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호원은 백현문을 끌고 일 층까지 왔다. 원래는 계단에서 아래로 밀치려고 했지만, 기자들에게 찍히면 S.M까지 연루될 거 같아 그러지 않고 백현문을 화단 쪽으로 옮겨 화단 안에 버렸다.백현문 혼자 차를 몰고 온 것인데, 아마 성혜인의 말을 듣고 화병이나 쓰러질 줄도 몰랐을 것이고 구급차를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던져라고 지시를 내릴 줄도 몰랐을 것이다.백현문은 화단에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다시 일어났을 때 양복에도 먼지가 가득했으며 오가는 차까지 먼지를 일으켰다.길거리의 화단에 누워있는 백현문을 병원으로 데려다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날 성혜인이 화병이 난 백현문을 밖으로 내다 던졌다는 소문은 그들의 생활 범위에서 확 펴지고 말았다.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믿어지지 않았는데, 누구나 백현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음흉하기 그지없는 백현문은 일단 누군가가 물고 늘어지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다.게다가 백씨 가문에서도 차세대 상속자로 백현문이 자리에 앉게 될 것이라며 일찍이 소문을 내보낸 적이 있다.그런 백현문에게 미움을 사다니 사람들은 성혜인이 미쳤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다들 백현문이 즉시 반격하며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성혜인에게 복수할 줄 알았다.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사람들은 백현문의 움직임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새벽.유해은은 앞으로 두 달 후에 돌아올 예정이다. 떠나려는 찰나에 문득 성혜인의 두 손을 잡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러자 성혜인은 유해은 꼭 안아주며 신신당부했다.“이번에 해은 씨가 들어갈 제작팀 감독님 성질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만약 서러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그렇다고 해서 감독님과 맞서지는 말고요. 성질이 나쁘다고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해요. 다른 스타분들도 이미 그 감독님께 욕 많이 먹었다고 해요. 해은 씨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명심해요.”“사장님, 제가 꼭 보답해 드리겠습니다.”유해은은 성혜인에게 진심 어린 약속을 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주위는 온통 살의로 가득 차버리고 백지영은 비명까지 지를 뻔했다.이때 경호원이 앞으로 다가와 백지영을 부축해서 2층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백현문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변함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시 한번 밖으로 내보내면, 너희들도 죽을 줄 알아.”그 말에 두 경호원은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바로 백지영을 2층으로 데리고 갔다.백지영은 아직 조금 전 그가 한 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빠인 그가 자기한테 살의를 드러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2층에 이르러 방문을 여는 순간 백지영은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우리 오빠 미친 거 아니에요?”1층에 있는 백현문은 이 말을 듣지 못했지만, 이 말을 듣게 된 두 경호원은 사색이 되어 버렸다.“아가씨, 그냥 방안에 편히 계세요. 요즘 사장님께서 화도 많이 내시는 편입니다. 그리고 백씨 가문의 사람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이에 백지영은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그러자 경호원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어르신까지 보내 버렸습니다.”그 말에 백지영은 다리가 나른해지며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이 순간이 되어서야 백지영은 오빠가 변했다는 것을 비로소 믿게 되었다.전에 백현문은 할아버지 말씀이라면 끔뻑 죽고 무엇이나 따르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러한 수단으로 백씨 가문을 손에 넣었을 뿐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없애버렸다.백씨 가문 사람들은 죽거나 아니면 외딴곳으로 보내지거나 얼마 남지 않았다.상속자 자리에 앉기까지 백현문은 난폭한 수단으로 한 걸음씩 올라왔다.하여 지금 백현문의 온몸에는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운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아가씨, 만약 방에서 나오고 싶으시다면, 더 이상 다른 일은 하지 않을 것이 좋을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사장님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백현문은 지금 해체할 수 없는 폭탄과 마찬가지로 일단 해체하려고 파고
