서 아직 여세가 남아 있어 그의 실종은 거대한 음모를 끌어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십여 명이나 되는 사람이 연루될 수도 있다.반승제는 주범으로 반드시 엄하게 벌을 받을 것이고 만약 엄중할 경우에는 모든 재산이 동결되고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다.하여 반희월은 자기 아들이 이쯤에서 그와 엮이는 것을 거북해하고 반씨 가문 다른 사람들의 의심까지 초래할까 봐 두려웠다.이때 반기범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승제야, 너 정말로 경헌이를 위한다면, 내가 제기한 요구에 승낙해야 한다.”모든 지분을 내놓고 반씨 가문에서 당장 나가는 것.하지만 반승제가 승낙한다고 한다면 그에게는 절대 내일이 없을 것이다.반기범은 절대 이렇게 대단한 경쟁 대상이 살아 숨 쉬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반기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약서 하나를 반승제 앞으로 천천히 밀었다.“승낙한다면 이 계약서에 사인하면 된다. 네 발로 반씨 가문을 떠나면 위에서 회장님 일에 관해 조사를 펼칠 때 우린 널 위해 합의도 해줄 수 있다. 아니면, 네가 곧 직면하게 될 일은 감옥에 들어가는 것밖에 없다.”듣기 좋게 말하면 계약서이지만, 실은 불공평한 조약으로 반승제가 무상으로 손에 있
반승제가 눈살을 찌푸리고 좌중을 훑어보더니 말했다.“둘째 큰아버지, 저번에 저한테 맞으시더니 머리가 어떻게 되신 거 아니에요? 아니면 대체 왜 당신이 절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그 말을 들은 반기범이 얼굴을 붉혔다.지난번, 그가 성혜인에게 모욕을 주는 바람에 반승제가 그를 돌려차기로 기절시킨 적이 있었다.사람들 앞에서 이 수치스러운 일이 밝혀졌지만, 반기범은 왜 반승제에게 맞았는지 이유조차 해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반승제가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고 심인우가 곧 그 뒤를 지키며 따라 나갔다.사실 심인우도 반승제에게 어떤 방법이 있는지는 몰랐다. 그저 그를 깊이 신뢰할 뿐이었다.그때 반승제가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심인우에게 말했다.“내가 만약 조사받으러 잡혀 가게 되면 꼭 성혜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그 말을 들은 심인우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성혜인 아가씨한테 알리라고?’‘하지만 이건 반씨가문 내부의 일인데, 성혜인 아가씨가 온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게 있을까?’여기까지 생각한 심인우는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힘든 상황일수록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지금 대표님께서는 성혜인 아가씨가 자신을 정말로 걱정하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대표님은 아직 성혜인 아가씨가 자신을 진짜로 좋아하는지 아닌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가 만약 반승제가 현재 처한 상황을 알게 된다면 그를 도우러 나설까, 아니면 그와 하루빨리 관계를 끊으려고 할까.만약 지금처럼 반승제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를 도우러 나선다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성혜인이 반승제와 관계를 끊으려고 한다면, 반승제도 앞으로 취해야 할 태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게 그녀의 날개를 꺾어 자신의 새장 안에 가두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심인우는 반승제와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지라 한마디만 듣고도 그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회의실 문이 열리고 그
얼마 지나지 않아, 반씨 가문의 계승자가 반기범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쭉 퍼졌다.사람들은 수수방관의 태도를 고수했으나 한편 놀라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반승제가 누구던가. 그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은 모두 어려서부터 경고를 들으며 자랐다. 반승제는 사업을 함에 있어서 손속에 자비가 없으니 절대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근데 지금 반기범이 그 반승제의 위치를 대체한다고?하지만 소문은 반씨 가문 측에서부터 시작된 터라 신빙성이 있었다. 게다가 반승제는 어떤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단기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고 했다.*그 시각, 회사에 있는 성혜인의 맞은편에는 사설탐정 몇 명이 앉아 있었다.그녀는 사설탐정들을시켜 도송애의 스캔들을 찾아내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기자들에게 넘기면 도송애는 여론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심지어 도송애와 관계가 좋은 몇몇 고위 인사들도 남녀 관계가 아주 복잡했다.단적인 예로, 도송애의 오른팔이라 불릴 수 있는 조강우 이사는 그녀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다만 도송애가 남자를 핍박하는 취향이 있었다면 조강우는 자기 회사의 연예인들을 취하는 취향이 있었다.고위 인사들의 이런 더러운 일들이 모두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 TJ 엔터의 이미지는 아마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었다. 그러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소문이 퍼진 인사들은 모두 축출시켜야만 한다.성혜인은 사설 탐정들에게 꼭 결정적인 동영상을 찍을 것을 당부했다.사설탐정들을 보내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장하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성 대표님, 반 대표님 쪽에 일이 좀 생긴 거 같아요. BH 그룹의 친구한테서 들었는데 반 대표님이 잡혀가셨대요.”“누구한테 잡혀갔는데?”“경찰 특수팀 사람들이 반 대표님을 조사할 게 있다면서 데려가셨대요. 근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 때문에 조사받으시는지는 모르고, 다만 BH 그룹의 대표가 바뀔 거라는 소문이 쫙 퍼졌대요.”성혜인은 당장 반승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그녀는 목소리에서부터 곱게 자란 티가 줄줄 흘러나왔다.온수빈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촬영을 다 끝마치고 돌아온 상태였고 그가 이번 촬영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팬들 사이에도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가 이번에 참가 하지 않는다고 번복한다면 온수빈이 악플에 시달릴 건 물론이고 S.M엔터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었다.설씨 가문의 공주님이 말한 대로 성혜인은 이 일을 수습 할 능력이 없었다.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이어서 말했다.“성혜인 씨, 지금부터 승제 오빠한테 먼저 연락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당신과 당신 회사 다 내가 부숴버릴 거니까. 저 인내심 없는 거 아시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으시면 저 건드리지 마세요.”그리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고, 성혜인은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설우현은 여동생이 곧 제원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핸드폰을 꼭 쥐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형이 너 오는 거 허락했어? 어머니랑 아버지는 허락하셨고?”설씨 가문의 공주님은 습관적으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큰오빠랑 엄마는 다 동의하셨어. 근데 아빠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하셨고. 작은오빠, 승제 여보가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데 나 정말 그 사람 곁에서 도움이 되고 싶어. 오직 나만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려 주고 싶단 말이야.”설우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침묵했다.설우현은 줄곧 성혜인이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게다가 작은 공주님은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고 심장도 좋지 않아서 제원에 왔다가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누가 그 책임을 진단 말인가.“동생아, 그냥 지금처럼 북미에서 계속 지내지 그래?”“작은오빠, 솔직히 말해 봐. 성혜인더러 승제 여보한테서 떨어지라고 말한 적 있어 없어? 내가 부탁한 거 그냥 귓등으로 들은 거 아니야? 오빠도 설마 그 성혜인 좋아하는 거야?”“말도 안 되는 소리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