성혜인은 서주혁의 말을 듣고 오지랖이 넓었다며 스스로 반성했다.네이처 빌리지에 하인도 한 두 명이 아닌데, 서주혁이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아마 이미 물어본 이가 있었을 것이다.하여 성혜인은 서주혁의 말에 공명하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반승제가 말꼬리를 잡았다.“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여주인이 될 수 있어.”이는 분명 서주혁이 말 한 ”여주인은 아니잖아요”에 대한 반박이다.얼렁뚱땅 성혜인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침대 옆에 의자에 앉아 즉시 그의 말에 반박했다.“그건 모릅니다.”성혜인은 아직 회사 고위층들과 TJ 엔터 대항 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으므로 당분간 사랑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성혜인의 말을 듣고 반승제는 이를 완곡하게 거절하는 뜻으로 받아 드렸다. 그것도 서주혁이 버젓이 보고 있는 곳에서 말이다.반승제는 고개를 들어 보지 않아도 서주혁이 지금 고소해 할 뿐만 아니라 조롱하는 눈빛으로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눈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보면서 반승제는 숟가락을 들어 직접 죽을 저었다.그리고 씁쓸한 기분을 겨우 억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나도 그냥 장난한 거야. 정말로 널 좋아하기라도 하는 줄 알았어?”그 말에 성혜인은 한숨을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먼저 포레스트로 돌아갈게요. 한 시간 뒤에 회의가 있어서요.”순간 반승제의 손가락은 멈칫거렸다. 아무리 뒤늦게 반응한다고 하더라도 성혜인이 일부러 냉담한 말을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일주일 동안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던 따뜻하고 애틋했던 분위기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그러든지 말든지.”성혜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입을 열어 거듭 당부했다.“격렬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을 거예요.”반승제는 지금 침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걸을 수밖에 없고 달리기와 같은 운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상처에 딱지가 앉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그 말을 듣고 반승제는 입을 꿈틀거리며 아픈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성혜인은 겨울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불현듯 그날의 영상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린채 뚝뚝 떨어질 뻔했다.“멍!”“멍!”전에 겨울이는 기쁨이 벅차 있을 때 성혜인을 에워싸고 빙빙 돌았었다.하지만 지금은 기운이 별로 없어 겨우 버티며 몇 번 짓고는 주저앉고 말았다.“미안해, 겨울아, 다시는 네이처 빌리지에 두지 않을게.”성혜인은 겨울이를 꼭 안고 어루만져 주었다.그러자 겨울이는 성혜인의 손결에 편안했는지, 귀를 계속 팔랑거렸다.그렇게 2시간 동안 함께 있다가 차를 몰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겨울이에게 거듭 당부했다.“겨울아, 넌 아직 많이 아파. 좀 더 치료받아야 하니 아직은 데리고 갈 수 없어. 우리 겨울이 괜찮아지면, 그때 엄마가 다시 데리고 집을 갈게. 치료 잘 받고 있어.”겨울이는 주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아쉽기는 했지만, 제자리에 서서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귀여운 겨울이의 모습에 성혜인은 심쿵하여 그만 참지 못하고 사진 한 장을 찍어 스토리에 올렸다.「회복 중인 겨울이.」즉시 반승제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림이 떴고 성혜인은 그가 시시각각 SNS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좋아요”를 누르고 나서 반승제는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겨울이가 예쁘고 좋은 건 사실이지만, 성혜인의 첫사랑이 선물해 주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언짢았다.“심 비서.”반승제의 부름에 심인우는 다급하게 달려 들어왔다.“네, 사장님.”“애완동물 한 마리만 찾아오세요. 우람하고 위풍당당한 쪽으로요. 겨울이보다 예쁘고 당당했으면 좋겠어요.”이에 심인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애완동물을 두고도 상세를 다투려고 할지는 차마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심인우는 이제 막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고 했으나, 반승제가 고개를 떨구며 음침하게 눈빛을 번쩍거렸다.“됐습니다. 해외에서 보내달라고 하겠습니다.”지하 격투장에는 맹렬한 야생 동물도 많고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애완동물도 많다.그들은 주인을 잘 지켜줄 뿐만 아니라 위풍당
그러나 똑똑한 겨울이가 “동종”이 나타남에 따라 초조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잇따라 들었다.성혜인은 고개를 숙여 덩치가 엄청 난 “개”를 보면서 반승제에게 물었다.“이름은 뭐예요?”반승제는 아직 미처 이름을 짓지 못했고 성혜인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뭐라고 부르고 싶은데?””그럼, 흰둥이라고 해요.”성혜인은 본래 애완견들 속에서 겨울이가 건장한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흰둥이를 보자 겨울이는 새 발의 피라고 느껴졌다.지금 성혜인은 흰둥이를 마음에 들고 있긴 하지만, 겨울이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일단 여기서 키워요. 겨울이 돌아오고 나면, 그때 두 강아지가 서로 맞는지 다시 봐요.”‘강아지?’반승제는 그 말에 멍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성혜인이 생각나는 대로 놔두려는 생각이다. 게다가 일반인들은 흰둥이가 지나치게 건장하다고만 생각할 것이지 늑대라고 감히 상상도 못할 것이다.성혜인은 일단 흰둥이의 목줄을 풀고 늑대 킹에게 있어서 치욕스럽기 그지없는 나비넥타이와 방울을 떼어 주었다.흰둥이는 땅에 앉아 고개를 바짝 들었는데, 성혜인의 가슴팍에 거의 이를 지경이다.지금껏 성혜인은 이렇게 큰 “개”를 본 적이 없다.여자라면 본래 예쁜 사물에 저항력이 없는 편이다. 하여 성혜인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흰둥이 사진을 찍어 스토리에 올렸다.「겨울이 친구 흰둥이.」올리자마자 “좋아요”가 잇따라 들어왔고 어떤 이들은 흰둥이가 늑대임을 알고 댓글까지 남겼다.「화이트 킹은 보기 드문 품종인데, 어디서 구했어요?」「순수한 화이트 킹 혈통으로 보이는데, 아마 성년 남자 10명 정도는 거뜬히 제압할 거 같은데요.」「보통 늑대보다 훨씬 커 보여요. 혹시 늑대 킹 아닌가요?」성혜인의 SNS에는 그 동안 합작해 왔던 상업 에이스들이라 모두 견문이 넓은 편이다.하지만 성혜인은 보통 댓글을 보지 않은 습관이 있기에, 올리고 나서는 흰둥이의 머리만 어루만졌다.흰둥이는 성혜인의 몸에서 다른 동물, 즉 겨울이의 기운을 느끼며
성혜인은 즉시 손에 들고 있던 주걱을 내려놓았다.그러고 나서 반승제의 손을 잡고 그가 들고 있던 칼도 옆에 내려놓았다.“화장실로 가요.”반승제는 눈을 절반쯤 가늘게 뜬 채로 1층 화장실에 밀려들어 갔다.들어가자마자 성혜인은 두 손으로 맑은 물을 적셔 그의 눈에 대고 뿌리기 시작했다.“몸 좀 숙여봐요. 아니면 옷 다 젖을지도 몰라요.”그 말에 반승제는 즉시 몸을 숙였으나 눈은 아직도 따끔거리며 아팠다.성혜인은 같은 동작으로 반승제의 눈을 여러 번이나 씻어 주었다.이제 거의 괜찮아진 것 같았을 때, 성혜인은 손에 핸드 워시를 발라 반승제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꼼꼼하게 씻겨 주었다.거품을 씻어 내고 또다시 핸드 워시를 손에 발라 다시 씻겨주고 나서야 손에 남아 있던 마늘 냄새를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모든 걸 마치고 성혜인은 옆에서 종지를 뽑아 손을 깨끗이 닦아주고는 한 손으로 반승제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렸다.“어때요? 아직도 아파요?”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반승제의 눈 밑은 여전히 빨갛고 아직도 따끔거렸지만,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눈이 멀 거 같아.”그말에 성혜인은 다시 맑은 물로 몇 번 더 씻겨주었다.“많이 아프면, 병원에 갈 수밖에 없어요.””그 정도는 아니야. 소파에서 좀 쉬면 돼.”하여 성혜인은 그를 부축하여 소파로 갔고 상처에 무리가 갈까 봐 신신당부했다.“가만히 누워만 있어요. 잔치 국수는 먹을래요?”조금 전 반승제의 턱을 들어 올릴 때, 성혜인은 형언할 수 없는 그의 외모에 다시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으니 말이다.반승제는 쿠션을 머리 뒤에 대고 소파에 기대어 성혜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으나, 하필이면 이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본래 받고 싶지 않았으나, 반씨 고택에서 걸려 온 전화라 수신 버튼을 눌렀다.이윽고 집사의 다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도련님, 회장님께서 저녁 6시에 외출하
처음에 반기범의 안색은 어두워졌으나, 곧 의미심장하게 변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노여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다들 보시다시피 성혜인하고 엮인 후로 눈에 뵈는 게 하나도 없는 녀석입니다. 승제손에 있는 지분이 아직은 적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 틈을 타서 반드시 반씨 가문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반희월도 조금 전 반승제가 한 짓은 윗사람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고 여겨졌다.게다가 반태승이 실종된 일이 정말로 반승제와 관련되어 있다면, 그야말로 안는 암탉 잡아먹는 격이고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다.반기범은 지금 모든 이들의 눈빛을 하나씩 훑어보며 그들이 더 이상 반승제 편에 서지 않음을 확인했다.만약 반태승에게 문제라도 생긴다면 이들은 표결로 반승제를 반씨 가문 족보에서 내쫓을 수 있다.반기범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으나, 땅을 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일단은 아버지부터 무사하게 돌아오게끔 우리가 나서서 좀 말립시다. 몸도 편찮으신데, 자칫하면 큰일납니다.”다른 이들도 잇따라 의논하기 시작했다.“승제 말이야,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지 형 죽인 것도 모자라서 이제 할아버지까지 죽이겠다는 거야 뭐야.”“처음부터 승제가 아니라 승우가 앉아야 할 자리야.”“반씨 가문에서 내쫓아요! 내쫓읍시다!”누군가가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반기범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었다.반기범과 반승현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기뻐해 마지 못했다....한편, 반태승은 칠흑같이 어두운 방으로 오게 되었고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남자를 보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남자는 어둠에 에워싸여 있는 듯한 모습으로 시종 흐릿하기만 했다.반태승은 그가 받았던 전화를 기억하고 있다.“할아버지, 저 승우예요. 보고 싶어요.”반태승이 평생토록 후회하는 일이라고 하면, 그때 임무 수행하러 간다고 했던 반승우의 말에 승낙한 것이다.그 목소리는 반승우의 목소리와 좀 달랐지만, 이미 6년
경호원들이 반태승을 데리고 떠난 뒤, 방안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그리고 이때 반승우의 목소리가 적막을 다시 깨뜨렸다.“그 자료 손에 넣는다고 해도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그래서 반승우 씨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잖아요. 내 말만 들으면 노인네 목숨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물론 성혜인 목숨도 가만히 두겠습니다. 그때도 그 여자 때문에 일찌감치 몸을 빼려고 한 거 아닙니까?”반승우는 대답하지 않았고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반승우는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 한숨마저도 어둠에 묻어버렸다....반승제 측의 사람들은 밤새 찾아다녔지만, 반태승의 종적을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하여 반승제는 반태승이 스스로 그 사람들과 떠난 것이라며 추측했다.아니면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리가 없다.이때 집사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도련님, 회장님 침실 쓰레기통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발견했습니다. 그동안 회장님 병세가 호전된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한 거 같습니다.”반승제의 두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번쩍이고 말투는 대수롭지 않지만, 위엄이 가득 베어 있었다.“할아버지 병세에 대해서 어떻게 모를 수가 있습니까? 그동안 의사한테 검사도 받았잖습니까?”“회장님께서 약도 꼬박꼬박 드셨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회장님의 병세에 대해서 말을 아끼셨습니다. 게다가 회장님께서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셔서, 우린 호전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반승제는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무르며 전화를 끊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누굴까? 몸도 편찮으신 분을 불러낸 사람이 누굴까?’그러던 찰나 문득 무언가가 번쩍이더니 즉시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난번에 우리 형 살아 있다고 한 거 사실이야?”“지문은 최근에 지문이었어. 세상에 똑같은 지문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할아버지 실종되셨는데, 우리 형이 불러서 나가신 거 아닐까?”반태승의 실종은 결코 반씨 가문 만의 일이 아니라 위에도 관련되어 있다.하여 서주혁은 순간 신중해지면서 눈